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빵 레시피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발효를 시키는 것도, 반죽을 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아 선뜻 해보지 못했다.  누리가 어린이집 중간방학(1주일)을 맞아 빵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기본빵처럼 보이는 우유식빵 반죽으로 작은 롤 만들기가 목표.  문제는 이스트.

일년 전에 사둔 인스턴트 이스트가 여전히 쓰임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4개월 안에 쓰라고 되어있는데.  어렵게 반죽을 해서 발효를 시켜보니 거의 부풀지 않았다.  이로써 그 인스턴트 이스트는 쓰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옆에 지키고 않아 반죽이 부풀기를 기다렸던 누리가 안타까워서 일단 구워보기로 했다.  반죽이 잘못되어서 먹지 못한다는 걸 이야기해줘도 이해하지 못할 터.  구워 딱딱한 빵 아닌 빵을 보여주기 위해 20분 간 오븐에 구웠다.  그렇게 돌빵을 만들었다.

전혀 부풀지 않아서 바게트 같은 이 빵을 누리는 한 개 반이나 먹었다.  우유식빵 반죽이니 약간 달달하기는 했지만, 아까운 마음에 먹지 않으면 먹지 못할 딱딱한 빵 아닌 빵이었는데.

어른 같으면 반죽이 아까워 먹었겠지만, 누리는 제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먹었을테다.

이런 '교육적 효과'(?)를 생각하면 자주 빵을 구우면 좋겠지만, 일년 만에 반죽을 해보니 왜 내가 계속 빵을 굽지 않았던지 되새김 하게 됐다.  제빵기/프로세서/반죽기 없이 반죽이 너무 힘들다.  저렴한 제품이나 중고라도 사볼까 싶었다가 얼마나 먹을까 생각하니 또 생각을 접게 되는 제빵기.  한 동안 갈등을 하게 될듯.

빵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머핀이나 로프케이크를 굽는다.  누리가 너무 많이 섞어 포실한 감이 전혀 없는 머핀이나 로프케이크.  누리는 이 머핀이나 로프케이크를 전혀 먹지 않는다.  덕분에 내 살만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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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6.02.18 07: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한동안 빵을 구웠었답니다. 치대는건 힘들어서 못하고, 밀폐용기에 밀가루,물,소금,이스트를 넣고 섞은후에 실내에 몇시간두면 발효가 되서 반죽이 거미줄처럼 완전히 늘어지는 반죽을 모양만 잡아서 구웠는디..역시나 치대지 않아서 그런지 이태리식 포카치아빵이 되더라구요. 한동안은 그걸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 토닥s 2016.02.22 07: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빵기(반죽&발효를 해줍니다)만 있으면 팥빵 같은 걸 만들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어요. 빵이 주식이니 비싸지 않은데 가끔은 빵 하나 때문에(그리고 우유와 과일) 장을 보러 가야할 때가 있는데 그런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희망하면서. 올 여름 생일 선물을 미리 사달라고 할까.. 생각중입니다.ㅎㅎ

  2. 설은숙 2016.03.01 05: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이지랴 와서 제일 필요할 것 같아 한국에서 업고온 제빵기는 어느새 먼지가 소복하게 쌓여 있네요.^^ 샘글 읽고 반성중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내일은 식빵이라도 한번 만들어봐야겠어요.^^

    • 토닥s 2016.03.02 02: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3.1절을 맞아 아이들은 식빵을 먹었나요? ㅎㅎ

      거기도 빵은 있을 것 같은데요. 입맛에 맞는가는 둘째 문제고.

      이것저것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사실 런던은 한국만큼, 일본만큼,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없는 게 없어서 불평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독여요. 오스트리아에 계신 어떤 분이 파스타 면으로 비빔국수 먹는 걸 보면서.^^;

      가래떡 뽑는 기계보고 완전 놀랐습니다. 아프리카라는 대륙의 스케일.ㅎㅎ

누리가 매일 밤 하는 놀이 중 하나인 볼링.  반 년 전에 산 장난감인데 얼마 동안 쓰고 잘 놀지 않았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밤마다 볼링 장남감을 가지고 노는 누리. 



인근의 볼링장을 찾아보긴 했는데, 지비와 "그래 언제 한 번 가보자"하고 말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이 동영상을 본 Y님이 볼링장에 언제 한 번 아이들 데리고 가자고 해서 또 "그래 그래 가요 가요".  지난 토요일 약속이 취소되면서 바로 출동 출동.



전날 밤부터 커다란 볼링장에 간다고 하니 좋아하던 누리.  집을 나서기 전 폼을 잡아보고 있다.  우리는 주로 앉아서 공을 굴렸는데 누리의 폼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 했다.


볼링장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가격도 어른 8파운드(이쪽저쪽) 어린이 5파운드(이쪽저쪽)이라 부담스럽지 않고, 주차도 편하고.  여기가 맞나하며 들어간 곳은 오락실 같은 곳이었는데, 그 한켠에 25레인 정도 규모의 볼링장이 있었다.  그런데 주말 오전은 아이들 생일파티로 쿵짝쿵짝 소란스러웠다.  우리는 볼링장은 어른들의 놀이터라고 생각했는데, 그 용례가 많이 바뀐 모양.



