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희(2011).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예담.


이런 류의 책 좋아하지 않는데 출산을 앞두고 이런 책 한 권은 읽어줘야 할 것 같아서 골랐다.  문익환 목사의 동생 문은희 박사의 책이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좀 샛길로 나간 이야기지만 이 집안 참 대단한 집안이다 싶다.  이런 집안을 두고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책 내용은 문은희 박사가 진행하는 상담과 상담모임의 엄마들이 사례로 나온다.  지구상 어느 나라의 아이들보다 무거운 짐을 어깨위에 올리고 살아가는 한국의 아이들, 아프게 하는 것 엄마가 맞다.  하지만 그 엄마들 조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픈 아이였다는 많은 사례에서 출발한다.

부모의 양육 방법을 좇아, 혹은 부모의 양육 방법을 반대하면서 방황하는 엄마들의 양육 방법이 여전히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깊이 남았다.  가장 중요한 출발은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데서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그런 책이라서 육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읽었지만, 읽고나니 '내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  내가 어떻게 자랐는지, 내가 자라는 과정에서 생겨난 트라우마는 어떤 것인지,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달리 내겐 '해우소'가 없어 그런 과정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를 알았다는데서, 나도 문제있는 아픈 아이였다는 걸 알았다는데서 예전보다는 한 걸음 나아가게 됐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풀어갈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쉽고 간단하게 나는 부모와 사회가 원하는 답을 잘 알고 있는 아이였던 것 같다.  그게 쉽게 사는 길임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씩 내 인생에 '전환'이 필요할 때 그 과정이 무척 힘들고 어렵고,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무척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책 속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  사람들은 그런 아이가 있다면, 자녀가 아니라 조카라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부모가 책 읽는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가 그러는 것인지.  본능과 직감이 우리보다 뛰어난 아이들.  그 아이들이 우리의 눈치를 보도록 무언의 압력을 우리가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  나부터 그러지 말자.


육아가 아니라 육아를 담당하는 한 주체인 '내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픈 사람들에게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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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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