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뜸하다 싶으면 그건 바쁘다기보다 누리가 아프다는 신호다.  며칠 간의 감기 투병(?)을 뒤로하고 누리를 학교에 보내고 며칠 간 먹거리를 사들고 집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오래된 음악을 골랐다.  하긴 영국까지 끌려온 CD들은 다들 오래됐다.  음악을 들으며 할 일을 하려고 했는데 일시정지 상태로 한참 동안 음악만 들었다.



그럴 때도 있었다.  이 CD의 한 곡을 하루 종일 무한반복해서 듣던 시절(思い出の風 Omoide No Kaze).  그 때가 생각나네.  몸은 제약이 많아도 영혼은 자유로운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


아침에 장을 보면서 커피 두 봉투를 샀다.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 안에 커피 냄새가 가득했다.  그 냄새를 더 많이 마시려고 깊이 깊이 숨쉬면서 '커피 냄새 하나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믿어야지.


+


얼른 커피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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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가 학교 병설 유치원에 들어가고 여유가 생긴 건 분명하다.  그런데 학교생활 일주일 후 지난 주 아파서 이틀 결석, 이번 주 아파서 하루 결석을 하니 그 여유도 아직은 들쭉날쭉 그렇다. 
그 들쭉날쭉 틈을 겨우 맞춰 오랜만에 친구 A를 만났다.  어젯밤 내린 비로 공기는 상쾌하고 오늘 날씨는 맑아 좋아 걷기도 좋았다.  누리랑 오면 다소 먼 거리라 부담스러운 길을 골라 큐가든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리고 큐가든에 갈 때면 늘 지나기만하고 들어가보지 않은 찻집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크림티 - 티와 스콘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는데 티 대신 커피도 가능하다고 해서 시켰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이 티를 내온, 다소 불친절하고 비싼, 하지만 그 집에서 구운 작은 스콘이 너무 맛나는 집이었다.  The original maid of honor - 다음에 손님이 온다면 꼭 다시 갈 것 같다.




정말 가을가을하는 하루였다.




그리고 누리는 친구 A에게서 늦은 생일 선물을 받았다.  나도 8월에 지나간 생일 선물을 받았다.  '한가위만 같아라'는 한가위가 코앞이라 그 넉넉함을 미리 당겨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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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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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둔 언니가 아들 셋이라고 이야기할 땐 웃었다.  얼마 전 다녀간 친구도 역시 아들 둘인데 그 비슷한 말을 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젠 그 말에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고 보니.  여러가지 면에서 지비의 어깨에 많은 짐이 지워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은 주로 내가 끌고 간다.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점에서 지비는 본인이 우리 가족의 보호자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가끔/자주 보호자의 보호자, 아니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이라며 수 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좀 피곤한 건 사실이다.


여행을 하게 되면, 새로운 곳의 정보가 둘에게 있건 없건 방향을 잡고 결정을 하는 건 내 몫이다.  특히 밥을 먹는 것은 물론 커피를 마시는 것도.  요령있게 여행하는 친구 부부를 둔 언니는, 여행 경험이 많은 그들 부부에게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걸 신기해했다.  특히 먹고 마시는 일에서.  여성들이 언어나 요리재료를 잘 알아서 그런건가 하고 되묻기도 했는데, 그런 면도 있긴 하다.  거기다 배만 부르면 되는 남성들과 달리(요리 재료 이름 따위는 기억할 필요가 없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하는 건 주로 여성이니까.  나도 그런 1인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메뉴판을 보면 정신이 없다.  누리 먹을 것도 시켜줘야하고, 내가 먹을 것도 골라야하고, 어떨때는 지비가 먹을 것도 의견을 줘야한다.   주로 우리가 가는 식당들이 일식당, 한식당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하기는 하지만, 이번 여름 폴란드에 가서도 종종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번엔 더 복잡했다.  폴란드어로 된 메뉴판을 가족들이 궁금해하면 영어로 물어보고, 폴란드어를 지비가 보고, 영어로 알려주면, 내가 한국어로 풀어줄 수 있는데, 지비가 폴란드어를 알아도 그 식재료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를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거기다 온가족이 메뉴판에 집중하고 있으니 누리는 이것저것 요구하며 저도 한 목소리 더한다.  보글보글 끓다가 부글부글 끓어오른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쩌겠나, 내 숙제인걸.  그래서 좀 바꿔보기로 했다.


