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에 해당되는 글 37건

  1. 2011.12.29 [book] 마이 코리안 델리 (4)
  2. 2011.12.20 [book] 먼지의 여행 (2)
  3. 2011.12.19 [coolture] 난치병 (3)
  4. 2011.12.18 [book] 사금일기 (4)
  5. 2011.12.07 [etc.] 언어의 경지
  6. 2011.11.22 [book] 사랑바보 (4)
  7. 2011.11.17 [food] 피자 (3)
  8. 2011.11.15 [book] 꽃같은 시절
  9. 2011.10.27 [film] Sing Your Song (2)
  10. 2011.10.25 [book] 가난뱅이의 역습 (1)

벤 라이더 하우(2011). <마이 코라인 델리>.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My Korean Deli(2010).

이 책은 받아두고 읽지 않고 아꼈다.  크리스마스에 여행가면서 읽으려고.  왜?  같은 책 영문판, 원작,을 지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기차타고 여행가면서 나란히 앉아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생각처럼 교양있게 시작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지비는 아이패드로 갈아타고 혼자서만 책을 읽었다.  아이패드 따위에 시선을 돌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읽기가 즐거웠다.  원래 잘 쓰여진 글인지, 번역이 맛깔스럽게 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글로 먹고 사는 작가의 말빨이 느껴졌다고나.  기회되면 영문판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은 한국여성과 결혼한 벤이 가족사업으로 델리를 열면서 생겨난 일들의 기록이다.  뉴욕 한 복판에, 하지만 빈부의 경계지역에, 연 델리에 관한 이야기면서, 한국여성과 결혼한 벤의 문화충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델리 안에 미국사회가 담겨 있다면 지나칠지는 몰라도 그 안에는 확실히 무엇인가 담겨 있다.  사람들은 질보다는 가격논리로 내몰린 채 저급한 소비를 강요받고 있고, 돈을 쓰는 소비 또한 빈부의 경계가 명확하다.  사람들은 소비주의에만 노출된 것이 아니라 폭력과 인종차별, 그리고 부실한 의료체계에 노출되어 있다.  벤 가족이 운영한 델리는 그 미국사회 한 가운데 있고, 그 델리 안에는 또한 미국사회가 담겨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이야기 거리는 충분한데, 벤은 책을 쓰기 위해 델리를 연 것이 아니었냐는 농담섞인 찬사도 받았다, 거기에 한국여성과 결혼한 그의 백그라운드는 또 다른 커다란 이야기 거리를 준다.  이민1세대 장모와 이민1.5세대인 아내 그리고 청교도적 색채가 강한 보스턴 지식인 집안출신의 문예지 에디터 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야기로는 어울리는 것이다.

나는 그저 재미로 읽었지만, 또는 다른 집안은 어떤 이유로 불협화음이 생기나 궁금하기도 해서, 지비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비롯한 한국 문화를 이해하길 바랬다.
장모내 집은 늘 객식구가 끊일 날이 없고, 냉장고엔 늘 손님을 대비하듯 음식이 그득하다.  심지어 그 음식들은 냄새마저도 강하다.  냉장고에 베인 음식 냄새를 지비보다 더 싫어하는 나지만, 집에 손님이 끊일 날이 없다는 점에도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집안이 특별해서 그런게 아니라 한국의 대부분의 가정집이 그렇고 한국의 가족문화가 그렇다는 걸 지비가 이해하길.  그리고 그런 문화가 또 나쁜 건 아니잖아..라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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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눈 2011.12.29 09: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앗! 반가워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난 주에 읽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몇 자 적었는데 아직 끝내지 못했어요. 실화라면서 아주 과장이 섞인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뭔가 잡아끄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토닥s 2011.12.29 19: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죠? 저도 오랜만에 재미있는 또한 웃기기도 한 책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결국은 봄눈님의 독서와 제 독서가 닿았네요. :)

  2. jenna 2012.01.02 17: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만든 책이라 좋았어요~

    • 토닥s 2012.01.03 18: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어젯밤에야 문득 왜 한국 식품을 팔지도 않았는데 My Korean Deli라고 이름지었을까하고 생각했답니다. 개인적으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미있게 빠르게 읽어서 좋았답니다.

신혜(2010). <먼지의 여행>. 샨티.

