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생활'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6.09.08 [+1450days] 토마토 수확 (2)
  2. 2016.07.11 [food] 멸치볶음 (8)
  3. 2016.07.07 [life] 육아와 가사의 딜레마 (6)
  4. 2015.06.24 [life] 되찾은 친구
요즘 발코니 텃밭(사실은 화분 몇 개)에서 자리난 토마토로 생활하고 있다.  장을 볼 때 샐러드용 토마토와 누리용 플럼토마토(한국선 대추토마토라고 불리는 품종) 두 가지를 사는데 한 달 가까이 샐러드용 토마토는 사지 않고 수확한 토마토로 먹고 있다.  오늘 수확한 토마토들.

토마토  두 그루에서 매일 이만큼 수확될리는 없고 한 4~5일 분량이다.




지난 8월 토마토 수확 초반 사진이다.

4월쯤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5월에 한국에 다녀오니 굽어져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자랄때 지지대에 묶어 바로 자라게 했야하는데 지비에게 물 주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돌아와서 지지대를 구입해 세워볼려고 했으나 이미 굽어져 쓰러진 토마토를 세우긴 어려워서 '아 몰랑~'하고 제멋대로 키웠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그닥 정이 가지 않았던 토마토.  그래도 토마토가 익어가니 다시 정이 간다.(>ㅅ< )

토마토를 따는 건 누리 역할이다.  그런데 부드러운 속과는 달리 껍질이 질겨서 지비와 나만 먹는다.  나는 그나마도 껍질은 먹지 않는다.  너무 오래 키워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

굽어진 토마토 줄기를 다시 세우려다 실패하고 '어른들이 육아를 자식농사라고 하는게 이런 건가'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되돌리기 참 어렵다.  안되는건 아니지만 어.렵.다.

+

토마토는 키우고나면 '수확'이라는 보상/결과가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도 그럴까.  자식덕 기대하는 사람은 아닌데 육아는 결과가 한참 후에나 아니면 영영 기대하기 어려운 네버엔딩 같다.  계속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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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씨엘 2016.09.08 08: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토닥님네 가든을 보며. 저도 내년에는 보고 좋은 꽃도 좋지만 먹고 좋은 식물들도 키워보려고 해요. 오늘 한국학교의 고민으로 한국학교 웹사이트를 다시 정독했어요. 머뭇거림을 떨치고 내일쯤은 문의전화를 한번 해봐야겠어요. 그럼. ^^

    • 토닥s 2016.09.09 23: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드디어 결단을 내셨네요. 우리는 아무래도 토요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한 시간여 차로 매주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고, 아이의 한국어를 생각하자니 가야할 것 같고. 결정을 다음 새학기 2~3월로 미뤄볼까 싶네요. 그때가 되어도 달라질 조건은 없지만요.

      대단하세요!

예전에 K선생님이 주신 마늘편을 넣은 멸치볶음이 너무 맛있어서 몇 번 해먹었다.  누리가 생기기 전에.  한국서 부모님께 받아온 멸치가 동이 나기도 했고, 임신을 하면서 딱딱한 음식을 기피하다보니 (잇몸이 부실하여) 더는 안해먹게 되었다.  이후로도 누리에게 건강한 반찬을 해줄겸 멸치볶음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 한국슈퍼에서 살 수 있는 수산물, 대부분이 중국산이다,에 믿음이 가지 않고 판매하는 단위도 작긴해도 박스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재료였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후배가 지어준 밥에 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이 맛있어서 조리법을 물어왔다.  재료를 따로 볶고, 양념은 끓인 후 따로 볶은 재료를 섞는게 비법.  전수 받은 비법(!)과 나물씨 책을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그도 한달 전이라 이 맛이었는지, 다른 맛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먹을만해서 기록차원에선 남겨둔다.

