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1.07 [food] 추억의 김밥 (7)
  2. 2012.04.27 [taste] 김밥 (6)

정말로 오랜만에 김밥을 만들어 보이차와 함께 저녁으로 먹었다.  지비가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서 약간 이른시간부터 누리를 지비에게 넘기고 김밥을 만들었다.  김밥의 생명은 단무지며, 김밥을 위한 필살병기는 김밥말이며, 김밥 만들기 고수의 척도는 재료가 가운데로 가도록 마는데 있다고 혼자서 생각하면서 8줄 만들었다.  김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낼 점심 도시락으로 김밥 두줄을 싸두었다고 하니, 회사 동료들에겐 그냥 '스시'일뿐일 것 같다고 그런다.  그래서 내가 꼭 '한국 김밥'이라고 말해주라고 했다.  우리에게 스시란 '니기리', 밥 위에 생선이 올라간,일뿐이고 여기 사람들도 좋아하는 '롤'은 미국에서 개량된 것이라는 등등으로 가지를 쳤다가 이야기의 끝은 '추억의 김밥'으로.  





우리에게 김밥이란 일년에 두 서너 번, 봄 가을 소풍과 운동회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모두 같은 김밥을 싸가도 집집마다 맛이 달라서 친구들과 하나씩 바꾸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김밥을 한 번 더 먹기 위해 언니들의 소풍날과 내 소풍날이 어긋나기를 고대하던 어린 날들도 있었다.  그런 음식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건 90년대 후반 '김밥X국'과 '김밥X라' 같은 김밥집이 생기면서다.  아 'X우동' 그런 브랜드도 있었다.  볼이 터질듯 먹어지는 굵은 김밥을 팔던 집.  그래도 우리에게 김밥은 김밥이었다.  나름 추억의 음식이라는.


서너살쯤 어린 후배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 김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묘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야간자율학습 때 간식으로,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지 못한 날 대용으로 너무 많이 먹었단다.  그 이후엔 직업상의 문제로 야근(?)하면서 만만하니 많이 먹고.  그래서 싫단다.


또 그런 이야기도 들었다.  벌써 한참 전부터 엄마들은 소풍날 김밥을 싸지 않고,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준다고.  그래서 소풍에서 다 똑같은 김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기분이 좀 그랬다.  물론 김밥이 참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긴 하다.


그래도 우리에게, 적어도 나에게 추억의 음식인 김밥이 찬밥신세라니.  마치 내 추억이 찬밥대우를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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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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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l 2013.11.08 03: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김밥은 분명 추억이 많아서인지 저는 먹어도 먹어도 안질리는것같아요...
    생각보다 준비해야하는 재료가 많아서 손이 많이가 귀찮기는 하지만 집집마다 맛도 스타일도 조금씩 다르기때문에
    소풍때면 친구들과 꺼내놓은 도시락을 보며 누가 제일 예쁜가 비교해보기도 했어요...
    날씨가 더울때 금새 상하지만 요즘처럼 추워질즈음이면 한번에 넉넉하게 싸서 식탁위에 올려두고
    오며가며 하나씩 집어먹는재미가 좋아요...
    안그래도 김밥김사다두었는데 저도 이번 주말에는 김밥을 쌀까봐요...^^

  2. 설은숙 2013.11.08 07: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샘 거기선 한국식재료 구하는 건 어렵진 않나요? 여긴 단무지가 귀해 가끔 한국 들갔다 오는 직원들이 오뎅이나 단무지를 선물로 주면 그날은 김밥을 말아요.^^ 샘이 싼 김밥 먹음직스럽네요. ^^

    • 토닥s 2013.11.08 08: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은숙 샘! 잘 계시지요?
      영국은 그리고 런던은 한국 식재료 구하긴 어렵지 않아요. 시내에 일본 슈퍼도 있고, 저희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아서 작은 일본 슈퍼도 몇 개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집하곤 거리가 좀 있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뉴몰든에 가면 대형마트가 있어요. 코리아푸X라고. 거기서 동유럽쪽도 한국음식을 유통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영국에 장보러 한 번 오셔야겠네요. :)

