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고 보니 애 딸린 가족은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쉽지 않은 존재라는 걸 알았다.  특히 어린 아기.  주변에 많은 커플들이 있지만 아이는 커녕 결혼도 아니한 커플이 대부분이고, 결혼해 사는 커플들도 이 땅에 이민자로 살면서 아기를 가지는 건 언젠가는 하겠지만 당장은 미루는 것이 당연한 숙제처럼 보인다.  주말에 뜬금없이 전화해 급모여 차 한 잔 나누던 친구들도 만나기 쉽지 않아졌다.  친구들은 우리 스스로 멀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런 면도 있다.  일단 누리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반경이 제약되어 있고, 누리의 찡찡이 늘어나는 늦은 오후와 저녁 시간을 피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하여간 그렇다.  우리를 환영해줄 곳은 한국의 집뿐이다.


이미 알고 지낸 사람들에겐 비록 환영받지 못하지만, 낯 모르던 사람이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가깝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누리를 데리고 밖에 나가면 쉽게 몇 개월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그 경우.  상대가 아기를 가졌으면 나 역시 예의를 차리고 몇 개월이냐고 물어봐야하지만 그 정도 오지랖은 안되서 대화는 툭 끈긴다.  한국이었으면, 상대가 한국말로 물었으면 마구마구 넓게 펼쳐졌을 내 오지랖.


그런데 애 딸린 엄마를 애 딸리지 않은 엄마보다 환영하는 곳이 있어 소개한다.  나 역시 임신 요가에서 만난 독일인 라헬에 의해서 초대되었고, 소개되었다.  바로 인근 공원 한켠에 있는 어린이센터 Maple children's Centre에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Barefoot Mum's Group이다.


자연주의 육아를 지향하며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엄마들이 정보를 교환한다-고 한다.  사실 메이플 어린이센터는 장소일 뿐이다.  한 번에 4~8명의 엄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날씨가 좋을 땐 피크닉 같은 이벤트도 함께 하는 모양이다.  라헬의 소개로 내가 처음 갔을 땐 라헬과 나를 제외하고 4명의 엄마와 아기들이 더 있었다.  아기라긴 그렇고 아직 만 3세가 되면 가는 Pre-school에 가지 않은 유아들.  재미있는 것 어느 아이가 어느 엄마의 아들 딸인지 말 안해줘도 알겠드라.  누리랑 나도 그럴까?  하여간.

오랜만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온 라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엄마들 사이에서 오가는 사이 아이들은 주변에서 뛰어 놀았다.  그날의 대화는 한 엄마가 아이의 간식으로 사온 씨리얼에서 시작됐다.  "맛있냐?"  "어디서 샀냐?" 그런 대화들.  그리고 자연스레 대화는 유기농 버터에서 한 10분쯤, 유기농 두유에서 한 10분쯤 그렇게 흘러갔다.  유기농 버터를 만들때 유기농 우유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 엄마들이 이야기하는 건 우유를 생산하는 소가 풀을 먹고 자란 소냐, 사료를 먹고 자란 소냐.  어떤 브랜드의 유기농 버터에서는 그런 걸 표시하느냐 하는 류의 대화였다.  우유를 먹이지 않는 엄마는 대안차원에서 두유를 먹이는데 그 두유가 GMO냐 그렇지 않느냐, 유기농이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속으로 '아 저게 저렇게 길게 이야기될 이슈인가'하면서 듣고만 있었다.

그나마 라헬이 둘째 아이를 위해서 독일에서 공수해온 발리식 아기띠와 그 아기띠 매는법은 좀 실용적인 대화에 속해보였다.




라헬의 둘째 탈리타를 안아보는 다른 집 아이.  이런 건 참 좋아보였다.  아이가 하나인 집의 아이가 다른 집 아이들을 동생 삼아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단 지나치면 안되겠지만.  탈리타보다 4주가 많긴 하지만 누리에게로 '돌격(?)'해오는 다른 집 아이가 나는 무서웠다.( ' ');;



길다란 천으로 둘둘 매는 식의 발리식 아기띠.  여기서 구입할 수 있는 건 탄력성이 없는 모양인데, 라헬이 독일에서 공수해온 건 탄력성이 있어 "참 좋다"며 다들 칭찬.  이 모임의 엄마들은 한국서도 사용하는 꽤 고가인 스토케Stoke, 베이비비욘Babybjorn, 에르고Ergo다들 써봤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아기캐리어들은 형태가 정해져 있는 반면 발리식 아기띠 같은 것은 아기따라 탄력적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되려 낫다는 평가.  나야 앞서 언급한 아기캐리어보다 저가인 치고Chicco사용하긴 했지만, 그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Barefoot Mum's Group은 1시로 시간이 정해있긴 하지만 되는대로 오는 식이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니.  2시간 여 수다를 마치고 공원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1시간쯤 놀리고, 엄마들은 계속 수다를 이어가는 식.

아이랑 하루 종일 있기보다 일주일의 한 번이라도 이런 식의 만남을 이어가는 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혹은 그 이상)에서 나는 라헬과 처음가고 더는 가지 않았다.


첫째는 시간 때문이다.  1시라는 시간이 적당해 보이긴 한데, 누리에겐 적당하지 않다.  누리는 보통 9시에 일어나 3~4시간 간격으로 우유를 먹는데 1시면 딱 누리가 우유를 먹는 타이밍이다.  우유를 먹이지 않고 간 첫 모임에서 나는 누리를 안고 우유를 먹였다.  자연적인 육아를 지향하는 모임에 앉아 우유를 먹이는 내가 좀 거시기 했다.

둘째는 라헬의 탈리타와 누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2~3살이었다.  라헬의 아들 노아도 3살이니 탈리타만 아니었다면 대충 비슷한 또래인셈.  그 사람들과 내가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적어뵜다.  나야 정보를 먼저 얻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그들이 정보를 마냥 주는 것에 만족할런지는 의문이다.  아이들이 만3세가 되면 Pre-school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정도가 되면 엄마들은 자연히 발길이 끊어지는 모양이었다.  다시 비슷한 아이 나이 또래만 남고 그런 모양.  구구절절 생략하고 앞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누리에게 돌진(?)하는 아이들이 무서워 좀 망설여졌다.

군더더기 이유론 영어를 귀 쫑끗 세우고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정도.  그게 피곤해서 집에서 TV도 안보건만.( - -);;


Barefoot Mum's Group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려고, 다른 지역에도 있나해서, 찾아보니 그냥 요 동네에만 있는 모임이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이름의 엄마모임이 제법 많다.   나도 몰랐는데 Barefoot 또는 Barefooted라는 말이 맨발이란 뜻.  

이름은 달라도 동네마다 엄마들 모임이 많다.  혹시라도 나처럼 이국 땅에서 아기 낳고 집콕하는 사람이라면 그 모임을 찾아 친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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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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