보통은 밖에 나가면 내가 먹을 걸 주문하러 가고, 지비와 누리가 앉아서 기다린다.  문제는 내가 가면 누리가 나를 따라오려고 해서, 같이 가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지비에게 주문과 계산을 시킨다.  이제 익숙한 곳에서 주문과 계산은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주말 시내에 나가서 늦은 점심을 새로 문을 연 Japan Centre에서 먹기로 했다.  주말학교를 마치고 온 누리는 배고 고팠고, 점심시간의 분주함까지 더해져 정신이 없었다.  스시와 김밥이 든 작은 도시락을 각자의 취향에 따라 하나씩 고르고 우리는 앉을 자리를 찾을테니 지비에게 메뉴판에서 본 새우튀김우동을 사오라고 했다.  정말 복잡했지만 애 딸린 나를 불쌍히 여긴 한 가족이 일어서면서 멀찍이 서 있는 나를 불러 빈 자리를 넘겨줬다.  자리를 정리하고 한참만에 나타난 지비는 빈손이었다.  긴 줄을 기다린 뒤 주문과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 앞에 섰는데 우동이 없다는 거다.  Japan Centre에 우동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없을리도 없지만 없으면 뭐라도 애가 먹을 걸 사와야지 빈손으로 오면 어떻게 하냐고 화를 내고 일어섰다.  보통은 누리가 나를 따라 나서는데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자기가 고른 새우가 올라간 스시를 먹고 있으라니 그런다고 한다.  마침 한 차례 긴 줄이 쓸고 간 뒤여서 그랬던지, 주문과 계산하는 곳이 텅 비어 있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우동이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비가 먹을만한 차슈가 든 라멘과 누리와 내가 먹을 수 있는 채소 라멘을 사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우동이 다 떨어졌다는 걸 영어로 설명하지 못한 직원의 몫인지, 이해하지 못한 지비 몫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묵직한 분위기에서 점심을 먹었다.  반쯤 체했다.  그래도 중단해선 안된다고 혼자서 다짐한다.



점심을 먹고 누리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나도 매장에선 못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니 누리가 들어오면서 윗층에 있던 입구에서 봤단다.  지비에게 가서 사오라고 했다.  평소 지비 같으면 한 번은 나가면서 가자고 했을텐데 나의 화가 식지 않은 시점이라 두 말 않고 혼자 가서 사왔다.  말이라도 잘 들으면 됐다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누리가 혼자 먹을 저 아이스크림을 4파운드나 주고 사왔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속으로 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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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22 17:0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Boiler 2017.09.23 09: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희 집도 가끔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

    • 토닥s 2017.09.25 05: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진심 남편들에게 궁금한데요) 왜 그럴까요? ㅎㅎ

      어제는 아이가 주말학교에 간 사이 발코니 유리창 청소를 하면서 발코니에 키우는 토마토를 다 따버린 남편. 토마토에 물주고 따서 먹는 건 딸의 즐거움인데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식탁에 놓인 토마토를 보고 울고불고..ㅠㅠ

요즘 누리는 오트밀 포리지(죽)에 빠졌다.  그 바쁜 아침에도, 한 숟가락이라도 먹어야 한다.  그래서 커피를 내리면서 오트밀 포리지도 끓여내느라 바쁘다.  우유와 끓이며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간단하지만, 쉽지 않고, 그러나 든든한 식사다.
 
폴란드에 여행을 가서도 누리가 먹을 마땅한 음식이 없어 제대로 끼니를 채우지 못하면 까페에서 포리지를 사주곤 했다.  폴란드에 들어간 영국 커피 체인에서 영국 까페에서 먹던 포리지 그대로 먹을 수가 있었다.  거기서인가 비행기에서인가 포리지를 시키고 받았던 꿀을 지금도 먹고 있다.  한 2주쯤 먹고나서 며칠 전 발견한 글귀.

