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한국에서 보낸 누리 생일 일주일 전 전야제 사진이다.  페이스북은 잊지는 않았지만 매순간 기억하지는 않는 과거를 상기시켜준다.  '몇 년 전'이라는 타이틀로.  주로 반응이 많았던 글들만 보여주고, 과거 포스팅들은 페이스북 임의대로 삭제 / 저장된다.  페이스북엔 메모만 남겼다가 블로그로 옮겨야지 했던 글들이 숱하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페이스북은 과거를 상기시키준다는 장점 외에도 더 이상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억의 조각들을 블로그로 퍼올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준다.  이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모든 걸 다 퍼올리지는 못해도 여행은 꼭 담아보자는 것이 실천되지 않는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그 밖에도 매년 사용하지 않지만 글들이 저장되어 있어 없애지도 못하는 오래된 홈페이지까지 있다.  심지어 이 홈페이지는 비용까지 들어서 정말, 이번에는 필요한 글들만 퍼담고 더는 도메인과 호스팅을 더는 연장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 사진 속 누리는 모두 통통하다.  2년 전에 누리가 이렇게 생겼던가.


누리가 학교에 가고 생겨난 시간을 어떻게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첫 이틀은 곧 3년 영국생활을 마치고 자기나라로 돌아가는 친구에게 앨범을 만들어주려고 꼬박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고, 그 나머지 날들이래야 어제와 오늘이다.  집안 일도 하고, 병원도 가고 시간과 동선이 맞지 않아 허비하는 시간도 많지만 천천히 이 시간을 채워볼 생각이다.  그 중에 하나는 사진 정리.  다른 사람들에겐 의미 없는 이 일이 나를 돌아보고, 누리를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피곤한 오늘을 밀고갈 힘도 준다.


+


(다시 페이스북이 상기 시켜준 2년 전 생일로 돌아가서)

그 날의 뽀로로 케이크는 가족들이 모였을 때 누리와 케이크를 먹기 위한 명분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생일을 명분으로 몇 번 더 케이크를 먹었던 것도 같다.  사진을 더 보면 알 일이다.

올해의 생일, 5번째 생일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달라진 점은 누리가 '생일'이라는 개념을 알고 본인이 '다섯살'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는 점.  정말 이제 다섯살 여자아이인가보다.  곧 떠나가는 누리의 어린이집 절친이 생일마저 비슷해서 두 아이의 생일 가운데 함께 생일 파티를 해볼까 생각했다.  송별회도 겸해서.  그런데 절친 엄마에게 '생일이란 가족과 따듯하게'라는 단단한 생각이 있어 우리도 우리끼리 보내기로 했다.  누리가 가보고 싶어하는 식당을 예약하고(그런 곳이 있다), 선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사실 식당은 우리가 가는 거고, 누리는 가도 먹을 게 없다, 선물은 사주려고 했던 것인데 생일과 때가 맞아 생일 선물로 둔갑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식당만 예약해 놓았을 뿐, 평일 저녁이라 예약도 필요 없는 것을, 우리는 빈 손이다.  선물이 생일 전에만 도착하기를 매일 밤 기도해야겠다.  무료 배송 옵션으로 주문했더니 배송 예정일이 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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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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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7.09.14 04: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조금만 더크면 엄마의 베프가 되지 싶습니다.^^

    • 토닥s 2017.09.14 06: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렇게 되려고 해도 누리가 한국말을 더 잘해야 할텐데요. 저는 제가 누리와 영어하는 모습이 상상이 안됩니다. 고맙습니다.

  2. Boiler 2017.09.14 22: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가끔 페이지 북에서 몇년전 사진들을 보면서 아~~그랬었지..하고 느낄때가 많습니다. ^^;;
    그나저나 저도 아이 한국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런지..
    저는 되도록 집에서 딸아이한테 한국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하는데 잘 늘지가 않네요..
    누리는 한국어 공부 어떻게 하고 있나요?

    • 토닥s 2017.09.17 18: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누리에게 한국어와 하루에게 한국어는 좀 다를 것 같아요. 누리는 그나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제게서 한국어를 들었지만 하루는 살고있는 곳도 일본이고, 엄마도 일본어를 쓰니 한국어 익히기가 쉽지는 않을꺼예요. 누리에게 폴란드어가 하루에게 한국어가 아닐까 싶어요. 저희 남편은 누리에게 폴란드어를 어떻게 소개했냐면요, 애가 좋아하는 카툰을 폴란드어로 보여줬어요. 물론 남편은 줄곧 폴란드어를 쓰기도 했고요. 그래도 별 발전이 없었는데요, 좋아하는 카툰을 보여줘도, 작년 이맘때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를 시작하면서 폴란드어로 말하기 시작했답니다. 아빠에게서 듣는 폴란드어는 사실 어른들의 언어거든요, 그런데 그곳에서 또래의 언어를 배우면서 말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아빠에게만요. 이해는 하는데 사람들에게, 특히 어른들에게 누리는 잘 말하지 않는답니다. 그건 폴란드어, 영어, 한국어 마찬가지예요. 기회가 되면 또래친구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우리 같은 경우보다 한쪽 부모의 모국에 살면서 2개국어를 익히는게 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어려움이 있더라구요. 아빠가 이곳 네이티브인 경우 아이에겐 영어의 영향력이 너무 비중이 많아 다른 언어가 들어갈 틈이 없더라구요. 간단히 말하면, 아이에겐 영어기 너무 편한거죠. 그렇게 보면 하루에게는 일본어가 너무너무 당연하고 편한 거죠. 심지어 엄마의 언어니까. 하지만 또 일본은 한국도 가깝고(자주 가세요), 한국문화와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함께 화이팅요! :)

