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라이더 하우(2011). <마이 코라인 델리>.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My Korean Deli(2010).

이 책은 받아두고 읽지 않고 아꼈다.  크리스마스에 여행가면서 읽으려고.  왜?  같은 책 영문판, 원작,을 지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기차타고 여행가면서 나란히 앉아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생각처럼 교양있게 시작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지비는 아이패드로 갈아타고 혼자서만 책을 읽었다.  아이패드 따위에 시선을 돌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읽기가 즐거웠다.  원래 잘 쓰여진 글인지, 번역이 맛깔스럽게 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글로 먹고 사는 작가의 말빨이 느껴졌다고나.  기회되면 영문판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은 한국여성과 결혼한 벤이 가족사업으로 델리를 열면서 생겨난 일들의 기록이다.  뉴욕 한 복판에, 하지만 빈부의 경계지역에, 연 델리에 관한 이야기면서, 한국여성과 결혼한 벤의 문화충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델리 안에 미국사회가 담겨 있다면 지나칠지는 몰라도 그 안에는 확실히 무엇인가 담겨 있다.  사람들은 질보다는 가격논리로 내몰린 채 저급한 소비를 강요받고 있고, 돈을 쓰는 소비 또한 빈부의 경계가 명확하다.  사람들은 소비주의에만 노출된 것이 아니라 폭력과 인종차별, 그리고 부실한 의료체계에 노출되어 있다.  벤 가족이 운영한 델리는 그 미국사회 한 가운데 있고, 그 델리 안에는 또한 미국사회가 담겨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이야기 거리는 충분한데, 벤은 책을 쓰기 위해 델리를 연 것이 아니었냐는 농담섞인 찬사도 받았다, 거기에 한국여성과 결혼한 그의 백그라운드는 또 다른 커다란 이야기 거리를 준다.  이민1세대 장모와 이민1.5세대인 아내 그리고 청교도적 색채가 강한 보스턴 지식인 집안출신의 문예지 에디터 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야기로는 어울리는 것이다.

나는 그저 재미로 읽었지만, 또는 다른 집안은 어떤 이유로 불협화음이 생기나 궁금하기도 해서, 지비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비롯한 한국 문화를 이해하길 바랬다.
장모내 집은 늘 객식구가 끊일 날이 없고, 냉장고엔 늘 손님을 대비하듯 음식이 그득하다.  심지어 그 음식들은 냄새마저도 강하다.  냉장고에 베인 음식 냄새를 지비보다 더 싫어하는 나지만, 집에 손님이 끊일 날이 없다는 점에도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집안이 특별해서 그런게 아니라 한국의 대부분의 가정집이 그렇고 한국의 가족문화가 그렇다는 걸 지비가 이해하길.  그리고 그런 문화가 또 나쁜 건 아니잖아..라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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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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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눈 2011.12.29 09: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앗! 반가워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난 주에 읽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몇 자 적었는데 아직 끝내지 못했어요. 실화라면서 아주 과장이 섞인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뭔가 잡아끄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토닥s 2011.12.29 19: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죠? 저도 오랜만에 재미있는 또한 웃기기도 한 책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결국은 봄눈님의 독서와 제 독서가 닿았네요. :)

  2. jenna 2012.01.02 17: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만든 책이라 좋았어요~

    • 토닥s 2012.01.03 18: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어젯밤에야 문득 왜 한국 식품을 팔지도 않았는데 My Korean Deli라고 이름지었을까하고 생각했답니다. 개인적으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미있게 빠르게 읽어서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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