Life is sweet.

그렇다고 믿어야지 어쩌겠나.  쓴 에스프레소를 입안에 털어넣고 삶은 달달하다고, 그럴꺼라고 희망하며 우산을 펴들고 까페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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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31 09: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8.31 21: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어서오세요. 조용한 블로그를 보며 역시 아이둘은 스케일이 다를테지..하고 생각했어요.

      가까이 살면 제가 달달구리 싸들고 가정방문이라도 갈텐데 마음만 보냅니다.

      저희는 방학을 맞아 느슨하지만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특별히 중요한 일들은 없지만 매일매일 나가 놀아요. 그 덕에 저도 조금 방전된 기분이긴 하지만 다음주면 개학이니 마지막 에너지를 짜내고 있습니다.

      마음도 몸도 잘 챙기시구요. 더위가 물러가면 가을 햇살 듬뿍 받으세요. 멀지만 마음은 늘 응원합니다.

  2. 2017.09.02 08:4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정말 폭풍 같은 2주였다.  작은언니가 2주 전에 오고 며칠 뒤 큰언니와 형부가 왔다.  그리고 다함께 폴란드에 다녀왔다.

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빠듯한 일정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고, 그 못지 않게 35도에 가까운 폴란드의 기온도 큰 어려움이었다.
다양한 여행의 경험과 방법, 그리고 기대치를 조율하는 게 또 하나의 어려움이었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끝낼 수 있었던 여정이었다.

사실 여행에는 다양한 방법/기대가 있으니 기술이라는 건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방을 싸는 것에는 기술이 필요하긴 하다.
나의 경우는 누리가 생기기 전과 후 여행이 확연히 다르다.  물론 그 전에도 저질체력으로 부지런한 타입은 아니었지만.   더 느려졌고, 더 간단해졌다.  아이 짐으로 여행 가방은 더 커졌지만.  그러면서 또 다른 것을 보게된다.  대부분은 아이 뒤꽁무니를 쫓느라 또 다른 것을 되새겨볼 여력도 없지만.

공항에서 누리는 또 한 번의 헤어짐을 겪었다.  그렇게 물리적으로 한국과 이곳의 거리를 알게 될테다.  슬픔과 아쉬움을 통해 마음의 거리만큼은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건 내 욕심이다.

+

이모들과 이모부를 떠나보낸 공항에서  할머니에게, 이모들에게, 이모부에게 가는 비행기 표는 언제 사냐고 묻더니, 하루 지나고는 자전거 타러 언제 놀이터 가냐고 묻는다.  그래도 뜬금없이 언제 돈이 생겨 비행기표를 사냐고 묻기도 한다.

이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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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ru 2017.08.21 15: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랜만에 댓글이네요. 가족들의 방문으로 바쁘셨겠어요. 누리 우는 모습이 안쓰럽긴한데 왜이렇게 사랑스럽죠^^ 아이들이 생각보다 정이 많고 감성이 풍부하죠. 마농이도 요즘 페이스톡으로 이모들이나 할머니랑 통화하면 놀러가자고..멀다고 하면..비행기 타고 얼른 가자고 그래요 ㅎㅎㅎ...가족들이 멀리 산다는 게 참 속상한 요즘이네요. 누리 정말 많이 컸어요! 참 예뻐요^^

    • 토닥s 2017.08.22 03: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렇죠, 집이 먼게 어렵죠. 낯선 땅에 사는거야, 사람 사는거야 비슷비슷한데 거리가 멀기도 멀고. 그게 아쉽죠.

      쑥쑥 크는 아이 혼자 보기는 게 전 늘 아쉽고 아깝고 그렇습니다.

      이젠 어느 정도 정착하셨나요? 맛있는 집밥 사진 구경 갈께요.

  2. 2017.08.23 12: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일본의 케이 2017.08.25 07: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공항에서 우는 누리가,,,안쓰럽고 귀엽고,,

    • 토닥s 2017.08.26 07: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3살 전엔 공항에서 울지 않더니 그 이후엔 가족들이 떠나갈 때도, 저희가 한국에 가서 아빠와 잠시 떨어질 때도 늘 울어요. 이제 그 '거리'를 알게 되서 그렇겠죠.