이 책을 읽으려고 들고 나간날, 나보다 먼저 일을 마친 S님이 커피 한 잔 하자고 기다리겠다고해서 내 가방 속에 책이 있으니 읽으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맛본 S님의 말이 '간단한 책이 아니야, 좀 어려워' 그러길래 '그런가?'하고 집에 돌아가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돈 없이 여행을 한 작가의 이야기를 본인의 그림과 본인의 글씨로, 인쇄체가 아니라 손글씨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채워진 책이다.  돈 없이 여행한 짠돌이식의 무전여행기는 아니다.  그 보다 종교적 신앙고백에 가깝다고 나는 느꼈다.  이 대목에서 약간 정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남들처럼' 대학을 나온 그녀가 졸업후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백을 하며 시작하는 대목에서는 공감과 측은함이 생겼다. 
학생운동이다 시민활동이다 그런 거창한 것 없이도 이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그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사회적 활동을 공기로도 나눠보지 않은 사람조차도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에서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됐다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녀는 그 불확실한 현재를 뒤로하고 여행을 떠난거다.  계기는 '순례자'로 표현되는 커플을 만나서지만, 이후는 혼자서 여행을 하게 된다.
길거리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돈 없이 여행하고 있다는, 얻은 돈으로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최대한의 충만함을 느끼며 일년 여 여행한 기록이다.  많은 시간을 인도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보냈다.  그리고 '나만 그 충만함을 소유할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여행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인도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인도에서 관광을 하고 있다는 점.  일본이라는 사회는 내가 보기에 한국보다 모순이 더 극대화 된 사회다.  한국보다 앞서 젊은이들이 실업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피해자가 됐다.  그래서 그 젊은이들이 먼저 떠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그 뒤를 따라가기보다, 그 지경이 되기 이전에 숨구멍이 조금 트였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지은이는 그런 '쉼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부모가, 사회가 등떠밀어 대학까지 나왔는데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됐다는 지은이의 고백이 꼭 그녀만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녀의 낭독회 영상을 인터넷에서 봤다.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는데 약간 놀랐다.  그 사람들이 혼자서 아파하고 있는, 있었던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그 낭독회를 통해서 꼭 비슷한 모양의 길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길을 떠날지도 모르겠다.  여행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이 되었든, 생활이 되었든 자신이 이 숨막히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구멍을 만들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책으로 그런 사람의 경험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회조차 가지지 못할 절대다수의 우리 젊은이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 


근데 여행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책들을 외면하지 못하는지 내 자신도 알 수가 없다.  대리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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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눈 2011.12.20 22: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지은이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현실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슬퍼요.

    • 토닥s 2011.12.21 02: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지은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절망을 느끼게 된 경우는 무척 다행이다 싶어요. 그것도 모르고 그저 이 사회의 들러리인지도 모르고 혼자고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 사람들이 더 슬퍼요.

내겐 몇 가지 난치병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건강염려증'.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질병들을 달고 살면서 생겨난 합병증이라고나 할까.

이제 막 GP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한국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걸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GP는 한국의 보건소 격이다.  한국처럼 1차 의료기관을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내 GP가 본인의 1차 의료기관이 된다.  물론 동네에서 자신의 GP를 정할 수도 있고, 마음에 안들면 바꿀 수도 있고, 그 GP에 못갈 사정이면 자신의 NHS번호를 들고 다른 GP에 방문해도 된다.  한국의 보건소가 국가기관/공공기관의 부분인 것처럼 영국의 GP도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보건소는 아주 드물고 개인 의료원이 골목마다 있지만, 영국의 GP는 동네마다 있다는 점.

지난 주에 들러서 GP방문을 예약하려고 했더니 평일 오전은 'walk in GP'니까 기다렸다가 진찰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시간이 없어서, 월요일로 예약을 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해서 예약했는데, 오늘 오후 바쁠 것 같아서 아침에 다녀온 참이다. 

한국에선 영국의 의료 시스템이 공공영역이라 경쟁력이 없고, 아파서 진찰 한 번 받으려고 하면 기다리다 아파 죽는다고 악명 높다는 걸 안다.  그런데 '꼭 그런가?' 싶을때가 많다.
이곳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부터 그런 경험담은 들어봤다.  괜찮은 GP 의사에게 진찰받기 위해, 그 의사는 예약이 꽉 차 있어, 심각하게 아픈 것으로 면담하여 예약시간을 당겨잡을 수 있었다는.  물론 나는 아이는 안키워봐서 갑자기 아픈 아이를 빨리 의사에게 보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을 땐 '그런가'하고 들었다.

