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st.


지난 주말 타이 친구 켄의 친구 멤을 만났다.  멤은 올가을 LSE에서 석사를 하기 위해 런던에 왔고, 그 편에 켄이 누리 선물을 보냈다.  멤이 런던에 도착해서 바로 연락을 했지만, 나도 막 출산한 뒤고 멤도 런던에 적응하기 바빠 이제야 만났다.  켄이 보낸 선물을 받고 보고서 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크게 웃었다.  첫번째 이유는 선물이 이유식 조리기였다.  대단한 조리기는 아니지만 채망과 작은 절구가 있는.  20대 후반, 벌써 켄도 30대 초반인가?,의 비혼남이 보낸 선물이 이유식 조리기라는 게 놀랍고 나를 웃게 만들었다.  보통 아기 선물이라면 장난감 아니면 옷인데.  켄은 그런 남자다.  그런데 왜 이 남자를 데려가지 않는지 세상여자들 참.  두번째 내가 웃은 이유는 그 비슷한 이유식 조리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가족들이 런던에 올때 가져왔다.  세라믹 이유식 조리기를 가지고 싶어 한국에서 미리 구입했다.  선물이란 늘 이런 식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임신 초반 만난 K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했다.  친구들이 선물이라며 아기 옷을 많이 사줄텐데, 기왕이면 필요한 것들을 사달라고 하라고.  맞는 말씀이긴 한데 선물이라는 게 또 그런 게 아닌 것도 같고 그래서 선뜻 사람들에게 '이런 걸 사줘'라고 말하지 못했다.  다행히 먼저 "뭘 사줄까?"라고 물어온 지인들에겐 고마운 마음으로 구체적인 물품을 사달라기도 했지만.  그래서 아이 낳아본 입장에서 그런 걸 정리해보고 싶었다.  아기를 위한 선물 the best와 the worst.  '선물인데 주는대로 받지 가리나?'할지 모르겠지만 참고만 하시라고.


the best 1

베스트는 앞서 말한 듯 '뭐가 필요하니?'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내 경우는 격없이 친한 친구S, 그리고 B언니가 그렇게 물어왔다.  그리고 지비 친구 올림피아도.  사실 정말 격이 없는 친구 아니라면 뭘 사달라고 답하기 어렵다.  금액이 적고 많고를 떠나 내 경우는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받게 된 선물은 정말 매일매일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사려고 생각했던 것들을 받게 됐으니 쓰는 나도 매일 고마운 마음으로 보내준 사람을 생각하며 쓰게 된다.


the best 2

두번째는 돈이다.  한국에서는 이해될만한 선물이고, 이곳에서는 용납되기 어려운 선물이지만 받아본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정말 필요한 곳에 쓰게 되니까.  그렇다고 그 돈을 여기저기 묻어 흔적 없이 써버리면 안된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유모차를 사라고 돈을 보내주셨다.  그것처럼 용도를 정해 돈을 선물하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정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상품권도 괜찮다.  출산 준비하면서 mothercare라는 브랜드와 amazon에서 물건을 많이 샀다.  그래서 다음에 난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할 일이 생기면 mothercare나 amazon의 상품권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 문화에선 좀 그런가?


the best 3

세번째는 취향이 필요없고 여러 개 있어도 괜찮은 선물이다.  좀 뭉뜽그려진 답이긴 하지만 받아보니 그렇다.  얼마 전에 Y가 아기담요를 선물로 가져왔다.  받고서 선물로 참 괜찮다 싶었다.  마침 누리가 추운듯해서 하나 살까 생각하고 있어 그랬기도 했지만 담요에 스타일이라는 게 스팩트럼이 넓어봤자라서 실용적인면에서 좋았다.  담요가 있어도 수십 장 있는 게 아니라면 하나쯤 여분으로 있어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언니가 아기 옷과 함께 사준 가제수건 같은 것도 취향 타지 않고 여러 개 있어도 괜찮은 물건이니까 유용하다.  같은 이유로 신발보다는 양말이 더 좋다.  취향도 필요없고, 여러 개 있어도 괜찮으니까.


