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은 즐겨보지도 못했다.
사실 즐기기는 커녕 가을인가 싶더니 금새 겨울이 와버렸다.
돌아보면 대학을 다닐 때에도 가을이 있었나 싶다.
여름과 함께 방학이 시작되면 농활을 떠났고
가을과 함께 방학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와 학생회 선거를 준비했다.
나는 그때처럼 학교를 다닌다.
그러나 그때처럼 학생회 선거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지금 대학은 학생회 선거가 한참이다.
그래서 하루에 꼭 한번은 유인물을 내미는 학생과 마주하게 된다.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
"유권자가 아닌데요"
그러면 유인물을 내민 학생은 머쓱해하며 돌아선다.

그 유인물 한장 받아드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것이 유인물은 건낸 학생을 조금이라도 다리쉼 하게 하는 길인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렇다.
정성스럽게 만든 유인물, 그걸 다른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보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한마디라도 그들의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하고,
유권자인 학생들에서 한마디라도 듣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
내게 유인물을 내미는 학생이건 인사하는 후보자이건 그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이야기 한토막.

3년전 한 대학에서 모임이 있었다.
2박 3일동안 토론하고 공부하고 그런 모임.
그때 들은 이야기다.

한 대학에서 노후한 도서관 의자를 교체하기로 했단다.
이미 교체하기로 정해진 모델이 있었단다.
나무로 된 등받이가 거의 'S'모양으로 된 의자.
어느 누가 보아도 당시 도서관에 있는 낡은 의자,
'걸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법하고,
대학 도서관 보다는 고등학교 교실이 어울릴법한 의자보다는 좋은 의자로 이미 결정이 되어있었단다.
이 의자교체작업을 수행하는 그 학교 학생회 간부가
이미 결정은 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안으로는 의자교체작업의 생색의 일환으로 의견 수렴 작업을 했다고 한다.
한번쯤은 보았을 스티커 붙이기.
의견을 물을 의자는 이미 교체키로 거의 결정된 'S'등받이 의자와 '걸상'.
학생회 간부는 학생들이 당연히 'S'등받이 의자를 더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웬지 구식인 '걸상'이라는 이름 외에 달리 어울리는 이름이 없을 것 같은 의자에
더 많은 학생이 표를 던졌다고 한다.
예상 외의 결과에 학생회 간부는 당황했고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학생들의 답은 이랬다.
가방을 바닥이나 책상 위에 둘 수는 없고, 그래서 등받이에 가방을 거는데
그 'S'등받이 의자는 가방을 걸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그 의자의 형상을 아는 사람은 이 대답이 금새 이해가 갈것이다.
그에 반해 '걸상'은 가방을 걸 수도 있고
앉은 자세를 직각으로 유지해 오래 공부하기에 'S'모야의 의자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던 나는 갑자기 뒷머리가 찡했다.
나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둘러 앉은 사람들 모두가 그랬다.
며칠간의 토론이 우리만의 재단은 아니었던가,
그 토론뿐만 아니라 그간 우리의 활동들이 우리만의 재단은 아니었던가..하고
뒷머리가 어찔했다.
며칠간의 토론의 결과보다 그 한마디만을 남겨온 나는 돌아와서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역시 뒷머리가 아찔해지는 듯했다.
그 아찔함.
그것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동안, 내가 학생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여기서 '눈높이2'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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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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