      아, 누리의 한국어 공부..는 특별히 하지는 않고 있어요. 이제 자모를 익혀 스스로 읽히는게 목표지만 저도 막막합니다. 주로 한국책을 읽어줘요. TV도 보여주고요. 요즘은 아이챌린지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된 dvd를 친구네에서 물려 받아 열심히 봐요. 한국 동요, 율동, 한국어를 배울 수 있어 괜찮네요. 누리가 또래의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없거든요. 또 일년에 한 번 한국에 다니러 가고 또 가족들이 여기에 와서 일주일씩 지내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3. 우랑걸 2017.09.20 12:59 Address Modify/Delete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지난 8월 가족들과 폴란드에 갔을 때 공항에 도착해서 가방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누리와 화장실에 갔다.  손을 씻던 누리가 "어?"하고 화들짝 놀랐다.  마침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는데 "대디 말"이라며.  누리가 보통 밖에서 듣는 말이래야 영어인데, 그날은 폴란드어였으니 누리에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마미 말도 할 수 있고, 대디 말도 할 수 있고, 리X코 말도 할 수 있어", "누리는 세 개 할 수 있는데, 이모는 하나 할 수 있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일본인 친구 리X코가 영어를 하니 영어가 리X코 말이라고 생각했다.  '리X코 말'을 뭐라고 교정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다 '영어'가 아닌 'English'라고 알려줬다.  뒤에 다시 언어를 말할 일이 있었는데 아직 쉽게 'English'라는 단어는 입에 붙지 않는 모양이다.

언어의 구분이 누리의 머리 속에 생겼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누리가 3살을 넘겼을 땐 지비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그래서 늘/자주 "대디한테 …라고 말해줘"라고 말했다.  그런데  누리가 조금씩 폴란드어를 사용하면서는 절대로 나에게 써야할 한국어와 지비에게 써야할 폴란드어를 뒤섞지 않는다.  나에게 영어도 하지 않으니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일도 없다.  사실 영어가 한국어만 못하니 영어를 써야할 친구에게 한국어를 하는 일은 있어도 나에게 영어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얼마전 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 누리는 우리 물건 뒤에 막대를 놓을까 여러 번 물어봤다.  우리 물건과 다른 사람 물건 사이에 막대를 놓는 일, 누리는 이 일을 참 좋아한다.  물건을 올리고, 이동하고 정신없는 와중이었는데 누리가 여러 차례 물어봐서  내가 "just leave it"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누리가 "아니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라고 말했다.  내가 앗뜨거하고 놀라서 "응 그래 올려놔"라고 답했더니 그제야 만족했는지 우리 물건 뒤에 막대를 올려놓았다.

'영어'라고 가르쳐 줘야할까 'English'라고 가르져 줘야할까 단순한 것도 한 번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처럼 한 순간도 언어에 관해서는 느슨해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노력이 한국에서 유창한 영어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의 노력과 같을 수는 없지만 작다고도 하기 어렵다.  누리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누리가 영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처음엔 놀라지만, 부모가 한국인이니까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절대로 당연하지 않다.  얼마전에 계기가 되서 알고지내는 한국인맘이 몇 명인지, 그 중 아이들이 한국어를 하는 건 몇 명인지 세어봤다.  6명쯤 아는데, 그 중에 딱 한 가정의 아이들만 한국어를 한다.  그나마도 학교 생활이 길어지는 첫째의 경우는 학교 생활을 하지 않는 동생의 한국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그 집 아이를 처음 봤을때만해도 한국어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학교 생활과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어지니 있던 한국어도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아이들이 한국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유년기에는 한국어를 곧잘하다가 학교 생활이 시작되면 있던 실력에서 깎아먹는다는 말.  막연한 말이었는데,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생각만큼 부지런하지 않아서 잘은 되지 않는다.  한국어를 가르치겠다며 언니편에 받은 소리나는 장난감은 사용빈도가 적고 그나마 누리에겐 좀 쉬운듯한 한국어책을 열심히 보고 있다.  어떻게 어려운 한국어-자음과 모음을 가르쳐야할지는 막막하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국어 과외를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구나 싶다.