  3. 유리핀 2013.11.08 12: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난 우리 엄마식 김밥에 익숙해져서 김밥 말때 밥은 적게, 속은 많이(ㅇ우동 따위에서 나오는 왕김밥보다 더 많이 넣어서) 일명 배보다 배꼽 김밥을 말지요 ^^ 단무지 한줄에 간장에 조린 우엉 듬뿍, 뜨거운 물에 데친 어묵, 살짝 간 한 시금치, 볶은 당근, 두껍게 만든 달걀지단, 그리고 고급 게맛살. 한 줄 먹으면 한끼로 넘치죠. 밥 한공기는 못먹으면서 밥 두공기 들어간 김밥 한 줄은 뚝딱 해치우고도 더 먹을 수 있다니까요 ^^

    • 토닥s 2013.11.08 19: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늘 생각하지만 김밥과 만두는 완전식품. :D
      요즘은 김밥을 위해 잘려진 단무지, 조림 우엉이 세트로 나오더라고. 그거 보이면 나도 꼭 사는편. 아 학교 앞 모듬김밥 집 생각난다. 밀면도 맛있었는데. 냠!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김밥을 싼다.  지비의 도시락으로도 좋고, 내게도 반찬없이 먹을 수 있는 끼니로 편해서 자주 싸게 되었다.  사실 예전에도 김밥을 싸기는 했다.  한 달에 한 번쯤이었는데 그 때 비하면 잦아진 셈이다. 

보통 저녁으로 3인분을 준비해 2인분은 먹고, 남은 1인분을 지비가 다음날 도시락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어떤 날은 2인분으로 딱 떨어지는 저녁을 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지비의 도시락으로 마땅한 것이 없을 때 샐러드, 참치, 그리고 마요네즈를 넣어 간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한 달에 한 번이 어떻게 일주일에 한 번이 되었는가.  바로 김밥을 싸는 발 때문이다.


예전엔 그냥 손으로 말았다.  자주 싸지도 않는 김밥 때문에 살림살이 한 가지 늘이는 게 싫어서 손으로 싸는 걸 고수했는데, 어느날 한국 슈퍼마켓에 갔다가 김밥용 단무지와 우엉조림이 함께 담겨 있는 걸 구입했다.  날 잡아서 김밥 쌀 날을 벼르고 있던 참에 발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점심시간에 전화를 걸어온 지비와 그 이야기를 하다가 지비가 일터에서 가까운 차이나타운에 가보겠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산책삼아 차이나타운에 가서 김밥을 마는 발을 설명했는데 지비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를 못하더란다.  다른 상점에 들어가 다시 설명했더니 피카딜리 서커스에 있는 Japan Center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지비가 코리안 스시라고 설명했을테니, 점원은 스시만 알아들었을테다.  결국은 찾지 못하고 차이나타운을 걸어나오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상점에 들어갔더니 있어 £1.50을 주고 사왔다.  그래서 김밥의 생명인 단무지와 함께 만들 도구도 갖추어진 셈.  지비가 퇴근하기 전 김밥에 넣을 재료를 준비했다.


주재료: 김, 밥, 단무지, 오이, 당근

부재료: 고기 또는 햄, 맛살, 달걀, 우엉, 시금치, 깨, 밥 양념


재료 준비는 간단했다.  단무지와 우엉은 이미 조리되고 준비된 걸 샀으니 별로 할 일이 없다.  오이는 길이에 맞추어 썰고, 당근은 썰어 약간 볶았다.  달걀도 부쳐 속재료답게 길이로 썰었다.  이 날은 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해 볶았다.  나름 불고기깁밥을 떠올리고 만들었다.  시금치도 데쳤다.


 


지비도 맛있게 먹은 이 날의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다.  역시 김밥의 생명은 단무지로구나하는 것과 김밥 발이 있어야 단단하게 말아진다는 것.  이 후 일주일에 한 번씩 말게 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이젠 뚝딱 준비하고 뚝딱 만든다.  단, 단무지만 있으면.  그런 이유로 단무지가 주재료에 들어가 있다.

