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뒷북 좀 치겠다.

모바일에 한겨레 홈페이지 모바일 버전을 연결해놓고, 지하철을 타고 갈때나 틈시간이 생길 때 들여다보곤 했다.  '나꼼수'라는 제목은 봤어도 그닥 내 관심사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김어준의 화법이 싫어서.

대학교 때 '딴지일보'가 생겼다.  주변에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들여다봤지만, 나는 워낙 진지한 사람(?)이라 화법이 내게 맞지도 않았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리고 관심 밖으로 아웃.
한겨레신문에 김어준이 상담코너를 운영했다.  질문하면 상담을 하는 그런 코너였는데, 역시나 세월이 흘러도 그의 화법은 내것이 될 수 없었다.  계속 불편하기만 했고, 나는 계속 외면하기만 했다.

'나는 꼼수다'가 내 인지 범위내에 들어왔다.  '화제인가 보구나'에 그쳤을 뿐 들어볼 노력은 하지 않았다.  어느날 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나는 꼼수다'를 들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언니도?"라고 반응했더니 한 번은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 팀이 MB정부에 관한 의미있는 문제제기들을 했고, 한국내 반응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언니의 말은 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면 들어볼 이유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곳에서 평소에 정치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지인도 열광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마음먹고 들어보기로 했다,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에.  대체 '나는 꼼수다'가 뭐길래.

한 1~2회까지는 여전한 김어준의 화법이 적응이 안되서 '참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말았으면 안들어겠지만, 내가 불편하다고 느껴왔던 그의 화법이 때론 '속 시원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어 계속들었다.  회가 계속되어도 시끄러운 것은 여전했지만, 그들의 집중력과 정보력은 상당했다.  그리고 감각마저 탁월했다.
최근에 들은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선관위 문제.  디도스 공격이라는 점 같은 뉴스에서 의혹을 추론해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감각이 대단하다.
어이 없는 농담으로 길 한 가운데서 "파하!"하고 웃게도 만들었고, 끊임없는 정치적 수사가 식상하게도 만들었지만 '나는 꼼수다'가 대단한 건 사실이다.  사실 그들이 이야기한 정보들은 새로운 것들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꽤 있었다.  끊임없이 소수 정당들이 제기한 것들이지만 묻히고만 의혹들이 그들의 입을 거치면서 다시 입에 오르내리게되고, 이슈가 됐다.  BBK는 물론 인천공항매각 건이 그랬고, 한미 FTA가 그랬다.  그들과 소수 정당의 차이는 뭐였을까?  문제 제기는 같았으되 화법이 달랐다.  소수 정당과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는 너무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정봉주 전 의원 수감 전 녹음된 방송에서 자기당을 대표해 BBK를 끌고간 정봉주 전 의원을 돌아보지 않는 민주당에 "(김어준)염치가 없어, 씨발", "(주진우)놀고들 자빠졌어요"라고 매섭게 쏘아댔다.  자유롭게 민주당마저 자유롭게 씹어대는 그들이 놀랍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내겐 여전히 불편했다.

한국의 여론이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아닌 것으로 나뉘고, 한나라당 아닌 것이 대안으로 간주된다는 게 좀 안타깝다.  한나라당 아닌 것에 너무 많은 것이 섞였고, 결국 정권을 바꾸더라도 바뀐 정권이 우리 편이 될꺼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전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듯이 말이다.  국가보안법을 없애지도 못했고, 언론관계법이나 사학법을 속시원하게 바꾸지도 못했다.  한미 FTA를 시작했고, 미국을 도와 파병했다.
선거를 목적으로 재편성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 재편성이 본래의 목적과 고유의 색깔을 흐리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뭘까, 정치가 우리 삶의 전부를 지배하는 걸까 같은 초보적인 질문을 요즘 다시 해보는 시점이다.  여전히 정치가 중요하고,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자꾸만 그게 세상을 보다 살기 좋게 만드는 유일한 길일까 자꾸 의문이 든다.
의문이 든다고, 내가 그런 고민 속에 있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불구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돌은 던지지 마시길.

근데, 정봉주 전 의원 구형, 수감 건은 참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MB는 그가 미워도 그렇게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참 나쁘다.  어차피 자기는 이 정권 끝나면 감옥 가야하니까 그렇게라도 분풀이를 하고 싶었나보다.  해먹은 걸 보면 해외망명하지 않고서는 구속, 징역을 피하기 어려울꺼다.  해외망명을 받아줄만한 나라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 방송을 들으면서 간간히 에피소드들을 지비나 이곳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곤 했다.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한국이 그런 나라였냐고,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였냐고.  망신스럽기는 해도 사명을 가지고 계속 퍼뜨려 줄 생각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런던일기 > 201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olture] 뉴스타파  (2) 2012.02.01
[book] 도가니  (0) 2012.01.27
[coolture] 나는 꼼수다  (4) 2012.01.25
[book] 울지 말고 당당하게  (0) 2012.01.17
[life] 상식  (2) 2012.01.13
[taste] 브리Brie에 빠졌다  (2) 2012.01.12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papa1945 2012.01.28 12: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김어준 특유의 상스럽고 저속한 화술은 평이갈리지만 대신 대중 친화적이죠, 쉽고요..

    거기다 무른것 같지만 핵심을 찌르고 단단하고요 ..

    더구나 그걸 알고서 사용한다는게 김어준의 무서움이죠....

    지극히 타인을 바라보는 눈도 좋고요.. : )

    • 토닥s 2012.01.30 22: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김어준의 지금도, 예전에도 그랬으니까 문제는 아니죠. 그냥 그의 화법이 그럴뿐.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이 약간 걱정은 됍니다. 조금 전 SNS에서 그 나꼼수 팀의 발언(정봉주 전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비키니 사진 건)에 멘션을 단 공지영 작가를 까내린다는 내용을 보니 착찹하네요.
      그것이 어느쪽이 되었든 한쪽으로 모두 쏠리는 건 무서운 현상인 것 같아요.

  2. 성산만담 2012.02.02 20: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나꼼수 재밌어요. 유익한 면도 있고.
    그런데 죽 챙겨 듣다가 요샌 잘 안 듣네요.
    시끄럽기도 하고 감정을 이리저리 휘저어놔서 차분하게 생각하며 듣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구글리더기로 시사평론가 김종배씨의 <이슈털어주는남자> 들어요.
    (http://rss.ohmynews.com/RSS/podcast_etul_main.xml)

    • 토닥s 2012.02.03 17: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 브라우저와는 충돌되서 안열린다네요. (. . );;
      예전보다 정치와 사회를 알 수 있는 통로는 다양해졌는데, 이것이 좋은 현상이긴 한데, 정말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얼마나 답답했으면 하고 말이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