우리는 가장 안쪽 조용한 레인을 배정 받았다.  공을 한 손에 들 수 없는 아이들용 보조기구가 있었다.  그 위에 공을 놓고 손에서 놓으면 끝.  레인 양쪽에도 가드가 있어 공이 고랑(?)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





지비과 누리 한 게임씩 예약하고 같은데, 공굴리기에 맛들인 누리가 두 게임 모두 독식하였다.  그래서 누리 최고점은 70점.  두 게임에 40분 정도 소요됐다.  다음엔 누리 앞으로만 두 게임 정도 예약하고 가면 될 것 같다.  어린이 게임이 더 싸니까.  화요일은 50%할인이라고 하니 가끔 이용해 볼 생각이다.  볼링장이 엔터테인먼트 파크, 뭐 그런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른 건물에 누리가 잘 먹는 샌드위치를 파는 까페가 입점해 있어 볼링 치고 점심 먹고 그러면 될 것 같다.  겨울철 할 거리 한 가지 확보.


페이스북 친구의 글을 보니 한국에 공을 굴리는 보조기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드가 있어 공이 고랑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는 시설은 있다고 하니 겨울이 추운 한국에서 아이들 데리고 가족 나들이 해봐도 좋을듯.






볼링장이 오락실 안에 있었는데, 볼링장을 나서며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누리의 눈에 띈 기구.  주머니에 있던 10p 세 개를 다쓰고도 더 달라고 해서 지비가 1파운드를 바꾸었다.  짠돌이 지비가 그런데 돈을 척 바꿔서 깜놀.  누리가 다음에 갈 때도 동전을 달라고 할까봐 걱정이네.


+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일식/아시안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 동네에 일본 까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제 한 번 가보자 싶었는데, 그 엔터네인먼트 파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식당과 까페가 (거의)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우리는 당연하게 그 동네로 발길을 돌렸다.



운전 때문에 지비는 두 모금만 마시고 나머지는 내가 다 마심.



어묵 먹는 자기를 찍어달라는 누리.




일본까페는 동네에 생긴 일본빵집과는 달리 정말 까페였다(?).  작긴 했지만, 그렇게 작은 곳은 아니었는데,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약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겨우 좁은 자리에 지비와 내가 마주보고 앉고 누리는 내 무릎에 착석. 

빵과 커피는 맛 있었다.  일식집에서 새우 튀김 먹던 누리가 내 휴대전화를 만졌던 것을 잊고 사진을 찍어 사진이 이 모양.  그런데 너무 사람이 많았고 통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좀 추웠다.  평일에 누리랑 가서 우아하게 먹어봐야겠다.


+


그리고 난데없이 주말저녁은 1인 1김치전으로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맛 있어서 한 장씩 더 먹었다는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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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02 06: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2.02 23: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미국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땅이 넓으니 지역마다 다르겠죠) 여기선 냉동이라도 생물오징어를 구하기가 어렵답니다. 소비량이 작아 조금만 가져다 놓는 것인지, 그래서 늘 금새 나가버리는 것인지. 다행히 제가 장을 보러 다니는 마트 두 곳 모두 생선 카운터가 있어 갈 때마다 생물 오징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전 늘 삽니다. 그때마다 전을 구워먹죠.ㅋㅋ

      저는 주로 안드로이드 티스토리 apps를 쓰거든요. 거기선 링크해둔 이웃 블로그에 새글이 올라오면 표시가 되던라구요. 곧 놀러갈께요. :)

  2. grocerybag 2016.02.02 21: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이와 볼링이라니 정말 상상도 못해봤는데 재밌어 보여요! 서울에도 있나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그나저나 김치전을 나누어 드신다는 것도 놀랍네요! 함께하신 시간만큼 입맛도 비슷해지신 것이겠죠?

    • 토닥s 2016.02.02 23: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재미있었어요! 저희는 늘 집에서 플라스틱 공을 굴리며 실제 볼링장에 누리를 데려가면 얼마나 좋아할까 이야기했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생각만큼 점수가 잘 나지 않아 우리는 아쉽지만, 아이 본인은 그런 게 별로 상관이 없더라구요.
      한국은 겨울이 추우니까 데려가면 좋을 것 같아요. 아빠도 재미있고. 저는 앉아 있을 수 있어 좋고.ㅋㅋ
      남편은 음식 취향이 도전적인 편이어서 짜지만 않으면 뭐든 다 먹습니다. 저는 되려 먹는 것만 먹는 편. 심지어 까페도 가는 곳만 가는 재미없는 사람이예요.

  3. 프라우지니 2016.02.05 06: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장난감이 아닌 정말 볼링공으로 볼링을 즐겼다니 아주 신났을거 같은데요. 누리의 동영상이 많으니 실컷 누리를 볼수있어서 좋습니다.^^

    • 토닥s 2016.02.05 23: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말 좋아해서 지금도 "볼링 또 갈까?"하면 가자고 해요. 가격도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다른 실내 놀이터에 비해서 비싸지 않아 종종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특히 겨울엔.

