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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6 [+42weeks] 난데없는 유목생활 (11)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누리와 함께 난데없는 유목생활 중이다.  그러다보니 컴퓨터 앞에 앉을 일이 없었다고 구차하게 늦은 일기에 대한 변명.


더워지기 전에도, 심지어 12월이나 1월에도 거의 매일 산책을 가긴 했지만 요즘은 산책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시원한 곳을 찾아 떠도는 유목생활에 가깝다.


동네 도서관 - 유아 음악 교실 Music Session


동네 도서관에 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건 알았다.  그건 음악 교실이라기보다 동요 교실이어서, 그리고 유아toddler 프로그램이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누리의 월령이 아기와 유아 사이쯤 되서 어중간 하다.

또 다른 이유는 남들은 다 아는 노래, 나만 모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그렇기도 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5개월쯤 되는 딸이 있는 니콜라스, 영국인,가 자기도 가보니 새롭더라면서 좋더라고.  잊었던 동요 새로 떠올리기도 하고, 요즘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배우기도 하고.  그래 간다, 가보자 하고도 계속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웃의 라헬이 도서관에 음악 프로그램이 생겼더라면서 좋더라고 해서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


내가 이해하는 동요와 음악 프로그램의 차이는 동요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배우는 격이라면 음악은 소리에 가까운 활동들로 아기들의 발달을 돕는다.  맞나? 

두 프로그램 모두 도서관에서 열리기 때문에 책이 매개다.  일단 흥미롭게 들려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사실 시간면에서도 동요 프로그램이 있는 오전은 누리가 낮잠 자는 시간이고, 음악 프로그램이 있는 오후는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어서 좋겠다 하면서.



가서보니 튜터 하나가 북치고 장구치는 격으로 악기 연주하고 책 읽고 아이들과 몸으로 움직이면서 다 한다.  책에 나오는 동물이나 그 소리를 알리 없는 누리도 덩달아 즐겁다.



가끔 비교적 어린 축에 드는 누리가 한 가운데로 기어가 훼방(?)을 놓기는 하지만, 거기에 온 부모들이나 튜터는 그런 것도 서로 다 이해한(다고 믿을란)다.


다른 아이들 보다도 월등히 머리가 큰 우리 누리.(-ㅜ )




원래 영국 사람들은, 아니 요즘은 한국도 그렇다고 들었다, 아이들이 사진 찍히는 것에 무척 민감한 편인데 다들 카메라로 찍길래 나도 소심하게 몇 장 찍었다.  담엔 카메라 들고가서 제대로 찍어야겠다.



친구네 BBQ


가든이 없는 우리를 굽어살핀 발디와 프란체스카가 BBQ를 열었다.  원래 전형적인 영국의 BBQ는 비오는 주말에 해먹는 건데(농담), 요즘 영국답지 않게 뜨거워서 미국식 BBQ라면서.



이 사진은 지비의 친구 이고르가 찍은 것이다.  얼굴이 커서 뒤로 간건 아니고, 누리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그랬다고 미리 밝혀둠.( - -)


프란체스카의 손님들은 썰물처럼 왔다가 빠져나가고 난뒤 지비와 발디의 또다른 오랜 친구 이고르의 가족들만 남아서 남은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이고르와 리하나의 아기, 아니 소년 라이언과 누리의 단란한(?) 한 때.  라이언이 누리를 위해 비누방울을 만들어줌.



그리고 별다방으로 출근


날씨 더우면 피크닉 매트를 들고 나가 동네 공원에 앉아 있기도 했는데, 요즘은 동네 공원이나 그린의 잔디들도 노랗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래도 아예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날씨가 한국처럼 습하게 더워 거의 요며칠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별다방들을 돌아가며 매일 출근 중이다.  하루라도 커다란 아이스라떼를 마시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기 보다, 엉덩이에 땀띠가 날 지경이라.


아 땀띠!  누리의 어깨에 땀띠가 났다.  살이 접히는 목도 아니고, 누워 지내는 아니도 아니니 등도 아닌 어깨에 땀띠가 났다.  한국에서 선물받은, 도대체 영국에서 입을 날이 있을가 싶었던 얇고 짧은 옷들을 요즘 부지런히 입히고 있다.  친구들아 고마워! (ㅜㅜ )





땀 뻘뻘 흘리며 자던 누리도 시원한 별다방에 들어서면 눈을 딱 뜬다.  나도 좀 쉬면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고 싶구만.  거기선 부지런히 놀아도 땀이 나지 않으니 더 부지런히 논다.


아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싶지만, 심지어 어제는 아기 침대 매트리스만 거실로 옮기고 우리는 요가매트 깔고 그 위에서 잤다.  창문이 환기를 위해 열리도록만 되어 있어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으니 바깥보다 1~2도 더 높다.  그래서 자정이 가까워도 27~28도.  그래서 거실에서 자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잤다.  대신 허리가 무지하게 아프기는 하지만서도.


그래도 이런 여름이 길지 않을 것이라 (희망하면서) 곧 추워지면 그리워질테니 양껏 비타민 D를 축적해놔야겠다.  어디 휴가를 간 것도 아닌데 팔이 탔다.(- - )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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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양 2013.07.17 00: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지중해성 유럽기후가 그립다
    꼴랑 열흘이었는데 한국오니 시차보다는 날씨에 적응하기가 더~~~힘들더라는 ㅠㅠ
    후덥후덥 싫다 정말 ㅋ
    누리 내가 준 원피스입었네
    커서 내년에나 입나 했는데
    잘~크고 있나보네
    아기 키우면서 필수품이 에어컨이더라
    아기들은 더우면 잠을 더 못자니...
    고려해봐^^

    • 토닥s 2013.07.21 09: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실 그 옷 받을 땐 입힐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요즘 잘 입고 있다. 커도 반팔 옷이 없어서 그냥 입혀. 커서 바람이 숭숭.. 시원하고 좋다.