거기에 다가오는 토요일부터 누리는 폴란드 주말학교에 가게된다.  누리가 한국어와 영어만 할 뿐 폴란드어를 하지 않아 지비가 조급함을 느꼈다.  그래서 결정한 일이다.  사실 폴란드 주말학교는 차로 10분 거리고 한국 주말학교는 차로 교통량이 없을 때 50여분 거리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한국학교가 보다 가까운 거리에 생기거나 우리가 그 근처로 이사를 가게되면 나는 꼭 보낼 생각이다.  한국학교가 나보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한국학교 등록을 권했지만, 특유의 한국인 문화가 있어서 거리가 가까워도 다들 주저하는 눈치다.  그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비슷한 월령기들의 아이들의 언어는 부모가 끼고 앉아 한글자모를 가르치는 것 이상이 있다는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나도 전문가가 아니고, 오히려 나는 뒤따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니.  생각만 많다가 '일단 나나 잘하자'고 마음을 접었다.  지난 주는 학교 병설 유치원을 시작했고, 이번 주는 폴란드 주말학교를 시작하니 누리뿐 아니라 우리에게 굵직굵직한 일들이 있는 중요한 주다.  나 개인적으로도.  부드럽게 이 순간들이 흘러가길 바란다.


+


누리를 보면서 언어는 확실히 때가 있다는 걸 느꼈다.  누리는 지금 '그 때'에 있다.  자주 "OO는 대디 말로 뭐라고해?"라고 물어본다.  그런데 지비는 그 단어와 같은 폴란드어를 찾는데 늘 2초가 걸린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리가 와 있는 '그 때'라는 건 지비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올 수 있는건가 싶다.  폴란드어가 있던 자리에 영어가 들어갔으니.  아니면 그냥 지비의 폴란드 실력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족한 것인지도.

올 봄 한국에 갔을 때 그네에 앉아 영어로 수를 세던 누리가 10-ten을 넘어 20-twenty까지 세는 걸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올 여름 부쩍 열-10 이상을 궁금해 하던 누리.  스물-20을 알고 혼자 기뻐하고 서른-30을 알고 혼자 감격했다, 누리 본인이.  그런데 서른을 배우기까지 나는 하나-둘-셋으로 시작해서 반복적으로 스물아홉-서른까지 세어야 한다는 답답함이 있었다.  한국교재들을 보면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치고 열-스물-서른-마흔을 가르친다.  그건 십진수의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하나에서 서른까지를 반복했던 것인데, 하나에서 마흔까지 그리고 하나에서 백까지 가면 참 힘들겠지, 지난 주말엔 누리가 1에서 30까지 쓰는 기염을 보여줬다.  지비도 놀라고 나도 놀란 사건이었다.


30까지 쓴 사진은 없네, 정말인데.


하나에서 열까지를 배울 때도 늘 '여섯'을 빼먹더니, '열여섯'도 '스물여섯'도 잘 빼먹는다.  그리고 '-여덟', '-아홉'이 계속해서 헛갈리는 모양이다.  아이의 언어 발달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공통점을 가끔 발견하게 된다.   한국어를 배운 영국인(성인)이 자기도 늘 '여섯'이 어려웠다는 사실이나 10 이상의 수를 읽을 때 누리는 늘 거꾸로 읽는데 누리의 어린이집 영국인친구도 그렇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12'를 하나씩 떼어 읽으면서 'one-two'로 읽는 것이 아니라 'two-one'으로 읽는다.  여기에 대해선 10 이상의 영어가 'twelve-thirteen-fourteen'으로 나가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영국엄마의 해석.  아이를 보면 이런 재미있는 사실들을 가끔 마주하게 되는데 기록으로 남길 틈이 없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아깝다.  부지런해져야지.


+


오늘 아침에야 누리가 30까지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쓸 수 있게 되었는지 알게 됐다.  바로 달력이었다.  당분간 30 이후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31 이상은.  그 동안 나는 한글 자음을 어떻게 누리의 복잡한 머리속에 넣어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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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의 케이 2017.09.12 00: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도 화이팅, 그리고 엄마도 화이팅입니다.

  2. colours 2017.09.12 02: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아 누리의 언어 이야기! 저도 관심이 있는 분야라(?)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누리의 뇌세포들이 다국어를 익히면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신비한 아이의 언어세계. 그런데 숫자 앞뒤를 바꿔 읽는거 아이들이 말 배우면서 단어 앞뒤 음절을 바꿔 말하는 것과 비슷한걸까요? '가방'을 '방가'로 읽거나 하는 것 처럼요.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누리의 앞으로의 언어습득 과정도! :)

    • 토닥s 2017.09.12 03: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뇌세포가 늘어나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어도 누리가 천재가 아닌 이상 한계가 있어요, 분명. 그러니 그 한계 속에 3개국어를 집어 넣으니 3개국어 어느 것도 하나를 하는 것만큼 잘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요. 누리는 곧 만 5세가 되는데 한국어를 한국어만 하는 아이의 수준과 같지 않고 영어도 폴란드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고 많은 엄마들이 그 사실 앞에서 조바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마음을 늘 다잡는 게 쉽지는 않아요. 우리의 바램은 3개국어라기보다 한국과 폴란드의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단 정도랍니다. 소박해보이는 그 바램이 참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늘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글자를 거꾸로 읽시도 하나요? 처음 들어요.누리에겐 없었던 일 같은데, 기억이 잘. 제 기억이 의심스러운 요즘입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

