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Brie라는 종류의 치즈가 있다.  위키에 찾아보니 '소의 우유를 이용한 치즈'라고 설명되어 있다.  염소 우유 치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당연한 설명이 있을 수가 있나.  하여튼 처음 이 치즈를 슈퍼마켓에서 발견하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니 지비가 한 번 먹어보자고 했다.  너무 밀키해서 먹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한 번 먹고 나는 속으로 다시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그리고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비랑 내가 토요일 아침 즐겨보게 된 Saturday Kitchen이라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로레인 파스칼Lorraine Pascale이라는 쉐프가 출연하는 또 다른 쿠킹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영국에는 내놓을만한 cuisine은 없지만 쿠킹프로그램은 엄청나게 많다.  역설적으로 먹을만한 요리가 없어 되려 그런 게 많은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그날 로레인 파스칼이 요리한 건 브리를 이용한 간단한 식사였다.  고요하게 그녀의 간단요리를 보고 둘이서 "저거다!"하고 외쳤다.  주로 주말 아침엔 평소와 다르게 따듯한 아침을 해먹는다.  그렇다고 밥하고 국끓이고 그런건 아니고.  달걀을 삶아 먹는다던지, 키쉬를 오븐에 구워먹는다던지, 베이컨과 에그스크럼블을 먹는다던지.  그 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슈퍼마켓으로 가서 브리를 사왔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1. 빵 두 개, 각각의 한 면에 버터를 바른다.

2. 버터 바른 빵 면은 프라이팬에 놓고 그 위에 프로슈토Prosuitto를 놓고 브리를 놓는다.

   우리는 시금치와 얇게 저민 버섯도 올렸다.

3. 나머지 빵을 버터 바른 면을 위로 향하게 해서 올린다.

   버터가 발린 양면이 프라이팬에 닿는 셈이다.

4. 빵이 구워지는 것과 브리가 녹는 것을 감안해서 전체를 한 번 뒤집는다.





참고로 버터도, 브리도, 프로슈토도 꽤 짠편이라 요즘 우리는 unsalted 버터와 짜지 않은 일반 햄을 사용해서 만들어먹는다.  버터를 바른 빵이 바삭할 수도 있지만 자칫 느끼해질 수도 있어 버터는 잠시 상온에 두었다가, 최대한 얇게 펴 바른다.




첫번째 시도 후 우리는 따듯한 아침, 브리에 완전 빠져버렸다.  평일에는 시간이 없어서 해먹지 못하지만, 주말 이틀 중 하루 또는 이틀 꼭 브리를 넣은 따듯한 아침을 먹는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이렇게 먹는데 적당한 빵의 종류도 찾아내게 되었다.  다음에 집에 손님이 오면 꼭 아침 식사로 내놓아야겠다고 혼자서 생각 중이다, 당분간은 올 손님이 없지만서도.
꼭 브리 아니라도, 꼭 프로슈토 아니라도 혼자사는 님들, 시도해보세요.  든든하면서 무겁지 않은 따듯한 아침 식사가 될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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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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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눈 2012.01.12 23: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입니다.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이네요. 브리치즈의 이름은 자주 들었지만 아직 먹어 본 적이 없네요. 생각해보니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 참 많아요.

    • 토닥s 2012.01.13 08: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 역시도 여기와서 평생 못먹어본 음식들 많이 먹고 삽니다. 그래도 저는 늘 먹던 음식이 그립더군요.
      사실 제가 소심한 사람이라 식당도 가던 곳만 가던 사람이고, 가서도 먹던 것만 먹던 사람인데 여기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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