      하도 찍어대니 누리는 이제 그런 게 익숙해져 자기가 찍어달라고도 하고, 모바일로 자기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걸 무척 즐긴답니다.ㅎㅎ

어제 오늘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금쪽 같은 시간을 이용해서 사진을 정리했다.  어제는 모바일에 담겨 있는, 그래서 언제 사라질까 불안불안한 사진들을 외장하드로 옮겼다.  옮기는데만 2시간 반이 걸렸다.  그리고 오늘은 그 중에서 시아버지에게 보내드릴 누리 사진을 골랐다.  내게도 '시월드'가 있긴하다, 일년에 며칠만 떠올리긴 하지만.  지비가 전화를 하면 늘 누리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시는데, 지비가 파일로 보낸다고 하는 걸 내가 늘 인화해서 보내드린다.  작년 가을 우리가 한국 가 있을 때 지비가 혼자 폴란드 다녀오면서 그 근처까지 찍은 사진들은 보내드렸다.  그래서 그 이후 사진들, 주로 한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기 위해 추렸다.  한 80장.  2장씩 인화해서 한국 집에도 보내드려야겠다.  한국엔 한국 사이트에서 주문에서 배송하는 게 나으려나.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또 가야지, 한국.


+


컴퓨터를 켠 김에 동영상도 길어 올려본다.  가끔 페이스북엔 동영상을 올리는데, 블로그는 컴퓨터를 켜야 가능하다. 


01.  댄스라기 보다 막춤


지비도 나도 이런 흥이 없는 사람들인데, 누리의 흥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우리들은 궁금하다.  드라마댄스라는 수업을 시키고 있는데, 거기서 오는 게 아닐까 추측만 한다.  돈 들인 보람이 있구나.



2. 댄스라기 보다 운동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음악만 나오면 스쿼팅(앉았다 일어서기)를 열심히 한다.  뭔가 연관이 있을법한데, 알 수 없음.



3. 책도 읽어요, 온몸으로.

조용히 재우려고 책을 읽어주는데 이 책만 읽으면 몸으로 움직여줘야 하는 누리.  덕분에 피로도가 상승하여 수면에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어린이집과 더해 요즘은 책 3권만 읽으면 잔다고 돌아눕는다.




요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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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29 05: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2.02 23: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인화를 위해 억지로 정리를 했지만, 그냥 추려냈다고 보는 게 옳지요, 저 역시 많은 사진들이 그냥 외장 하드에 잠자고 있습니다.
      누리가 어린이 집을 시작하면 그 잠자는 사진들을 깨워줄려고 생각했는데.. 현재까지는 생각으로만 머물고 있네요.

      디지털의 맹점이예요. 파일로만 쌓이게 되니. 언제 한 번 인화를 다 하고 싶은데, 큰 돈이 들 것 같아요.ㅋㅋ

예전에 한 선생님이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귀신에게서 배우지 않는한 모두 부모에게서 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

오늘 오후 런던 남쪽에 있는 한국마트에 다녀오면서 누리를 잠들게 하지 않으려고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떠들었다. 보통 오는 길에 잠이 드는데, 늘 깨고나면 문제다. 피곤한 만큼 잠을 채우지 못한 탓인지 한참을 운다.
어찌 낮잠을 건너뛰었는데 잠들 시간이 되어서도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잠들기를 거부한다. 겨우 책을 들고 침대에 눕는데까지 성공. 누워서도 침대 밖으로 나갈 껀수만 찾는 누리.
잠들기 전에 꼭 머리에 똑딱이 헤어핀을 꽂아야 한대서 "잘 때 머리 아프다고 안된다"고 했더니 "(머리핀을)위에 꼽으면 누워도 귀만 아프지 위는 괜찮다"고 해서 날 깜딱 놀라게 만들었다.
누워서 머리에 꼽았던 핀을 뽑아들고 만지작 만지작하길래 내가 한 마디 했다.

나: 그렇게 들고 있으면 잊어먹는다.
누리: 아니 안먹어.
나: ...

할말을 잃은 나는 '아 바른말/표준어를 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나: 잃어버린다.
누리: 아니 안버려.
나: ...

두 번 할말을 잃었다. 저 듣고 싶은 말만, 그리고 마지막 말만 기억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냉장고나라 코코몽의 로보콩이 "그렇게 하자콩"하고 말하는 것인가 싶었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주기 위해 마지막에 강조점을 주면 아이들은 그것만 기억할테니.

앞으로 이런 아이들의 특성에 유의해서 말해야겠다콩.

+

맥락없는 오늘의 사진.

한국마트에서 발견한 붕어빵틀. 예전에 이 붕어빵틀을 한국서 사올까 고심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왔으면 울뻔했다. 물론 이 붕어빵틀을 오늘 사지는 않았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들린 리치몬드 공원 까페.
셋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으며 지비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일년 전에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여전히 누리를 데리고 집을 나설 땐 누리의 끼니가 주요 고려 대상이지만, 예전만큼 준비하지 않고 집을 나설 수 있다. 간단한 아이용 샌드위치를 살 수 있는 까페만 가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정도는 먹일 수 있으니까.

