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 한국에서 '하하호호' 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런던이다.
지난 19일 토요일 오전 2시간 동안 내린 눈으로 21일 화요일 오전까지 런던 히드로 공항이 문을 닫았다.  극히 제한적인 비행기가 뜨기는 했지만, 사실상 거의 99%의 비행기가 취소됐다.  그 중에 월요일 아침 내가 타야할 비행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토요일 2시간 동안 내린 눈은 10~15cm의 눈이라고 했다.  그 눈이 나의 한국행에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문제는 추운 날씨때문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데 있었다고 한다.

토요일 하루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런던에 눈이 오면서 버스나, 지하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일요일엔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도로엔 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고, 자전거도 다니고.  그런데 왜 비행기만 못다니냐는 것이다.

듣기론 축구경기장의 푸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서 히팅 시스템을 설치하는 나라가 영국이다.  왜 비행기 활주로엔 그런 시스템이 없냐는 것이다.

월요일 거의 잠을 설치고 집을 나서기 전 공항 홈페이지에 접속해 우리가 탈 비행기를 확인했다.  한 두대의 비행기가 뜨고 있었고, 우리 비행기가 취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지 한 시간이 안되서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 사이 비행기가 취소되어 있었다.  항공사의 직원 말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착륙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는 헬싱키에서 와 사람들을 내려놓고 다시 헬싱키로 가는 비행기였는데, 헬싱키에선 사람들을 태웠다가 다시 내렸다는 설명.  그래서 그걸 위로라고 내게 이야기하는데, 거 참 내가 영어를 잘 못했기로 망정이지.

허탈에게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길 한가운데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서 집으로 돌아와 한국 갈 비행기를 한 시라도 빨리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서둘러 돌아왔다.  우리가 공항을 나설 무렵엔, 공항 건물 입구에서 아예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공항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공항 건물에 더이상 사람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건물에도 못들어가게 한다는 게, 이 추위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냉정한 것들.

사실 공항 안은 완전 아수라였다.  깨끗한 화장실이 놀라울 정도였는데.  우리는 돌아올 집이, 비록 방 한칸이지만, 런던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시 예약한 비행기의 날짜까지 공항에서 기다려야했던 것이다.

런던에 오래산 한 지인이 한국의 겨울을 본지 십년 이상됐다는 말을 흘려 들었는데, 이런 일을 겪고나서야 다시는 겨울에 여행을 계획하지 말아야겠다는 아픈 교훈을 남긴 셈이라고나.

월요일은 한 없이 우울했는데, 내일이면 다시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 결 가볍다.
곧 봐요, 모두들. 


이 동영상은 토요일 눈올때 내가 사는 방에서 찍은 것.  그래, 우린 옥탑방 산다.(i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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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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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은 디카페인커피는 가짜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카페인없는 커피는 앙꼬없는 찐빵이라면서.

나도 커피라면 잘 알지는 못해도 둘째가면 서러워할 애호가였는데, 이런 말 하긴 싫지만, 나이가 들었는지 하루에 2잔 이상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마실 수는 있지만 잠을 이루기 어렵다.  예전엔 따듯한 커피를 커다란 머그에 가득 마시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던 나인데. 
그 사이 심장 때문에 카페인을 줄이라는 의사의 권고도 있었고, 괜히 약한척, 그 권고 뒤엔 특히 2잔 이상의 커피가 부담스러운 것도 같고 그래서 커피와 홍차를 합해 2잔 이상을 잘 안마신다.
그래도 부슬부슬 비 자주오는 이곳에 있다보니 비오고 쌀쌀하기만 하면 커피가 땡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디카페인 커피다.
얼마전에 커피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갔다가 눈에 보여서 하나 사왔다.  그날밤 당장 커피를 드리퍼에 내려 마셨다. 디카프니까 낮에 커피를 먹었어도, 밤이라도 괜찮을꺼야 그러면서.
그런데 맛이, 맛이, .. 영 아닌거다.  인스턴트커피를 쉽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맛이 인스턴트커피맛이었다.  잉..
커피의 풍미가 없다고 해야하나?  팩을 열었을때 확 풍기는 비릿한 커피향을 좋아하는데, 팩을 열어도 별 향이 없다.
그래도 계속 마시다보면 이 맛도 적응이 될까?  그러기를 기대해야지.