근데 지금와서 드는 생각은 나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은 이곳 영국에서도 '한국의 스피드'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스피드로 보자니 영국의 스피드는 달팽이 기어가는 것보다 늦게 느껴지는 것이다.  근데 이곳에서 그렇게 살면 애타는 본인만 손해라는 점.

영국과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분명 다르지만 닮은 구석이 있다.  한국의 국민의료보험제도 또한 영국의 NHS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전문적인 내용은 내 영역이 아니니 접어두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환자들의 태도만은 또는 의사들의 태도만은 두 나라가 확실이 다르다는 점이다. 

내가 엮어있는 로컬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에 간 날 감기가 들었다고 했더니, 그곳의 코디네이터인 샘Sam의 말이 따듯한 허브 차 많이 마시라는 거다.  그러면서 차를 권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감기에 관해 그렇게 반응한다.  비염으로 고생한다고 하면 뜨거운 물에 민트를 풀어서 증기를 쐬라고 권해준다.  한국처럼 감기에 관한 인사가 '약은 먹었니?'가 아니라는 점이다.
뭐 그러다가 병을 키우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그래도 안되면 약을 사먹고, 그래도 안되면 GP에 간다.  워낙 감기가 흔한 질병이라 감기약도 증상별로 많고 감기약은 GP의 처방없이 약국에서 상담만으로 살 수 있다.  것도 재정 형편에 따라 지불해야하는 약값도 다르다.
환자들의 태도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병에 관한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건강에 있어서 약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관리와 예방이 중요하다는 표어 같은 말을 나는 왜 찍어내고 있는 것이냐.. 횡설..수설..

그래서 영국의 의료스시템이 한국의 보수언론이 언급하는 것처럼 아주 쓰레기는 아니라는 걸 꼭 한 번 말하고 싶었다.

내 이야기로 돌아와서, GP에 가기전에 의사에게 어떻게 설명할까를 머리속으로 몇 번 정리했다.  영어니까, 것도 쉽지 않다.  웬만한 일들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도 필요한 만큼 물어서 해결해낼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병원은 그렇지 않아서 전자사전까지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  혹시 설명을 제대로 못할까봐 평소에 먹는 약병까지 주머니에 챙겨 넣고.

예약없이 갔는데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10분이 안되게 면담했다.  지난해 받은 건강체크 결과를 모른체로 살았다고 하니, 문제가 없으니 연락을 않았겠지, 라는 아주 당연한 답을 하면서 걱정이 되면 피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피 두 번 뽑고 왔다. 
피 뽑기를 기다리면서 들었던 생각이 내 병은 '건강염려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병의 이유라면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것.  몸의 변화를 잘 느끼는 편이다.  근데 왜 살찌는 건 찌고 나서야 느끼는 걸까?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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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iaa 2011.12.20 13: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EBS다큐프라임 '감기'편 한번 보세요 (스크린 캡처예요)

    가장 무섭고 공감하는 부분은 의료사회학 교수의 발언이예요.
    건강한 사람을 겨냥한 시장이 가장 큰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의약도 또 하나의 사업이니까요..
    http://lunarfiaa.cafe24.com/tt/board/ttboard.cgi?act=read&db=chat&s_mode=def&s_title=1&s_content=1&s_key=감기&page=1&idx=1066

    • 토닥s 2011.12.20 17: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잘 봤어요, 후배님(스크린 캡쳐). 영국이 한 때 항생제 사용이 꽤 높아서 문제가 된 사회인데, 그런 영국이 보기에 한국이 문제라면 진짜 문제인듯.
      물론 감기/독감도 무시할 수 없는 질병이지. 스와인 플루(신종플루)가 한참이어 한국이 공포의 도가니가 됐을때도 스와인 플루보다 감기/독감으로 사망한 수가 더 많다는 것. 그런데 그 바람을 타고 스와일 플루 백신회사만 엄청나게 돈을 벌었다는 것.
      군산복합체(군수사업)만큼 의료산업도 엄청난 것 같아. 클린턴도, 오바마도 결국 미국의 국민의료보험/보호 제도를 개혁하려다 포기한 걸 보면. 에잇! 건강하게 살자구요.

    • 토닥s 2011.12.20 17: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런데 후배님, 오랜만에 보는 홈페이지가 반가워서 글을 남기려했는데 저한테는 어렵네요.
      (예전에 가입을 안했던가?)
      Merry Christmas하세요. :)

호연(2011). <사금일기>. 애니북스.