멸치볶음

재료 : 볶음 멸치 100g, 간장 1T, 현미씨유 1T, 설탕 2T, 꿀 1T, 견과류 150g

한국에서 돌아오기 전 언니에게 생협에서 멸치를 사다달라고 했다.  돌아와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이번에 꺼내보니 300g짜리였는데, '왜 이렇게 작은가'하면서 저울에 대접 올려놓고 100g 덜어보니 양이 꽤 된다.  혹시 모를 실패를 생각해서 100g만 만들어봤다.  케이크 만들면서 남겨둔 견과류 호두, 호박씨, 해바라기씨, 알몬드 슬라이스와 크랜베리를 종류별로 담았더니 150g이 훌쩍 넘는다.  배보다 배꼽이 큰 모양이지만, 예전에 한국에서 본 '꽃보다 누나'에서 여행 떠나기 전 견과류를 열심히 볶던 여배우 김희애를 생각하며 그대로 진행.

양념장 비율을 찾아보니 보통 물, 간장, 설탕, 물엿, 맛술의 비율을 같은 양으로 만든다.   취향 따라 조절해가면서.  짠 것이 싫어서 간장을 줄이고, 물엿이 없어 꿀로 대신해 넣었다.  단 것도 싫어서 꿀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후배가 시킨대로 멸치와 견과류를 따로 볶아 끓인 양념과 섞어보니 조금 짠맛.  식힌 후에 먹어보니 단맛이 조금 더 났다.  사람들은 음식이 식으면 짠맛이 더 살아난다고들 하는데, 반대로 느껴졌다.  멸치를 따로 볶으면서 너무 볶았던지, 혹은 설탕이 많았던지 약간/많이 바삭해서 지비는 과자 같다고 했지만 달달하고 짭쪼롬한 멸치를 누리는 '아기물고기'라며 정말 좋아했다.  밥 반찬이 아니라 간식으로.  티스푼으로 한 스푼 정도 먹고 물을 한 컵 들이켜야 했지만.

일단 있는 멸치가 다 할때까지는 열심히 먹어볼 생각.  맛도 있고, 몸에도 좋다고 믿으면서. 

+

프랑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auchan이라는 마트에서 치즈와 맥주를 사왔다.  프랑스에서 치즈는 납득이 되겠지만 맥주라니.  우리는 정말 맥주파다. 

프랑스 맥주라곤 크로넨버르그 밖에 모르는데 그건 영국서도 흔히 살 수 있다.  프랑스에서 거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여행지 몽생미쉘의 식당에서 홍보하고 있는 수도원 주조 맥주를 마트에서 발견하고 사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벨기에 맥주였다.  털썩.

그런데 어제 동네 마트에 장보러 갔더니 거기에도 팔고 있었다.  털썩2.

이 맥주가 그 맥주.  이 맥주를 위해 오랜만에 쥐포님도 모셨다.  우리집에선 귀한 쥐포님은 오븐에 모신다.

집에 조리열기구가 유리상판이라 쥐포를 구울 수가 없어, 캠핑 때만 쓰는 휴대용 버너를 꺼내 굽곤 했는데 얼마전에 집에 놀러오신 L님에게 쥐포를 대접코저 휴대용 버너를 꺼냈더니 "전자렌지에도 굽는다던데요?"해서 급검색.  그런데 전자렌지에 굽는 방법은 이 귀한 쥐포님을 태울 가능성이 있어 오븐에 구워봤다.  두어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예열 없이 180도 8분 30초라는 우리집 오븐에 맞는 '적정조리시간'을 찾았다.  그래서 맥주와 쥐포를 순식간에 먹었다는 구구절절 변명.
앞으로 동네 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 맥주를 바다 건너 실어오지는 말자는 다짐을 하였다가도 가격 생각하면 또 실어오는 게 낫다 그런 결론.

프랑스에서 마트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지비가 장바구니에 담은 치즈.  전자렌지에 4분 데워 퐁뒤를 간편하게 즐기는 치즈라는데(그림으로 우리는 그렇게 이해했을뿐 진실은 알 수 없다) 또 어렵게 라클렛 스타일로 준비해서 먹었다.  다만 라클렛 팬이 없으니 치즈는 오븐에 굽고 감자는 삶아 으깨고 채소는 굽고 난리법석.  다시는 이런 치즈는 사오지 말자고 둘이서 다짐했다.  냉장고에 냄새가 냄새가 김치 저리가라였다.