  3. 2017.09.12 03:5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9.12 04: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어가 한글 자음모음만 익히면 읽을 수 있는 건 분명한데, 배우기 정말 어려운 언어예요. 일전에 배우기 어려운 언어 리트스트에 폴란드와 한국어가 동시에 올라있는 걸보고 남편과 웃었답니다. 한글의 원리는 과학적인데 예외도 많고요.ㅎㅎ. 한자와 얽혀서 어렵더라구요. 남편이 한글을 배울 때 우리에겐 익숙한 것들이 외국인에겐 참 어렵구나 했어요. 예를 들면 한 시 사십 분. 왜 시간은 한글이고 분은 한자냐.. 이런..ㅎㅎ
      언어, 바쁠 건 없지만 부담은 엄청되는 요즘입니다.ㅠㅠ

    • 2017.09.12 05:50 Address Modify/Delete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9.12 18: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영어가 공용어가 된데는 배우기가 쉬워서 그렇다는 말이 있더라구요. 영국 생활 몇년에도 제자리인 영어실력을 둔터라 그렇게 납득은 안되지만, 다른 유럽의 언어들을 보면 동의도 됩니다.
      모국어라는 게 그렇더라구요. 그냥 그렇게 배운거라 이유를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남편이 한국어를 배울 때 그 생각을 많이 했지요. '그렇게 쓰기로 약속한거다', '언어는 규칙'이다라고 설명해줘도 제가 몰라서 그렇게 밀어붙인다고만 생각하던 남편. 한글의 과학성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낀 계기였어요. 그래서 누리에겐 모국어로 한국어를 접하게 해주려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4. 프라우지니 2017.09.13 05: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릴때 스트레스없이 배우는것이 제일 좋기는 하죠.
    근디.. 폴란드출신한테 물어보니 배우기 엄청 어렵고 문법도 장난이 아니라고 하던데..
    누리 화이팅이니다.^^

    • 토닥s 2017.09.14 06: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대체로 슬라브쪽 언어가 발음이 어렵긴 하나 유럽의 언어들은 또 베이스가 비슷해서 서로들 잘 배우더라구요.
      발음이 어려워요. 독어도 그렇겠지만.

      물론 전 아직 영어도 어렵네요.ㅠㅠ

오늘부터 누리는 학교에 간다.  갔다.  1학년은 아니지만 학교에 있는 리셉셥reception/프리스쿨pre-school이기 때문에 학교는 학교다.  한국식으로 풀자면 학교 병설 유치원이다.  특별한 변화가 없으면 내년 9월 이 학교에 1학년으로 그대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지난 겨울 학교 신청, 올해 4월 결과 통보, 몇 차례 학교 방문, 어제 있었던 신입생 가정방문까지 거쳐오며 오늘을 기다렸다. 


학교 신청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영국의 입학신청은 보통 그해 1월 초에 마감한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화되어 가는 시기라서 모두들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겪어보니 공립의 경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전 국가적인 시스템에 우리가 선호하는 (런던의 경우) 6학교까지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대개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배정된다.  그저 가까운 학교, 그 중에서 평판이 좋고 주변환경이 좋은 학교에 배정되기를 희망하는 수 밖에.  물론 영국부모들도 아이가 생기면 사는 곳을 바꾸기도 한다.  주로 런던에서 아예 외곽으로 이사를 한다.  물론 이사에는 학교 뿐 아니라 좀더 넓은 집으로의 이주, 부모들이 자라던 환경처럼 덜 붐비는 환경으로 이주하는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나의 경우는 비록 5분이지만 2년 동안 차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좀 지쳤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00m이내에 공립 2개, 종교학교 1개가 있다.  종교학교는 유아세례와 3년간 교인 증명을 해야한다.  정말 많은 영국의 부모들이 평소에 교회에 가지 않지만, 아이가 생기면 유아세례를 하고 교회에 나간다.  적어도 첫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는 교회활동을 해야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러면 둘째 셋째는 형제자매 우선순위에 따라 그 학교에 (거의)자동으로 배정된다. 

우리는 종교도 없고, 이사를 갈 수도 없으니 주변 학교 중에서 가깝고 주변환경이 그나마 나은 곳을 1순위로 신청했고 그 학교를 배정받았다.  누리가 배정받은 학교는 바로 앞에 작은 공원과 놀이터가 있고, 방과 전/후 보육이 잘되어 있어  일하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인근에 특별히 좋은 학교, 특별히 나쁜 학교가 없어 고만고만 누리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은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3개 구의 경계에 살다보니 누리만 이 학교에 배정되고 이 근처에 살아도 주소지가 속한 곳이 다른 구인 어린이집 친구 둘은 먼 학교에 배정을 받았다.  그 중 한 엄마는 올해 안에 이사를 목표로 배정받은 학교 인근에 집을 보러 다닌다.  이 엄마는 배정받은 학교를 선호하는 학교 6학교 중 마지막에 써서 그 학교가 될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나는 3학교만 썼다.  그 중 어느 곳을 가도 상관없었는데 가장 가까운 곳에 배정을 받았다.


