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마일스톤즈milestones라는 말이 있다. 한국말로 '표지석'쯤 되는데, 의미있는 변화/성장를 이르기도 한다. 그런탓에 육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가 기었다거나, 걸었다거나 그런 때 쓰인다.

오늘이 누리에게 있어서 그런 날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가게 됐다. 주 5일 하루 2시간 45분인데 누리는 오후반. 9월에 2011년 9월~2012년 8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난 다음 빈자리를 채우는 격이어서 오후반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는 누리로 봐선 나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 5일 밖에 안된다는 행정편의적 발상 때문에, 나는 주 2~3일 정도를 희망했다, 시작부터 주 5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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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누리가 체육수업을 하는 동안 썼고, 그 이후 집에 돌아와 급하게 점심을 먹고 오후에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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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다시 주 5일 밖에 안되는지 물었더니, 보조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친구 사귀기엔 들쑥날쑥한 일정보다는 주 5일이 낫단다.

적응기간 동안은 내가 함께 하는데, 누리가 가게된 어린이집의 적응기란 아이를 내려놓아도 울지 않는 때라고 한다. 내게 있어 충격적인 것은 그곳에서는 기저귀 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누리는 아직 기저귀를 한다). 그래서 누리에게 적응기란 기저귀를 떼는 시점이 될 것 같다.

별다른 비용도 규칙도 없는 곳이지만, 주 5일 일정과 기저귀는 나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그 외 자유분방한 아이들, 배경 같이 있는 선생들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겨울만 어떻게 넘기고,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 2~3일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알아볼까, 그냥 어찌되든 누리랑 나랑 둘이서 지지고 볶아볼까 생각이 갈래갈래다. 일단은 1~2주 다녀보고 정하겠지만,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면 자유시간을 가져보겠다는 생각은 단단히 접어 어디 멀리 버려야 할듯하다.

이곳 어린이집, 보통 너서리nursery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외국인인 나에게 너무 낯설었다. 의무교육과정이 아닌탓에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곳도 없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누리의 향방은 물론 나의 분노(?)가 좀 잦아들면 정리해볼 생각이다. 나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부모가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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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리는 한국에서 선물받은 색연필로 코코몽 캐릭터 색칠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문득보니 누리가 색연필을 그럴싸하게, 나쁘지 않은 모양새로 쥐고 색칠을 하고 있었다. 원래 연필을 그러쥐는 모양이 가장 힘 덜들고, 힘 조절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니 정해진 방법이란 게 있을 수 없지만 권장되는 혹은 가르쳐지는 방법이 있다. 그 모양/방법에 가깝도록 쥔 것이 놀라웠다. 물론 본 것과 경험이 어우러져 나온 결과겠지만.
나는 그 연필 쥔 모양을 보면서 모든 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기저귀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기저귀를 떼는 건 언어능력과 맞물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누리의 경우는 만 3살이 이제 지났지만, 언어능력에 있어서는 이곳 영국아이들과 비교해도, 한국아이들과 비교해도 딱 만 2살의 수준이다. 다만 그 아이들과는 2개국어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봄 기저귀 떼기를 시도했을 때 훈련용 변기에 참지 못한 소변을 보고 울었다면, 요즘은 훈련용 변기에 어쩌다가 소변을 보고 노래가 흘러나오면 기뻐한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보다는 한참 늦지만 천천히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집에 아이를 구겨넣는 것 같아 내내 씁쓸하다.

나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누리에게 좀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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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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