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2012). <1인분 인생>. 상상너머.


책을 펼치고 30페이지쯤 읽다 혼자서 막 웃었다.  글을 따라 읽다보니 숨이 가빠졌다.  글을 읽는데 숨이 차다고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그만큼 재미있게 빠져들어 읽었다는 것은 아니고, 재미 없었다는 것도 아니다, 구어체로 쓰여진 글이라서 그랬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  0번째 이유는 우석훈, 이 사람 진짜 수다쟁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결과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 그 이유를 이 시대 대다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보고 싶었다는데서 이 책이 시작됐다고 한다.  특히 그와 같은 40대를 위해.  40대 남성이라고 특정지을까?  아무리 그가 환경과 여성성을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미안한 말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환경에 있어서 그는 맨끝에 서있는 사람이지만, 여성이 아니라서 그 분야에서 맨(가장) 끝에 서는덴 한계가 있다.  그래도 그는 역시 한국 사회에서 맨 끝에 선 사람이라는 건 확실하다.  


별로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그 동안의 그의 발언, 방송, 글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으니까.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건 꼭 밝히고 싶고.  주변에 예전엔 안그랬는데 나이들어 뒤늦게 주식이다, 부동산이다 하면서 정신줄 놓고 사는 사람 있으면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곱씹어 몇 번이고 생각한 건 '학자'라는 단어다.  영국에 오기 전까지 고학력자들에 둘러싸여 살았고, 그렇게 살았으면 나도 고학력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는 고학력 백수?  잘풀리면 고학력 비정규직.  쉽지는 않았겠지만 과정을 마치고, 몇 년 논문과 고군분투하면 아무리 내가 마땅찮아도 학위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공부도 어려웠지만 대학에서의 관계가 무엇보다 자신이 없었다.  그것이 공부를 중단한 이유의 49%는 되겠다(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비중있는 이유).  그래도 우석훈 박사는 유능해서 학위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받아도 그 관계가 자신없다고 뛰쳐나가면 취직할 정도도 되지만, 정말 돈안되는 공부를 하던 나는 어떻게 됐을까?

하여간 그의 책이 '학자'라는 단어를 계속 떠올리게 해준 이유는 그는 스스로 '경제학자'라고 칭한다는 점이었다.  '학위 받으면 학자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 대학에 자리를 잡아야 학자고 최소한 연구소라는데 자리가 있어야 학자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그래 교수나 연구원이 학자는 아니지.'  어쩌면 그들은 직업을 살고 있을뿐 학위를 받았다고, 교수나 연구원이라고 학자는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몇 명의 학자를 가지게 될까?  학위를 받고 직업을 살고 있는 사람 말고, 자기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공유하는 사람, 그들이 학위의 유무와 상관없이 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직도 고학력 백수 또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많은 선후배들이 떠올랐다.


이 책은 언니가 내가 주문한 책을 보내면서 함께 보내준 책이다.  이런 책이 나온줄은 알았지만, 남들이 서태지 다 좋아할 때 이유없이 싫어하는 사람이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책에 잘 손이 안간다.  언니가 "읽기 싫어?"할 때 "아냐 아냐 보내줘.  잘 읽을께"하면서 강제로(?) 받은 책이다.  언니는 멀리 사는 동생이 '감' 떨어질까 걱정을 많이 한다. 

출산가방 싸면서 병원에서 읽으려고 가져갔다가 고스란히 다시 들고 귀가.  그리고도 몇 주를 이곳저곳 굴리다가 읽었다.  그 몇 주는 우석훈 아니라 우석훈 할아버지가 책을 썼다고 해도 읽을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지 흥미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여러가지 생각과 배움을 준 책.  구체적으로 내가 모르던 단어 '전또깡'과 '취집'을 알게 해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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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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