교복


4월쯤 결과를 통보받고, 교복이나 학교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모임에 갔고, 아이들에게 학교를 소개해주는 날(그냥 가서 논다) 갔었다.  여름 방학전에 교복 세일이 많았지만 쑥쑥 자라는 나이라 여름방학 동안 커버리면 어쩌겠냐고 주문을 미뤘다.  한 두 주전 만난 누리 어린이집 친구 엄마가 학교에 신고갈 신발을 사러 갔더니 직원이 마지막주는 바쁘고 재고도 없다더라며 미리 사두라고 해서 나도 부랴부랴 검색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을 남겨두고 주문하려니 정말 원하던 제품은 사이즈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주문한 신발을 찾고 신어보기 위해 신발가게로 갔더니 사람이 북적북적.  아쉬운대로 대략 갖추었고, 알고지내는 한국맘 한 분이 교복 치마드레스/원피스 두 벌을 주셔서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고마워요!

영국의 교복은 대체로 겉옷 - 자켓이나 가디건은 학교 로고가 세겨진 겉옷은 학교나 지정 구매처를 통해서 사고 나머지 치마, 바지, 폴로셔츠 같은 것들은 색상만 정해져 있어 자신에게 맞는 예산의 브랜드에 가서 사면 된다.  주로 마트에서 사 입는다.  주변에서 M&S를 많이 추천해서 별 고민 없이 샀다.  체육복도 색상만 정해져 있어서 면이 좋은 유니클로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신발은 보통 여자아이의 경우는 슈즈shoes를 신어야 하는데 이게 가격이 어른신발이다, 내 기준에서는.  옷도 물려받고, 폴로셔츠도 2개에 7~10파운드 이런 식이라 맘에 드는 신발을 골라 샀지만 애들이 둘셋되면 부담이겠다 싶었다.  애들은 어른과 달리 발이 쑥쑥 자라 신발을 두 계절 이상 신을 수가 없으니.    하여간 이렇게 교복을 구매해 세탁해놓고 어젯밤엔 모든 옷에 이름표를 붙였다.  한국에서 주문해서 언니편에 받은 이름표.  여기도 이런 이름표를 쓰기 시작하는데 이름만 겨우 들어가는 식인데, 한국엔 이쁜 그림이 컬러로 들어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주문했다.  세탁에도 얼마나 견뎌내는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다.  타이즈 같은 것은 그냥 세탁물용 마커펜을 사서 썼다.



가방에는 세탁용 이름표와 함께 주문한 열쇠고리를 달아주고 이름을 쓰는 칸에는 B언니가 선물준 스티커를 간단하게 붙였다.  B언니가 선물준 스티커는 초중고 졸업할 때까지 써도 될 분량이다.  언니 고마워!


다리미로 이름표 붙이고, 펜으로 이름 쓰고, 여기저기 스티커 붙이니 지비는 "영국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극성"이란다.  모르는 말씀.  심지어 나는 아이 이름을 어떻게 써야하는지까지 검색해봤는데, 그런 질문과 대답이 정말정말 많더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아빠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엄마들은 다 공감할꺼라 - 믿는다. 

그리고 학교 가는 첫날 입을 옷을 접어 누리 의자에 올려놓고 잠들었다.



여름 내내 아침 8시에도 일어나지 않던 누리가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학교에 가는 날이라며 나를 깨웠다.  "그래그래 학교"하면서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심지어 준비가 너무 일찍 끝나서 옷을 입은채로 소파에 앉아 한 15분 TV까지 봤다.  그래그래 이대로만 학교생활 해준다면 정말 좋겠구나.  그렇게 누리는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첫 등교


누리에게, 우리에게 기념할 날이라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마침 날씨도 좋았다.  그런데 사진도 잘 안찍으니 잘 못찍겠다.  이제 누리도 컸으니 누리 짐대신 다시 카메라를 들어야 할때다.



일찍 도착해서, 대략 300m 거리라, 다른 부모들처럼 사진을 찍었다.  많은 아빠들도 출근을 미루고 기념비 같은 이 날을 축하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을 먹으며 지비에게 "가서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음 좋을텐데"라고 했더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초등학생이 되는 내년에는 꼭 찍자"고 한다.

모르는 아이들과 섞여 즐겁게 교실로 들어가는 누리 뒷모습을 보고 나는 학교에서 돌아나왔다.  역시나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고부는 아이들, 부모 옷자락을 잡아끄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가 누리가 아닌데 안도하면서 나오긴 했는데, 뭔가 시원섭섭.  정말 she's gone 이다.  찬바람이 씽 분다.  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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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씨엘 2017.09.08 03: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귀여워요. ㅎㅎ 교복이 넘 잘 어울리는데요.
    지비가 몰라서 하는 소리. 네임택에 대해선 여기가 더 극성인듯 합니다.

