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비는 누리가 태어나고 3일만에 출생신고를 했다.  성격상 그런 일을 좀 서둘러 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여권 때문이었다.  출생신고서가 있어야 여권을 신청할 수 있으니. 

간난 아기를 데리고, 머리도 못가누는 아기를 데리고 사진관에 가나 어쩌나 하고 있을 때 친구 알렉산드라가 자기 여권사진은 자기가 찍고 포토샵으로 했다는 이야기에 우리도 집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사실 지비의 영주권 신청때 사진도 집에서 찍긴 했다.

출생신고하고 이런저런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지비는 틈틈이 누리의 여권용 사진을 찍어댔다.  누리가 아직 목을 못 가누니 침대에 눕혀놓고서.


1차 시도!  태어난지 일주일 후쯤.



우는 애를 달래가며 눈뜬 사진을 겨우 찍었는데 내가 거절했다.  얼굴이 정면도 아니거니와 어깨선이 보기 싫다는 이유로.  실패!  


2차 시도!



..하였으나 누리가 지비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스스로 포기.  어떻게 찍었다 하더라도 배경지우기 힘들어 내가 거절했을테다.  또 실패!


3차 시도!



이만하면 됐다 하면서 마지막 사진으로 낙점!


근데 문제는 누리가 한가운데가 아니라 여권사진 사이즈에 맞춰 여백조절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무지하게 얼굴 크게 나왔다.(ㅜㅜ )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지난 수요일 드디어 영국여권을 받았다.  출생지 London.  우리는 "네가 런더너냐"며 막 웃었다.




우여곡절1


영국여권을 신청할 때 Countersignature라는게 필요하다.  쉽게 이해하면 보증인 또는 증인의 개념인데, 누리가 갖 태어났으니 지비를 2년 이상 아는 어느 영국인의 서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영국인은 공적인 영역에 현재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공무원, 신부 등등.  그제서야 우리 주변을 둘러보니 그런 영국인이 없는거다. 

우리가 이민자니 주변엔 대부분 유럽인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은 영국 내에서 같은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몇 년을 살아도 영국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겨우 떠올린 친구 한 사람은 얼마전에 일종의 정리해고로 실직한 상태.  여권을 다루는 기관에 이 보증인에 대해서 문의하니, 실직해도 괜찮냐고, 그쪽에서 정 어려우면 직장의 상관으로부터 받아도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비가 현재의 직장으로 옮긴 건 7개월 전.  혹시나하고 직장 상사에게 물어보니 2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 대답을 두고 우린 "역시 영국인"이라고.

결국은 또 한 번의 문의를 통해 SKY NEWS에서 일하는 지비의 친구 디나에게 부탁했다.  직업이 저널리스트니 '대충' 공적인 영역의 종사자로 쳐준거다.  사실 디나는 자마이칸 이민 3세대.  영국이라는 나라, 런던이라는 곳이 그렇다.  정말 영국인을 만나기 어렵다.


우여곡절2


디나에게 서명을 받아 여권신청서를 보내고 우리는 여권을 기다렸다.  그런데 시간이 가도 답신이 없어서 여권을 다루는 기관에 문의를 했더니 보증인이 서명해서 보내야 하는 서류를 보증인 앞으로 이미 두 차례나 보냈는데 응답이 없다는 거다.  어떻게 된거냐 하면서 연락이 닿기 힘든 디나에게 연락을 했더니 디나는 받은 서류가 없다고.  다시 여권 기관에 문의하니 자기들은 보냈다고해서 주소를 물어보니 디나의 직장으로 서류를 보낸거다.  우리가 신청서를 작성할 땐 디나가 집주소를 썼는데 그쪽에서 확인을 위해 그랬는지 직장으로 서류를 보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허술하지는 않네"라고 우리 둘이 깜놀.  어쨌든 디나가 직장으로 온 서류를 받아 팩스로 보냈다.   그런데 여권 기관에서 우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보증인이 팩스를 보내면서 서명하는 걸 까먹었다고.(- - );;

연락이 닿기 힘든 디나에게 또 연락해서 마침내 '서명한' 서류를 팩스를 지난 금요일에 다시 보내고 그날 일자로 발급된 여권을 드디어 받았다.


여권을 받고서 지비랑 내가 너무 신기해했다.  우리도 없는 영국여권을 누리가 받게 된 것이.  출생증명서도 누리의 존재를 공적으로 증명해주는 서류이긴 하지만, 사진이 있는 여권은 그 느낌이 더 선명했다고나 할까. 


지비는 벌써부터 누리를 데리고 국경을 넘게 될 일이 생기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 상상으로 즐겁다.  세 명의 가족이 세 나라의 여권을 들이밀면 재미있겠다 하면서.  여권을 받은 다음 날부터 한국가는 비행기표 알아본다고 또 여념이 없다.  그러니 지비가 살이 안찐다.( ' ')



여권 사진을 위해 찍었던 사진을 꺼내려고 지난 폴더들을 열어보니 고작 두 달 전인데 누리 얼굴이 많이 다르고, 많이 컸다.  그 사진보면서 다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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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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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eelfilm 2012.12.02 21: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온누리를 누릴라고 일찍도 여권만드는구나.

  2. 빅씨 2012.12.02 21: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 커운터 시그니처를 베스트맨인 톰에게 받으러 베드포드까지 갔어요.
    문제는 우체국에서 하는 check & send 서비스때 말도 안되는 이유로 까여서, 총 3명에게 4번 사인을 받았다는 거. 마지막에는 사진도 다시 찍었어요. 그러고나서는 일사천리.
    그때 스트레스가 참ㅋㅋㅋ
    누리가 눈을 뜰 수 없어도 사진이 된다니. 한편으로 부럽네요.ㅋㅋㅋ

    • 토닥s 2012.12.02 22: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누리는 여기서 태어나고, 또 시민권 취득 자격이 되서 비교적 쉽게 받은 거죠. 약간의 에피소드를 남기고서.
      아기는 눈감아도 되니 다행이죠. 그거 안되면 사진 때문에 여권 만드는 게 더 힘들꺼예요. :)

  3. 빅씨 2012.12.04 04: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다음에 차마시러 갈때 우여곡절을 얘기해줄께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한편의 코메디이지만, 정말 며칠동안 부글부글했죠.^^

    • 토닥s 2012.12.04 05: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외국에 이민자로 살면서 격지 않는이가 없죠. 물론 정도의 차이가 약간씩. 담에 들려줘요. 남의 이야기고(?) 지난 이야기니까 재미있게 들을 수 있겠죠? :)

  4. gyul 2012.12.06 04: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런더너 누리...
    정말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조금씩 다르네요...
    앞으로도 더 많이 그러겠지만 눈코입 모두 뭔가 특별한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그나저나 그런 복잡한 절차가 있는줄은 몰랐네요...

    • 토닥s 2012.12.06 20: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외국인으로 살면서 겪는 일이면서 비용인 셈이죠. 그런데 확실한 건 영국보다 한국이 비자나 사회적 인식이나 모든 면에서 더 어려운 나라라는 점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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