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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2.07.08 [essay] '94년 7월 8일'
조금 오래된 기억하나 끄집어 내도 될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 7월이었습니다.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기말고사를 쳤던 날인 것 같습니다.
융통성이 없는 학교를 다녔던 관계로 시험을 마치고도 수업을 계속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시험 뒤 씁쓸함 아시죠?
시험지를 책상에 구겨넣고 청소를 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김일성이 죽었다!"

당시 EBS교육방송이 한참 인기를 끌던 때라,
녹화된 교육방송을 함께 보기 위해 각 교실엔 TV가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누가 뭐라 그러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TV앞으로 모여들었고,
그 TV는 수업시간 외엔 켜서는 안되는 것임에도
망설임 없이 누군가가 TV를 켰습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이라는 커다란 자막만을 보여주며
똑같은 그 말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TV 앞에 있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청소도구를 들고 멍하니 TV를 바라봤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일까? 아닐까?
평소에 통일은 물론이고 북한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던 우리들이었지만
분위기는 어술렁했고, 그 분위기에서 청소는 마무리되고 이어 국어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김일성 주석 사망에 대해서 아이들이 물었던 것인지,
아니면 선생님이 그냥 먼저 말씀을 꺼낸 것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은 대학에 들어가 이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과 다른 사실, 다른 시각들을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도 바로 그것들 중의 하나라고.
어쩌면 대학에 들어가 알게된 사실과 시각이 편협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과 시각과는 다르지만
한쪽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같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김일성이라는 사람은 정치인으로서는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그런 정치인이 죽었다고.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라고.

그때도 알고 있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똘이장군>에서 처럼 뿔달린 붉은 돼지가 아니란 걸.
그때가 김일성 주석에 대해 처음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평가를 들었던 때인 것 같습니다.
그걸 들으면서 속으로 '어, 저 사람 저런 말 해도 되나?'라는 생각까지 한 것이 기억나네요.

그날이 바로 94년 7월 9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김일성 주석의 사망일이 7월 9일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에야 자료를 찾아보니 사망일은 7월 8일이더군요.
제가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 7월 9일이라고 기억하는 이유는 아마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그래서 남한에서 방송에 다루어진 것이
94년 7월 9일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뒤에 북도발 전쟁설도 있었으며, 이른바 주사파 파동도 있었습니다.
그것들에 관해서 잘은 모르겠네요.
그땐 열심히(?)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라..

96년 저는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선생님처럼 저는 대학에서
이전에 알고 있던 것들과는 다른 것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한쪽'에 치우친, 편협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전에 그 '한쪽'과는 '다른쪽'에 치우친 사실과 시각만을 교육, 강요 받아왔기에
대학에서 새로운 사실과 시각을 알게됨으써 평행을 이룰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게 있어 대학에서 접한 '한쪽'이 해가 된 것만은 아니지요.

한쪽과 또 다른 한쪽..
그냥 서로 다름을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뿐입니다.

아니 이해를 넘어 어서 통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7월 8일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94년 7월 8일'은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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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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