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한국에서 보낸 누리 생일 일주일 전 전야제 사진이다.  페이스북은 잊지는 않았지만 매순간 기억하지는 않는 과거를 상기시켜준다.  '몇 년 전'이라는 타이틀로.  주로 반응이 많았던 글들만 보여주고, 과거 포스팅들은 페이스북 임의대로 삭제 / 저장된다.  페이스북엔 메모만 남겼다가 블로그로 옮겨야지 했던 글들이 숱하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페이스북은 과거를 상기시키준다는 장점 외에도 더 이상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억의 조각들을 블로그로 퍼올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준다.  이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모든 걸 다 퍼올리지는 못해도 여행은 꼭 담아보자는 것이 실천되지 않는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그 밖에도 매년 사용하지 않지만 글들이 저장되어 있어 없애지도 못하는 오래된 홈페이지까지 있다.  심지어 이 홈페이지는 비용까지 들어서 정말, 이번에는 필요한 글들만 퍼담고 더는 도메인과 호스팅을 더는 연장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 사진 속 누리는 모두 통통하다.  2년 전에 누리가 이렇게 생겼던가.


누리가 학교에 가고 생겨난 시간을 어떻게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첫 이틀은 곧 3년 영국생활을 마치고 자기나라로 돌아가는 친구에게 앨범을 만들어주려고 꼬박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고, 그 나머지 날들이래야 어제와 오늘이다.  집안 일도 하고, 병원도 가고 시간과 동선이 맞지 않아 허비하는 시간도 많지만 천천히 이 시간을 채워볼 생각이다.  그 중에 하나는 사진 정리.  다른 사람들에겐 의미 없는 이 일이 나를 돌아보고, 누리를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피곤한 오늘을 밀고갈 힘도 준다.


+


(다시 페이스북이 상기 시켜준 2년 전 생일로 돌아가서)

그 날의 뽀로로 케이크는 가족들이 모였을 때 누리와 케이크를 먹기 위한 명분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생일을 명분으로 몇 번 더 케이크를 먹었던 것도 같다.  사진을 더 보면 알 일이다.

올해의 생일, 5번째 생일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달라진 점은 누리가 '생일'이라는 개념을 알고 본인이 '다섯살'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는 점.  정말 이제 다섯살 여자아이인가보다.  곧 떠나가는 누리의 어린이집 절친이 생일마저 비슷해서 두 아이의 생일 가운데 함께 생일 파티를 해볼까 생각했다.  송별회도 겸해서.  그런데 절친 엄마에게 '생일이란 가족과 따듯하게'라는 단단한 생각이 있어 우리도 우리끼리 보내기로 했다.  누리가 가보고 싶어하는 식당을 예약하고(그런 곳이 있다), 선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사실 식당은 우리가 가는 거고, 누리는 가도 먹을 게 없다, 선물은 사주려고 했던 것인데 생일과 때가 맞아 생일 선물로 둔갑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식당만 예약해 놓았을 뿐, 평일 저녁이라 예약도 필요 없는 것을, 우리는 빈 손이다.  선물이 생일 전에만 도착하기를 매일 밤 기도해야겠다.  무료 배송 옵션으로 주문했더니 배송 예정일이 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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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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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7.09.14 04: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조금만 더크면 엄마의 베프가 되지 싶습니다.^^

    • 토닥s 2017.09.14 06: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렇게 되려고 해도 누리가 한국말을 더 잘해야 할텐데요. 저는 제가 누리와 영어하는 모습이 상상이 안됩니다. 고맙습니다.

  2. Boiler 2017.09.14 22: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가끔 페이지 북에서 몇년전 사진들을 보면서 아~~그랬었지..하고 느낄때가 많습니다. ^^;;
    그나저나 저도 아이 한국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런지..
    저는 되도록 집에서 딸아이한테 한국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하는데 잘 늘지가 않네요..
    누리는 한국어 공부 어떻게 하고 있나요?

    • 토닥s 2017.09.17 18: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누리에게 한국어와 하루에게 한국어는 좀 다를 것 같아요. 누리는 그나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제게서 한국어를 들었지만 하루는 살고있는 곳도 일본이고, 엄마도 일본어를 쓰니 한국어 익히기가 쉽지는 않을꺼예요. 누리에게 폴란드어가 하루에게 한국어가 아닐까 싶어요. 저희 남편은 누리에게 폴란드어를 어떻게 소개했냐면요, 애가 좋아하는 카툰을 폴란드어로 보여줬어요. 물론 남편은 줄곧 폴란드어를 쓰기도 했고요. 그래도 별 발전이 없었는데요, 좋아하는 카툰을 보여줘도, 작년 이맘때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를 시작하면서 폴란드어로 말하기 시작했답니다. 아빠에게서 듣는 폴란드어는 사실 어른들의 언어거든요, 그런데 그곳에서 또래의 언어를 배우면서 말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아빠에게만요. 이해는 하는데 사람들에게, 특히 어른들에게 누리는 잘 말하지 않는답니다. 그건 폴란드어, 영어, 한국어 마찬가지예요. 기회가 되면 또래친구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우리 같은 경우보다 한쪽 부모의 모국에 살면서 2개국어를 익히는게 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어려움이 있더라구요. 아빠가 이곳 네이티브인 경우 아이에겐 영어의 영향력이 너무 비중이 많아 다른 언어가 들어갈 틈이 없더라구요. 간단히 말하면, 아이에겐 영어기 너무 편한거죠. 그렇게 보면 하루에게는 일본어가 너무너무 당연하고 편한 거죠. 심지어 엄마의 언어니까. 하지만 또 일본은 한국도 가깝고(자주 가세요), 한국문화와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함께 화이팅요! :)

      아, 누리의 한국어 공부..는 특별히 하지는 않고 있어요. 이제 자모를 익혀 스스로 읽히는게 목표지만 저도 막막합니다. 주로 한국책을 읽어줘요. TV도 보여주고요. 요즘은 아이챌린지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된 dvd를 친구네에서 물려 받아 열심히 봐요. 한국 동요, 율동, 한국어를 배울 수 있어 괜찮네요. 누리가 또래의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없거든요. 또 일년에 한 번 한국에 다니러 가고 또 가족들이 여기에 와서 일주일씩 지내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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