    • 토닥s 2017.09.08 08: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마 교복을 입으니 그렇겠죠? 옷이 모두 같으니. 지금보다 더 어린 어린이집 시절에도 네임택은 쓰지 않았는데 말예요. 전 교복이 좀 별로예요. 불편해보이고. 개인적으로는(근거는 없지만) 창의성에 해가 된다고 봅니다. 나의 창의성은 고교생활 3년 교복 입으며 사라졌다고 믿는 1인.ㅎㅎ

  2. 수민 2017.09.08 09: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교복 입은 모습 보니 누리가 영국 사네 싶다.

  3. 일본의 케이 2017.09.09 13: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she's gone...
    누리 교복이 너무 잘 어울립니다. 즐겁고 재밌는 생활 되길 바래요

    • 토닥s 2017.09.11 18: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직은 즐거운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이불에서 꼼지락하길래 "학교가자"했더니 웃더라구요. 다행입니다. :)

  4. colours 2017.09.12 02: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무 예뻐요 :) 누리 표정은 더 예쁘구요! 전 어찌어찌 예중,예고를 다니면서 중학교 2학기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내내 교복 + 교복 구두 + 교복코트를 입었는데;; 그때 교복자율화 시대여서 너무나 눈에 띄는 시절이었죠. 당시엔 민망함과 으쓱함이 섞여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같은 교복이어도 역시 제가 입는 것과 발레전공 학생들이 입은 것과는 마치 다른 옷인양 차이가.....(먼산) . 누리 교복 보니 그때의 기분이 느껴지네요 :)

    • 토닥s 2017.09.12 04: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심지어 예중 예고! colours님의 개인사가 무척 궁금한 1인.ㅎㅎ

      저는 교복자율화를 지나 다시 교복을 입기 시작하는 시기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녀서 고등학교만 교복을 입었어요. 그 시기에 없던 창의력이 말살(?) 되었다고 생각하는지라(ㅎㅎ) 교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로망도 없고요. 그런데 다들 어린 아이들이 교복을 입으니 다르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누리 본인이 좋아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언제까지일런지요.

9월이 되고 며칠이 지났을뿐인데 벌써 춥다.  이상 고온에 시달렸던 유럽과는 달리 올 여름 영국은 계속 서늘했다.  오늘 누리는 놀이터로 가면서 플리스 자켓을 꺼내 입었다.  여름 같지 않았던 여름의 끝, 우리는 여름에 어울리는 간식 몇 가지를 발견했다.  버블티와 냉동과일을 이용한 스무디. 


블티


내가 영국에 오기 전에도 한국엔 이 음료가 있었다.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음료라 마셔보지 않았다.  영국에 와서 일식집, 베트남음식점에서 마셔보게 됐다.  독특한 맛이었다.  타이베이 여행을 앞두고 검색쟁이 지비가 버블티의 원조가 타이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지비는 타이완에 가기 전까지 버블티를 마셔보지 않았다.   버블티가 타이완에서 해야 할, 먹어야 할 미션 1호였다.  타이베이에서 두 번 마시고 우리는 팬이 됐다.  런던에 돌아와서 한 번쯤 마시고, 한 때 버블티 DIY 키트를 사려고 검색을 했던 지비.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DIY 키트는 비싸고 타피오카 펄/젤리만 인터넷으로 사보려니 1kg씩 팔아서 접었다.  얼마전 한국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발견한 타피오카 펄/젤리.  250g에 2파운드 정도여서 당장 장바구니에 담았다.


타피오카를 조리법에 따라 준비하고, 밀크티는 누리와 함께 먹기 위해 카페인이 없는 티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생각보다 조리가 간단한 타피오카 펄.  끓는 물에 넣어 모두 떠오르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2분, 불에서 내리고 뚜껑을 덮어 2분, 찬물이 담그면 된다.  간단한데 사먹는 버블티와 비슷해서 신기했던.



누리는 질긴 건 싫어하는데 언젠가부터 젤리 같이 쫀득한 느낌을 좋아해서(심지어 떡국도 좋아한다) 타피오카 펄도 좋아한다.  젤리가 녹말 덩어리라 그런지(그렇겠지?) 마시고 나면 든든한 느낌이다.  3명이 마주 앉아 신기해 하며 마셨다.  여름이 끝나는 이 시점에 여름 간식 하나를 알게 되어 아쉽다고 지비와 이야기 나눴다.  그래도 여름은 또 오니까.  내년을 위해 저장.


냉동망고 스무디


여름이면 밤 간식으로 우유와 바나나, 딸기를 넣은 스무디를 잘 마셨다.  누리가 기저귀를 뗄 무렵부터 밤엔 가능하면 음료 간식은 주지 않고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  얼마전 언니와 장을 보러 갔다 냉동과일을 보게 됐다.  한국에서 종종 사다가 스무디를 만들어 먹었다고.  지난 주 장을 보러 갔다 우리도 냉동망고 한 팩을 사왔다.  우유와 넣어서 갈아보니 딱 망고쉐이크 그런 맛이다.  조금 뻑뻑한 그릭요거트와 갈면 프로즌망고요거트겠다면서 지비가 좋아했다.  여름 내내 하루 한 번 아이스크림을 먹는 낙으로 살았던 누리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좋아했고.  정말 이번 주말엔 그릭요거트나 내츄럴요거트로 만들어봐야겠다.