뭐 이렇게 먹고 살았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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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2 11:0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7.12 2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기물고기를 와구와구 먹습니다.ㅎㅎ 저도 예전엔 딱딱한 게 싫어서 먹지 않는 멸치였는데, 사람 입맛도 변하는지 그게 또 맛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눅눅해지지 않게 조리한 후배의 조리법을 듣고 와서 만들었습니다.

      맥주는 참 맛있어요. 영국엔, 유럽엔 마실 맥주가 많다는 게 참 좋아요.
      저도 건강하게 간단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잘은 안되요. 점심도 라면으로 후룩..먹은. 사실 저는 건강하게 먹기도 해야겠지만 소식도 해야하는데, 저 디쉬 자체는 간단했지만 치즈의 칼로리가 너무 높아 소화시키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치즈는 짜지 않아서 좋다고 남편과 평가했는데, 당분간은 이런 류의 치즈를 냉장고에 들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냄새가.ㅎㅎ 아직 하나가 남아서 이번 주말에 먹어치울 예정입니다.

  2. 유리핀 2016.07.13 11: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냉장고 냄새는 오래되거나 곰팡이 펴서;;; 먹기 싫은 식빵을 넣어두면 많이 없어져요. 소주를 작은 그릇에 조금 부어서 넣어둬도 좋고. 전 커피내리고 가루를 바짝 말린거랑 자투리 식빵, 소주 세가지를 모두 쓰는데 냉장고에서 김치냄새 안나요.
    멸치볶음은 역시 멸치보다 견과류가 더 들어가야 제 맛! 성공하셨군요. ^^/

    • 토닥s 2016.07.13 16: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냉장고가 작아서 그게 들어갈 자리가 있을런지.ㅎㅎ

      우리집엔 김치 같은 반찬이 없어. 냄새가 날만한 것이라곤 양파나 파 정도인데 가끔 김치가 생기면 그 냄새가 확실히 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적당한 용기가 없어서이기도 하고.
      그런데 치즈가 말이다.. 냄새가 정말 김치랑 비교가 안돼. 프랑스에서 올 땐 사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차 뒤에 싫어놓고 페리 타면서 차에서 내렸다 영국에서 다시 차에 탔는데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막 웃었지. 집에오니 웃을 일이 아니네.ㅎㅎ

      멸치를 볶을 때 뜨거워서 그랬던지 말랑말랑하더라고. 계속 열심히 볶았더니 딱딱한듯. 담엔 '적당히' 볶아얄텐데그게 어려워.

  3. 2016.07.20 03: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7.21 06: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만들고서 열심히 먹었는데 요즘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면만 먹다보니 요며칠 안먹었네요.

      누리는 멸치볶음에서 멸치만 골라서 10마리쯤 먹어요. 10마리라고 해봐야.. 정말 티끌 같습니다.

      게으른 엄마는 '밥이랑'이라는 한국산 후리카케를 종류별로 구매해놓고 날마다 바꿔가며 먹입니다.ㅠㅠ
      (미쿡도 그렇지만 영쿡엔 웬만한 한국제품은 다 있어요)

  4. 일본의 케이 2016.07.22 21: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퐁뒤에 찍어 먹고 싶어집니다.

(참 뻔한 제목)

요즘 한국 가기 전부터 미뤄둔 집안일을 몰아 하고 있다.  별 일들은 아니고 누리 방을 만드는 일이 주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그 방에서 짐을 빼 다른 곳에 넣어야 하고, 그 다른 곳의 짐은 또 다른 곳에 자리를 찾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짐이 한 번씩 자리만 옮길 뿐 모두들 자리를 차지하고 정리된 느낌은 없다.