누리의 수두로 조기방학을 시작했다.  짧은 중간방학도 바쁘게 지냈는데 이번엔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방학 전 일주일도, 방학 후 일주일도 누리의 수두로 꼭 필요한 외출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장보기도 지비의 퇴근 길에 꼭 필요한 것을 부탁하거나 온라인 식재료 상점에서 배달을 시켰다.  그래도 이번주는 수두 자국에 딱지가 앉아, 더 이상 옮기지는 않는 상태가 되면서 집에거서 가까운 공원/놀이 나들이를 짧게 몇 번 하기는 했다.  정말 짧게.  비가 너무 자주 쏟아져 갈 수 있는 날도 며칠 되지 않았고 가서도 서둘러 돌아와야 했던 날이 몇 번 있었다.

조용하게 방학을, 7월을 보내고 있다. 

+

아침을 서둘러야 할 일이 없으니 지비가 출근하고 나면 누리와 나는 기상한다.  정말 방학생활 풍경.  주로 누리가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운다.  지비가 혼자서 아침을 먹으며 전날 마트에서 집어온 책자, 주로 신상품 계절상품을 광고하는 책자를 본 모양.  그런데 마침 펼쳐놓고 간 페이지가 -.

"뭘 본거야?"라고 물었더니 "아이스 롤리/아이스크림…"을 봤단다. 

그래 믿으려고 노력할께.

+

그리고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누리 이모 런던 도착.


방학이 휴가가 되었다.  우리는 계속 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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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오고 누리가 과외로 듣던 체육 수업들도 마무리되고, 어린이집도 곧 방학에 들어간다.  다음주를 마지막으로 9월엔 병설 유치원(여기서는 리셉션이라고 한다)로 옮기게되니 방학이 아니라 졸업인셈.
이번주 두 번의 체육수업 데모 수업이 있었고(발표회 격) 오늘은 어린이집의 여름파티가 있었다.  마지막까지 갈까말까 망설이다 다녀왔는데 한 시간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었고, 나머지 한 시간은 다른 부모들(여기서 태어난 폴란드인 이민 2세대인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와서 보람찼다는 지비의 총평.

여름파티가 저녁 6시라 저녁은 어떻게 하나 묻는 지비에게 나는 가서 맥주나 한 두 병 마시고 집에 와서 누리 재우고 라면 먹을꺼라고 미리 말했다.  늦도록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기회가 누리에게 특례라면, 나에게 라면 야식 특례 정도는 가능한 거 아닌가.  내 답에 "으익!"하던 지비 - 끓여놓고나니 한 젓가락 먹는단다.  "먹을래?"하고 예의상 물은 내 탓인가.  라면 끓일 때 안먹는다 하고서 꼭 끓이고나면 '한 젓가락' 먹는다는 사람, 그거 시어머니가 나무랄 때 말리는 시누이인데. 

하여간 행복하게 라면과 기네스 후룩후룩 홀짝홀짝.  여기에 따끈한 커피 한 잔 하면 딱 좋겠다.  그런데 밤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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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7.07.19 21: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 젓가락은 양호합니다. 안먹는다고 해놓고 내 라면냄비를 다 뺏어가는 남편도 있습니다.^^;

    • 토닥s 2017.07.22 07: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그럼 부부싸움 날 것 같은데요. 남편은 생긴 것답게(완전 빼빼) 먹는데 사심이 없어 다행이긴 합니다.

이슬라모포비아 Islamophobia - 이 단어를 귀로들어보고 눈으로 읽어 봤지만 내 입으로 말해본 기억이 없어서 '이슬라모포비아'라고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이슬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이르는 말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주 이 단어는 인종차별적 행동/범죄와 늘 함께 다닌다.