지금 마시고 있는 홍차를 다마시고 나면 그것도 디카페인으로 바꿀 생각이다.
그나저나 디카페인 커피가 정말 카페인이 없긴 한건가?  최소한 적기라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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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9 16: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0.12.23 04: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이 글을 못보고 선배 블로그를 먼저 봤어요.
      부산이라고요, 그럼 제가 병문안 갈께요.
      저도 사정이 생겨 아직 런던입니다. 부산가는대로 전화라도 드릴께요. 몸조리 잘하시구요.

 

좀 이르지만, 이 광고 너무 좋다.  그래서 미리 Merry Christmas.  여긴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로 들썩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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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경로로 받은 포O샵이 말썽이다.  그래서 무료 이미지 편집 툴을 찾았다.  예전에 지비가 일러준 것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거다.  그냥 ''web photo editor'라고 검색하니 나오네.  뭐라고 불러야 하나, '픽슬'?

보는 것과 같이 포O샵과 거의 툴이 같다.  해상도 같은 자세한 옵션을 설정하는 것은 없지만, 아니 어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건 다 있다.
웹으로 운영되는거라서 뭘 설치해야 하는건 없다.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미디어로 옮겨가는 것도 간단하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할때 아예 페이스북에 옮겨 넣을 수 있는 것 같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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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g 2010.12.15 09: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아좋아.^^ 급하게 포토샵 필요할때, 딱이겠는 걸~! 좋은 정보 감솨~~!! tg

canon AE-1, Ilford HP5

 

오랜만에 필름.

더군다나 흑백.

더군다나 필름현상까지.

다음엔 인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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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른바 한국형 회식이라는 걸 했다.  약간 어려운 어른들(한국인)과 동석하여 저녁식사를 하는 그런 자리.

요즘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기관의 리더가 또 다른 인턴 부부와 싱글녀인 사무처장님 그리고 지비와 나를 한국식당으로 초대했다.

한국형 회식이라는 형태의 모임은 한국에 있을때도 싫어하고 끼기 싫어하는 자리지만, 단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첫번째 이유는 지비에게 내가 일하고 있는 기관,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지비 혼자 외국인이고, 이 땅에서 우리모두 외국인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안되는 영어를 해야해서 주저하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두번째 이유는 회식에서 회를 먹을 수 있다기에-. ( i i)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유쾌한 자리는 아니었다.  한국식당에 자리를 잡다보니, 워낙 발 넓은 분들과 함께 하는 식사다보니, 오가는 사람들이 인사하느라 바쁘고.  식사 시간이 되어서는, 갑자기 여러사람이 동석했다가, 식사만 하고 가기도 하고.  모두들 한국말만 하고.  정신없고, 바늘방석 같은 자리였다.

 

더군다나 대부분이 서울출신인 사람들이 맛있다며 먹는 회가 질과 양이 내 성에 차지 않았다.  특히 양면에서.  회만 배불리 먹던 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삼켰다.
나는 사실 매운탕도 생선구이도 잘 안먹는다.  그런데 회에 이어나온 매운탕과 생선구이를 꾸역꾸역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집에 와선 입안에 가시지 않는 냄새때문에, 이런 이유로 끓인 생선과 구운 생선을 안먹는거다, 속이 거북했다.  오늘 아침 만난 다른 인턴 언니는 어제 잘 못먹는 것 같더라고 괜찮았냐고 물어본다, 나름 꾸역꾸역 먹었건만 남보기엔 그도 아니었나보다.