사진의 김밥을 말던 날은 고기를 양념해 볶아 넣었는데 생각보다 환상적이지 않아 그냥 햄으로 바꾸었다.  맛이 깔끔하고 준비하는 것도 편해져 햄을 더 선호하게 됐다. 

'이제 나는 김밥은 득했구나'하고 생각했을 때 미쳐 내가 생각하지 못한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깁밥을 싸 먹던 김은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냥 구워서 밥 싸먹기도 하는 그런 김이었다.  우리는 주로 김밥을 싸거나 구워 잘게 잘라두었다가 국과 같은 음식에 고명으로 올려 먹었다.  그 김이 떨어져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김을 사왔다.  김밥용 김으로.

김밥용 김은 가지고 있던 김보다 약간 두꺼워 보였고, 약간 구워진듯 색깔이 푸르스름했다.  그 김밥용 김으로 김밥을 싸고서 알게 됬다.  '김밥엔 김밥용 김이 따로 필요하구나'. 

경험도, 김밥 발도 갖추었으니 '이제 진짜 김밥은 득했구나' 싶다.  사실, 더 배워야 할 것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밥 양념을 못해서 나는 일본 스시수를 쓴다.  그래도 이만하면 족하다.  그럼 그럼.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내가 도시락을 싸서 킹스톤에 가야하는 날, 아침마다 나는 김밥을 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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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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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g 2012.04.27 08: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는 참치 김밥 좋아해. 깻잎으로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를 감싸 넣으면 좋을텐데..깻잎이 없으니, 루쿨라Rucula로 대신 하면 되더라고. 나도 조만간 몇 줄 싸서 소풍가야 겠다~tg

    • 토닥s 2012.04.27 16: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얼른 깻잎 심어. 그럼 올여름엔 깻잎으로 참치김밥을 쌀 수 있을 꺼야. :)
      지비는 각종 쌈채소를 좋아하는데 외국인들에겐 깻잎이 어떨지 모르겠다. 올리브만 넣어서 꼬마김밥도 말아봤는데, 외국인들이 좋아하더라. 익숙하고 짭조롬한 맛이니까.

  2. 엄양 2012.05.31 15: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때 울 큰아들녀석이 밥을 너무도 먹지 않아서,,,
    아침저녁으로 일주일 내내 김밥을 말았던 기억도 있따,, 속재료를 얇게해서 꼬마김밥으로,,,그렇게라도 먹어준다면야 고맙지 하는 맘으로,,,^^;;

    • 토닥s 2012.06.01 23: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내가 어릴때 그랬던 것 같은데. 당시엔 꼬마김밥 같은 건 없고, 그냥 김에 간장을 넣어 돌돌 말아먹었던 기억이 어렴풋. 아주 가끔 마가린 한 조각을 넣어 비빈 밥도 김에 돌돌 말아먹었지.
      그래도 넌 착하구나. 난 '먹지마'할 것 같은데. 히히.

  3. S씨 2012.06.01 22: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앗, 런던 콘서트 후기 보려고 들어왔다가, 소소한 일상을 염탐하게 되었어요^^
    전 누구냐면 자원봉사 중에, 머리띠 만들고 있던 상희에요. 기억하실래나~
    앗, 김밥! 오늘 아침도 김밥을 먹은 저로써는-_ㅜ
    저는 집에 김이랑 단무지가 느~을 있어요. 시내에 나가면 다른 건 아니라도 단무지랑 얼려 있는 우엉을 사와서 집에 재워둬요^^
    전 우엉과 단무지가 김밥의 생명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김밥이 너무 좋아요!

    • 토닥s 2012.06.01 23: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당연히 알죠, 반가워요.
      언제 날씨 좋아지면 김밥 말아 런던 시내 공원에서 한 번 만나요. :)
      사실 전 김밥을 말처럼 잘말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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