요즘 영국은 guy fawkes day를 기념하는 불꽃이 한참이다. 일주일 내내 밤마다 가까운 곳에서든 먼 곳에서든 펑펑 소리가 들린다. 며칠 전 밤, 누리와 단 둘이 있는데 퍼펑하고 불꽃 소리가 들렸다. 그때 누리가 또박또박 한국어로 한 말,

"깜짝 놀랬다".

정확하게 부산경남 억양으로. 나도 정말 깜짝 놀랐다. 누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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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이후 코코몽의 빅팬이 된 누리. 영국에 돌아오고서 끈어버릴 좋은 기회다 싶어 "이젠 없어", "할머니 집에만 있어", "이모 차에만 있어"하고 말해주었다. 한국에서 온가족이 다 외울 정도로 보고, 들었는데 그걸 다운받아 보여주는 순간 끝장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계속 보여달랄테니까. 한국의 VOD 다시보기 서비스는 정말 육아의 적이다. 아니 구원자인가. 하여간.
그런데 어느 날은 누리를 데리고 운전이 힘들어 차에서만 들려주기로 지비와 약속하고 헬로코코몽 영어동요를 들려주었다. 행복해하는 누리의 표정이라니. 운전이 수월해졌다.
지비가 운동 때문에 늦게 오는 날, 집에서도 헬로코코몽 영어동요를 한 번 들려주었다. 어젯밤 갑자기 생각이 낫는지 헬로코코몽 영어동요를 들려달라고. 마침 목욕하기를 겨루고 있던 중이라 목욕이 하면 들려주기로 하였다. 목욕을 마치고선 바로 말을 바꾼 지비(이런 몹쓸 부모라니). 헬로코코몽 영어동요를 들으면 댄스라며 날뛸(?) 누리가 다시 땀에 젖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실망한 누리에게 아침에 코코몽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얼마 전에 혹시나하고 한국 방송시간을 챙겨보니 여기 시간으로 월화 오전 11시 반에 10분, 금요일 오전 7시반에 30분 볼 수 있었다. 다운로드는 절대로 안되지만 방송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 챙겨봤다.
누리는 "내일 아침"이라는 말을 이해했는지 어쩐지 퍼즐하다, 책읽다 잠이 들었다.

써머타임이 10월말로 끝나 시간상으로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마땅한 아이가 평소보다 더 늦게 8시를 넘겨 일어나더니 오늘은 아침 7시를 조금 넘겨 벌떡 일어났다.
지비의 샤워 소리를 듣고 "대디 샤워?" 묻더니 덮고 자던 이불을 말아쥐고 "마미 코코몽 코코몽"하며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잡아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누리가 "내일 아침"이란 말을 이해한 것과 잠을 자고나서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누리의 코코몽을 향한 열정에. 다 컸네.

그래서 누리는 아침댓바람부터 코코몽을 시청하였다.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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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창우 2015.11.06 16: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ㅋㅋ 사람이 되어 가나 보네 ^^

    • 토닥s 2015.11.06 21: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지금도 지비는 누리가 사람처럼 자고 있다고 절더러 보러오랍니다(가서보니 두 손을 포개서 자기 머리밑에 깔꼬 옆으로 누워자고 있군요). 누리가 원래 사람이었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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