어제 잠시 들은 라디오의 이슈였다.  게스트로 나온 런던 억양의 젊은 남성이 자신의 여자형제들이 히잡을 쓰고 다니면서 받는 압력을 이야기했다.  히잡을 쓰고 다니는 이슬람 여성들은 인종차별적 행동/범죄의 희생량이 되기 쉽다. 구분이 쉬우니까. 이슬라모포비아 피해자의 거의 100퍼센트가 여성이라는 게스트의 설명.  사실  이슬람 남성도 구분이 어렵지는 않다.  이게 요즘 말하는 '여혐'과 연관은 없을까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이슬라모포비아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기타쿠슈 재일조선학교를 방문했을 때 우리가 영화 우리학교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학생들은 평범한 교복을 입고 있었다.  가해를 당할 위험이 있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다.  한복을 연상시키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게 영화 박치기 배경이된 시절이나 지금이나 같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행히(?) 그때는 여혐이라는 단어가 없었으므로 제노포비아 Xenophobia - 이방인 혐오다.

나와 다름을 앞세워 미워하고 괴롭히는 건 언제 없어질까?  다른 것을 두려워하는 건 동물적 성질에 더 가까운 것일까.  그럼 우리 모두는 언제 이성으로 다른 것을 포용할 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오늘 유독 이슬람을 향한 인종차별 범죄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달 말 동쪽런던에서 두 명의 이슬람인에게 산을 뿌려 화상을 입힌 범죄가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이슬람인이 피해자가 되면 왜 테러/공격 attack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분명한 건 이슬라모포비아와 제노포비아는 한 가지다.  내가 이슬람이 아니라고 그냥 두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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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살다 한국에 가면 '내 얼굴에 이렇게 잡티가 많았나', '내 얼굴이 이렇게 검었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두 가지 모두 사실이다.  얼굴에 잡티도 많이 생겼고, 얼굴도 검어졌다.  없던 사실도 아닌데 그 사실이 한국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한국의 밝은 실내조명 덕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도 요즘은 형광등을 넘어 이른바 LED등이라는 걸로 집집마다 바꾸니 더 밝아진 한국.  그 LED등에 비친 내 얼굴은 더 말할 수 없이 추레..하다. 

우리집에 온 언니는 집이 어둡다고 하지만, 영국에 사는 지인들은 집에 오면 한국처럼 밝다고 한다.  우리집도 절전 LED등이긴 한데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하얀 색이 아니라 warm white라는 색이다.  내가 고른 색이 아니라 집이 그렇게 지어졌다.  전구 하나가 12파운드가 넘는다.  그나마 방이나 거실 공간은 나은데, 욕실의 경우는 4~6개월 단위로 갈아줘야 하는 전구가 4개다.  습기 때문에 광고하는 것만큼 수명이 길지 못한듯.  전체가 잡설이지만, 여기서 잡설은 접고.

환하게 해놓고 사는 한국사람들은 그 환한 등 아래서 잘 본다.  보이는 것은 잘본다.  모양, 외모, 색깔.  장점이라면 장점인데 가끔은 그런 것'만' 잘보고 그 내면, 혹은 과정은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

얼굴 피부에 문제가 생겨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피부과에 다녔다.  일년도 넘은 문제인데, 지난 번에 한국에 다녀갈때만해도 비비크림 같은 걸 발라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은 것 같다.  봤는데도 말하지 않았는지도.  이번엔 마음먹고 피부과를 찾았다가 '구순주위염'이라는 병명을 들었다.  나이들면 생기는 병이라기에 내가 크게 "네?!"하고 짧게 답하고 물었다.  덧붙인 의사의 설명은 일명 화장독인데, 젊은 사람들은 회복이 빠른데 나이가 들어 회복이 더딘 것이라고.  치료가 짧게는 6개월 혹은 몇 년을 간다고.  이 말은 전해들은 가족들은 (기분이 상한 것인지) 당장 다른 병원을 가라고 했다.  하지만 털털하고 직설적인 피부과 의사가 맘에 들어 오기 전까지 계속해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라고 해봐야 증상이 심하면 항생제를 처방받고, 평상시엔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며 증상을 살펴보는 정도.  의사가 색조화장은 하지 말고 기초화장품도 아토피용 화장품으로 바꿀 것을 권했다.  순한 것으로 바르라는 것이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는 것이 좋지만, 현대인이 그럴 수 있겠냐며 최소화해서 바르고 모자를 쓰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큰머리 때문에 잘 쓰지 않는 모자도 한국을 떠나오며 하나 사왔다.