 

한국형 회식의 교훈, 다시는 기대하지 말자.(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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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ini 2010.12.16 00: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난 그럭저럭 한국형 회식문화에 이제 적응이 된 탓인지
    집에 도망가기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쓱슥 삼겹살도 배불리먹고
    아저씨들과 수다도 떨면서
    슬슬 배불러지고 술취한사람들이 생기기전에
    미리 가방을 빼돌리고 도망나오는데 ~ ㅋㅋ

YES24 - [국내도서]경계에서 춤추다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서경식, 타와다 요오꼬(2010). <경계에서 춤추다>. 창비.

 

신문에 실린 서경식의 칼럼을 무척 진지하고, 꼼꼼하게 봤었다.  어떨때는 이해될때까지 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가면서까지.  물론 그건 번역된 칼럼이었지만.

그렇게 읽을만한 글, 생각할만한 거리를 그는 늘 던져주었다.  그런데도 막상 한국에 있을땐 그의 책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  신문에서 봤던 글의 모음이라 생각해 구매, 독서라는 행위까지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곳에 옮겨 살게 되면서 조금은 '억지'로 그의 책을 읽고 있다.  '억지'라고 표현한 이유는 재능도 없는 미술이야기가 대부분인 책들이라서 그렇다.  사실 그가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볼려고만 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한국과 비교해서, 정작 내가 그의 책에서 읽고 있는 내용은 미술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무심결에 혹은 작품과 작품 사이에 혹은 작품과 그 사이에 흘러나오는 그의 지난 인생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작품에는 현실(지금은 과거가 됐지만)과 이어주는 어떠한 이슈들이 있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우리 현대사의 일부분이 그의 삶이고 그것이 그가 작품과 연결하고 있는 이슈들이다.

 

어쨌든 이 책은 존재 자체가 이슈인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의 서신 엮음이다.  이 책 역시, 기획된 서신이다.

 

타와다 요오꼬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한없이 무거운 사람과 한없이 가벼운 사람의 교류 같은 느낌이라고나.  물론 전자가 서경식이고 후자가 타와다 요오꼬다.  타와다 요오꼬는 독일에서 오랜기간 체류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적은 없지만 무지하게 가벼운 스타일이다.  가볍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모든 걸 개념치 않는 스타일 같다.  그런 타와다 요오꼬와 서경식의 서신은 때로 어이없는 실소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서경식이 여행이 잦은 타와다 요오꼬에게 '시간표나 지도를 좋아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있는데' 본인은 전자에 속하며 이전에 타와다 요오꼬의 작품을 읽으면서 본인과 같은 부류의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음 편지에서 타와다 요오꼬는 '전혀 아닌데요'하는 식.

 

앞에선 '교류'라고 썼지만, 이 글을 읽다보면 전혀 닿지 않는 평행선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타와다 요오꼬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다방면의 경험 속에서 서경식이라는 개인과 그의 가족을 짓누르는 한국 현대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사실을 아는 것 이상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서경식과는 다르게 스스로 일본땅을 떠나 독일에서 스스로 경계인으로 사는 타와다 요오꼬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국에서도 모국에서도 경계인으로 사는 서경식이 어떤 접점에서 만나질 수 있을까.  '경계인'이라는 표현은 같아도 만나질 수 있는 접점은 없다고 본다.

 

 

뜬금없이 서경식의 미술에 관한 지식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나도 깊어져야겠다는 것.  내것이 있어야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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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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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진중권(2005).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휴머니스트.

 

마무리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제 이런 책 읽는게 피곤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책에 담긴 방대한 키워드를 머릿속에 쑤셔 넣으려고 애를 썼겠지만, 그러기엔 내가 책상이라는 공간과 너무 멀어지기도 했고 나이도 들었나보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뭘 얻자고 이 책을 골랐는지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언니는 "사람이(진중권이) 탐탁찮다, 탐탁찮다"하면서도 그의 책이라면 무조건 사들였고, 무조건 읽었다.  그러고선 "똑똑은 하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게 언니랑 나랑 차이라면 차이다.  나는 조금 덜된 인간인지라 사람이 탐탁찮으면 그 인간이 만들어놓은 위대한 결과물도 점수를 깍고 들어가는 인간형이다.  언니는 결과물과 인품을 구별할 줄 아는 인간형.

