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저귀 빨며 징징대며 '백일만 버텨보자'고 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내일이면 벌써 누리 백일이다.( i i)  고백 먼저하자면 그 동안 천기저귀를 써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안쓴 것도 아니고, 하루에 두 서너 시간 정도만 쓴 것 같다. 


아기를 병원에서 데려오고서 엄마는 천기저귀도 좋지만 몸이 힘드니 그냥 종이 기저귀를 쓰라고 했다.  몸조리를 도와주지도 못한 것에 대한 걱정이 더해져 전화 할때마다 기저귀 뭐쓰는지 물어보곤 했다.  나도 아주 강단 있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기저귀 가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그리할 예정이었다.  병원에서 데려오고 한 동안은 익숙하지 않은탓인지 늘 소변이 흘러 누리 옷과 침대 시트가 축축해지곤 했다.  그땐 가장 작은 사이즈의 기저귀도 커서 그랬던 걸까?   제대로 여밀줄을 몰라서 그랬던 걸까?  다행히 요즘은 그런 일이 많이 줄었다.  


이른바 태변이라는 것이 줄어든 십여 일쯤부터 우리는 한국서 공수해온 천기저귀를 쓰기 시작했다.  일명 땅콩 기저귀.  태변이 나올땐 적은 량이지만 하루에 여러차례 변을 봐서 엄두가 안났지만 일주일이 지나고서는 변이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천기저귀를 쓸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비가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기 시작했고 나는 누리와 혼자서 고군분투.  결국 3주쯤 되던 어느날  지비에게 이야기했다.  당분간 천기저귀는 유보해야 할 것 같다고. 


그때 모유수유 때문에 한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조산사의 조언에 따라 한 시간 정도 젖을 물렸다.  두시간마다.  그 말은 낮시간의 절반을 젖을 물렸던 셈.  어렵게 겨우 잠들리면 천기저귀가 젖어 깨곤했다.  그때의 누리는 조금의 축축함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30~40분 단위로 기저귀를 갈았다.  지비가 출근해 있는 동안 12~15장 정도의 기저귀를 썼으니까.  물론 밤에는 종이기저귀를 썼다.

다행히 기저귀는 빨아놓으면 하룻밤만에 마르고, 또 K선생님께 물려 받은 천기저귀를 여분으로 쟁여두고 있었기 때문에 빨래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대변으로 더러워진 기저귀는 좀 빨기 힘들기는 했지만.  문제는 축축함을 견디지 못하는 누리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는데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배고픔 때문에 잘 자지 못했는데.  누리도 힘들고 나도 힘들어 당분간 천기저귀를 유보하겠다고 지비에게 말했다.  모유수유를 유보할 수는 없으니.  모유수유를 하게되든, 포기를 하게되든 어떻게든 자리를 잡게되면 쓰겠다고.  그 전까지는 평일엔 지비가 퇴근한 후, 주말 정도만 천기저귀를 쓰겠다고 했다.


6주가 넘어가면서 모유수유는 여전히 안되지만 '되는 만큼 먹이겠다'고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 즈음부터는 누리도 어느 정도 축축함을 견딜 수 있게 되서 전보다는 편하게 천기저귀를 쓰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 있을 땐 엄두가 안나 안쓰던 버릇을 하다보니, 그리고 대변을 피하려다보니 대변 본 후 잠깐, 하루에 2~3장 정도만 천기저귀를 쓰게 됐다.  주말엔 가능한 쓰려고 하지만 외출하고 그러다보면, 외출 땐 종이기저귀를 쓴다, 주말 역시 그렇게 많이 쓰지 않고 5~6장 쓰게 된다.