갈 길이 여전히 먼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까지 많이 오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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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8 09: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2.22 07: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어제는 남편이 다가온 누리에게 "what's up?"이라고 말했더니 눈앞에 걸려 있는 뿌카 인형을 보고 "뿌까..up there"이라고. 한참 웃었네요.

'결과보고'라고 쓰고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현재 진행인듯하다, 기저귀 떼기.

어린이집과 함께 떠밀리듯 시작된 기저귀 떼기는 현재까지 잘 진행중이다.

앞선 글에서 이틀 동안 바닥에 몇 차례 실수를 했다고 했는데, 세번째 되는 날은 무사고.
용기를 얻은 지비와 나는 주말 외출에서 기저귀 없이 나가보기로 하였다. 혼자 밖에서 일을 당하면(?) 당황하여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같이 있을 때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아는 커플과 집 근처 하이스트릿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는데,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사이 "마미!"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고 발생. 다행히 레스토랑 의자가 비닐가죽이었다. 지비는 누리를 화장실로 데려가고, 나는 남겨진 뒷처리를 했다. 밥 먹고, 차도 마시러 갔는데 별사고 없이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 장보러 마트에 갔다. 이번엔 누리가 미리 "마미 슈슈!"하고 말해줬지만, 우리는 마트 구석에 있었고, 화장실은 그 반대 방향이었으며, 누리를 들고 뛰기엔 너무 먼 거리였다. 다시 사고 발생.(i i )

지비는 기저귀 없이 외출하기 너무 이르다고 했지만, 누리의 도전은 계속 됐다. 월요일이 되서 어린이 집에 갈 때 처음으로 기저귀 없이 보냈다. 두 벌의 여벌 옷을 준비해서. 어린이집 스태프에게 30분 마다 누리에게 화장실을 가겠냐고 물어봐달라고 했다. 그 날 이후 지금까지 누리는 무사고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 이외도 마찬가지.

방법은 30분 단위로 화장실을 가겠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화장실을 언제 갔지..하고 계산하는 게 어려우니 무조건 매시간, 그리고 매시간 반에 누리에게 물었다. 처음엔 묻는 족족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지만, 며칠 지나서는 나에게 "마미 괜찮아"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했고, 지비에게는 "daddy it's OK"라고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렇게 누리는 낮 기저귀를 떼게 되었다.

그 뒤로도 한 달 동안 밤엔 기저귀를 했다. 낮 기저귀를 떼고 나니 밤에도 소변을 참는 능력(?)이 생기는지 아침엔 기저귀가 마른 상태 그대로였다. 물론 예전과 달리 저녁을 먹은 이후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다. 예전엔 후식으로 스무디 한 컵, 목욕 후 우유 한 컵을 마셨다. 스무디는 과일로 대체하고, 우유는 오후에 어린이집에 마시는 걸로 대신했다. 매일 아침 쓰지 않은 기저귀를 버리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들어 밤 기저귀 떼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지비는 걱정을 했다. 나는 '밤엔 기저귀'가 익숙해지기 전에 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다. 그리고 그 날 밤 사고 발생.(i i )

다행히 매트리스와 커버 사이 방수 매트를 허리 아래로 깔아두어서 매트리스는 괜찮았다. 그런데 누리가 겨울 들어 쓰고 있던 이불이 침낭처럼 들어가 자는 것이어서, 아이들이 이불을 차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디자인, 문제가 좀 복잡했다. 이 이불은 우리집 세탁기가 소화하지 못하는 사이즈라 당분간은 이 이불을 쓰지 않기로 했다. 누리는 그 날 이후 캠핑용 침낭을 사용하고 있다.
그 날 이후 한 일주일 정도 내가 새벽 3~5시에 누리가 낑낑댄다 싶으면 "화장실 갈래?"하고 물어보고 데려갔다. 내가 물을 때마다 간다고 따라나섰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어서, 새벽에 사고가 발생하여 잠을 설쳐도 지비가 받는 영향이 적은 시기니, 밤에 깨우지 않고 아침까지 재워보기로 하였다. 다행히 현재까지 밤도 무사고다.

+

훈련용 변기는 누리가 두 살이 될 때 샀다. 주변에 지인이 딸이 20여 개월 때쯤 뗐다고 해서 준비했던 것인데, 누리는 그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다. 거의 1년이 넘도록 훈련용 변기는 세면대 아래 발받침으로 사용되었다.
그 1년 동안 누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내가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한국의 부모님은 전화할 때마다 그 이슈를 묻곤 했고, 주변에서 아이 키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누리 또래를 키우는 사람들의 경우는 나와 같은 부담을 안고 있어 물어보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나는 기저귀 떼기가 언어능력과 맞물려 있다고 봤다. 아이가 의사표현이 가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누리가 두 살 때 훈련용 변기를 사고 "슈슈는 여기에"라고 반복해서 이야기 했더니 늘 소변을 본 뒤에 "슈슈"하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후'가 아니라 '전'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 번 반복했지만, 어려웠다. 그래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이웃 아이의 기저귀 떼기에 영향을 받아 작년 이른 봄, 다시 시작했었지만 그 때는 어렵게 변기에 소변을 보고도 누리는 울어버려 역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린이집을 계기로 다시 시작했는데 분명 이전과 차이가 있었다. 누리가 한국에 다녀온 뒤 한국말로 의사표현이 더 정확해졌고, 내가 하는 말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변화들이 있어 이번에 기저귀 떼기는 결과가 달랐다.
누리는 이곳에 아이들과도 견주어 늦게 뗀 편이지만, 대신 그 훈련기간이 짧았다. 짧은 훈련기간은 누리가 늦게 기저귀를 떼면서 생긴 이득(?)이다.