언니가 보내온 책묶음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내가 이런 것도 샀나?'하고 돌이켜봐도 기억이 안나는거다.  언니가 우편물을 보내면서 조회번호를 보낸 메일을 찾아 다시 읽어보니 언니가 읽은 책 두 권을 함께 보냈다고 설명해놨다.  '아, 언니가 보낸 거구나' 생각하고 편하게 읽기 시작했다.

'사금일기'라는 제목 때문인지는 몰라도 뜬금없이 나는 '장금이'이만 계속해서 떠올렸다.  그림 화법이 약간 동양적인 구석이 있어 그렇게 내 마음대로 연관 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만화를 보다가 다시 앞쪽 책 날개로 옮겨가 작가의 이력을 읽어도 나는 왜 언니가 이 책을 나에게 보냈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오죽했으면 전화해서 물어봤을까.
언니는 '도자기 작가'인데라고 설명했는데, 나는 '도자기'라는 만화도 모른다.  '암 걸린 친구'라고 설명을 하긴 했지만 그걸론 설명이 부족했다.
웃기지도 않고, 시사적이지도 않고 느닷없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게 만드는 만화.  <사금일기>는 그런 만화다.

본인을 '사금군'이라는 캐릭터에 투영시켜 대학을 가기까지,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그리고 치료를 하면서 운동하는 동안 이야기들을 다룬 만화다.  책의 절반이 넘도록 한 번도 웃을 일이 없는 이런 만화가 좋을리가 있겠냐만은, 만화가 웃음만 주는 장르가 아니라는데 생각을 같이 한다면 볼만한 책이다.  사실, 그녀의 개인사를 언니로부터 듣기 전에도 어느 만화에서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나 '절망' 같은 걸 봤다.  그걸 세 칸의 그림에 담아낸 그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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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리뭉 2012.01.22 01: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미 시일이 지나서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호연은 남자고 '도자기'는 네이버 웹툰입니다.
    사금일기가 밝은 내용은 아니었군요.

    • 토닥s 2012.01.24 01: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도자기가 네이버 웹툰인 건 아는데, 몇 개 찾아봤거든요. 호연작가는 여자이던걸요. 책 날개에 사진이 있었어요. :)

  2. 두리뭉 2012.01.24 07: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억, 전에 작가분 이글루스에서 엽서 판다는 글 봤을 때 영락없이 남자였는데 그게 훼이크였군요;

    • 토닥s 2012.01.24 17: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여성독자를 공략하기 위한 훼이크(!)였을라구요. 저도 참 헛갈린 부분입니다. 본인을 사금이로 분신화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알겠는데 왜 남자로 그렸을까. 톰보이가 아닐까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

얼마 전에 영국에 온지 일년이 되어가는 이탈리아친구가 그러는 거다.  이탈리아에 있는 엄마와 전화로 이야기하는데 영어단어만 머리에 맴돌고 이탈리아어가 생각이 안난다고.  정말?  그런 경지가 그렇게 쉽게 온단 말이야?
언젠가 지비도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했다.  지비는 이곳에서 7년을 약간 넘게 살았다.
나의 경우는 한국말을 무척 잘하는지라, 비록 부산억양이긴 하지만서도, 한국말을 잊어버리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잊어버려서도 안되고.

그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한다.  한국말도 안되고, 영어도 안되는 경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 많은 년' 캐릭터에서 '말 없는 외국인' 캐릭터로 성격 개조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상일뿐 한국말을 잊어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일도 생긴다.
지비에게 (아주 혀를 구부리며) "전자 뤠인지(전자렌지)"라고 말한다거나, 어제 그 이탈리아 친구에게 (또 아주 혀를 구부리며)"트래블 잡쥐(여행잡지)"라고 말하는 일.

영어 수업 들으러 총총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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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2011). <사랑바보>. 문학동네.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였다.  아마도 세계음악기행.  어린 아들과 여행을 다녀온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녀의 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친구 S에게도 추천은 했지만, 내가 그녀의 책을 읽은 건 한참 뒤다.  그녀의 첫책을 읽고서 '그렇구나'하는 느낌만 남고 감흥이 없어 더는 그녀의 책을 찾아보지 않게 됐다.  그녀의 새책 역시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를 고민하고 있는 중에 다시 그녀의 책을 만났다.  지나치지 않고 샀고, 그리고 이제야 읽었다. 

