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뭐해 먹이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7.17 [+667days] 산 넘어 산 (4)

한 일주일 전부터 누리가 영 먹지를 않는다.  낮잠 재우기를 포기하고 그 패턴에 적응했더니 다른 산이 나를 가로막는다.  모유 수유가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먹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는 처음이다.  한국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이웃의 라헬은 누리의 식사량에 늘 놀란다.  그리고 포동포동한 누리를 보고 내가 잘해(?) 먹여 그렇다고 생각한다.  단지, 아시안이라서 얼굴만 크고 포동한 것을.


일주일 동안 누리의 식사시간마다 내가 하루씩 늙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오늘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문제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최근 들어 가끔 뵙는 Y님은 늘 누리의 식사량이 너무 작다고.  '그런가?' 싶었다.  사실 누리가 이유식을 담아먹던 통을 아직도 그대로 쓰고 있다.  예전엔 유동식을 그 정도 먹었다면, 요즘은 그 통에 밥을 담아두었다가 데워주곤 한다.  국도 딱 그 정도.  가득채워 먹이지도 않았으니 먹는 양이 140~160ml 정도 될까?

그래서 조금씩 양을 늘렸다.  그랬더니 다 먹지 못하는 날이 생기다가, 아예 먹지 않으려는 날도 생겼다.  특히 아침.  지난 주말엔 아침을 먹으려 하지 않아서 '그래 굶어라'하면서 기다렸더니 11시가 다되어도 먹지를 않는다.  특별히 간식을 주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먹는 과일이 줄어든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생기니 당황이 됐다.  아파서 그런가 싶었는데, 일주일이 되도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생각해봤다.  누리는 그냥 많이 먹지 않는 아이인 것이다.  그런데 양을 늘리니 다음 식사 때가 되어도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  Y님네 아이는 일단 누리보다 3살 가까이 많기도 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 수가 많이 없으니 밥을 참 잘 먹는다.  그 아이가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인데 잠깐 내가 중심을 놓친 것 같다.


그리고 그 보다 중요한 건, 준비하는 음식이 맛이 없는 것이다.  몇 가지로만 돌려가며 먹이니 지루해져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유식 책을 다시 찾아들었다.  완료기 이유식 중에서 지금 먹일 수 있는 것들을 실험해봐야겠다.  완료기 이유식이라는 게 어른들이 먹는 음식과 거의 비슷한데 소금, 간장 같은 조미가 약한 정도다.  그 동안 좀 느슨해져 아침은 씨리얼, 나머지는 미역국, 북어국, 파스타, 폴란드식 만두(감자와 치즈 필링), 우동, 달걀찜, 프렌치 토스트, 치즈 넣은 꼬마 김밥만 주었는데 좀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근데 정말 뭘 줘야할지 어렵긴 하다.  완료기 이유식 책도 보다 말았던 이유는 열심히 만들었는데 안먹는거다.  그런 경험 한 두 번 늘다보니 먹는 것 중심으로만 해주게 됐다.  다시 해보자 싶다.


아 또 한 가지.  파스타, 토스트, 만두, 꼬마 김밥 같은 메뉴는 만들어주고 나는 내 밥을 먹거나, 다른 일을 했는데 이제부터 누리가 먹는 동안은 옆에 앉아있어 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 이유인지, 많이 먹이겠다고 연연하지 않아서인지 오늘은 훨씬 잘먹은 것도 같다.  아니면 누리가 안먹는 건 그대로인데,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은 것이거나.  하여간 그랬다.





흘린 것도 잘 주워먹는 알뜰한 누리 (2014/04)


참고로 누리는 요즘 아침으로 식빵 반쪽, 씨리얼 1/4쪽, 플레인 요거트 2~3 디저트 스푼을 먹고 오전에 포도 10개쯤 놀이터에서 간식으로 먹는다.  그리고 12시 반쯤 앞서 언급한 음식 중 한 가지를 점심으로 먹고 딸기 5개쯤 후식으로 먹는다.  2시쯤 우유 210ml, 4시쯤 바나나 한 개나 과일 스무디 150ml쯤 먹는다.  그리고 6시쯤 저녁과 귤 2개, 8시쯤 우유 180ml를 먹고 잠자리에 든다. 

끼니를 먹이는 것만 힘들지, 여전히 과일은 잘먹는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외출했을 때 출출해하거나 저녁을 다 먹고도 우리 밥에 달려들면 아기용 치즈 크래커를 몇 개 주기도 한다.







혼자서 마시고 스스로 대견해 하는 누리 (2014/07)


그래도 예전에 비해 나아진 것도 있다.  누리는 이제 컵으로 마실 수 있다.  예전부터 써오던 도이디 컵은 물론이고 얼마 전에 산 양쪽 손잡이 컵, 그리고 일반 컵까지.  쏟지 않고 잘 마신다.  물론 마시다가 움직이면서 흘리기도 하지만.

그래서 비싼 돈 주고 산 다른 과도기용 컵들이 새것 그대로로 있다.  그래도 아까워하지 않을테다.  컵으로 혼자 마시니 너무 좋아.

하지만 우유는 빨대 컵으로 먹는다.  이것도 일반 컵으로 줘도 마실 것도 같은데-,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


산 넘어 산이라도 애는 크니까 조금씩 달라지긴 하겠지.  그래야지.



'탐구생활 > Cooin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673days] 슈팅 라이크 베컴 - 누리편  (4) 2014.07.23
[+670days]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2) 2014.07.20
[+667days] 산 넘어 산  (4) 2014.07.17
[+658days] 버블아줌마  (0) 2014.07.08
[+655days] 말문  (7) 2014.07.05
[+643days] 딘 시티 팜 Deen City Farm  (6) 2014.06.23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은정 2014.07.18 19: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캐나다에 살고 있는 돌쟁이 엄마입니다. 아 누리 너무 귀여워요.

    • 토닥s 2014.07.20 2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

      (띄엄띄엄이지만) 블로그를 하면서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네요. 은정님도 타국에서 화이팅하세요.

  2. 2014.07.19 01:4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4.07.20 22: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웃는 사진을 고르는 저는 여전히 밥 때마다 울고 있습니다.(ㅜㅜ )

      하지만 가만히 되짚어보니 저 역시도 많이 먹는 아이는 아니었던지라 ( 지금은 많이 먹어서 그 사실을 한동안 잊었어요) 엄마에게 진 빚 갚는다는 생각으로 살려고 합니다.(ㅜㅜ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