+

누리의 훈련용 변기 - 소변을 보면 전류가 흘러 꽥꽥하고 노래가 나온다.

아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변기, 속옷을 사주는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누리의 경우 그러했다는 것일 뿐 이도 정해진 답은 아니다.

훈련용 변기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뒤부터, 한 2~3주 뒤, 어른변기 사용을 권유했다. 처음엔 아이 스스로가 다 큰 것 마냥 어른변기를 좋아 하다가도, 자기가 잠이 오거나 울면 훈련용 변기를 고집하기도 했다. 그건 어른변기를 일상적으로 쓰게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훈련용 변기도, 밤에 하는 기저귀도 너무 익숙해지기 전에 한 걸음 더 나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구체적인 시기라는 건 아이마다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는 기저기 떼는 시기 한가운데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어 그런 도전을 앞당길 수 있었다.

+

나처럼 아이의 낮 기저귀 떼기, 밤 기저귀 떼기를 열심히 검색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은 안되겠지만, 누리는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남겨둔다.

+

왜 결과 보고가 아니냐면, 아이가 크면서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 가능하다. 오늘만해도. 밥을 먹다 화장실로 달려간 누리는 바지까지 내리고서도 시간이 부족해 변기 끝자락과 바닥에 실수를 했다. 오늘부터 발판으로 사용하던 훈련용 변기도 이젠 사용하지 않겠다며 자기가 저 멀리 치워버리더니(어린이집 화장실엔 발판이 없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계속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누리의 변화와 성장에 매일매일 놀라고 있다. 일년 전만해도, 몇 달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오늘'이기 때문이다.


내가 구입한 훈련용 변기에 대체로 만족하지만 아쉬웠던 점 - 물 내리는 손잡이와 휴지 걸이. 누리는 물 내리기와 휴지 떼기를 무척 좋아한다.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는 훈련용 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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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lours 2016.01.15 18: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기저귀 떼기가 언어능력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아직 경험이 없는 저도 공감이 가는 건 왜일까요 ^^
    그래도 누리가 많이 기특해요. 인생에서 한 단계식 성장해가는 시기를 보는 건 참 감동이기도 하구요.
    저도 이틀 지나면 7개월차 엄마로 진입인데 아기가 그만큼 자란 것 보다 제가 7개월이나 엄마 노릇 했다는 사실에 -_-;;; 스스로 감탄하고 있습니다;;
    참, 늦었지만 새해인사도 전해요. 올 한해도 행복하게, 건강하게, 신나게 보내세요! :)

    • 토닥s 2016.01.17 03: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지금은 감동적인데 시간이 흐르면 그 느낌이 잊혀질 것 같아 기록을 남기는 게 이 사소한 블로그의 이유라면 이유랍니다. 가끔씩 지난 사진과 포스팅을 보면 지금 미운 마음이 좀 누그러지기도 하구요. 내 자식이라고 늘 이쁜 건 아니니 이런 장치가 필요합니다. 견디기 위해서.

      새해 복 많으 받으시고요. :)

요즘 영국은 guy fawkes day를 기념하는 불꽃이 한참이다. 일주일 내내 밤마다 가까운 곳에서든 먼 곳에서든 펑펑 소리가 들린다. 며칠 전 밤, 누리와 단 둘이 있는데 퍼펑하고 불꽃 소리가 들렸다. 그때 누리가 또박또박 한국어로 한 말,

"깜짝 놀랬다".

정확하게 부산경남 억양으로. 나도 정말 깜짝 놀랐다. 누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 ):