      그렇지. 원래 유럽이 기후가 태양은 뜨거워도 건조한데, 요 며칠은 그것도 아니네. 다행히 최고점은 지난듯하다. 내가 영국의 흐릿한 날씨에 이렇게 적응이 됐는지 깜짝 놀랬다. 햇볕에 적응이 안되더라.

      어쨌든 여행에 비가 안와서 다행이야. 개인적으론 비보다 더운게 낫지 싶어. 여행 다닐땐.

  2. gyul 2013.07.17 18: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다른것들도 마찬가지지만 음악도 어릴수록 다양하게 많은 경험을 해보는게 좋아요...
    전공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일이지만
    음악이란 삶의 부분부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되니
    경험만으로 머리와 몸속에 음악에 관한 작은 단편들을 새겨놓으면
    누리의 생활속의 즐거움이 앞으로 배가될거라생각해요...
    또한 두뇌의 움직임을 더욱 활성화시켜주니 여러모로 도움이 될거예요...
    개인적으론 제가 워낙 영국음악을 좋아하기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자연스럽게 그 감각을 얻을수 있는 누리가 부럽기도 하네요...^^

    • 토닥s 2013.07.21 09: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음악과 미술은 클래식한 과정이 아니라도 꼭 가르치고 싶은데(남편은 운동을), 비용면에서 쉽지는 않네요. 여긴 뭘 배우는 게 다 비쌉니다. 물론 아동센터에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기회가 되면 아프리칸 드럼을 꼭 배우게 해보고 싶어요. 런던에서는 가능할 것도 같고요.
      듣고 보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전 직접 연주하고 만드는 경험을 특히 주고 싶어요. 제게 없는 능력인지라.

    • gyul 2013.07.21 10: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어리면 어릴수록 그저 쉬운악기보단 많은 음을 사용하는 악기를 경험시켜주는게 도움될거예요... 한번에 생각해야할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어떤걸 우선으로 해야하는지 스스로 생각해서 습득하는 능력이 꽤 빠르더라구요... 물론 누리는 지금 아가니까 조금 더 있어야겠지만요...
      어쨌거나 영국은 좋은 문화재산이 많은곳이니까 배우는것은 비싸더라도 간접적인 경험들만으로도 분명히 좋은 영향을 받을수 있을거예요...
      안그래도 요즘 저는 기타선생님을 구하는중인데 영국에서 오신분을 구하는중이라 여태 진전이 없어요...ㅠ.ㅠ

    • 토닥s 2013.07.21 12: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프리칸 드럼 그저 안쉬운데..(' '*)
      (ㅋㅋ)
      런던의 특성이 그야말로 다문화인데, 그걸 배우기에 좋을 것 같아서요. 음악에선 리듬감도 중요하니 기본도 될 것 같아서요. 하지만 많은 음이 있는 악기를 경험하는 것도 좋은 지적이시네요. 박치는 아닌데 음치면 곤란하잖아요.

      기타선생님이 영국에서 오신분이면 다른가요? 영국에 오시면 구해드릴 수 있는데.(ㅜㅜ )
      친구의 긱에 갔다가 찬조 출연한 친구이자 스승님의 노래와 연주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음악을 모르는 저희도 감탄했지요.

    • gyul 2013.07.21 18: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ㅎㅎ 마음은 이미 영국에 날아갔죠...ㅎㅎ
      저는 영국음악을 좋아하는편인데 이전 기타선생님이 미국에서오신분이라
      음악취향이 저랑은 잘 안맞아서 배우다가 쉬고있는상태예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그 감각을 좀 배우고싶어서 알아보는중이예요...

  3. 현정 2013.07.17 20: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첨으로 댓글 달아요. 9개월 된 딸이 있어 비슷한 점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며 잼나게 쓰신 글들 읽었네요. 전 다비셔에 사는데 저희동네도 도서관에서 이름은 스토리타임?인데 동요부르는 시간이 있어요. 저도 열심히 여기 너서리라임을 습득 중이랍니다^^

    • 토닥s 2013.07.21 09: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반갑습니다.
      저는 이곳 문화에서 아이를 기르는 것도 걱정인데, 반면으로 어떻게 한국어를 줄 수 있을까도 걱정이랍니다. NHS에서는 영어는 어떻게든 습득하니 부모의 모국어를 사용하라고 하는데, 말 많은 사람이 아니라 쉽지는 않네요. 언어는 고민인 가운데 여건만 되면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다비셔는 더비derby인가요? 가까이 살면 만나서 차도 마시고 좋을텐데, 아쉽습니다.

    • 현정 2013.07.23 2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Derby가 다비가 맞아요. 현지인이 아님 종종 잘못 읽혀지는 지명 중 하나죠. Reading도 리딩이 아니고 왜 레딩 인거냐구요??^^
      정말 가까이 살면 이런저런 얘기하며 친구하면 좋을 텐데 무척 아쉬워요. 혹시 이 동네로 놀러 오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

    • 토닥s 2013.07.24 10: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그렇군요. 다비라고 읽는군요.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사정의 여의치 않아서.(ㅜ ㅜ )
      언제 런던 오심 꼭 연락주세요. 그리고 혹시 블로그라도 하게되심 꼭 알려주시구요.

      오늘부턴 날씨가 썰렁한게 딱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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