티케이크


영국에는 티케이크라는 이름을 가진 달달구리가 꽤 되는 것 같다.  그 중에 하나인데 몇 주 동안 머릿속에 맴돌던 달달구리였다.  M&S라는 마트에 가면 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쪽으로 갈 일이 없었고, 내가 주로 장을 보는 마트엔 이 티케이크가 없다.  누리의 교복을 사러 M&S에 들렀다가 냉큼 집어 들었다.



초코파이 안에 든 머쉬멜로 비슷한 것을 초코렛으로 싼 달달구리다.  진한 커피가 어울리는 달달구리인데, 이름은 티케이크지만, 누리 몰래 먹으려니 한 밤중이라 우유랑 먹었다.  맛은 - 상상과는 다르게 너무 달달.  스팸처럼 머릿속에 맴돌아서 사게되면 후회하게 되는 제품이 될 것 같다.  티케이크야, 이 달달함이 잊혀질 즈음에, 내년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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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7.09.09 21: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티피오카 펄을 이렇게 쉽게 만드는군요. 전 필리핀에 있을때는 입에 달고 살던 음료입니다. 단 차가 아닌 여러가지 과일쥬스속에 넣거나 커피맛이 나는 것에 넣어서 먹었었죠. 지금도 필리핀에 가야만 먹는 음료중에 하나입니다. 여기서도 있음 먹고싶네요. 쫀듯한 펄맛이 일품인디..^^

    • 토닥s 2017.09.11 18: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간단함에 놀랐답니다. 요즘 여기 아시안 식당은 버블티를 팔기 시작했는데요, 내년 여름되면 대유행이 될 것 같아요. 올해 여름부터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팔기 시작했으니.
      지니님도 아시안-중국 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야말로 유행이니. 사실 제가 이전에 찾아보지 않았을 뿐 그 전부터 팔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누리가 좋아해서 주긴 하는데 대체 타피오카가 무엇인지, 카페인은 없는지 좀 걱정은 됩니다. 저는 이제까지 디카페인 밀크티에 넣어서 줬는데, 우유 같은데 넣어줘도 좋을 것 같네요. 타피오카의 색과 우유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고맙습니다.

    • 토닥s 2017.09.11 18: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독일어를 몰라서 배송료가 있다는 말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물건이 영국서 가나봅니다. ㅎㅎ

      http://www.ebay.at/itm/WUFUYUAN-Black-Tapioca-Pearl-250-g-/152691727303?hash=item238d22dbc7:g:X7gAAOSwEfBZrnfb

요며칠 페이스북에 올렸던 고향의 맛 시리즈.  누리에게 어떤 언어를 쓰는가 만큼이나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떤 음식을 먹는가다.  가만히 돌아보면 누리가 생기기 전에는 이곳 음식이 주를 이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점점 한국음식이 많은 것 같다.  그 쉽다는 된장찌개, 미역국도 못끓이는 처지라 한국음식이라기는 뭣하지만.


한국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하이트(수출용)가 할인이라 한 번 사봤다.  그 누군가는 몇 년만에 한국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시고 뿜었다는 하이트.  대학시절 히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하이트.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아서 놀랐다.  수출용이라서 그런가.

그리고 하이트보다 중요한 쥐포님.  언니가 런던오면서 들고왔는데, 매일밤 언니들과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마지막 남은 두 마리.  이 날 하이트와 함께 냠냠.



요즘 한국마트에 장보러 갈때마다 꼭 사오는 아이템이 단무지와 김밥용 햄이다.  내가 싸주는 김밥은 안먹는데, 누리가 자기 손으로 싼 김밥은 먹어서 달걀, 오이, 햄, 단무지 간단하게 준비해서 싸 먹는다.  그런데 이렇게 김밥 재료를 준비해서 싸먹도록 준비하는게 더 손이 많이 간다는 불편한 진실.  그래도 잘 먹어만 준다면 해야지 어쩌겠나.



요즘 들어 누리가 먹기 시작한 삼각김밥.  사서 몇 번 먹어보니 잘 먹어서 삼각김밥용 김을 샀다.  주먹밥보다 쉬울꺼라 생각했는데 중간에 내용물을 넣는 일이 은근히 어렵다.  내용물이 한쪽에 쏠리면 삼각김밥도 옆구리가 터진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 싶지만, 정말 옆구리가 터진다.  그래도 몇 번 싸보니 이제 내용물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참치+마요네즈는 우리용이고, 누리용은 치즈나 달걀을 넣어준다.  누리가 그렇게 넣어달라고 했다.