+

한국행 이후 코코몽의 빅팬이 된 누리. 영국에 돌아오고서 끈어버릴 좋은 기회다 싶어 "이젠 없어", "할머니 집에만 있어", "이모 차에만 있어"하고 말해주었다. 한국에서 온가족이 다 외울 정도로 보고, 들었는데 그걸 다운받아 보여주는 순간 끝장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계속 보여달랄테니까. 한국의 VOD 다시보기 서비스는 정말 육아의 적이다. 아니 구원자인가. 하여간.
그런데 어느 날은 누리를 데리고 운전이 힘들어 차에서만 들려주기로 지비와 약속하고 헬로코코몽 영어동요를 들려주었다. 행복해하는 누리의 표정이라니. 운전이 수월해졌다.
지비가 운동 때문에 늦게 오는 날, 집에서도 헬로코코몽 영어동요를 한 번 들려주었다. 어젯밤 갑자기 생각이 낫는지 헬로코코몽 영어동요를 들려달라고. 마침 목욕하기를 겨루고 있던 중이라 목욕이 하면 들려주기로 하였다. 목욕을 마치고선 바로 말을 바꾼 지비(이런 몹쓸 부모라니). 헬로코코몽 영어동요를 들으면 댄스라며 날뛸(?) 누리가 다시 땀에 젖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실망한 누리에게 아침에 코코몽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얼마 전에 혹시나하고 한국 방송시간을 챙겨보니 여기 시간으로 월화 오전 11시 반에 10분, 금요일 오전 7시반에 30분 볼 수 있었다. 다운로드는 절대로 안되지만 방송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 챙겨봤다.
누리는 "내일 아침"이라는 말을 이해했는지 어쩐지 퍼즐하다, 책읽다 잠이 들었다.

써머타임이 10월말로 끝나 시간상으로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마땅한 아이가 평소보다 더 늦게 8시를 넘겨 일어나더니 오늘은 아침 7시를 조금 넘겨 벌떡 일어났다.
지비의 샤워 소리를 듣고 "대디 샤워?" 묻더니 덮고 자던 이불을 말아쥐고 "마미 코코몽 코코몽"하며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잡아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누리가 "내일 아침"이란 말을 이해한 것과 잠을 자고나서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누리의 코코몽을 향한 열정에. 다 컸네.

그래서 누리는 아침댓바람부터 코코몽을 시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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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창우 2015.11.07 01: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ㅋㅋ 사람이 되어 가나 보네 ^^

    • 토닥s 2015.11.07 06: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지금도 지비는 누리가 사람처럼 자고 있다고 절더러 보러오랍니다(가서보니 두 손을 포개서 자기 머리밑에 깔꼬 옆으로 누워자고 있군요). 누리가 원래 사람이었는데..ㅎㅎ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시내로 갈 때 사용하는 지하철 노선은 둘이다. 디스트릭트 라인district line과 피카딜리 라인piccadilly line. 그 중 디스트릭트 라인은 집에서 가까운 역에 서고, 피카딜리 라인은 디스트릭트 라인을 타고서 다른 역에 가서 갈아타야 하는 노선인데, 런던 시내 중에서도 한 가운데로 갈 때 빨리 갈 수 있는 노선이다.

시내 한 가운데로 빨리 갈 수 있는 것은 피카딜리 라인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노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바로 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리와 함께 이 노선을 이용하는 게 무척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 노선은 런던 히드로 공항이 있는 서쪽 6존에서 런던을 가로 질러 런던의 동쪽으로 간다. 지하철은 자주 있지만, 늘 공항으로 혹은 그 인근의 주택가로 장거리 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런 사람들에게서는 자리를 양보받기 어렵다.
반면 주로 이용하는 디스트릭트 라인은 객차 자체도 자리가 많고, 런던의 서쪽 3존 4존 주택가가 종점이라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그리고 누리는 늘, 거의 100% 자리를 양보 받는 편이다.

오늘은 우리가 사는 동네 이후 지하철 노선에 공사 구간이 있어서 평소에 서지 않던 피카딜리 라인이 서게 됐고, 그 노선을 타고 시내에 친구 부부를 만나러 나갔다 왔다. 누리와 단 둘이서.
시내로 가는 길엔 한 젊은 남성의 자리 양보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 지하철은 붐비지 않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누리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내가 그 노선을 싫어한다.
심지어 누리는 피곤해하며 반쯤 눈을 감은채로 내 손에 매달리고 내 다리에 기대어 있었다. 누리 앞에 앉은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남성은 그 상황이 불편했던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는 일명 노약자석에 앉아 있었다(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지비는 왜 그 남자에게 노약자석 양보를 요구하지 않았냐고 그런다). 그의 등 뒤 창에 반사된 휴대전화 화면을 보니 축구 뉴스를 본다.
그리고 내 앞에 앉은 역시 40대 초반쯤 보이는 여성은 열심히 책을 읽고 계신다. 가슴엔 붉은 포피(참전 군인들을 위한 기부의 상징으로 11월에 많이들 달고 다닌다)를 달고.
우리가 가야할 길 절반쯤 이르렀을 때 내 앞에 앉아 있던 여성이 내렸고 누리는 앉을 수 있게 됐다. 마침 불편함이 가셨는지 누리 앞에 앉아 있던 남성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다시 넣고 주변에 시선을 돌린다.

낯선 남자 옆에 앉기를 두려워한 누리 덕에 나도 함께 앉았다. 누리는 내 무릎 위에. 조금 더 한산해진 지하철. 알고보니 그 남성 맞은편에 앉은 임신한 여성은 그의 동반자였다. 임신 7~8개월쯤 되어 보이는 여성은 책을 읽다가 남성에게 시선을 돌리며 잠이 오냐고 물었고, 남성은 그렇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누리와 나의 모습이 다가올 어느 날 자신의 아내와 아이의 모습일 수도 있는데 이 남자에겐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었는지.
한산해진 지하철을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엉퀸채로 사랑의 대화(?)를 주고 받는 커플도 보인다. 모르는 타인이라도 약자에게 친절할 수 없는 남자친구가 끝까지 그 여자친구에게 친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누리에게 가르쳐야겠다. 나는 말도 '가르쳐야겠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타인이라도 약자에게 친절할 수 없는 사람과는 만나지 말라고. 그런 사람들은 그 타인이, 그 약자가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이 될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니까.

