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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06 [+1173days] 상상력 0점 엄마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나의 창의력으로 보여지는 것들은 남들보다 조금 꼼꼼한 성격에서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상상력이나 창의력은 아쉽게도 나이들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듯하다. 대체 나의 어떤 어린시절이 이렇게 재미없고, 추억없는 인간을 만들었는지. 그래서 누리만큼은 좀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이것만큼은 피하자 하는 것이, 실물에 가까운 장난감을 사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그런 장난감이 많은 어린시절을 보냈는가 - 하면 그것도 아닌데. 하여간 그런 이유로 누리에게 사주지 않은 장난감은 인형이다. 여기 아이들은, 한국도 그런가?, 걷게 되는 즈음 아기 인형을 많이들 들고 다닌다. 그 인형들은 유모차도 있고, 흔들침대도 있고 그런 식이다. 나는 누리가 토끼인형을 안고 아기라고 상상하길 바랬다. 사실 누리는 그렇게 그 시기를 넘겼다. 하지만 유모차는 사주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누리의 유모차에는 늘 토끼, 곰 그런 것들이 앉아 있었다는 정도.

주방놀이 장난감도 기피 대상이었는데, 다른 집에가서 주방놀이만 보면 열심히인 누리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방놀이가 있는 엄마의 한마디 - 엄마는 실제 주방에서 아이는 장난감 주방에서 각각 요리를 한다는 - 에 내가 훅 갔다. 그러던 찰나 한국에서 맞은 누리의 생일에 가족이 콕 찍어 '주방놀이'를 사주라고 용돈을 주셨다. (그 돈은 한국서 다쓰고) 돌아와서 주방놀이를 샀다. 그런데 '엄마는 실제 주방에서 아이는 장난감 주방에서'와 같은 기적은 내겐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누리는 종종 내가 작은 통에 담아준 파스타로 요리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http://m.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495963≻_code=1395288615&page&to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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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와서 누리가 지난 봄부터 하던 유아체육 수업에 더해 드라마댄스라는 수업을 함께 했다. 어차피 한 학기에 일정 금액을 쓰는데, 한국에 다녀오느라 그 금액이 반만 쓰게 되었으니 그 돈으로 하나 더하자는 마음이었다. 누리가 체육 수업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를 피곤하게 하는 게 마치 엄마의 의무처럼 느껴지기에 딱 적격이었다. 
드라마댄스라기에 노래에 맞춰 다 함께 춤이라도 추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이 수업은 만 3-4세 수업으로 이전 수업들과 달리 부모동반 없이 진행된다. 그런데 나와 떨어져본적이 없는 누리라서 어쩔 수 없이 첫 수업은 누리 뒤켠에서, 두번째 수업은 강당 한켠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세번째 수업에 갔더니 선생이 내 귀에 대고 "내가 감당할테니 가"라고 쏙딱쏙딱. 그래서 우는 누리를 뒤로하고 줄행랑쳤다. 뒤에 들으니 30초만 울었다고 한다. 그 뒤로부터는 손 흔들며 강당으로 가게 되었다.

수업을 지켜본 첫 날, '아..'하고 감동하고 말았다. 

드라마댄스라는 게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누리가 참여하고 있는 수업은 그랬다. 
처음 몇 주는 동화책 한 권을 같이 읽으며 그 속의 캐릭터가 되어 보는 것이었다. 모험을 떠난 캐릭터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씬에 이르러서는 아이들은 모두 푸른색 천으로 둘러싸인 두꺼운 매트리스 위에 올라가 빈손으로 노를 저었다. 풍랑을 만나 바다에 떨어질 땐 바닥에 깔려 있는 매트리스 위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온몸을 허우적거리며 힘들게 매트리스 위로 올라왔다.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책 한 권이 끝나고는 여러 가지 음악에 맞춰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 실제로는 빈 통을 굴려 하얀 천을 씌여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얀 폼폼(응원도구)를 던져 눈싸움을 했다.

이 수업을 요약하면 '그렇다 치고' 온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이런 수업이 연기라는 능력을 향상시켰다기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연기력과 상상력이 동시에 부족한 나는 책을 읽어줘도 '그렇다 치고' 늑대도 되어주고 양치기 소년도 되어줄 수 없는지라, 지인은 날더러 영혼없는 책읽기라고 했다, 이 수업을 계속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만 먹었다. 다행히 누리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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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리가 모래알로 밥 지을 꺼라 기대하지 않는다. 나도 그래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이런 수업이라도 즐겨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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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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