틈틈이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 누리가 TV를 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누리에게도 책을 옮기라, 장난감을 정리하라는 일거리 정도는 줄 수 있지만 일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내가 같이 해줘야 하는 판이라 TV앞에 방치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벨기에-프랑스 여행을 가기전 절반만 한 수건 삶기를 하는 동안 누리가 열심히 TV를 열심히 보았다.  보통 땐 이 시간에 체육수업이다 뭐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없어 TV에서 뭘 하는지 몰랐는데, 있어보니 누리가 평소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줄줄이.  TV앞에서 떠나지를 못하고 있다. 
빨래 삶기에 열심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좀더 나아져보자고 하는 일들에 시간을 빼앗겨 아이가 방치되면 이게 나은 것이 맞는 건가, 아닌건가.  그런 고민들을 누리 이유식 만들 때 했다.  이유식을 만든다고 주방에서 뒤돌아 도마에 코 박고 있으면 아이는 한참 동안 방치되는 사실에, 이게 과연 아이를 위하는 상황인가 고민하곤 했다.

속내를 따져보면 육아와 가사의 딜레마가 아니라 육아와 육아의 딜레마, 가사와 가사의 딜레마다.

과연 '중간점'은 어딜런지.

+

아무리 세제를 바꿔가며 빨래를 해도 점점 더러워만 지는 빨래.  특히 수건.  드럼식 세탁기라 아무리 빨래 후 문을 열어놓고 건조시켜도 곰팡이 같은 냄새가 있다.  드럼세탁기 청소 세제를 2~3개월에 한 번씩 돌려도 그렇다.  세탁기에서 하수로 연결된 호스에 고인 물이 호스에 곰팡이를 만든게 아닐까 싶은데.  빌트 인 세탁기라 뜯거나 꺼내보는 일은 감당이 안된다.
더군다나 수건은 두꺼워 가장 천천히 마르니 아무리 새로 지어져 습기가 없는 우리집이라도 집안에서 말린 빨래는 냄새가 난다.  한국에 가니 뽀송뽀송한 부모님집 수건.  오래되서 뻣뻣한 느낌이 있지만 간간히 삶고 햇볕에 말리니 뽀송뽀송.  영국에 돌아와 바로 수건을 모아 빨래하고, 가루 세제를 넣어 삶고, 다시 뜨거운 물로 빨래했더니 확실히 다르다.  같은 세탁기, 같은 곳에서 건조해도.

그런데 우리집엔 빨래를 삶을만한 것이 없어 가장 큰 냄비를 희생시켰다.  수건을 삶아보니 2개만 겨우 들어가는 냄비.  처음 3개 넣었다가 바로 넘쳐버렸다.  그러니 수건 12~14장 정도 한 번에 삶으려니 불 앞에서 한 시간.  그래도 달라진 수건을 기대하며 땀을 흘린다.

이렇게 아줌마가 되는구나.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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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1 09:5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7.12 05: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누리가 어릴 때 가제 수건만 삶아 쓰곤했어요. 요즘 옷들은 안삶아도 된다고 세뇌하면서. 사실 어릴 땐 옷이 2~3개월 단위로 바뀌니 삶아쓰고 할 게 없었던듯해요.

      아이가 어릴 땐 그나마 체력이 나아 재워놓고 집안일을 하기도 했는데요, 블로그도 하고. 이젠 그나마 체력도 바닥나 '아이를 재워놓고'는 불가능이예요. 저질체력의 표본인 사람이라. 아이 재워놓고 휴식을 취하다 잠듭니다.ㅎㅎ

      의외로 요즘은 TV 없는 집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저한테는 TV가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TV는 편성이라는 게 있어 같은 걸 무한반복할 수 없는데 휴대전화, 타블랫 PC 로 보여주면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다행히 영국 어린이 채널은 7시면 끝이 나요. 그 이상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데, 요즘 누리가 더 보고 싶어하면 폴란드어로 더빙된 페파피그라는 인기만화를 남편이 보여주곤 해요. 누리의 폴란드어 향상에 아주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요.ㅎㅎ
      저희는 영어원어민이 아니라 TV가 누리의 영어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요. 확실히 발음이 우리하곤 다릅니다.ㅎㅎ

