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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24 [+1374days] Big decision day (6)
오늘 영국에선 EU 탈퇴와 잔류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있었다.  밤 10시 막 투표를 종료했고 개표가 시작됐다.  영국의 EU 탈퇴와 잔류만큼 중요한 결정은 아니지만, 오늘 누리에게도 큰 결정과 변화의 하루다.  오늘 처음으로 자기 방이라고 정해진 곳에서 혼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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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득 누리가 자기는 이제 'big girl'이니까 혼자 자겠다고 했다.  누리의 방이라고 정해진 곳에는 일년도 전부터 누리의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누리도 우리도 감히 그곳에서 자게 될 날이 언제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잡동사니, 주로 빨래 건조대와 빨래들이 쌓였다 치워졌다를 반복하며 일년이 흘러갔다.  일년도 더 된 것도 같고.  한국에 다녀와서 이 방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을 가기 전부터 정리를 시작했고,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지비가 자신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그래도 여전히 빨래 건조대며 생수들이 한 가득.  어제 누리의 'big girl선언'을 듣고 "그래?  방을 좀 치워야 하니까 내일부터 여기서 자자"하고 오늘 오전 부지런히 그 방을 치우고 새롭게 침대 시트를 갈았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잠 잘시간이라며 자기가 앞장서 그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낮에도 내가 그 방을 정리할 때 몇 번이고 들어와 침대에 누워본 누리.  내가 책을 두 권 읽었고, 지비가 한 권 읽었다.  그리고 내게 읽었던 책 한 권을 다시 읽어달라고 했다.  그 뒤 잘테니 불끄고 나가란다.  나갔더니 한 30초 뒤쯤 운다.  잠이 안온다며 마지막에 읽은, 두 번이나 읽은 책을 다시 읽어달란다.  읽었다.  평소엔 토닥토닥 두들기는 걸 싫어 하는데, 어릴 땐 안그러면 잠을 못자더니 요즘은 컸다고 싫어한다, 토닥토닥 해달란다.  그렇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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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어떻게 누리를 자기 방으로 옮길까를 이야기하곤 했다.  지금까지 우리 침대 옆에 아기 코트를 개방해서 붙여놓고 셋이 나란히 잤는데, 잠든 후 애를 옮겨볼까 했다.  그랬다간 다음날 아침 누리가 놀라서 울꺼라며 어떻게 해야할까 이야기 나눴는데, 어제 오늘 갑자기 제 발로 걸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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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엔 울면서 일어나겠지만, 또 모른다 자랑스러워하며 씩씩하게 일어날지도, 오늘 밤 나는 한 쪽이나마 쌕쌕이는 숨소리 안듣고 잘 수 있겠구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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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밥도(빵도) 먹기 전에 인형들을 줄지워 앉히더니 차례로 자기발과 인형발을 비교한다.  그러면서 "누리(발)가 크지? 크지?"를 반복했다.  정말 크기는 컸나보다, 누리가.  핑크색 침대의 유혹이 있긴 했지만 혼자서 자겠다고 하다니.  내일 아침이, 내일 밤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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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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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ygrocerybag 2016.06.26 22: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우! 시끄러운 브렉시트보다 이게 더 중요한 변화로 느껴지네요. 웬지 누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자랑스러워했을 것 같아요! 저희집 그 분도 한국 나이 다섯살이 되는 날 혼자 자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정말 기대돼요!

    • 토닥s 2016.07.02 04: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침대에 일어나 앉아 절 부르더라구요. ㅎㅎ
      한국나이 다섯살이면 한국식으로 어느 해 1월 1일인데 여러가지로 바쁠 것 같아요, 그날이. 한국은 만 나이가 아니니까 다섯살이면 금새 아닌가요? 당장 내년인가요? 벌써 기대되네요. :)

  2. 2016.06.27 12:2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7.02 05: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여행 가기 전 이틀을 혼자 잤는데 한 번은 한밤중에 일어나 울기도 했는데 일어날 땐 잘 일어나더라구요.
      여행을 가서도 다른 침대에 혼자 잘 자다가 나흘째 되던 날 침대에서 떨어져 울었답니다. 집과 달리 가드가 없으니 이러 일이.ㅠㅠ 그래도 혼자 잔 날은 다 잘 일어났네요.

      기저귀를 뗄때도 얼떨결에 그렇게 된 것 같은데, 혼자 자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공통점이 있다면 또래보다 약간 늦은감이 있었는데 그래서 훈련기간/적응기가 짧은듯해요. 모든 것은 모든 아이들에게 각각의 '적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혼자 자는게 아직 완전하달 수는 없지만.

      쪼꼬미도 어느날 갑자기! ㅎㅎ

  3. 2016.06.28 17: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7.02 05: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오랜만이에요. 말은 늘 big girl 타령이지만 현실은 아주 많이 멀었어요.

      아이들은 모두 "내가 내가"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밥 먹기 시작할 때 숟가락을 직접 잡으려 한다는데 누리는 그런 게 별로 없었어요. 그 단계 건너 띄고 요즘은 요리/조리할 때 "내가 내가"합니다. 쇼핑할 때도, 빨래 널때도(지금도 빨래 널며 아빠와 싸우고 있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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