'인류가 마스터하지 못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사랑에 웃고 아파하면서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그녀가 썼다.
여행하면서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랑에 웃고 아파하는 사람들.
1/4쯤은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이 특이한 걸까, 그 사람들을 만난 그녀가 특이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긴장감 있게 책을 읽었다.  그 부분이 지나고 2/4는 느슨하게 늘어졌다.  역시 '이야기 감'이라는 건 책 한 권 내도록 팽팽하게 쓰기가 쉽지 않은 건가, 그런 작가가 되기란 보통일이 아닌 건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읽은 마지막 1/4에서 사람을 울리고 말았다.

'함부로 지나쳐도 되는 풍경은 없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하지만 그런 풍경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풍경을 지나쳐버린다.  유명한 교회건물을 보기 위해 찾아가면서 가이드북에 코 박고 있느라 매일 같이 교회를 찾는 노부부를 지나쳐버리고, 유명한 사람의 묘지를 찾아가느라 이름도 봉분도 없는 묘지의 사연을 그냥 지나쳐버리고 만다.  그리고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귓구멍을 틀어막고 여행하면서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소리를 그냥 지나쳐버린다.  이 모습은 나의 모습이었고, 오늘날 지구 구석구석을 누비는 많은 여행자들의 모습이기도하다.  그들이 그날 그곳에서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풍경들에 대해서 좀더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보고 싶어 들여다본 그녀의 여행기에서 내가 길 위에서 만났던, 그리고 잊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잘 풀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잘 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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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눈 2011.11.29 22: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인터넷 서점에서 오는 메일을 여러 통 받고 있고, 서점 사이트도 자주 둘러보고, 도서관에도 거의 매주 가고, 기회가 되면 이것 저것 챙겨 보고 있는데도... 토닥님이 소개하시는 책을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책이예요. 그럴 때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읽는지 매번 깨닫게 되네요. 우연히 만날을지라도 취향이 아니라서 무의식적으로 지나친 책들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째든 토닥님을 통해서 다시 한번 책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되네요. '사랑'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은 별로다라는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개 글을 보니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

    • 토닥s 2011.12.01 17: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봄눈님이 읽은 책들의 제목도 들어본적이 없으니까요. 책들은 많지만, 책읽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가운데 책읽는 님을 만난 것이 올해의 소중한 인연 중 하나네요. :)

  2. 성산만담 2011.12.02 23: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분 책들을 볼 때마다 읽고 싶다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출간일 순으로 거슬러 읽고 싶어지네요.
    토닥씨님의 마지막 말, 완전 공감요!

    • 토닥s 2011.12.06 03: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뭐 아주 권할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냥 요즘 제가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나 궁금해서요.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쉽게 만들어진 여행 에세이는 아니라는데서 읽을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

[food] 피자

런던일기/2011년 2011.11.17 03:01 |

예전에 일주일이 두번 요가를 들을 땐 요가 듣는 날 일주일에 꼭 한 번 피자를 먹었다.  요가 수업 때문에 늦어진 저녁을 급하게 해치우는데 피자만큼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라면격이 유럽에선 냉동피자가 아닐까 싶다.  몸에 좋은 요가하고 왜 피자를 먹을까 생각해본 일이 있지만, 몸 생각하며 음식 챙겨먹기에 우린 너무 허기가 졌던 것.


꼭 요가를 하지 않아서는 아니지만 근래들어서는 피자를 잘 먹지 않는다.  다른 채소와 치즈를 얻어 오븐에 구워도 패스트푸드는 패스트푸드인지라 자연히 멀어지게 됐다.  또 질긴 도우가 씹기도 힘들고해서. 

어느날 TV에서 본 JUS-ROL이라는 제품의 광고를 보고 나는 손수 만든 피자를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제품이라면 페스트리 같은 부드러운 도우의 피자가 만들어질 것 같아서.  마침 슈퍼마켓에 갔더니 있어서 냉큼 사왔다.

이 패스트리 도우를 사면 버터 녹이고 반죽하고 뭐 그런 과정이 생략되는거다.  물론 도우를 만들면서 생길 수 있는 많은 씻을 거리들도 생략되는 셈.


피자를 만들기 위해 살라미(햄)사고, 치즈사고, 토마토 퓨레사고.  손쉽게,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게 피자의 장점인데, 과연 피자의 장점을 살려 먹는 것이긴 할까라고 잠시 의문이 갔다. 

그래도 먹을 땐 이젠 피자는 사먹지 말아야겠다, 만들어먹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오븐에서 나오고 어찌나 급하게 먹어치웠는지, 접시 위에 담긴 사진은 없다.

