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의 어린이집은 아침 9시에 시작한다.    오전반으로 옮기고서 9시 이전에 도착해본 경험은 한 손에 들지 않을 정도다.  내 목표는 9시는 고사하고 열렸던 문이 닫히는 9시 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세 번 겨우 맞춰 도착한다.  다행히 사설 어린이집처럼 늦는다고 벌금 같은 건 없다.  닫힌 문 밖에서 버튼을 누르면 친철한 리셉션리스트가 "굿모닝" 인사와 함께 문을 열어주신다.  오늘도 겨우 그 컷오프에 맞춰 누리를 데려다 놓고, 막 들어오는 절친2의 손을 잡아주고 돌아 나왔다.

혼자서 다시 집 주차장에 돌아오면 늘 내가 차를 댔던 자리에 같은 건물/단지에 있는 어린이집 앞으로 발권된 주차증이 있는 커다란 벤츠가 세워져 있다.  속으로 '저 양반도 늘 지각하시나 보군'한다.  아니면 대표쯤 되어서 천천히 출근하시던지. 
어린이집 컷오프에 맞춰 누리를 데려다준 날이면 내가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대략 9시 25분이다.  그 시간이면 나의 앞이거나 뒤거나 늘 검은색 아우디 SUV가 들어온다.  그 엄마도 아이를 데려다 주고 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엄마의 손에는 간단한 장바구니, 가득한 장바구니가 들려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근처에서 장을 봐서 들어오는듯.  늘 부러운 눈으로 보곤 한다.  아이가 학교갈 나이가 되면 나도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하고.


누리가 창에 그린 자기 모습인데 보이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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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누리가 일어나기 전에 지비와 번갈아가며 샤워를 한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있으면 누리가 깨기도 하고, 8시가 넘어도 일어나지 않으면 가서 깨운다. 
어제는 지비가 시험 때문에 일찍 일어나 나가느라 시간이 맞지 않아 누리가 일어나기 전에 씻지 못했다.  지비를 보내고, 누리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씻고 나왔더니 아침을 거의 먹지 않은 누리.

아침엔, 사실 점심과 저녁 시간에도, TV를 켜준다.  그러면 혼자서 아침도 먹고, 그 시간 나는 방해 받지 않고 이런저런 준비들을 한다.  그리고 아침엔 우리도 날씨도 보고, 교통도 확인하고, 약간의 소음을 만들어 누리를 빨리 깨워보자는 생각에  TV로 뉴스를 보곤 했다.  TV 때문에 아침시간이 바빠진다는 문제의식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어제는 누리가 아침을 거의 먹지 않은 상황에 너무 화가 나서 낮은 목소리로 "내일부터 아침엔 TV 보여주지 않을꺼야"라고 이야기했다.  어제 잠들기 전에도 다시 이야기했다, "내일부터 아침 먹을 땐 TV를 켜주지 않겠다"고.

그리고 오늘 아침, 아침을 받아든 누리가 TV를 보겠다고 했다.  당연히 켜주지 않았다.  누리는 15분쯤 밥먹지 않고 울었다.  속으로 'TV보다 늦으나 울다가 늦으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리는 불쌍하게도 엄마가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라 "밥 먹지 않고 어린이집을 가던지"라고 말하고, "오늘 밥 먹는 시간이 늦어지면 어린이집 안간다"라고 덧붙여주었다.  한참을 울다 주섬주섬 밥을 다 먹었고, 다행히 오늘은 컷오프 안에 어린이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신 누리가 밥 먹는 동안 누리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보통은 누리가 어린이집에 챙겨 갈 것, 물과 과일이 전부지만, 누리옷, 내옷 챙기느라 정신없이 왔다갔다 한다.  그런 것들은 누리가 밥을 다 먹은 시점에 와락 챙겨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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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간의  TV시청에 관해 오늘 지비와 이야기하며 너도 TV 켜주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어떨까 이야기 했는데, 내가 알기로 일단 다른 집 아이들은 일찍 일어난다.  영국의 아이들은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난다.  보통 7~8시에 잠든다.  그래서 주변의 부모들은 그 이후에 부부가 저녁을 먹는 경우도 많다.  일찍 잠자리에 든 아이들은 5~6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이 부분이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하우스 구조에 사는 경우 키친에 TV가 없는 경우가 많다.  키친엔 간단한 식탁이 있어 아침을 간단히 먹는 식이다.  저녁을 위한 식탁은 따로 다이닝룸이 있거나 한국으로치면 거실이라 할 수 있는 리셉션, 라운지에 있는 경우도 있다.  많은 가정엔 키친에 라디오가 있다.  엄마들이 라디오를 많이 듣는다.  그리고 TV는 소파가 있는 리셉션, 라운지에 있다.  우리는 작은 플랏에 사니 키친+식탁+TV가 한 공간이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렇다고 우리와 같은 공간에 사는 모두가 TV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테다.  서로가 바쁜 아침이라는 핑계로 느슨하게 TV를 대했다.  반성.

쉽지 않은 며칠이 되겠지만, 일단 해봐야겠다.  이대로 늘 지각생이 될수는 없으니.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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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06 23:0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2.07 22: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의외로 마음 독하게 먹지 않아도 아이들은 바꿀 수 있어요. 그렇다고 믿어요. ㅎㅎ
      아이들이 TV, 아이패드 좋아하는 것 같지만 밖에 나가 놀자면 아이패드 던지고 따라나설껄요. ㅎㅎ
      아직은 아이라 사람과 노는 걸 더 좋아하지 싶어요. 물론 부모는, 엄마는 밥도 해야하고 다른 일도 해야하고 쉬기도 해야하니 하루 종일 놀아줄 수 없고. 다 잘하긴 어렵고 뭔가를 버려야 아이랑 놀아줄 시간이 생기겠죠. 밥을 포기하고 대충 먹든지, 남편과 대화를 포기하든지.. 결국 많은 엄마들은 자신의 수면시간을 포기하더라구요. 아이에게 잘하고, 남편에게 잘하고, 그러느라 하지 못한 가사를 새벽까지 한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슬픕니다.

      한 번은 밥 안하고 msg 들어간 밥 시켜먹어도 그런 날은 배달 기다리며 아이랑 놀아줄 수 있으면 그도 나쁘지 않다며, 쉽게쉽게 가야 오래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

      저는 사실 잠시라도 손빌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지만, 자유롭게 생략해도 뭐랄 사람이 없었어요. 간단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영국의 육아에서 저 편한대로 골라 조합해서 했던 것도 같고요. ㅎㅎ

      일전에 말씀드린대로 누리도 두 돌 지나고 모바일로 뭘 보는 걸 좋아했어요. 주로 외식할 때. 밖에서 차 마실 때. 그때도 집에선 TV 켜줬지만요. 전 TV보다 모바일이 더 무섭더라구요. 끊어버리고 싶어서 스티커로 물량공세. 식당이든 까페든 어디에 앉으면 아이를 바쁘게 만드느라 돈 많이 썼습니다. ㅎㅎ. 한 일년은 스티커, 그 다음 일년은 색칠. 아이를 바쁘게 만들어보라고 권해드립니다. 쪼꼬미는 아들이니까 자동차, 기차, 비행기 그런 스키커 좋아할꺼예요. 화이팅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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