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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27 [life] 누리의 킴미 2015
크리스마스 이브

한국사람에게 크리스마스는 하루 공휴일일뿐이지만 이곳은 가장 큰 그리고 긴 휴일이다. 부활절과 더불어 2대 명절이지만, 종교를 떠나 좀더 호화롭게(?) 보낸다. 연휴를 맞아 마냥 뒹굴고만 싶은 나와는 달리 밥이라도 한 끼 특별하게 먹고 싶어하는 지비의 바람에 따라 크리스마스 이브 점심을 나가서 먹었다. 저녁이면 좋겠지만, 아직은 누리를 데리고 저녁 나들이는 무리인지라.


얼마 전에 지인과 가본 프렌치 식당으로 낙점했다. 폴란드에선 일종의 금식 의미로 이브까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오징어-홍합을 먹겠다고 마음먹고 이 식당을 낙점했으나 홍합은 품절되어 오징어-구운 치즈 조합으로 먹었다. 이브에 고기를 먹지 않는다던 지비는 닭고기를 먹었다.


지비의 반나절 근무 후 먹게 된 점심이라 누리는 먼저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누리 앞으로 감자튀김과 쥬스를 시켜주었으나 우리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와서 자기몫을 다 먹고 간식가방을 열었다.

홍합을 먹지 못했지만 늘 먹어보고 싶었던 구운 치즈 baked camembert를 먹은 것으로 만족.

장보러 가다가 낑낑..


이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점심을 늦게, 무겁게 먹어서 간단한 해산물 파스타로 저녁을 준비했다. 얼마 전에 발견한 에다마메 파스타.

누리는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햄치즈 샌드위치나 소세지를 가끔 먹지만 고기 자체로서는 잘 먹지 않는다. 늘 단백질을 어떻게 먹일까 신경을 쓴다. 아기 땐 두부도 잘 먹었는데 이젠 그도 잘 먹지 않는다.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함량이 많은 에다마메 콩으로 만든 파스타를 발견하고 '이거다!' 했다. 관자와 새우를 넣고 파스타를 만들어보니 마치 한 다발의 고무밴드를 먹는 기분이었다. 역시 누리는 그 질감을 좋아하지 않았다. 500g 유기농 파스타가 1파운드 전후, 이 에다마메 파스타가 200g에 3파운드. 대략 5배의 가격이건만 싫다면 어쩔 수가 없다.


저녁은 좀 부실하게 먹었으나 색칠하고 스티커 붙이면서 남은 저녁 시간은 화목(?)한듯 보냈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역시 물고기인 쥐포-맥주-드라마 송곳의 조합으로 마무리.

크리스마스

내가 지비에게 요구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연휴 4일 동안 아침에 늦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부쩍 일찍 일어나는 누리. 누리 손을 지비에게 쥐어주고 계속 자려고 했으나 선물을 볼 누리의 표정이 궁금해서 나도 일찍 일어났다.


다른집처럼 큰 선물을 사주진 않지만 지비에게 작더라도 알아서 선물을 준비해보라고 했다. 지비가 준비한 선물은 태양력으로 가는 종이조립자동차와 도로 모양으로 생긴 테이프. 바닥에 붙여서 차놀이(?)를 하는 용도인데 누리가 뜯어보니 도로 모양이 아니라 철도 모양. 그때까지 지비는 몰랐다고 한다. 잘못 주문을 한 것인지 잘못 배송을 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손바느질로 만든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쿠션. 한국에서 누리 침대에 넣어주려고(아직 콩콩 머리를 박으면서 잔다) 사왔는데 '금새 만들겠지'하고 하루이틀 미루다보니 크리스마스가 목전.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둔갑(?)하였다.
우리집에 없고 본적도 없는 디즈니 캐릭터를 누리가 언젠가부터 알기 시작하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저만 없지 다른 아이들은 다 가지고 있으니.
허접한 바느질이라도 누리가 좋아할 줄 알았다.


종이로 된 조립 자동차는 누리 선물이라더니 역시나 지비는 자기 선물인 것처럼 조립에 열심. 심지어 누리더러 만지지 말라면서. 둘이서 티격태격.
그런데 이 태양력으로 가는 조립 자동차가 5시간 충전하면 20분 간다는데 영국에서는 무용지물이지 싶다. 어제 오늘 햇빛이 한줄기도 들지 않았으니 자동차는 계속 정차 중.


재미있는 건 지비와 내가 서로에게 준비한 선물이 같은 것이었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장갑을 벗지 않아도 되는. 좀 웃겼다.

아침을 먹고 런던의 북동쪽에 있는 지비의 사촌형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일주일전에 도착한 지비의 고모님이 가족들과 만들어놓은 만두, 케이크, 쿠키 등을 쉴 사이 없이 먹었다.

지비의 고모님은 늘 우리더러 '새 만큼 먹는다'고 하신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 권하는 문화는 폴란드와 한국이 참 닮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누리는 생애 첫 바비인형을 선물 받았다. 속으로 이베이에 팔아치워야겠다 생각했는데, 누리가 포장을 뜯어달라고 해서 망했다. 거기다 사촌형네 아이가 더 이상 쓰지 않는 아기 인형까지 한 무더기 받아왔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생일파티가 복병이라더니 크리스마스도 만만치 않은 복병이다.


저녁은 얼마 전에 Y님이 알려주심 홍차돼지. 조리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만들어봤으나 비슷한 재료인데 맛과 결이 무척 다른 결과물. 새콤한 장조림이다 생각하고 먹어치워얄듯 하다.


특별한 휴가는 아니지만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가족, 친구들을 만나며 이틀을 보냈다. 덕분에 이틀 연이어 빵과 머핀을 구웠다.

박싱 데이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이곳 박싱 데이 boxing day라고 세일이 시작되는 날이다.

누리의 첫번째 크리스마스엔 우리집으로 와주고, 두번째 크리스마스엔 그 집에 아이가 생겨 우리가 갔던 친구집에 다녀왔다. 물론 그 두번째 크리스마스엔 뜨거운 스프에 아이 손이 데이는 사고가 발생해 크리스마스 점심은 제대로 먹지 못했다. 크리스마스에 다시 얼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뜨거운 음식 금지에 동의하고 이번에도 우리가 그 친구네에 다녀왔다.

2시에 오래서 이른 점심을 먹고 갔더니 한끼 더 먹으라고 강요하는 참 한국적인 친절함. 참고로 그 친구네는 폴라드인 아내와 콜럼비아인 남편.

그 친구네는 아이는 조용한데 엄마 아빠가 왁작왁작 시끄러운 스타일. 물론 아이의 여흥을 위해서.
우리와는 다른 아이 키우기를 보면서 다양한 조건의 부산물인 '육아'에 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누리의 킴미

지난해 우리는 누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대신 작은 돈이라도 누리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걸 크리스마스의 전통으로 만들어보자고 이야기나눴다. 아직은 누리가 그런 걸 이해할 나이가 아니라서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
그런데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고르고 포장하고 전달하는 과정이 선물이 크고 작고를 떠나 참 즐거운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특히 포장을 좍좍 찢는 광경을 보는 것도, 선물을 받고 확인하고 보게되는 환한 미소도 참 즐거운 과정과 결과다. 그래서 우리가 이야기 나눴던 크리스마스의 전통에 그 사람을 생각하며 고른 작은 선물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하여간 이렇게 연휴가 지나가고 있다. 아직 이틀이나 더 남았다는 게 참 기쁘다. 나는 이틀 더 늦잠을 잘 수 있으니.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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