사진은 좀 구리지만 정말 맛있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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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눈 2011.11.20 2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와, 맛있게 생겼네요!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피자를 미국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패스트푸드 같은데,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 한국에는 파는 도우가 없으니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어요.

    • 토닥s 2011.11.21 17: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크기는 A4만하답니다. 주말엔 다른 광고를 보고 시나몬롤을 만들어봐야겠다 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베이킹을 몰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들이 많답니다. 베이킹 계속 하시나요?

    • 봄눈 2011.11.21 21: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수업은 끝났고 집에서 가끔씩 먹고 싶을 때 굽고 있어요. A4 사이즈면 혼자 먹기에 딱 좋네요. :) 저는 치아바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직 식지 않아서 따끈따끈한 시나몬롤을 생각하니 침이 고이네요. 꿀꺽.

공선옥(2011). <꽃같은 시절>. 창비.

언젠가부터 글 좀 쓰고, 말 좀 하는 사람들의 책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은 '한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 살면서 한국 소식에 귀닫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 봇짐을 어디에 풀어야 하는가를 아직 고민중이라 한국이야기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시라.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조금 넓은 시야로 정치와 경제를 보게됐고, 그럴려고 노력중이니까.  하여간 '사회' 관련 책들은 아무리 재미있게 읽었어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시 읽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문학'으로 가까이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 생각 끝에 소설책을 아무런 가책없이 평소보다 많이 주문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렇게 고른 책이 <꽃같은 시절>이다.

공선옥이 참 익숙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책날개에 이력을 보니 읽은 작품이 하나도 없다. ('_' );;
공지영과 신경숙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익숙하다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사실 공지영의 책도, 신경숙의 책도 많이 읽지는 않았다.  신경숙의 책은 참 낮고 무거워서 읽기가 힘들었다고나 할까.  하여간!

<꽃같은 시절>은 시골마을에 들이닥친 돌공장, 그리고 그에 반대하는 할머니 시위대를 다룬 책이다.  책 속의 등장인물이 마을의 사건이 기사화되기를 바라면서 기자질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기자왈, "우리 나라에 그런 마을이 한 두 개냐"고.  그래 이런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소설화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얼껼에 시골마을 돌공장 운영 반대 위원장을 맡게 된 영희는 도시 철거민이다.  그래서 시골마을 빈집까지 들어가 살게 된 것이다.  맥없이 뺏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올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뺏기지 않겠다고 나선 것도 있지만, 처음은 할머니들이 안되서다.
평생을 자신의 목소리 한 번 못내고 살아온 할머니들은 모여서 밥을 해먹으면서, 오가는 사람에게 밥 먹기를 권하면서 하루하루 시위를 이어나간다.  작목반과 같은 마을의 청년들이 '합의'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할때, 할아버지들이 '순응'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할때 지치지 않는 자기들의 방식, 열심히 밥 해먹어 가면서 그렇게 싸움을 이어간다.

적지 않은 나이가 이유가 되었든, 오랜 시위가 이유가 되었든 시위대의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도 그 끝나지 않는 싸움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그 시절을 할머니들은 '꽃같은 시절'이라고 한다.

그러게 꽃들이 말라면 좀 들으면 안되나.

공선옥의 문체가 놀랍다.  그녀가 표현하는 소리들을 소리내지 않고 따라 읽어봐도 나는 상상이 잘 안된다.  아마 그녀도 그럴꺼다.  하지만 그 상상조차 안되는 소리들을 글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놀랍다.  그녀가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문체라고 밖에 설명할 말이 없다.  지렁이가 어떻게 우는지 궁금하면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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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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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5th BFI Lodnon Film Festival에서 본 유일한 영화.  부산국제영화제를 못보는 대신 혼자서 이거라도 꼭 보자라는 마음으로 고른 영화.  물론 나는 Education Screening에 신청해서 무료로 봤다.  Education Screening은 교육적인 목적으로 아침 1회 시간에 무료로 상영하는 섹션.  대부분 학생들이 관객이다.  이 섹션의 영화들은 젊은 감독들이나 어린이들이 만든 영화들도 많지만, 기존 상영작 중에서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들도 포함된다.

