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운행되는 모든 버스는 저상버스다.  시내에 관광용으로 운행되는 일부 9번과 15번 버스를 제외하고.  이 버스들은 구형버스다.   그래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물론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도 버스를 이용한 이동에 어려움이 없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선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곳에선 혼자 이동 중인 휠체어를 탄 장애인, 혼자서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그래도 저상버스의 시작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한 배려였을 것 같다.  그 덕을 나를 포함한 유모차를 이용하는 가족들도 누리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할 일.


그런데 유모차와 함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다보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지 얼마 전부터 버스에 이런 광고가 등장했다.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공간을 내주라는 유모차 이용자를 향한 메시지.



얼마 전에 집근처 하이스트릿에서 친구를 만나 차 한잔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집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짐이 많을 때, 비가 올 때 용이하다.  마침 주말이어서 배차 간격이 평소보다 긴 20분이었다.  우리가 누리를 실은 유모차와 함께 먼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가 올 때쯤 휠체어를 탄 한 명의 중증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이 왔다.  우리가 탈 버스를 함께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버스가 오자 그 활동보조인이 우리에게 와서 양해를 구했다.  "너희들이 먼저와서 기다린건 아는데 친구의 상태가 안좋으니 버스를 먼저 타도 되겠니?"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휠체어와 유모차가 같이 들어가지 않겠냐고 했더니, 규정이 얼마 전에 바뀌어서 안전상의 문제로 휠체어 한 때 또는 유모차 두 대가 탈 수 있다고 했다.  버스 운전사에게 물어보자며 함께 기다렸다.  버스가 와서 물었더니 휠체어 한 대만 탈 수 있다고 했다.  규정상으로 휠체어에게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와서 기다렸다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그 활동보조인에게 우린 괜찮다고 했더니, 고맙다고 몇 번이고 인사하면서 버스를 타고 갔다.  그때 우린 둘이었고, 친구도 함께 버스를 기다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20분을 기다린다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 비오는 날 나 혼자 유모차를 가지고 있었다면 내 마음의 전개가 또 달라졌을지도.  하지만 결과는 같았을꺼다.  휠체어에 우선권이 있으니까.  그 덕을 평소에 우리가 나눠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평소에 고마워하면서 드물게만 불편하면 된다.


그나저나 한국갈 때, 한국 가서가 걱정이다.  유모차가 있으면 편한데, 비행기에 실어가는 것도 문제가 없는데 한국이 그리 유모차 프렌들리가 아니라서 말이다.  지하철이야 리프트들이 있으니 걱정이 없는데, 부모님 사시는 곳이 시외라 버스 탈때가 걱정이다.  리프트가 없어도 둘이니까 들면 되는데, 버스는 껑충 뛰어 올라타야하니 말이다.

그래도 들고 갈 생각이다.  유모차가 필요한 이유는 공항에서 대기시간, 이동 때문이다.  들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마음을 먹고나니 유모차를 들고 지하철을 타는 우리를 어떻게 사람들이 바라볼지.  한국의 물리적, 정서적 '턱'을 과연 우리가 넘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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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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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리핀 2013.01.31 20: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마어마하게 큰 딜럭스 유모차(스토케 급) 끌고 지하철 타는 사람도 있어요.
    작게 접히는 유모차라면 아무래도 휴대하기 편하겠지만 지하철이라도 출퇴근 시간대만 아니라면 크게 신경쓸 일은 없을거에요. 걱정말고 유모차 가져와요 ^^.
    버스탈 때를 대비해 포대기는 가지고 다니는 게 좋겠죠. 안는 것보다는 업는 게 양손을 쓸 수 있어 더 안전할 거에요.

    • 토닥s 2013.01.31 22: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말 우(척척)박사님 대단하다. 스토케는 어떻게 아누? ㅎㅎ
      여기서도 스토케는 최고가에 속해서 쉽게 못보는데. 가끔보면 이쁘긴 한데 편해보이지는 않더라만. 여기서는 부가비라는 브랜드가 대세지. 이 동네 유모차 10개 모이면 6~7개는 부가비.

  2. 엄양 2013.02.01 15: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국엔 스토케 많이 돌아다닌다
    한국엄마들은 명품 유아용품 좋아라한다 바람직하지않다
    요즘은 지하철에서는 자주 유모차 볼수있는데
    버스는 아마 힘들거야
    에르고같은 아기띠가 유용해~~^^

    • 토닥s 2013.02.01 18: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스토케가 진동이 적을 것 같긴해. 그래서 인기인가? 여기도 비싸면 한국은 (임금대비) 무지하게 비쌀텐데 한국의 부모들은 그거 어떻게 감당하나 모르겠다.
      우린 Britax 159파운드 주고 샀는데. 30만원 되겠나? 에르고도 비싸다! 우린 선물받은 Chicco아기띠가 있는데 19파운드쯤 하나보다. 근데 그 아기띠가 9kg까지인데 한국갈때 누리가 그 몸무게를 돌파하지 않을까 싶어.
      한국행 유모차는 말이지.. 홀리데이용 유모차를 눈독들이고 있는 중이지. 지비님의 재가를 기다리는 중이지.(-,- ) 접으면 긴우산만해지는 유모차가 있더라고. 근데 현재 우리 유모차보다 더 비싸.(ㅜㅜ )

  3. gyul 2013.02.02 23: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국에선 아마 그 어느나라보다도 스토케를 자주 볼수 있을거예요. 하지만 끌고다니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한국의 거리와 교통수단은 유모차를 가지고 다니기에 꽤 불편할테니까요... 친구중에 스토케를 가지고 다니는경우가 있긴하지만 기본적으로 차를 가지고 나온 상태에서나 가능하다고 그래요...
    그래도 어떻게든 어거지로 가지고 다녀보다가 결국 서브로 막쓸수 있는 다른 유모차를 하나 더 구입해서 혼자다니거나 차를 두고나올때만 따로 쓰더군요...
    말씀하신 접을수 있는 유모차는 동네 외국인아줌마들이 가지고다니는걸 본적 있는것같아요...
    그나저나 저런 규칙도 멋있지만 문구를 적어놓은 글씨와 디자인도 참 예쁘고 멋있어요...
    그리고 저런 규칙을 정한사람들과 잘 지키는 사람들, 서로 고마워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기분좋게 느껴집니다...

    • 토닥s 2013.02.05 01: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스토케는 보기에도 끌고다니기 만만해보이지 않습니다.ㅎㅎ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의 평균적인 소득을 고려해볼때 꽤 비쌀텐데 거 참. 궁금 & 신기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나 시설투자에 인색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런 시설이 장애인은 물론 유모차, 노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좀 넉넉해지면 좋겠네요. 나도 언젠간 부모가 되겠거니, 나도 언젠간 늙겠거니 하면서요. :)

  4. 엄양 2013.02.05 08: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리집에 놀고있는 에르고 아기띠 있다
    대여 및 증여가능^^
    준수 쓰던거

    • 토닥s 2013.02.05 18: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대여 및 증여 예약!
      앗싸! 한국갈 때 짐하나 줄였다. 흐흐.
      요긴하게 쓰려면 한국가자말자 너네집부터 방문해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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