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어린이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12.11 [+1178days] 혼자서 보내는 오후 (4)
  2. 2015.11.24 [+1162days] Let it go (4)
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먼저 보낸 사람들에게 했던 질문이고, 요즘 내가 많이 듣기도 하는 질문은 "누리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이다.

내가 들었던 대답은 대부분 청소, 장보기, 일처리(?) 이런 것들이었다. 앞서 어린이집을 보낸 경우는 주 3일 하루 반나절 보내면서 한 달에 500여 파운드를 내야하는 경우여서 나는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너무 비싸고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는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나도 장을 보거나 청소하는 데 시간을 쓰기는 썼다. 나머지는 시간들은, 최근 2~3주 정도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열심히 썼다. 집에서 까페에서. 사실 카드를 쓰는 시간보다 바뀐 주소체계에 맞추어 새로운 도로명 주소와 새로운 우편번호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필요한 물건을 사러 하이스트릿에 갈 것인가, 그 길에 장도 보고 올 것인가 등을 고민했다. 그런데 물건을 살 곳과 장을 볼 곳이 멀어서 차를 가지고 가도 이른바 '각도'가 안나왔다. 내일 오후에 누군가를 만날 생각을 하니 오늘 장을 봐야할 것 같고, 갈등하던 차 약속이 다음주로 미뤄지면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사진은 예전에..

누리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걸어와 나를 위한 점심을 만들었다. 알고보면 남은 음식들을 처리하기 위한 치킨 샐러드. 닭다리 살도 발라내고, 허니머스타드 소스도 만들고, 누리가 먹고 반씩 남은 토마토와 사과도 잘라넣고, 상추도 잘라넣고, 마지막에 잣도 올리고. 여느 때보다 잘 & 천천히 먹은 점심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엔 누리를 어린이집에 보내고서 하지 않는다던 청소도 했다. 누리가 모래놀이를 하고서 돌아와 모래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무용지물이겠지만, 오랜만에 창문 발코니문까지 활짝 열고 청소한 지금만은 참 상쾌하다.
그리고 저녁 준비도 조금 해뒀다. 고기는 양념에 넣어두고, 쌀을 씻어 예약을 해두었다. 이만큼만해도 절반은 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누리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모차에 앉아 먹을 간식을 준비했다. 주로 아기 과자와 포도를 먹는다. 돌아와서 바로 먹을 토마토와 오이도 썰어두었다.
이제 5분 뒤엔 옷을 챙겨입고 누리를 데리러가면 된다.

이런 건(집안일) 하지말자, 저렇게 하자 그런 강박들을 걷어내고 나니 조금 편안한 시간이 되었다. 청소 후라 상쾌하기까지. 오늘 같은 날이 많아서는 안되겠지만, 있어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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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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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1 07:0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프라우지니 2015.12.26 09: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조금 여유스런 모습이라 보기 좋습니다.

    • 토닥s 2015.12.28 07: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표정이 좋아졌다면서.. 숨쉴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데 3년만에 그럴 수 있게 되었으니..(누리야 미안해~)

얼마나 여기저기서 틀었던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frozen 을 보지 않은 나도 알게 된 노래 - Let it go.

지난 주 누리가 드라마 댄스라는 체육수업을 하는 동안 아랫층에 앉아 기다리는데, 셋 밖에 안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문 밖으로 흘러나온다. 겨울답게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 나오더니 이어 나오는 Let it go.

가사를 처음으로 찾아봤다. 대략 성장기라는 스토리를 감안해서 옮기면 '그냥 두자/내려놓자' 정도의 뜻이 될 것 같은데, 누리가 쑥쑥 자라는 상황과 맞물려 울컥-.

아이들이 수업하는 윗층으로 올라가 살며시 들여다보니, 스카프로 가려져 있지만, 세 명의 아이들이 푸른색 스카프를 흔들며 강당을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다.

이젠 정말 누리가 자라나는 대로 그냥 두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방치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

누리는 놀랍게도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다.