사실 이 영화는 Education Screening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시간되는 목요일 오전 작품 두서넛 중에서 고른 영화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전날밤은 심각하게 아파 영화를 포기하려고 하였다.  마침 함께 영화 보기로 했던 M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침에 일어날 자신이 없다하여 보지 않기로 하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하니 이것마저 보지 않는다면 런던에서의 내 삶이 너무 슬퍼질 것 같아 S님께 연락을 하였다.  S님도 몸져 누워 있었는데, 하루 종일 누워있으니 그도 힘들다고 흔쾌히 가자고 해주셔서 함께 갔다.  마스크까지하고 콜록콜록하면서 극장으로 갔는데, 안갔으면 후회할뻔했다.  아니 안갔으면 어떤 영화인지 모른채로 그냥 넘어가고 말았겠지.


<Sing Your Song>은 Harry Belafonte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Harry는 영화 속 누군가의 말 "He is always like that"처럼 평생을 뭔가를 벌이고, 참여한 예능인이다.  사실 나는 Harry belafonte가 누군지 몰랐다.  그래서 S님께 설명하면서도 '미국의 가수인데요, 인권 같은 사회적 활동을 많이 했데요'라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아~'하는 대목이 자주자주 나왔다.  그 바보 돌깨는 소리를 자주자주 흘리면서 많은 영감과 자극을 얻게 된 영화, <Sing Your Song>.


그는 자마이칸 이민자의 자녀로 뉴욕에서 태어났고, 자메이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뉴욕으로 돌아와 청소부로 일하던 어느날 친구가 준 극장 티켓으로 처음 극장에 가보게 되고, 그의 음악 인생도 시작하게 된다.  가수로서 성공을 이루고 캘리포니아로 공연을 하러간 어느날 자신이 함께 간 스탭들과는 다른 '흑인'이라는 걸 알게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는 레스토랑에 갈 수도 없었고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탈 수도 없어 걸어가야 했다.  공연을 위해 초청한 한 라스베거스의 호텔에서는 초청가수임에도 호텔의 정문으로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어느날 그 호텔의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은 물론 호텔발코니의 모든 사람이 그를 쳐다봤다.  그는 높은 다이빙대에 올라 주변을 둘러 씨익 한 번 웃어주고는 멋지게 다이빙했다.  그 뒤엔?  그 수영장 풀이 순식간에 텅텅 비었다고 한다.  그는 홀로 수영장 한가운데 서 있었고, 한참이 지나 사람들이 와서 Harry아니냐며 사진을 찍고 소란을 떨었단다.


이런 종류의 에피소드 속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그를 바탕으로 사회적 참여활동들을 벌여나간다.  마틴 루터 킹과 함께 했고, 캐네디를 지원했다.  두 거물이 저격당하고 또 한번의 변화를 거듭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자신의 뿌리와 계급을 더 깊이있게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아프리칸 미국인 African American들이 아프리카를 방문해 좀더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지원했고,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젊은이들 중에 오바마의 부친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넬슨만델라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장기수 넬슨만델라가 석방되고 미국에 방문했을때 양키 stadium에 모인 군중들에게 Harry가 "Today I will give Mandela to you!"라고 만델라를 소개할땐 나마저도 소름이 돋았다.

1980년대 에티오피아에 방문한 그가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조직하는데 기여했다는 대목에선 내 고개가 설레설레 가로저어졌다.  '저 사람 괴물이다'하는 생각과 함께.

그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을 가지고 있는 미국, 그리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본 Education Screening에 그와의 대화가 기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감옥프로젝트와 관련되어 독일 어디에선가 미팅이 늦어져 저녁에나 런던에 닿을 수 있어 그와의 대화가 취소되었다.  그런데 그는 젊은 관객들이 원한다면 다른 장소에서 따로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영화제팀에 제안했고, 영화제팀은 나갈때 출구에 그와의 대화에 참여할 사람은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안내를 했다.  정말 그 사람의 열정은 놀라웠다.  시간때문에 자세한 정황을 알아보지 못하고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자리를 떠야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영화 속에서 그가 웃으면서 그랬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도록 도운 것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그는 그 모든 것을 위해서 자신이 성공으로 거둔 그 모든 것들을 환원한 사람이다.  요즘 한국미디어에 화자되는 소셜엔터네이너들은 그의 명성과 활동 앞에서 명함도 꺼내기 어려울 것 같다.


뜻밖에 본 영화가 너무 깊은 감동과 너무 많은 영감을 줘서 벅찼는데, 그 벅참은 감기 앓는 일주일동안 게으름에 묻혀버렸다.  자 다시 일깨워 이제 나를 채찍질하자, 찰싹! 찰싹!


Sing Your Song(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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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산만담 2011.10.28 16: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해리 벨라폰테 분, 참 멋진 분이시네요. 노래만 들었었는데, 덕분에 다시 뵈었어요.
    토닥 님, 이제 몸은 괜찮으신지? 아플 수도 있지만, 어쨌든 건강이 최곱니다요!

