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 [eBook]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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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성 외(2007),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철수와 영희.

 

한국에서 배타고 두달만에 도착한 한 묶음의 책 중 한 권.  이 비슷한 책과 이야기를 여러 차례 읽었던 터라 그렇게 마음 동하면서 읽은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가장 동하게 만드는 안건모님의 이야기.  이미 읽었던 이야기고, 들었던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박노자, 홍세화, 하종강 이런 사람들의 이런저런 책과 글을 읽으면서 많이 동감하고 그런다.  그런데 알고 보면 나와 내 가족의 삶은 안건모님의 삶과 더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세화 선생님의 표현으로 우리는 여전히 자기존재를 배반하고 있는거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조차도 말이다.

 

깨닫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이렇습니다.  그 당시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하러 다녔는데, 복덕방 사람이 개천 근처 천막집을 보여줬어요.  그 방이 전세 200만 원 이었는데, 비가 오면 물에 떠내려갈까 봐 겁이 날 정도로 허름한 집이었어요.  그래서 그 집은 도저히 못 살겠고 해서 산 동네에 집을 얻어 2년 동안 살았어요.  2년 동안 살면서 또 열심히 일했죠.  마누라는 집에서 부업하고 저는 버스 운전 일을 열심히 하면서 2년만에 다시 200만 원을 더 벌어서 회사 근처로 다시 집을 구하러 갔어요.  전세 400만 원짜리 방으로 옮기려구요.  근데 복덕방 주인이 공교롭게도 2년 전 그 개천가 천막 집을 보여주는 거예요.  똑같은 그 집을 전세 400만 원 이라면서 보여주더라구요.  거기서 제가 처음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제가 2년 동안 벌은 돈이 전세값을 못 따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열심히 일했는데도 전세 값을 못 따라가면 평생 나는 방 한 칸 못 마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죠.

거기서 조금씩 우리 사회 구조가 이상하는 의문이 들어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로서는 교과서에서 소개되었던 그런 책들을 고를 수밖에 없었고, 또 그 당시 실제 읽을 만한 책도 둘레에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동네에 주민독서실이라고 작은 책방이 하나 있었는데, 책 빌려 주는 값이 무척 싸고 해서 거기에 있는 책들은 다 봤어요.  교과서 같은 책을 비롯해서 문학전집류 같은 것들도 다 봤어요.  나중에는 다 봐서 볼 책이 없을 정도였어요.  하루는 제가 거기서 만화책을 한 권 꺼냈는데, 제목이 '쿠바 혁명과 카스트로'였어요.  그 당시 반공 사상에 물들어 있던 저는 그 책이 완전히 빨갱이 만화라고 생각하고 첫 장을 넘기는데, '이 책을 승리한 우리 민중들에게 바친다'는 이 문구 하나가 머리를 탁 치는 거예요.

'쿠바는 북한과 같은 빨갱이 나라고, 미국과 싸웠는데 어떻게 승리했지?'하고 궁금해하면서 책을 넘겼습니다.  거기서 미국의 실체가 한눈에 보였어요.  미국이 인디언을 죽이는 과정과 카스트로라는 인물과 1959년 쿠바 혁명 등에 대해 보면서 '혹시 내가 지금껏 이 세상을 거꾸로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책을 보았는데, '체 게바라'! 그 책을 보고 진실을 알았어요.  '야, 이렇게 산 사람도 있었구나.  내가 정말 이 세상을 거꾸로 봤구나'하면서 그때부터 '거꾸로'라는 제목이 붙은 책은 다 봤어요.  '거꾸로 읽는 한국현대사', '세계사' 같은 책들 있잖아요.  그 다음에 조정래 씨의 '태박산맥'을 보았어요.  그 책에서 '왜 머슴들이 빨갱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죠.

저는 운전 실력이 좋아서(?) 그 모든 책들을 버스 운전하면서 다 보았어요.  집에서 본 책들은 별로 없어요.  신호 바뀌면 읽던 책을 덮고 운전하다가 다음에 신호에 걸리면 다시 책을 펴서 읽는데, 곧바로 눈이 마지막에 읽은 부분에 가서 박혀요.  그렇게 해서 태백산맥 열 권을 일주일만에 차안에서 다 봤어요.  왜 집에서 책을 못 보냐면, 일 끝나면 술을 먹어야 했기때문이죠.  일이 힘드니 술 힘을 빌어야 했고, 또 동료들과 어울리려면 술을 마셔야 했거든요.

저는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사회의식이 그렇게 저절로 생기기 시작했어요.  87년 6월항쟁 때는 종로 한복판에서, 88년에는 서울역 앞에서 버스 운전대를 잡은 채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지켜봤지요.  제 버스 위로 최류탄과 짱돌이 날라다니고, 데모 학생들이 전경들에게 쫓겨 버스에 올라오곤 했어요.  그런데 쫓겨서 급히 버스에 오르면서도 학생들은 회수권이며,토큰으로 버스비를 다 내더라구.  그게 참 신기했어요.  또 전경들이 오면 모른 척하고 문을 안 열어 주었어요.  그때도 잘 몰랐지만, 어쨌든 데모하는 학생들이 옳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어요.

-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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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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