      장단점을 아이의 성격을 감안해 활용하면 TV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 :)

    • 2016.07.12 11:13 Address Modify/Delete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7.12 22: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페파피그가 영국만화인데 폴란드는 물론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예요. 누리는 폴란드에서 방영된 폴란드어 더빙된 페파피그를 봅니다. 딱 누리 수준에 맞는 대화들이 오가는지 어휘를 많이 늘려가고 있지요.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헬로티비 보시는 부모님 집에서도 볼 수 있는 맥스 앤 루비라는 만화도 폴란드어 더빙으로 봅니다. 캐나다 만화인데 한국에서는 원어와 한국어 더빙을 볼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개인적으론 쪼꼬미 나이에 아직 페파피그는 이르다고 봐요. 전에 말씀드린 In the night Garden이나 twirlywoo라는 프로그램 추천해드려요. 막 엄마 아빠 단어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twirlywoo 보면서 누리도 크다 작다 그런 개념들을 배웠어요. 아니면 새로 시작한 텔레토비. 이건 누리도 아주 열심히 봅니다. 한 번 찾아보세요. :)

  2. 일본의 케이 2016.07.22 21: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가사일이 끝이 없더라구요. 수고하셨습니다.

친구가 있(었)다.  이곳에 살게 된 초기 요가를 하면서 알게 된 친구다.  우리가 만났을 때 막 아르헨티나에서 직장을 따라 이주해온 친구였다.  짐에서 진행되는 요가 수업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은, 그러니까 거르지 않고 하는 사람들은 그 친구와 지비 그리고 나 뿐이었다.  사람들은 늘 들쭉날쭉했고 우리는 십여 개월을 매주 두 번씩 함께 했다.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부터 영어에는 어려움이 없던 친구라 이곳에 금새 적응하는가 싶었지만,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특유의 다정다감함으로,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인이다, 직장 동료들과 걸그룹(?)을 만들어 펍도 다니고, 그 중 한 친구와는 집도 함께 세를 내어 살기도 했다.  그 집에서 열리는 바베큐나 파티에 우리도 가끔 놀러가 친구의 친구들도 몇 번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사이 우리가 그 짐에 더 이상 다니지 않게 되었지만 집에 멀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자주 만나 차를 마셨다.


줄곳 싱글이던 친구가 런던정착 2년 여 만에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직장 내 소셜 파티에서 만난 남자, 그리고 그 남자는 곧 친구의 남자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월화수만 자기 집에 머물고 나머지 4일은 남자친구의 집에서 머무르게 되면서 만날 기회가 확 줄어들었고, 우리가 만났던 주말을 이젠 남자친구와 보내니, 연락도 뜸해졌다.  어느 날 지비와 그 친구에 대해서 생각하다 "she's gone"이라고 부르짖었다.


그러다 그 친구가 아예 남자친구의 집으로 들어가버렸고, 우리에겐 누리가 생겼다.  양쪽 모두 '겨를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고, 친구는 가끔 한 번 보자는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일년에 한 두 번 만나기를 3년.  그 동안, 솔직히 말하면, 그 친구에게 앙금이 조금 쌓였다. 

