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리의 변화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교육 시키거나 훈련 시키려 들지 않고.  그런데 지비는 다르다.  끊임 없이 누리의 행동과 변화를 관찰한 다음, 규칙을 찾아내거나 규칙을 만들려는 스타일.  시작은 그랬다.


실험 1


누리가 태어나고 집으로 온 뒤 지비와 함께 보낸 2주.  어느날 지비가 대단한 발견을 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누리에게 우유를 주면 바로 변을 본다는 것.  태변을 하루에 몇 번씩 볼 때였으니까.

실제로 그랬다.  누리에게 우유를 주면, 그 양이 많건 적건 마치 장이 입에서 항문으로 일자로 만들어진 것처럼 좌륵 태변을 보곤 했다.  그 규칙에 대응하기 위해 우유를 준 뒤, 누리가 변을 본 다음 기저귀를 갈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유를 먹은 뒤 잠들지 모르는 누리를 위해 우유를 주기 전에 기저귀를 갈곤 했는데 말이다.


실험 2


하루에 열번쯤 기저귀를 간다면 8번은 내가, 2번은 지비가 갈았는데 지비는 자신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벗길 때마다, 그 때에 맞추어 누리가 소변을 본다고 생각했다.  혹은 기저귀를 바꾼 다음 누리가 소변을 보거나.

나는 그저 타이밍을 잘못 맞춘 것뿐이라고 이야기해도, 지비는 누리가 자기를 골탕 먹인다고 생각했다.(- - );; 

버럭 화를 내기도 해서, 그것 때문에, 아기에게 버럭 화낸다고 말다툼을 한 적도 있다.  정말 우연일 뿐이데.
그래서 지비가 생각해낸 대응 방안은 기저귀를 슬며시 벗기는 시늉을 한 다음 다시 채운다.  누리가 기저귀를 갈았다고 착각하게끔.  그런 다음 10분쯤 지난 뒤 기저귀를 갈곤 했는데, 정말 그런 규칙이 있었는지 지비의 시늉 다음 누리가 소변을 보면 "봤지?"하면서 지비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실험 3


침대에 누리와 함께 뒹굴다 보면 누리는 꼭 침대의 가장자리로 기어가곤 했다.  나는 기겁을 하고 누리를 잡는 반면, 지비는 떨어져봐야 안다면서 관찰만하고 사고(?)를 방관했다.  훈련을 시킨다면서.  그 결과 침대에서 몇 번 떨어졌다.  지비가 버젖이 옆에 있는데도.  그 때마다 나는 버럭하고.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있고서 웬만해선 누리가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자리에서 아래를 빤히 쳐다볼뿐.  물론 가끔은 균형을 잃어 떨어지는 일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무조건 가장자리로 돌진하지는 않는다.


그 밖에도 크고 자잘한 지비의 육아실험들이 있었는데, 대체로 때마다 분쟁의 이유가 되곤 했다, 기억이 안나네.




이건 실험이라기보다 훈련이지만, 최근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서 누리는 혼자서 젖병을 쥐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비의 훈련.  뭐, 이런 건 애가 크면 저절로 되는 거 아닌가 하는게 내 생각이지만, 지비는 무척 뿌듯해하고 있다.


지비가 자신의 사생활(신체)보호를 위해 지워달라고 했는데, 뭐 그닥.(^ ^ );;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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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양 2013.09.04 07: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실험 1번 이건 딜레마였는데...먹고 싸는건 신체구조상 당연하던 시기였고, 먹고 싸고 기저귀를 갈면 효과적이나,대신 잠이 들면 기저귀 갈다가 깨울수도 있어서,,늘 딜레마였던거 같다
    근데 이건 아기가 금새 크면서 금새 해결되는 딜레마였고

    실험2번,,,남자아기들은 기저귀를 갈려고 열면 어김없이 물총울 쏴서 엄마옷과 이불까지 오줌에 젖게 하는 일이 다반사. 나는 그 이유가 ,,기저귀를 벗기면 갑자기 온도차이가 생기면서 소변을 자극하게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지비처럼 살짝 열어보고 덮어놓으면 아기가 쉬를 한번더 하고 이후에 갈아주면 기저귀를 좀더 오래 쓸수 있었다.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젖병혼자 들고 우유먹기는 어떤 육아책에서는 하지말아야 할 것중 하나로 나와있다. 젖병의 주도권을 아기에게 넘겨주면, 나중에 젖병뗄때 아기는 자신의 것을 뺏긴다고 생각해서 저항이 크단다,,,
    돌이 되는 시점에 젖병은 바로 떼 주는것이 젤로 좋아~~

    훈련도 필요하고 이해도 필요하고,,육아는 한가지 방법만으로는 안되는거니까,,^^

    • 토닥s 2013.09.04 10: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젖병의 주도권'ㅋㅋ
      뭐 아기랑 권력다툼도 아니고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안되는 건 절대로 안되지만.( 또 사실 사람 사는데 '절대로' 안될일이 있겠냐만은)

      젖병을 돌 전후에 떼는 게 계획이었는데 쉽지는 않겠어. 요즘도 계속해서 컵으로 분유 마시기를 하지만, 저도 젖병이 훨씬 편한거지.
      내가 돌 전후 해서 젖병을 떼려고 했던 건 그때가 젖병 교체 시기라 새로 사지 않고 딱 끊으려고 했지.ㅋㅋ

      근데, 여긴 두돌까지도 아기들이 젖병 많이 문다. 기저귀는 세돌까지만 떼면 된다는 정도. 아기들 스트레스 주지 않기 위해서. 여긴 이것보다 중요한 게 없다.

  2. 프린시아 2013.09.05 16: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실험2번을 보니 그 말이 생각나요. "새 술은 새 부대에." 찝찝하던 게 사라지고 폭신폭신 해지니까 용변보는 게 더 좋아져서 그런게 아닐까요 ㅋㅋ

    그리고 실험3. 저도 같은 상황에서 신랑분하고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방관했을 거 같아요, 아파봐야 안다며 ㅋㅋㅋ 뭐랄까 경험을 통한 빠른 학습에 대한 신뢰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걱정은 되니까 일단 방관해두고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받는 것도 좋겠군요. 받다가 더 다칠 수도 있지만요..

    • 토닥s 2013.09.05 2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새 기저귀니까 기분이 좋아 그런게 아닐까..하고 말했답니다. ;)
      그런데 떨어져봐야 무서움을 안다는 건, 남자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때 떠오르는 옛말씀.. X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는. 점점 선명해지는 건 아이 기르는덴 어떤 일반성도 없지만, 그래도 아이는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3. gyul 2013.09.08 17: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사람마다 다르긴하겠지만 남자와 여자의 관점의 차이같은게 느껴져요...
    어떤게 옳고 어떤게 그르다 할수는 없지만 두분의 관점에 따른 장점들이 모이고
    그런 일들을 통해 누리는 잘 자랄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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