어린이집 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사진 촬영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기 전 찍은 유일한 사진

어린이집을 시작한 첫 주 기저귀 떼기와 병행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가.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애를 데려다 나르는 게 '일'이었다.
두번째주부터는 기저귀 없이 어린이집에 가는 실험을 시작했고, 나도 어린이집에 누리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와 인근 까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기저귀 없이도 한 번 실수도 하지 않고 한 주를 보냈다. 그래서 이번주부터, 어제부터는 누리를 내려놓고 집에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 다녀와서 부모 동반 없이 하는 체육수업을 다시 시작할 때만해도 40분 누리를 떼어놓은 것이 큰 실험이면서 도전이었다. 생각만큼 되지 않아 내가 배경처럼 2주 정도 강당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준비가 있어서 어린이집도 금새 적응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3살이 다되도록 나와만 시간을 보낸 누리가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꺼라고 했다. 게다가 누리는 이곳 3살 아이들만큼의 언어수준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나도 그런 걱정이 들긴 했지만, 다른 마음도 있었다.

놀이터나 도서관에 가면 꼭 지나는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담벼락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에 누리가 늘 궁금해했다. 그래서 '학교'와 '스쿨 school'이라는 단어를 벌써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지금 누리가 가고 있는 어린이집에 뷰잉을 갔을 때 선생이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를 놀려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 틈에 끼어서 이것저것 해보더니 마칠 때까지 남아서 과일간식까지 얻어먹고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누리도 이제 또래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지난 금요일 저녁 목욕을 하려고 보니 다리에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보이는 붉은 멍이 있었다. 3~4일이 지난 지금은 거뭇한 멍이 되었다. 그 때 누리에게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한다.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그래서 의자에 부딪혔느냐, 테이블에 부딪혔느냐, 블록에 부딪혔느냐, 다른 사람과 부딪혔느냐, 넘어졌느냐 차례로 물어봐도 "아니"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울었느냐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보통은 누리를 데려오면서 선생에게 별일 없었냐고 묻곤 하는데, 지금 물음의 의미는 대소변관계가 주요 목적이다, 별 언급이 없었던 걸로 봐서 울지도 않은 게 맞는 모양이다. 울었으면 선생이 말을 해줬을텐데.
누리가 신변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딱 수준이 그렇다.

+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누리에게 "재미있었어?", "화장실 갔었어?"하고 묻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하는지 궁금하네. 물론 "오늘은 뭐했어?"하고 묻지만 아직은 나름 여러 단어를 나열하지만 내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대화'가 되는 그런 날도 오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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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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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lours 2015.11.25 00: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먼곳에서 누리가 자라는 모습을 토닥님 글로 접하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저는 요즘 예전에 하다 중단한 수면교육을 다시 해보고 있고, 이번 주말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하려고 해요.(준비할게 엄청 많네요;;) 어제는 무슨 이유인지 그냥 다 힘들고 맥이 빠지더라구요. 아기가 특별히 힘들게 한 부분도 없는데.누리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제가 하나씩 뛰어 넘어야 할 허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닿기도 하고 ^^ 토닥님이 써내려가는 엄마의 마음을 가만가만 짐작해봅니다 :)

    • 토닥s 2015.11.25 18: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유식.. 저는 한국식과 이곳 방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한국식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그게 고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누리가 잘먹는다고 했지만, 한국식에 적응하니 밖에 나갈 땐 이곳 음식을 먹지못해서 도시락을 싸다녀야 했거든요. 저는 아이가 먹는 량에 중점을 두고 이유식을 했더니 안먹는 음식이 생기더라구요. 제 변명은 열심히 다지고 지지고 볶았는데 안먹으니 기운이 빠지더라..지만. 그래서 누리가 고기를 안먹어요.ㅜㅜ. 그런데 안먹던 채소들도 시간이 지나니 먹더라..가 제 결론입니다.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화이팅하세요. ;)
      고맙습니다.

  2. 딸기엄마 2015.11.25 09: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어린이집에 적응해가는 모습 읽으며 왜 눈물이 나는지요...
    저는 두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 실패를 경험한 엄마거든요. 둘째는 어린이집 안 간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고, 큰아이는 어린이집 가기 싫은데 억지로 다니다가 마음의 병 얻어 결국은 제가 직장에 사표를 썼었지요.
    지금요?
    둘 다 엄마 버리고 기숙사 있는 고등학교에 가서 잘만 살고 있답니다.
    세월 지나 돌아보니, Let it go 진짜 맞는 말이네요~

    • 토닥s 2015.11.26 09: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들마다 때가 다른 것 같아요. 몇 개월 몇 살이 기준이 아니라. 누리는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고요. 저랑 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던지.ㅎㅎ
      개인적으론 굳이 서둘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할 필요가 없어서 천천히 보낸 어린이집 적응기가 '울고불고'의 경험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집 떠나 홀로 설 수 있도록 키우셨다니 부럽기도 하고, 절 더러 그러겠냐면 못할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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