친구 부부를 만나 즐거웠지만 도심의 소음에 지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피곤하고 씁쓸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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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들은 많은데 정리할 시간을 못찾고 있다. 누리가 잠든 밤에는 뭐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 시간이 되면 TV리모콘 겨우 누를 기력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걸 보는 행위 조차도 영어를 이해해야 하는 고도의 정신노동이라 대부분은 TV앞에서 졸다가 다시 자러 간다.

한국에 다녀온 뒤 누리는 지비의 표현대로 버릇이 없어진 것인지, 그 사이 자라 또 다른 수준의 이른 것인지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다루어지지가 않는다. 하고 싶다는 것도 많고, 하기 싫다는 것도 많고 - 뭐 그렇다.

어중간한 식재료 배달 때문에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오전에 잠시 산책하고 들어와 둘이서 우동을 나눠 먹었다. 출출함을 커피로 채우겠다며 나갈 준비를 하는데 영 도와주질 않는 누리. 옷 다 입고서 양말만 신기를 거부하지 않나, 유모차와 스쿠터 중 어느 것을 탈지 결정하지 못해 한참을 망설이며 짜증을 내지 않나. 이런저런 실랑이 끝에 나갈 준비한지 한 시간만에 집을 나섰는데, 집 밖에 나가서 춥다고 찡찡. "아 몰라!"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와선 유모차에서 안내린다고, 나간다고 찡찡. "(다시)아 몰라!"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더니 훌쩍훌쩍 부시럭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길래 처음부터 잠온다고 할 것이지.

이러고 있는데 벌써 해가 뉘엿. 겨울이 참 힘든 영국이었는데, 애가 생기니 두 말 할 필요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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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ygrocerybag 2015.10.30 00: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래도 잠든 누리는 천사처럼 예쁘네요!

싸운 건 아니고 구국(?)의 결단이었을 뿐이다.


감기, 감기, 감기, 감기


누리가 지난 주 감기에 걸렸다.  정확하게 월요일부터 콧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전 주에 아는 분을 아이와 함께 만났는데, 그 집 아이가 감기가 걸려 있었다.  어린이집을 시작하면서 걸렸다더라 하니, "아 어린이집은 집단 생활이라 정말 어쩔 수 없구나"하고 넘긴 지비.  나도 잊은 그 대화를 순간적으로 끄집어내서 "옮은 것 아니냐"고 나를 타박했다.(ㅜㅜ )


그랬을 수도, 옮았을 수도 있고 그간 언니님의 방문으로 하루 두 탕씩 뛴 피로누적의 결과가 추운 날씨와 맞물려서 자연발생적으로 걸렸을 수도 있다.  이유는 알 수 없고, 누리의 감기는 만 이틀 만에 회복세로 돌아셨다.  수요일에는 거의 콧물을 흘리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지비와 내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둘이서 다퉈가며 약먹고 좀 나아졌는데 누리가 다시 주말부터 콧물을 줄줄.  그래서 감기가 네 개다.


문제는 두 번째 든 감기가, 다 낫지 않은 첫 번째 감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심해보였다.  처음 아플 때는 아파도 먹고, 놀더니 두 번째 감기는 먹는 양은 줄고 짜증은 늘었다.  그래서 화요일 아침 일찍 GP(보건소)에 다녀왔다.  완전 예약제로 바뀌었지만 응급 환자를 위해 비워두는 예약 시간이 조금 있어 아침 일찍에 가면 당일 예약을 할 수가 있다.  지난 9월에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급한 마음에 아이를 9시가 되기 전에 데리고 가서 예약하고, 정신 없이 바쁜 아침이었다, 돌아오니 누리의 감기가 전날 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 );;  어쩔 수 있나 예약된 진료는 받으려 갔다.  감기가 오래되서 폐나 귀가 괜찮은지 확인을 할 수 있어 조금 안심이 되었다.  폐나 귀는 괜찮은데 목안이 약간 부어 올라 먹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도 화요일인 어제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쭉 회복세다.




굴러온 누리가 박힌 지비를 빼냈다.


우리가 자는 방에 누리의 침대와 우리 침대가 나란히 있다.  누리 침대는 코트에서 높이를 낮추고 한쪽을 개방한 작은 침대다.  누리는 주로 우리 침대에서 잠들고, 잠들고나면 우리가 누리 침대로 옮긴다. 

아프지 않을 때는 그 침대에서 아침까지 잤는데, 아프고 나서는 밤에 깨서 칭얼대면 우리가 우리 침대로 옮기기도 하고, 누리가 새벽에 일어나 우리 침대로 올라오기도 해서 셋이 좁은 침대에서 자는 날이 늘어났다.  아프기 전엔 밤에 깨도 다시 누리 침대에 돌려 눕히면 잠들었는데, 아플 땐 그게 통하지 않아 그냥 같이 잤다.  