 

내가 대학을 다닐때 그의 이름이 알려지긴 했으나 그의 책엔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집어든 책이 <시칠리아의 암소>였나?  기억도 안난다.  그리고 첫장을 읽고 덮어버렸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 모든쪽을 향해 따박따박 말댓구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고나.  그런데 그거만큼 무책임한 게 있나?  그 후 신문에 실린 글 정도나 볼뿐 글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요란스럽게 민주노동당을 지지할때도, 그리고 떠나갈때도'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라 그런가'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대학생들이 민주노동당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였으니, 그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하고 그 요란스러움에 대해서는 싫다 좋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의 입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날선 비판때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사회를 향한 그의 비판은 날이 서서 따갑게 느껴질때가 있지만, 가끔 그 비판은 경계 밖에서 들려오는 공허한 울림처럼 느껴질때가 많다.  늘 반대의 반대를 오가는 사람이다보니 어떨때 저만치 왼쪽으로 가 있다가도 그쪽과 수가 틀리면 다시 반대로 이동한다.  그는 반대로 이동했을 뿐이겠지만, 왼쪽의 반대이다보니 가끔은 오른쪽 언저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한번도 내가 그를 진보진영이라거나 대안진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다.

 

꽃불은 황홀하다.  세상의 그 어떤 색깔도 꽃불의 빛깔에 비할 수 없다.  꽃불은 허무하다.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움도 이렇게 짧을 수가 없다.  짧은 순간의 황홀함, 이 농축된 강력함이 꽃불의 매력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이 덧없음에서 '연인들의 키스'를 연상한다면, 일본인들은 거기서 다른 것을 떠올릴 것이다.  하늘에는 황홀하게 스러지는 '하나비', 땅 위에는 일제히 피었다가 일제히 져버리는 '벚꽃', 인간들 틈에는 제 몸을 불살라 짧은 삶을 살다 가는 사무라이.  하나비, 벗꽃, 사무라이는 일본식 존재미학의 정점이다.
위험한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하나비 속에서 '위험함'과 '아름다움'은 하나가 된다.  꽃불과 전쟁은 작열하는 모양이 같고, 폭발하며 내는 소리도 같고, 자욱한 연기 속에서 풍기는 냄새도 같다.  가령 여름밤의 하늘을 수놓는 축제의 꽃불과, 대공포의 연화를 헤치며 벚꽃처럼 떨어지는 가미카제는 서로 닮았다.  도덕적 판단을 접고, 순수미학적으로만 보라.  놀이와 전 쟁 어느 쪽이 더 격렬한 감동을 주는가?(진중권, 2005. pp.276~277)


좀 미안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 돌았나..' 

그의 행적과 언쟁을 돌이켜보면 그에게는 '도덕적 판단' 떼고, 이것저것 분리해서 생각하고 떠드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서는 안될 말도 있고, 따로이 접고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전쟁을 순수미학적으로만 보라는 말은 해서는 안될 말이고, 도덕적 판단은 따로 접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싫어하 하지만, 어떤 면은 그와 닮아있는 조선일보가 그의 글을 이렇게 저렇게 잘라 이 부분을 지면에 활자화한다고 생각해봐라.  참으로.. 재미있겠다.

 

쏟아진 말도 주워담기 힘든 것을, 활자로 남은 글을 어찌할까.

 

 

책에 대한 내용으로 말하자면, 너무 많아서 머리에 쑤셔 담기가 힘들다.  그런데도 굳이 쑤셔 담고 싶다는 생각이 안드는 이유는 이거 몰라도 사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고.  깊이보다 방대함으로 승부하는 이런 책이 이제는 피곤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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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장미 2010.11.13 21: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꽤 설득력있는 서평인것 같아요 잘봤습니다^^ 미학분야에선 꽤 진중권의 책들을 재미있게 봤었는데, 정치적으로는 신뢰가 많지 않아요.