    • 토닥s 2011.10.30 03: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감기의 끝자락에, 지금은 남편이 제뒤를 이어 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가을가기전에 감기가 얼른 나아 공원으로 놀러가기를 희망하고 있지요. 감기조심하세요. :)

마쓰모토 하지메(2009). <가난뱅이의 역습>. 김경원 옮김·최규석 삽화. 이루.

NHK의 워킹푸어에 실망하고 가능하면 일본발 책은 사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이 책은 최규석의 만화책인줄 알고 샀다.  책을 받고서 약간 당황했지만 그 묶음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책이다.  이유는?  책이 가벼워서.  물리적인 무게가 무지 가벼웠다.  이런 책 좋아한다.  무거운 책 들고다니는 건 너무 고역이다.

책의 무게도 가볍고 화법도 가볍지만, 번역을 잘한 건가?, 그렇다고 내용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을 즈음 한국의 야권 정당들이 통합을 하네, 합당을 하네 그러고 있었다.  그런 이슈에 관한 나의 입장은 워낙 선명해서 한국의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통합이든 합당이든 참 오래된 틀 속에서 요란하게 서로에게 상처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꼭 하나여야 한다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싶다.  서로 다른 걸 한 곳에 구겨 넣으려는 노력은 힘만들고 서로 공평하게 얻을 수 있는 게 있을지 의문이다.  상식적인 '연대' 아래 각자가 잘하는 게 좋지 않을까가 개인적인 의견.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락가락하고 있을때 읽은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마쓰모토 하지메가 중고물품 가게를 기반으로 해내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실험과 선거가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그의 문제접근 방식만은 새롭다.  그의 다양한 활동이 새롭지 않은 이유는 한국에서도 그와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접근 방식이 새로운 이유는 마쓰모토는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좀 웃긴 표현이지만) 계급적인 이슈로 연결해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이른바 선거작전.

선거라는 공간을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칠 수 있는 공간으로 보고, 사실 선거가 그런 것 맞지 않나?, 지역의 중심지인 역 앞에서 DJ욧시의 공격적인 사운드를 배경으로 "이 망할 부자놈들아!"하고 마구 소리를 질렀단다.  그리고 주민들과 막말 토론을 벌였다.  또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에게 선거에 관심을 가지도록 독려했다.  생각보다 결과도 좋다.  당선되려면 2000표를 받아야 하는데 1000표 넘게 받았단다.  400표 넘겨 공탁금도 돌려받았단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한국야당이나 일본야당이나 참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박장대소한 부분이 있다.  사실 웃을 일은 아니지만서도, 그게 우리 정치를 계속 20세기에 잡아두고 있으니.  그래도 웃긴 건 웃기다.  재활용품 가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들에게 재활용품을 판매할때 검증을 해야하는 PSE법에 반대하기 위한 시위를 준비하면서, 이 법은 대기업들의 압력으로 생겨난 아이디어 아니겠는가, 정당의 선전차량을 빌리기 위해서 전화를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정당의 선전 자동차다.  우리가 역앞에서 떠들면 화를 내는 주제에, 정당의 자동차가 확성기로 연설을 하면 그냥 두지 않나.  뭐 이런 게 다 있어!  자, 어떻게든 그 차를 빌려보자.  그래서 PSE법 실시에 반대하는 야당에 전화를 걸었다.  민주당은 빌려주기 싫단다.  뭐야, 인정머리 없기는!  공산당은 "일본공산당이라는 커다른 글자를 앞에 걸면 빌려주겠다"고 하니 머리털이 쭈뼛 섰다!  사민당은 "지금은 말이지, 자동차가 없어서..."하는 것이다.  아이고!  아니 이런 비상시에 자동차가 없다니 사민당은 그래 가지고 굴러가긴 굴러가는 거야?!  그런데 최후의 수단으로 옛날에 사민당에서 갈라져 나온 신사회당이라는 최약소정당에 전화를 했더니 "으응, 좋아, 마음대로 써"하는 것이다.  앗싸!  이럴때는 약소정당이 힘이 되는구나!


정신없고 대책없는 일본 젊은이들의 활동이라고 보기엔 생각보다 날카롭다.  시장자본주의에서, 특히 일본같은 국가주의(또는 군국주의 엇비슷)에서 가난한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장난처럼 진지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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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7 14:1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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