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2011). <꽃같은 시절>. 창비.

언젠가부터 글 좀 쓰고, 말 좀 하는 사람들의 책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은 '한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 살면서 한국 소식에 귀닫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 봇짐을 어디에 풀어야 하는가를 아직 고민중이라 한국이야기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시라.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조금 넓은 시야로 정치와 경제를 보게됐고, 그럴려고 노력중이니까.  하여간 '사회' 관련 책들은 아무리 재미있게 읽었어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시 읽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문학'으로 가까이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 생각 끝에 소설책을 아무런 가책없이 평소보다 많이 주문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렇게 고른 책이 <꽃같은 시절>이다.

공선옥이 참 익숙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책날개에 이력을 보니 읽은 작품이 하나도 없다. ('_' );;
공지영과 신경숙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익숙하다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사실 공지영의 책도, 신경숙의 책도 많이 읽지는 않았다.  신경숙의 책은 참 낮고 무거워서 읽기가 힘들었다고나 할까.  하여간!

<꽃같은 시절>은 시골마을에 들이닥친 돌공장, 그리고 그에 반대하는 할머니 시위대를 다룬 책이다.  책 속의 등장인물이 마을의 사건이 기사화되기를 바라면서 기자질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기자왈, "우리 나라에 그런 마을이 한 두 개냐"고.  그래 이런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소설화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얼껼에 시골마을 돌공장 운영 반대 위원장을 맡게 된 영희는 도시 철거민이다.  그래서 시골마을 빈집까지 들어가 살게 된 것이다.  맥없이 뺏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올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뺏기지 않겠다고 나선 것도 있지만, 처음은 할머니들이 안되서다.
평생을 자신의 목소리 한 번 못내고 살아온 할머니들은 모여서 밥을 해먹으면서, 오가는 사람에게 밥 먹기를 권하면서 하루하루 시위를 이어나간다.  작목반과 같은 마을의 청년들이 '합의'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할때, 할아버지들이 '순응'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할때 지치지 않는 자기들의 방식, 열심히 밥 해먹어 가면서 그렇게 싸움을 이어간다.

적지 않은 나이가 이유가 되었든, 오랜 시위가 이유가 되었든 시위대의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도 그 끝나지 않는 싸움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그 시절을 할머니들은 '꽃같은 시절'이라고 한다.

그러게 꽃들이 말라면 좀 들으면 안되나.

공선옥의 문체가 놀랍다.  그녀가 표현하는 소리들을 소리내지 않고 따라 읽어봐도 나는 상상이 잘 안된다.  아마 그녀도 그럴꺼다.  하지만 그 상상조차 안되는 소리들을 글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놀랍다.  그녀가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문체라고 밖에 설명할 말이 없다.  지렁이가 어떻게 우는지 궁금하면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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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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