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길을 떠났습니다.
따듯한 방바닥과 포근한 솜이불이 날 잡아끌었지만,
그래서 혼자였으면 포기하고 말았을 것 같이 추운 날, 길을 떠났습니다.

아는 얼굴 둘, 모르는 얼굴 하나 그리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
또 이색적인 것은 그 길에 민중가요가 함께 했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얼굴 하나가 출발하기 전 묻더군요.
"민중가요 잘 들으세요?"
그리하여 간만에 떠난 길은 세 사람, 한권의 책 그리고 민중가요가 함께 했습니다.


괜히 왔나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구불구불 국도를 따라가다보니 그런 생각은 잊혀지더군요.

먼저, 청도역에 가서 추어탕을 먹었습니다.

생선, 특히 끓인 생선을 싫어하는지라 친구 녀석의 것을 한숟가락만 거들었죠.
나머지 사람들은 너무 맛나 하든데 청도역 옆에 있는 집이니 추어탕 좋아하시면 한번 들러보시죠.
그러고 보니 식당 이름도 모르는군요.(' ' ):
'의성식당', 이런 이름이었던가?

추어탕을 먹고 목적지 운문사로 항했습니다.
운문댐도 들러보았구요.  함께 한 사람들이 재미나더군요.
그들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를 발길마다 펼치며
'이 사진을 여기서 찍었네', '저 학교가 말야..'식으로 책과 견주는데
그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도착한 운문사.
운문사라고 하면 '비구니'라는 단어 밖에 모르는 저로선
모든 것이 그와 연결지어져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탱화라고 그러나요?
탱화의 주인공들도 여승들로 보이더군요.


수행도량이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담을 쌓은 사람들.


닳아빠진 비.
수행의 흔적인가 싶더군요.


옛 대웅전앞 쌍탑에 있는 작은 인형.
탑 둘레로 난 탑돌이 길로 들어가 찍었습니다.


함께 가는 길,
어깨를 토닥이며 가더군요.


아직도 애띤 얼굴에 장난 치는 그들을 보니,
'그녀들'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지러운 발자국만 가득한 세상을 떠나와서,


그 속에서 그녀들이 찾는게 뭘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조그만 방 문 앞에 놓인 겨울신 코에 쓰인 'ㅂ'과 'ㅊ'.
'부처'가 아닌가 했습니다.(. . )a


다른 방 문 앞에 놓인 겨울신 코에 쓰인 'a'과 'a'를 보고 조금전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죠.
그러니까 앞의 방 스님은 신발을 짝짝이로 신으신겝니다.(__ ):








목을 축이듯 간만에 마음을 축이고 돌아왔습니다.

멀지 않은 길이나마 떠나기 전엔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떠났다가 돌아오니 다시 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듭니다.
겨울엔 어디 안다니겠다는 것이 뼈까지 시리던 2년전 겨울의 교훈이었는데 말입니다.

꿈틀꿈틀 액운이 동할려고 합니다.
길을 떠나야만 하는 액운, 역마살 말입니다.


여기서 '길을 떠나다'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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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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