그렇게 해서 기초화장품과 선크림만 바르기 시작한 게 3개월.  참 편하다.  그 전에도 그 이상이라고 해봐야 그 위에 비비크림+파우더 또는 선물받은 에어쿠션+파우더 정도였지만.  그런데 참 볼품은 없다.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열 명 중에 5~6명은 첫마디가 "얼굴이 왜 그래?"였다.  잘지냈냐는 인사도 없이.  그 나머지는 잘지냈냐는 인사 뒤에 바로 궁금해했다.  궁금해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 둘은 있었던 것 같은데, 주로 남자들. 
그러면 털털하고 직설적인 의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반복해줬다.  하도 여러번 말하다보니 나중엔 조리있게 줄여서 전달할 수 있게도 됐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아 한국은 이런 곳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오고 며칠이 지나 누리 어린이집에 있는 유일한 다른 한국엄마를 만났다.  그 한국엄마의 첫말이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요?"였다. 
한국이라는 땅이 그런 게 아니라 한국사람들이 그런가 싶다. 

+

지난 주 이 피부 문제로 보건소 격인 GP를 찾았다.  웬만한 병은 진통제/해열제인 파라세타몰 Paracetamol만 줘서 지비와 내가 늘 웃고 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다른 방에서 진료하고 있는 의사를 부르더니 같이 의논하고는 Lymecycline이라는 약을 처방해주었다.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여드름 치료에 쓰는 테트라사이클린 tetracycline이라는 약의 대체/대용 약이었다.  일종의 항생제인듯한데, 항생제 처방에 인색한 GP가 8주치나 처방해줘서 놀랐다.


GP에 갔다는 걸 안 지비가 "왜 이번에도 파라세타몰 주드나?"하고 물어서 "8주치 항생제를 주는데?"하고 답해줬더니 깜짝 놀라, 그 약 먹어도 안전한 거 맞냐고 걱정을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방받은 비스테로이드계 연고 사용을 중단하고(그런데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아토피 치료 연고) 이 약을 먹기 시작했다.
사실 이 약을 먹기 시작하는 무렵 날씨가 무척 더워 평소와 다르게 물을 엄청 마셨다.  그 때문인지 피부가 조금 편안해졌다고 느꼈다.  연고를 바르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던 시점이었고, 얼굴에 있던 붉은 점들도 사라진듯 보였다.  적어도 영국의 어두운 조명아래서는.  한국에서 받아온 연고사용을 중단하니 붉은 점들이 다시 생기기는 했지만, 일단 불편함이 없어 8주간 이 약을 계속해서 먹어볼 생각이다.

막을 수 없는 세월을 약이 이기나 한 번 해보는거지.

(이런 약 사용해보신 분 조언 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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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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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8 12:1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6.29 00: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흰머리는 저도 당연히. 그것도 한국가서 참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납니다.ㅎㅎ
      저도 여기선 추레..하게 살다가, 추레..한지도 모르고, 한국가면 미용실 먼저 가곤 했는데요. 비싸기도 하고, 여기서 계속 현상유지가 안되니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번엔 머리만 자르고 왔어요.
      처음엔 하나 둘 늘어나는 흰머리에 화들짝 놀라고, 그런 저를 보는 사람들도 화들짝 놀랐는데요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니 흰머리가 많이 안보이는 느낌적 느낌. 그러다가 한국가면 흰머리가 너무 잘 보이더란 불편한 진실.ㅠㅠ

      그렇게 하려구요. 사람들이 나한테 해줄 말이 참 없나보다, 나랑 할 이야기기 없다고 생각하니 보이는 것만 이야기 하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이는 것 말고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려구요. 외모 따윈 떠오를 겨를이 없게끔요.

      같이 힘내요! :)

  2. 2017.07.03 21: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7.03 23: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좀 그렇죠?

      참 잘가꾼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러울때도 있는데요, 그것만 중요시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사실 여기는 가꾸고 싶어도 비싸서 엄두가 안납니다. 시간은 핑계고요.