이렇게 천기저귀를 쓰고보니 천기저귀를 썼다기도 뭣하지만, 짧은 경험을 되돌아보면 정말 단단한 마음 아니면 천기저귀 못쓸 것 같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한국서 공수해왔고, 또 무엇보다 아기 피부에 좋다고 하니까 써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한국에 비해 이곳의 기저귀 값이 싼듯 느껴지니 그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지금 쓰고 있는 천기저귀는 소형이라 계속해서 쓰려면 대형을 구입해야 한다.  소형이 4~6개월까지 쓸 수 있다고 하지만, 누리는 좀 큰 편이라 지금도 작다.  커버는 아직 맞는데 안감격인 천기저귀가 작다.  그래도 4개월 정도까지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대형을 구입할까?  아마 하지 않을 것 같다.  대신 K선생님이 주신 천기저귀는 내가 한국서 공수해온 것보다 크키가 커서 그걸 이후에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사용 패턴도 지금처럼.  평일 저녁과 주말 정도.  모유수유를 완전히 접게 되서 부담이 좀 줄어들면 더 많이 써질까?


한국에서 공수해온 땅콩 기저귀 생각만큼 쓰지 못했지만, 그래도 잘썼다.  그리고 벌써 물려 받으려는 사람이 예약되었다.  짦은 경험이지만 조언하자면, 천기저귀는 신생아기 지나고 쓰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그 정도 되야 엄마가 준비가 될 것 같고.  누리도 써보니 6주 정도되니 축축함도 견디는 것 같아서.  그리고 천기저귀를 계속 쓰신 K선생님의 조언으론 기저귀를 빨리 떼게 된단다.  나는 누리가 그 정도 크지도 않았고, K선생님처럼 천기저귀만 쓴 것도 아니라서 그런 조언은 하기 어렵지만.  


천기저귀가 과연 친환경적인가에 대해서는 정말 잘 모르겠다.  하루에 쓰는 수가 많지 않아 세제에 담궜다가 손으로 빨아 탈수를 했는데, 그걸 빨면서 쓰게 되는 물을 생각하면 친환경적인지 의문이 들었다.  친환경의 의미는 쓰레기를 줄인다는데 있는 것 같지만, 물을 생각하면 좀 그랬다는.


이곳에서는 앞서 말했듯 종이기저귀가 물가대비 그렇게 비싸지가 않다.  그래서 99%가 종이기저귀를 쓰는 것 같다.  환경이 걱정된다고?  친환경소재, 옥수수로 된, 종이기저귀도 있다.  일반 종이기저귀와 비교했을 때 약간 비싸거나 비슷비슷.  하지만 쓰레기 때문에 지역자치단체에서는 천기저귀를 권장하고, 이를 위한 기저귀 스킴scheme을 마련하고 있다.


자치단위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대략 추려보면 서비스 종류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천기저귀 구매를 지원.  이는 다시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뉘는데 어떤 지역에서는 특정업체의 기저귀를 구입할 때 쓸 수 있는 £45~50 정도의 바우처를 준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그것과 상관없이 천기저귀를 구입하고 영수증을 거주증명과 보내면 £45~50 정도의 현금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시도해볼 수 있는 kit을 구입할 정도는 되겠다.  두번째 서비스는 천기저귀를 세탁해주는 서비스다.  예전에 봤는데, 구체적인 정보를 다시 찾을 수가 없다.


☞ 참고 http://www.realnappiesforlondon.org.uk/wherewhatwho 


천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엄두가 안나고, 어떤 면에서는 모성의 척도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모유수유도 그런 면이 있고.  하지만 지역자치단위가 막연하게 좋다고 홍보하는게 아니라 '시도해 볼 기회'를 대민서비스로 제공한다는 점은 새겨둘만 하다. 


이런 서비스도 좋고, 천기저귀도 다 좋은데 역시 그 장점에 비해 이곳의 종이기저귀는 저렴하다는 것.  그렇다고 아예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동수당이 기저귀값과 우유값 정도는 커버하기 때문에 부모의 망설임을 확 줄여준다.  다음에 그 아동수당을 따로 다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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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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