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의 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4.06.28 [article] 인터넷한겨레 : '공화국의 밤'

칼럼
공화국의 밤


밤이다.  캄캄해서일까.  윤똑똑이들이 곰비임비 무대에 오른다.  사뭇 근엄한 목소리다.  "이성을 찾자."  살천스레 덧붙인다.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누구를 이름인가.  고 김선일.  가난 탓에 이라크로 떠나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살고싶다"는 고인의 절규는, 아니 비명은 2004년을 살아가는 모든 한국인의 귓바퀴에 '문신'으로 새겨졌다.  그래서다.  부아를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짚어보자.

김선일은 왜 죽었는가.  칼을 들이댄 자는 이라크 무장세력이다. 허릅숭이들이 '응징'을 주장하는 근거다.  실소로 넘길 일만은 아니다.  철부지의 선동을 방관할 만큼 오늘 한국인은 안전하지 않다.  사실 앞에 겸손하자.  미국 조지 부시 정권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노무현 정권이 놀아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참극은 그저 악몽일 수 있다.  대한민국 30대가 참수당할 까닭이 무엇인가.  시한을 제시하고 파병을 철회하라는 저들의 결연한 최후통첩을 노 정권이 정면으로 곧장 거부하지만 않았더라도 구명 협상은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보라.  저 윤똑똑이들을.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며 짐짓 '용기'와 '고뇌'를 내세운다.  누구인가.  피로 홍건한 무대에 뒤뚱뒤뚱 오른 저들은.  조지 부시 그리고 노 대통령이다.  그 뒤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부닐고, 어김없이 부자신문은 추썩거린다. 여기서 부시를 거론할 뜻은 없다.  부시가 '악의 축'을 거론한 2002년 2월, 이미 그에게 '악의 제국'이란 말을 돌려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시의 침략전쟁에 용춤추는 노무현의 책임이 자칫 흐려질 수 있어서다.  김선일의 주검이 발견된 뒤, 그는 부시가 공개적으로 밝힌 '믿음'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노 대통령만이 아니다.  입만 벙긋하면 '개혁'을 외치는 열린우리당의 신기남 의장도 부르댔다.  "테러리스트 협박에 굴종하여 파병을 철회할 수는 결단코 없다."  참으로 별쭝맞지 않은가.  대체 누가 '협박에 굴종'하여 파병 철회를 요구했는가.  이라크 무장단체를 '유괴범' 따위로 비유하는 신기남의 신기한 사고에서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는가.  한나라당은 또 어떤가.  추가파병안을 통과시킨 16대 국회의 1당은 누구였던가.  고인의 영전에 언죽번죽 조문하는 박근혜의 모습에서 위선을 읽는 것은 과연 과민반응일까.

더하여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까지 굳이 고발해야 할까.  아니다.  다만 저들의 목 쉰 노래에 노 정권이 더불어 '합창'하는 현실만 직시하자.  그렇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눈과 귀를 열 때가 되었다.  똑똑히 보라.  저 야합의 몰골을.  환청이 아니다.  저 저주의 합창은.  실제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참된 사랑을 실천할 때다.

그렇다.  문제는 누가 정부를, 아니 공화국을 바로세울 것인가에 있다.  결코 절망할 일이 아니다.  보라.  민중이, 노동자가 일어서고 있지 않은가.  비단 전국 곳곳에서 타오르는 촛불만이 아니다.  정규직·비정규직·예비 노동자들 가슴마다 뜨거운 눈물이, 차가운 촛불이 번져가고 있다. 이미 민간항공 조종사 노조로 구성된 항공연대가 '파병 수송기' 조종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운송하역노조도 학살전쟁을 위한 수송에 단호히 고개 저었다.  금속산업연맹도 오늘 총파업 투쟁을 벌이며 '파병철회'를 결의할 예정이다.

그렇다.  한국의 노동자가 지며리 깨어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 10명과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조직적으로 연대하고, 그 물결이 저 촛불을 든 벗들과 만나야 한다.  촛불과 바다를 이룰 때, 그 때 비로소 노 정권은 파병을 철회할 수 있다.  그 때 비로소 더 큰 참극을 막을 수 있다.  그 때 비로소 이 땅에 평화를 지킬 수 있다.

그래서다.  30대 청년 노동자 김선일, 그를 우리 가슴에 묻자.  고인을 죽인 저들은 노상 노동자를 탄압한 바로 그들 아닌가.  자신의 이익을 '국익'으로 호도하는 저들의 언구럭에 더는 기만당하지 말자.  민중의 힘, 노동자의 힘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갈 때다.  이 땅의 주인은 다름아닌 우리 아닌가.  벅벅이 불을 밝히자.  여울여울, 공화국의 밤을.  손석춘 논설위원 songil@hani.co.kr
(인터넷한겨레 2004/06/28)


윤―똑똑이[명사] '지나치게 영리한 체하는 사람'을 농조로 이르는 말.  

문제는 그것이다.  '지나치게 영리한 하는'.
미국이 그려준 시뮬레이션에 겁먹은 盧와 정부.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을 용인하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전쟁도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근거로 나만 예외라는, 나만 예외일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가.

무지는 죄다.
무지를 멈춰라.

反戰反盧!


한겨레 칼럼읽기
- '공화국의 밤'
  http://www.hani.co.kr/section-001006000/2004/06/001006000200406281540255.html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