  2. 무사태평만수무강 2010.11.22 15: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마지막 세 문장이 압권이네요. 오랜만에 크게, 오래 웃었어요.
    저도 정보나 메시지가 많은 책은 점점 읽기가 힘들더라고요. ^^

    • 토닥 2010.11.27 08: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뭘 읽어도 재미없는 때가 가끔 있는데, 그때에 딱 그닥 탐탁치않은 저자의 책을 읽은거죠.

YES24 - [국내도서]아주 사적인, 긴 만남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마종기, 루시드폴(2009).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웅진지식하우스.

 

루시드폴이 진행하는 세음행을 듣기는 했지만(세음행은 루시드폴이 진행하기 이전부터 들었고, 진행자가 루시드폴로 바뀌었다기에 '이건 뭔가'했더란), 그의 음악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가 좋아한다는 시인 마종기라는 이름도 낯설고.

그냥 편하게 읽을 무엇인가를 찾아 손에 넣었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들이 내 처지와 묘하게 물려 빠르게 읽었다.  내 처지와 묘하게 물려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100%공감하기에는 그들의 처지와 나의 처지가 너무 달랐다.

 

한 번도 루시드폴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적은 없지만, 잘나가는(?) 프로젝트1인밴드면서 스위스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정보만으로 그저 잘나가는 서울 샌님 깍쟁이겠거니 생각했다.  스타일로 보아 서울태생 샌님은 맞는데 서울 깍쟁이는 아니었다.  부산에서 자라 부산을 고향이라고 생각한단다.  '바다를 안다면 샌님 깍쟁이라 할 순 없지'라고 생각하고 후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음악과 학문 사이에서 고민하기는 하지만, 그런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속에서 나와 생기는 거리를 결국은 극복하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다.  그 거리감의 실체는 시셈일지도 모르겠다.

 

루시드폴이 흡모했다는 마종기 시인.  미국에 살고 있는 의사면서 시인.  책의 중간 중간에 묻어나는 내용으로 비추어 부모로부터 받은 문화적 자본을 양분으로 열심히 살아온 분이라고 추측만 할 뿐 나는 이 시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본인 표현으론 '쉬운 시'를 쓴다고는 하지만, 루시드폴의 표현(단어)에 대해 뚜렷한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결코 쉽게만 시를 쓰는 시인은 아니라고 혼자 생각했다.

 

두 사람의 음악도, 시도 제대로 접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을 읽고서 두 사람의 음악과 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다다르지 않았다.  그러기엔 요즘 밀려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사실 이미 자신의 것을 찾은 사람들을 향한 시셈이 음악과 시로 닿는 길을 가로 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책의 기획이 있고, 메일 교환이 이루어졌는가이다.  그럴 것 같은 느낌 98%지만.  열심히 읽었던 책의 저자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건 독자된 입장에서 정말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상업적으로 이용된 것도 같아 씁쓸하다.  이런 기획이 아니고서 루시드폴과 마종기 시인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면, 그건 정말 아름다운 사건일테다.

 

이런저런 거리감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책의 어느 구절을 읽다가 터지고 말았다.

