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되새기지 않는 '6월'이지만
그래도 그냥은 보낼 수 없는 '6월'이라
마지막날 밤 혼자서라도 되새겨 보려합니다.

6월 10일, 민주공원을 찾았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경기가 있었던 날, 한산해진 거리를 비가 적시고 있던 날 말입니다.

01.

'6월'을 되새기기 위해 찾은 민주공원,
늘펼쳐보임방(상설전시관)으로 갔습니다.
두어번을 갔었으나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늘펼쳐보임방.

부산민주공원이라 하여 늘펴쳐보임방의 전시는
79년 부마항쟁만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
87년 6월항쟁만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민주공원이라는 이름답게 항쟁, 민주주의를 향한 항쟁의 역사가 그 내용이었습니다.

02.

금서(禁書)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금지되거나,
또는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매던 책들입니다.
오래된 골동품처럼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들.
그 책들 만큼이나 오래된 국가보안법도 이젠 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03.

'the great outcry in pusan'이라고 이름 지어진 홀에는
부산에서의 항쟁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자유'와 '독재타도' 같은 외침들은 물론이며
부산에서 항쟁의 역사를 일궈낸 사람들의, 부산사람들의 얼굴이 담겨 있습니다.

04.

'민초들!'
'그들은 특정한 시기에 역사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지만 한편으로 대단한 t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없이는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음을, 그들은 그들 자신을 당당히 보여주기도 한다.'

부산에서 항쟁의 역사를 일궈낸 사람들은 하나 둘이 아닙니다.
수없이 많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그들의 자리에 있지만 쉽게 만날 수 없습니다.

가슴 속에 그 '열기'를 품고 살아가기에, 그러다 어느 순간에만 그 '열기'를 드러내기에
언제나 우리곁에 있는 얼굴들이지만 쉽게 만날 수 없습니다.

05.

갇혀 있는 우리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4.19에서 5.18 그리고 87년 6월 항쟁까지 항쟁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06.

87년 1월 14일 박종철열사의 죽음으로 시작된 6월 항쟁.
민주화 열망을 4.13호헌조치로 누르려고 했던 전두환.
'호헌철폐', '독재타도'을 외치며 싸우던 6월 10일.
연세대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결국은 숨을 거두고 맙니다.

07.

사람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와 함께 또 다른 구호를 외치게 되었습니다.
'최루탄 쏘지마!'
'살인경찰 물러가라!'

죽음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힘겨운 싸움을 통해 쟁취해낸 대통령직선제.
꽃 같은 젊음 하나를 모질게 꺾고 쟁취해낸 대통령직선제.
그것도 결국은
기만적인 6.29선언으로 더러워지고 맙니다.

08.

비록 더렵혀진 결과로 그 싸움은 끝났지만
그 싸움을 통해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대-solidarity'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큰가를 말입니다.

09.

2002년 6월.
1987년 6월을 기억하는 사람 없고, 항쟁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늘펴쳐보임방 끝에 있는 방명록을 보면서
'아니구나', '내 생각이 짧았구나'라는 생각으로 머리를 쳤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보면서
세월에 묻혀, 세상 분위기에 묻혀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풀잎들은 6월의 그 바람을 잊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과 미국이 1:1로 비긴 날은 6월 10일입니다.
민주공원도 작은방(소강당)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여줬지만
그래도 그날은 '6월'에 대해서 한번만이라도 되새겨봤어야 하는 날입니다.

11.

꽃 같은 젊음이 최루탄에 맞아 거리에서 쓰러져간 6월 10일.
2002년 6월 10일은 '6월'을 잊은 듯한 사람들을 대신해
하늘이 비로 기려줬습니다.

여기서 '2002년 6월 10일'은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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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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