드물게 만나기를 몇 번.  한 번도 빠짐 없이 그 친구의 일정이나 친구의 남자친구의 일정에 우리가 맞춰야 했다.  친구의 남자친구는 일년에 한 번 전세계에 흩어진 지사를 2주 정도 일정으로 돌때가 있는데 그 때 친구가 얼굴을 보자고 연락을 해오곤 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볼 때는 맨체스터 시티 경기 일정에 맞춰 경기가 없는 날, 남자친구가 팬이어서 홈 경기는 꼭 맨체스터로 가서 봤고 어웨이가 런던에서 있으면 꼭 표를 구해 구장에서 본다,과 그 커플이 일정이 없는 날을 두 달전에 알려주면 거기에 우리가 맞춰야 했다.  알려준 시간에 우리가 맞추지 못하면 다시 두달을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을 가거나 하는 정도의 일정이 아니면 두 달전에 잡힌 일정이 잘 없다.  사실 두 달전에 일정을 잡는 사람이 흔하지 않고, 우리는 first come first serve 형식이라(먼저 오면 먼저 서비스) 친구 일정에 맞췄다.  그런데 근래로 오면서 이 친구와 우리가 계속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 번 만날 장소를 잡으면서 친구는 차 마실 장소로 호텔 티룸을 제안했다.  지비와 나는 '뜨아'했다.  결국 만난 장소는 V&A 박물관 까페.  우리를 만난 뒤 친구들과 박물관에서 가까운 나잇브릿지에서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제안한 장소다.


그날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묻고 들어보니 친구가 런던 정착 초기 시절 만나던 사람 중 계속해서 만나는 사람은 우리가 유일했다.  함께 살고, 펍에 다니던 직장 동료들과도 더는 만나지 않는다고.  이런저런 오해와 환경변화가 있었긴 했지만, 속된 말로 친구는 이제 레벨이 달라진 것이었다.  친구의 남자친구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중역이고, 이제는 남자친구의 친구 와이프들과 친구가 되어 만나곤 한다고. '아 그렇쿤'하며 듣고 돌아와서 우리가 예전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봄 그 친구가 출산을 하면서 마음이 쓰였다.  남자친구가 영국인이라 그나마 가족이 우리처럼 아예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이 한 번 보러 오라는 연락이 없길래 우리가 먼저 연락을 했다.  그래서 이틀 전 친구와 아기를 보러 다녀왔다.







만날 날을 잡아두고서도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출산을 한 달쯤 앞두고 약혼했다는, 그러니까 반지를 받았다는, 문자를 받고서 축하카드를 보냈다.  받았다는 말이 없어 갔나 말았나 혼자 고민했다.  남자친구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서 출산 소식을 보고 축하 문자를 보내며  축하카드를 보내려고 주소를 물었다.  혹시 알고 있던 주소가 틀렸나 하면서.   한달 전 약혼 축하 카드는 받았나 모르겠다 하면서.  그제서야 카드는 받았으니 주소가 맞다는 답신이 왔다.  '내가 받았다고 연락 안했나'하면서.  묵직한 마음이 생겼지만, 털어내고 출산 축하카드를 보냈다.  역시 아무 연락 없었지만, 받았을꺼라고 믿었다.  그런 일이 있어 우리가 '괜히' 연락을 해서 친구와 아이를 보겠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소심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지난 월요일 지비가 쉬게 되어 잠시 들렀다. 

친구가 살고 있는 집에서 저 런던 타워브릿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친구네로 가기 위해 타워힐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까페에서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관광객이 된 기분으로 강변을 걸었다.


만나서는 친구의 출산 이야기며, 곧 이사가게 될 새집 이야기며, 아이들 학교 이야기며(벌써?) 유쾌하게 나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지비와 이야기를 나눴다.  레벨이 달라도 한참 달라진 친구와 우리가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랬더니 지비의 말이 그랬다.


친구가 런던을 떠나 다른 도시, 하지만 기차로 30분 거리,로 이사를 가게되고 그 친구의 삶이 지금과 더 달라진다면 우리는 더는 만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특히 우리가 연락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그 친구가 연락을 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래도 그 친구는 우리의 한국 결혼식에 와준,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해준 고마운 친구임은 분명하다고.  그 친구는 어떤지 몰라도 우리에게 그 친구는 여전히 '친구'고 그렇게 기억하고 추억할 자유는 우리에게 있다고.


맞는 말이었다.  앞으로 만나지 못해도 우리는 '친구'라고 기억할 수 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니 남자친구가 생기고, 환경이 바뀌면서 잃어버린 친구 하나를 다시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비록 우리끼리지만.


착하고 이뻤던 친구가 새로운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 100%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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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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