그 외 아기를 위한 선물은 아니지만 막 부모가 된 사람들은 위한 선물도 좋은 것 같다.  괜찮은 서플리먼트, 영양제,도 좋겠다.  또는 엄마를 위한 핸드크림.  K선생님이 출산선물로 핸드크림을 주셨을 땐 받고 '그래 거칠어지겠지'했는데, 정말 손이 많이 거칠어진다.  사실 수시로 물에 닿다보니 그것도 잘 발라지지는 않더라만, 의미면에서 실용면에서 좋은 선물이다.  


좋은 선물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그런데 나도 그랬듯이 그게 쉽지는 않다.



그럼 the worst는?  여러 가지 있는 건 아니고 딱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아기 옷이다.  받은 선물 중에 정말 유용하게 입히고 있는, 입힐 것도 있지만 받아보니 그렇더라고.  우리는 대부분의 선물을 출산 후에 받았다.  사람들은 아기를 보러오면서 선물들을 들고 오거나 그럴 여건이 안되면 소포로 선물을 보냈는데 많은 수가 옷이었다.  그런데 아기 낳기 전에 '사람들이 옷을 선물할테니까'하면서 옷을 사지 않고 기다릴 수는 없는 법이라서 우리는 필요한 수만큼의 옷을 이미 구입했다.  아기가 금새 커버리니까 지비와 최소한의 수만 사자고해서 그렇게 준비해두어서 받은 선물이 넉넉한 여벌이 되어 좋긴 하지만, 사실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선물로 온 옷들은 모양만 이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는 누리의 연령과 계절이 맞지 않아 입혀질까 의문이 드는 옷들도 제법된다.  다행히 나는 패션피플은 아니라서 그렇게 내 스타일을 따지지는 않지만, 그런 걸 따질 엄마도 분명 있을꺼다.


아기 옷 선물은 그렇다.  잘하면 정말 유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한 번도 못입혀 마음의 부담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아기에게 옷 선물을 하고 싶다면 이쁜 것보다 실용성을 따져 엄마의 취향에 아랑곳하고 입을 수 있는 내복 같은 것이 좋다, 외출복보다는.  또 긴 팔이면 좋다.  특히 영국에서는 한여름에도 반팔 입지 않아도 될 정도의 날씨고, 아기들은 좀더 따듯하게 해줘야하니까 계절막론하고 긴 팔이면 좋다.  반 팔을 살 경우 아기의 연령이 그 옷을 입을 때쯤 계절이 어떨까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한다.  누리에게도 반 팔 옷이 제법 있는데 그 옷이 입혀질 때가 한겨울이다.  내의 삼아 덧입힐까?( ' ')a



이 옷은 바르셀로나의 상인이가 배냇저고리와 함께 보내왔다.  배냇저고린 누리에게 더이상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아 입혀보진 못했지만, 이 옷은 넉넉하게 커서 외출복이 거의 없는 누리가 다가올 겨울에 입기 딱 좋다.  스타일도 좋아서 지비랑 귀엽다고 너무 좋아했다.  상인아 땡큐!(^ ^ )

(배냇저고린 네가 아기 생기면 보내주랴?)


아 그리고 또 거시기한 선물에 장난감.

요즘엔 장난감도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입장에서) 실용적인 장난감이 많은 것 같다.  아기 잠들기를 도와주는 장난감이 두 개다.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가 나는 장난감인데, 모양만 다르고 같은 기능이다.  그냥 선물이니까, 영수증도 없는,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누리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선 선물용 영수증이 보편화 되어 있다.  가격 표시가 없지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다른 것으로 교환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선물 받은 장난감엔 영수증이 없다.  나는 선물할 때 꼭 영주증 챙겨줘야지.( i i)

또 개인적으론 누리에게 장남감 많이 안사주려고 한다.  대신 부모가(지비가) 많이 놀아줬음 한다. 


선물이라는 게 주는 사람 좋고, 받는 사람 좋은 것이지만 좀 뻔뻔하게 들리겠지만 받아보니 그렇더라고, 혹시라도 훗날에 도움되라고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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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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