나에게 새 대통령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나라의 위상을 생각해 내 소원에 귀 기울여준다면, 오랫동안 가슴에 응어리진 소원을 말해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입양아에 대한 것입니다.  혹시 알고 있나요.  80년대와 90년대 중반 이후까지 한국이 외국으로 입양 보내는 아이의 숫자가 세계 최고였다는 사실을요.  물론 운이 좋아 잘된 아이들이 많기는 하지요.  그런데 내 전공이 소아방사선과여서 잘못된 한국 입양아 때문에 미국 재판정에 여러 번 나갔어요.  10년 전쯤에는 내가 이런 일을 글로 써서 몇 번 발표한 적도 있지요.  그랬다가 미국에 있는 홀트 입양회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버릇을 고친다고 말도 못 알아듣는 한국 입양아를 심하게 때려서 죽인 사진을 보고 분통이 터져 '고아의 정의'라는 우스운 시도 쓴 적이 있어요.  도대체 누가 이런 사실을 숨기는 거지요?  바로 지난주에도 인디애나 주에서 양부모가 한국인 입양아를 심하게 흔들어대서 죽었다지요.  작년인가, '입양한 우리애가 말을 안 하니 봐달라'고 간청하던 미국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집에 가보니 입양된 후, 한 달 동안 단 한마디도 안하고 있는 세 살배기 한국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벌거벗은 짐승처럼 나를 바라보았지요.  그 아이는 내가 건넨, 미국에서 들은 한국말 한 마디 '이름이 뭐냐?'라는 질문에 무작정 왕왕 울어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입양아가 언어장애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엉뚱하게 증명해준 적도 있지요.  이 아이가 왜 한국말 한 마디에 구집을 꺾었을까요?  한국 사람도 살 수 있는 동네라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 아닐까요.
물론 이제는 외국에 입양을 보내는 숫자가 세계 1위는 아니랍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며칠 전에 읽은 "뉴스위크"에서는 이제 한국이 4위라고 하더군요.  중국, 소련 그리고 아프리카의 이테오피아가 1,2,3위, 한국은 그 다음이더군요(마종기, 루시드폴, 2009. pp.95~96).

 

이 구절을 읽으면서 이 책으로 마음을 열기도 했지만, 이 책의 저자들과 멀어지기도 했다.  저자들보다 나는 '이름이 뭐냐?'는 한국말 한 마디에 울음을 터뜨렸던 세살배기 아이에 더 가깝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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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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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장미 2010.11.13 20: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루시드폴 팬인데 좋은 서평감사합니다^^

  2. jini 2010.11.15 13: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 사랑~~ 을 꼭 들어봐.. 지금 이계절에 너무 아름다운 노래
    (근데 난 이름이 외국스럽다라고만 생각했지 이사람이 어디사는지조차 몰랐네

    • 토닥 2010.11.15 17: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지금은 한국사는 것 같아, 매일 라디오를 진행하니. 어릴때 광안리 근처 살았다고 하던가. 하여간 세대와 정서가 약간 비슷한 사람인듯.

2년 전에 즐겁게 본 BFI London Film Festival.  영화 한 편 £9.5.  궁색한 살림이지만 한 편이라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은 일때문에 안되고, 화요일 목요일은 요가때문에 안되고 되는 요일과 보고 싶은 것을 조합하여 <Peddler>라는 아르헨티나 영화를 골랐다.  아르헨티아인인 실바나와 함께 보려고.  실바나도 좋다고 해서 일찍이 예매하고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Education events를 발견했다. 
이벤트로 워크숍 등은 물론이고 아침 무료 상영이 있는거다.  대상은 학생, 청년, 노인, 패밀리로 되어 있었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신청했다. 
그냥 영화 두편과 초등학생들이 만든 단편집 모음 같은 걸 신청했는데, 아쉽게도 마지막 영화의 티켓은 받지 못했다.  Education events에서 온 메일에 따르면 그 영화는 초등학교 단체 관람만 한다는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데.  신청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티켓이 집으로 도착했다.

일반 영화 두편 중의 한편은 지비와 함께 보려고 2장을 신청했다.  그날에 맞추어 지비는 dayoff를 신청하고 둘이 영화구경에 나섰다.  약간 이른 시간이라 피곤하긴했지만, 좋은 영화 덕분에 피로감이 가셨다.

지비와 함께 본영화는 <in our name>의 GV.

영화 끝 무렵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전쟁을 경험한 10%의 군인이 현재 감옥에 있다고 한다.  전쟁의 경험이 개인의 폭력의 지수를 높여 놓은 것이다.  또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10%라니.