      그러니 내 안을 더 가꾸겠다는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기로 합니다. :)

  3. 유리핀 2017.07.04 13: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도 저 긴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근데 얼굴이 왜 그래?"라고 물었던가 아닌가가 생각이 안나;;; 의사가 아토피용 크림을 쓰라고 했대서 한국에서 만든 크림을 추천했더니 구하기 쉽게 영국에서 살 수 있는 것으로 찾겠다는 답까지 들었는데 말이죠.
    참... 저도 생각없이 말하는군요. 제가 한 말 중 쓸데없는 것은 ('네가 뭘 안다고. 참..' 이렇게) 콧방귀 뀌며 날려버려 주세요.

    • 토닥s 2017.07.05 04: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첫 말은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는 인사 아니었을까. 동굴파지 마시게.ㅎㅎ

      이곳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바꾸고 한 일주일은 아파서 고생했는데, 지금은 약을 먹기 시작하던 즈음 정도로 호전됐어. 약을 끊으면 어떻게 될까 싶고, 여름이라 햇빛에 과민반응하게 된다는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지. 나아지겠지. 그래야지.

다른 블로그랑 달리 도움될 정보가 없는 블로그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려보는 런던 키즈 위크 Kids week.

http://www.kidsweek.co.uk

작년에 알게 된 두 아이 맘 J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런던에 살아도 뮤지컬을 본적이 없다.  처음엔 봐도 못알아들을꺼란 (소심한) 마음에 도전해보지 않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시간도 돈도 허락하지 않아 시도해보지 않았다.  누리가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고 '방학'이라는 걸 주기적으로 맞게 되면서 '이번 방학에는 뭘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30분짜리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반년 간 어둠 속에 견디는 훈련(?)을 거친 다음 누리와 한 시간짜리 공연은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됐다.  자주는 아니라도 기회가 될때마다 공연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아이들 보는 공연은 보통 10파운드 내외지만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름있는 공연들은 런던에 살아도 선뜻 보여주기 어려운 가격이다.  갔는데 아이가 견디지 못해 도중에 나와야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공연들이 아이를 위해서 디자인되지 않아서 그런것이다.  경험해보니 이런 문화생활도 '경험'이고, '훈련'이고, '교육'인 것 같다.  누리처럼 어린나이는 주로 훈련.

하여간 훈련되고, 교육된 아이들에게도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이 '런던 키즈 위크'인 것 같다.  8월 공연 성인 1명 예매하면 어린이 1명이 무료다.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어린이는 11세 이하일듯.

이 프로그램을 소개해준 J님은 아이가 무료라 그만큼의 비용을 더해 좋은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했다고 한다.  좋은 생각.

8월 공연이 해당되지만 이 런던 키즈 위크의 예매는 내일 6월 13일(화) 영국시간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6시.  듣자하니 예매가 치열하고 어떤 공연은 온라인으로 되지 않고 극장에 전화를 해야한다고.  8월에 아이 데리고 런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한 번 도전해봐도 좋을듯 하다.

+

8월에 라이언킹을 보려고 지난주에 예매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누리가 무료지만, 당시에 있던 좌석이 런던 키즈 위크 예매 개시일까지 남아있을지 의문이었고, 그 치열한 경쟁에서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제돈 주고 예매해버렸다.  대신 집에서 가까운 극장에서 진행되는 어린이 공연은 도전해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서 해야지.

+

뮤지컬마다 추천연령이라는 게 있는데 그야말로 추천연령일뿐이다.  하지만 그 나이에서 너무 벗어나면 아이가 이해하지 못해, 지루해하는 아이를 데리고 도중에 나와야할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 참고하는 게 좋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뮤지컬들은 만 3세 미만은 아예 입장이 안된다.   영국은 관용적인 나라임은 분명하지만 '대충'은 통하지 않는 나라니 만 3세 미만 아이를 데리고 큰 돈 건 모험은 하지 마시길.

(사이트엔 '키즈 위크'라고 나왔는데 '런던 키즈 위크'라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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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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