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몽각(2010).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PHOTONET.


성균관대에서 토목공학을 가르치던 전몽각 교수의 사진집.  1990년 시각에서 출판되었다가 2010년 20년만에 PHOTONET에서 재출판한 책이다.  처음 1000부만 찍혔다는 사진집은 명작이라는 이야기만 무성하고 접할 길이 없었다.  나도 한국에 있을때 (온라인)중고서점이나 사진동호회를 장터를 기웃거려봤지만 구하지 못해 보지 못했던 책이다.  재출판되었다는 이야기를 이곳에서 들었지만 사진에 대한 열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임신을 하고 〈다까페 일기〉라는 책과 함께 주문했다.


사진은 제목과 부제목 그대로다.  전몽각 교수의 큰딸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의 사진이다.  아기 윤미는 1960년대 태어났고 결혼을 하고 1980년대 말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일년만에 그 사진들을 묶어 1990년에 이 책이 나왔다.  전몽각 교수는 아기 윤미 뒤 두 아들을 더 두었지만 책 제목이 윤미네 집이다.  아기 윤미에서 지금의 어른 윤미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아버지에게서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았으니.


흑백의 사진이지만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건 한 가족과 그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온기와 함께 이젠 '역사'가 되어버린 1960년대, 1970년대 한 가정의 일상적인 풍경은 덤이다.


윤미가 자라면서 사진의 수가 더 적다.  카메라를 인식하는 탓에 자연스러운 윤미를 찍기 쉽지 않았다고 전몽각 교수가 말하고 있다.  아기 시절 사진 중 아기 윤미는 자기 발을 입으로 가져가 빨고 있고, 엄마는 뒤에서 한쪽 가슴을 드러낸채 잠든 사진이 있었다.  모유수유했지만 아기는 잠들지 않고, 피곤한 엄마만 잠든 사진.  그 사진을 한참 쳐다봤다.  그 엄마의 피곤함이 알듯말듯해서.


사진집을 받은 건 출산 전인데 세 달이 다되도록 싸여진 비닐포장을 뜯지도 않았다.  지난 일요일 오후 어둑한 거실에 누리는 혼자 잠들었고, 만약 깨더라도 보살펴 줄 지비가 있을 때 식탁의자에 앉아 비닐포장을 뜯고 사진들을 봤다.  고맙게도 내가 책을 다 보는 두 시간동안 누리는 깨지 않았고, 나는 차의 종류를 바꿔가며 연이어 몇 잔을 마셨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내가 마신 차들보다 내 몸과 가슴이 더 따듯한 무언가로 채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바로 카메라에 흑백필름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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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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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l 2012.12.15 03: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구보다도 윤미씨에게 정말 최고의 책이네요...^^

    • 토닥s 2012.12.15 20: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가끔은 그런 게 궁금합니다. 예전엔 사진이 귀했던 시절이라 이런 사진들이 보물같지만, 요즘에 나고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사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하고요.
      사실 저도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어떻게 정리할까 생각하면 까마득합니다.

  2. 2012.12.18 09:1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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