의무병제가 아닌 이곳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직업으로써 군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저소득층이 군대에 지원을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쟁 경험이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영화상영후 감독과 질문이 오갈때, 사람들은 정말이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10%라는 수치가 정말이냐라고 물었다.  감독이 없는 사실을 지어낼 이유가 없다.  영화제 자료집의 영화 설명 표현 그대로 감독은 이 문제에 대해서 'urgent'라고 생각한 것이다.  영국은 미국에 이서 가장 많은 군인을 이라크와 아프간에 파병한 나라이다.

흥미로운 질문 중에 하나는 이렇게 충격적인 영화에서 가족의 일원인 딸로 등장한 소녀에게 영화 촬영전 동의과정과 촬영후 어떤 처치를 했냐는 것이었다.  감독과 제작자는 물론 사전에 소녀에게 설명해주고, 촬영후에도 여러차례 상담(치료)을 진행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질문이 있었다.  사실은 질문이라기보다 이해할 수 없는 영국사회의 침묵에 관한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영국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군인을 파병한 나라이다.  주로 아프간에서 오늘은 누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나온다.  그렇게 자주 뉴스를 보지만, 2년여 시간 동안 반전시위를 했다는 뉴스를 접한적이 없다.  물론 내가 TV뉴스에서 못볼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본 경험이 없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전쟁을 경험한 군인들을 돌보자는 것인지, 전쟁을 반대하자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영국 사람들은 전자쪽일 것이다.  후자에 동의해도, 영국사람들의 성향상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자고 답할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영화를 흥미롭게 봤지만 답답했던 이유다.  사실 이건 내가 영국을 경험하면서 답답한 이유와도 같다.

In Our Name | 54th BFI London Film Festival

이미지출처 : www.bfi.org.uk

<in our name>(2010)

수지는 전쟁에서 돌아온 직업군인이다.  남편은 그녀에 앞서 전쟁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군인가족이다.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고향도, 그녀에게 주어진 현실도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화 뒤에 들뜬 기분을 달콤한 커피 한 잔으로 진정시켰다.  지비는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런 영화인줄 몰랐다면서 영화에 대한 소개를 보고 있는 중.

일주일 뒤에 실바나와 <peddler>를 봤다.  물론 지비도 함께.
실바나는 영화 내도록 웃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 내도록은 아니지만 슬퍼서 울었다.

The Peddler | 54th BFI London Film Festival

이미지출처 : www.bfi.org.uk

<the peddler>(2009)

다니엘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let's kill uncle>이라는 영화를 찍기 위해 마을정부(읍사무소)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마을사람을 배우로, 마을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동안 배우가 촬영 중 급한일로 떠나는 등 많은 문제에 부딪히지만 그때마다 다니엘은 특유의 여유와 재치로 영화촬영을 진행한다.  촬영이 마무리되고 첫 상영을 본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고맙다'이다.

실바나는 영화속에 나오는 시골사람들의 말때문에 끝임없이 웃었다.  사람들은 시골사람 특유의 사투리와 '궁시렁'거리는 말투로 나오지만, 영어번역이 너무 평평(?)했다나.

다니엘의 영화수준은 우리가 진행했던 미디어교육의 결과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16mm VHS로 촬영하고 데크 두개로 편집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 속에는 영화에 등장하리라고는 꿈도 꾸어보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고, 마을 아이들이 엑스트라로 등장하고, 마을의 교회가 장소로 나온다.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할 것 같지 않은 조그만 시골마을에 찾아와 지금의 시골마을을 영화라는 매체에 담아준 것이 고마운 것이다.

다니엘은 실존하고 있는 인물이고, 다니엘의 작업을 다른 팀이 다큐멘터리로 촬영한 것이다.

내가 슬펐던 이유는 그거다.  첫 상영을 본 마을 사람들의 '고맙다'는 마음을 나는 알 것 같은데, 그런 경험을 했으니까.  내가 도대체 그 일을 그만두고 지금 런던에서 무슨 삽질을 하고 있는가 때문이다.

한국에서도(선후배님들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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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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