문제는 누리가 자면서 정확하게 90도 회전한다.  그럼 우리 셋은 좁은 침대에 'H'모양으로 잔다.  누리는 가로로 눕고 우리 둘은 양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칼잠을 자야한다.  나도 양쪽 어깨를 침대에 붙이고 자고 싶다며 지비에게 거실 또는 빈방으로의 이동을 명(命)했다.  그렇게 시작된 각방 생활이 3일째다.  결과는 모두, 아니 지비와 나는 만족하고 있다.  비록 나는 계속해서 새벽에 일어나 이불 밖으로 나온 누리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여전히 90도로 돌아간 누리를 돌려놓아야 하지만 두 어깨를 매트에 붙이고 잘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돌아오는 금요일은 내가 빈방에서 혼자 자고, 토요일 아침은 내가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않기로 약속 받았다.  아.. 벌써 기다려지는 불금.( i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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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l 2015.02.13 02: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누구에게나 잠은 편안하게 자야할 권리가 있으니...
    이런 각방생활은 바람직합니다.ㅋ

    • 토닥s 2015.02.13 06: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하지만 너무 오래 지속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과의 사이가 멀어질까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만 편하게 숙면을 취한다는 사실에 배가 아파오고 있습니다.(^ ^ );;

작년 이맘때 한국에 있었는데 그 때는 시간이 총알 저리가라로 흘러가더니만 올 겨울은 참 더디 가고 있다.  누리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힘들게 느껴지고 있다는 말. 

누리의 TV시청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겨울이 깊어갈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일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누리와 함께한 지난 겨울들은 어떻게 보냈던가 생각해보니 아무리 추워도 비만 안오면 아이를 유모차에 넣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산책삼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쯤 걸었다.  그때는 누리가 유모차 보온커버 안에 앉아 있으니 그게 가능했다.  지금은 긴 시간을 유모차에 앉으려 하지도 않고, 걷다가 추우면 안아달라고 한다.  저 몸무게는 작년, 그 전해에 비해 몇 배로 무거워졌건만.  그래서 점점 더 집을 나서기가 어렵다.  그래도 우유를 사러가든, 우체국을 가든 잠시라도 바깥 공기를 마시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레이븐스코트 파크 Ravenscourt Park


봄과 여름 매일 출근하듯 갔던 동네 놀이터도 안간지 오래다.  비가 매일 같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늘 젖어 있어서 누리를 데려가기 어렵다.  지난 주말 지비의 폴란드인 친구들과 폴란드문화센터 근처 레이븐스코트 공원에서 만나 시간을 보내다 문화센터 내 까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공원 놀이터에 갔다.  역시나, 친구들이 40여 분 늦게 도착했고 정시에 도착한 우리와 누리는 추운 공원에서 한 시간 꽉꽉 채워 놀았다.  늦게 도착한 친구들은 15분쯤 아이를 놀리더니 춥다고 차 마시러 가자고.









지비의 런던 정착 초기 시절 함께 일하고, 함께 하우스메이트로 살기도 한 폴란드인 친구들인데 지금은 두 친구 모두 가족이 생겼다.  한 친구는 7살, 2살 아들들을, 한 친구는 지난 8월 딸을 낳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폴란드문화센터 까페는 사람들이 가득차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로 그 옆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작은 까페에 들어가 까페의 절반을 점령해버렸다.  다행히 근처에 학교가 두군데나 있어 아이들을 데려가길 기다리는 엄마들이 주요 고객이라 그런지 누리와 또래의 친구가 놀 수 있는 장난감 몇 가지가 있어 시간을 버텼다.  아이들도 우리도 공원에서 뒹굴 수 없는 겨울이 힘들다.


런던 플레이 까페 London Play Cafe


그 날 지비의 친구와 이야기하다 떠오른 런던의 플레이 까페들.  얼마전에 잡지에서 봤다.  어느 곳 하나 우리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이 없어 이 까페를 목적으로 찾아가지 않는다면 갈 일이 없겠지만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될까 올려둔다.  안타깝게도 모두 시내는 아니다.


The Plumtree Cafe 241 Greenwich High Road, London SE10 8NB

Beanies 3-7 Middle Street, Croydon CR0 1RE

That Place on the Corner 1-3 Green Lanes, London N16 9BS

The Bees Knees Battersea Arts Centre, Lavender Hill, London Sw11 5TN

Bear & Wolf 153 Fortess Road, London NW5 2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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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6 02: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5.01.30 06: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영국은 기온상으론 한국과 비교해 춥지 않은데 해가 뜨질 않으니 춥습니다. 그래서 마음도 더 무겁고요.
      1월이 벌써 다갔어요. 곧 짧은 2월 오고, 그러면 봄이라 할 수 있는 3월도 오겠지하면서 희망하기로 했습니다.
      블로그보니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감기를 한 것 같더군요. 늘 건강 조심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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