이번 주, 프랑스에 잠시 거주 중인 대학 동기가 아이 둘을 데리고 다녀갔다.  런던에 온 첫날 한국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한국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떡국과 콩나물이 먹고 싶다고 친구가 골랐는데 정작 본인과 아이들은 못먹고 떠났다.  덕분에 우리만 열심히 떡국과 콩나물을 먹었다.



오랜만에 숙주가 아닌 콩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을 먹었고, 틈틈히 김치콩나물국밥을 검색해서 만들어봤다.  대충 만들었는데도, 나로써는 괜찮은 맛이라 놀라웠다.  역시 김치와 콩나물은 기특한 식재료.  찬바람이 불면 한 번쯤 더 만들어봐야겠다.


늘 한식만 먹는 것은 아니고 가끔, 아주 가끔은 여기저기 뒤적뒤적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폴란드 음식도 만들어본다.  믿거나 말거나, 지비가 참 잘만들어졌다고 칭찬(!)한 비고스.  지비의 가르침 없이 인터넷의 가르침을 받았다.   같이 놓인 폴란드 만두는 물론 샀다.



그리고 얼마전 폴란드 여행에서 맛본 차가운 비트루트 요거트 스프.  괜찮은 식당에서 먹은 맛과 같지는 않았지만 그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제이미 선생님의 조리법과 폴란드아내polishwives 등등 여러 가지 사이트에서 공통점을 추려 만들었다.  앞으로 손님이 오면, 여름이 오면 꼭 먹게 될 폴란드 음식이 한 가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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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의 수두로 조기방학을 시작했다.  짧은 중간방학도 바쁘게 지냈는데 이번엔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방학 전 일주일도, 방학 후 일주일도 누리의 수두로 꼭 필요한 외출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장보기도 지비의 퇴근 길에 꼭 필요한 것을 부탁하거나 온라인 식재료 상점에서 배달을 시켰다.  그래도 이번주는 수두 자국에 딱지가 앉아, 더 이상 옮기지는 않는 상태가 되면서 집에거서 가까운 공원/놀이 나들이를 짧게 몇 번 하기는 했다.  정말 짧게.  비가 너무 자주 쏟아져 갈 수 있는 날도 며칠 되지 않았고 가서도 서둘러 돌아와야 했던 날이 몇 번 있었다.

조용하게 방학을, 7월을 보내고 있다. 

+

아침을 서둘러야 할 일이 없으니 지비가 출근하고 나면 누리와 나는 기상한다.  정말 방학생활 풍경.  주로 누리가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운다.  지비가 혼자서 아침을 먹으며 전날 마트에서 집어온 책자, 주로 신상품 계절상품을 광고하는 책자를 본 모양.  그런데 마침 펼쳐놓고 간 페이지가 -.

"뭘 본거야?"라고 물었더니 "아이스 롤리/아이스크림…"을 봤단다. 

그래 믿으려고 노력할께.

+

그리고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누리 이모 런던 도착.


방학이 휴가가 되었다.  우리는 계속 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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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이상하더라.  오늘 오후 커피 마시러 나가서도 좋아하는 자두 타르트를 시켜놓고 절반도 못먹던 누리.  애가 뜨끈뜨끈 해서 날씨가 더워 그런가 했다.  그런데도 춥다고 해서 에어컨 아래라서 그런가 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히려고 보니 옆구리에 물집 잡힌 붉은 점이 딱!  자세히 찾아보니 머리카락과 얼굴의 경계에도 물집 잡힌 붉은 점.  후다닥 두 아이 엄마 J님께 보여드리니 수두 맞는 것 같단다.ㅠㅠ

지난 주 어린이집 파티에 수두 자국 그대로 온 아이 얼굴을 떠올려 봐야 늦었다.  그보다 어제 오늘 누리가 옮겼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미안함과 걱정이 가득.  누리가 어울리는 아이들 엄마 셋에게 연락해두었다, 예의주시하라고.  다행히 그 중 한 명은 몇 주 전에 수두를 치렀다.  덕분에 내일 어린이집까지 빼먹고 가려던 숲속학교도, 며칠 남지 않은 어린이집도 쭉 쉬게 됐다.  며칠 뒤가 졸업식 Goodbye ceremony인데 그것도 못가겠지.  다음주 주말쯤 6주간 일본에 다니러가는 친구 얼굴 잠시 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이것저것 바빴던 게 체력저하로 이어졌나 싶다.  수두 끝나면 가을에 학교 시작할 무렵 먹이려고 옷장 깊이 넣어둔 홍이장군 꺼내 먹여야겠다.  아, 오늘은 나도 일찍 자야겠다.  누리가 밤 사이 잠을 설칠지도 모르니.

+

까페에서 집으로 돌아와 한 바탕 울고 해열제를 먹고 잠들었던 누리는 깨어나서 밥 먹고 지금은 신나게 노래 따라부르며 헬로 코코몽을 보고 있다.  참 정직한(?) 누리 어린이 - 컨디션의 좋고 나쁨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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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오고 누리가 과외로 듣던 체육 수업들도 마무리되고, 어린이집도 곧 방학에 들어간다.  다음주를 마지막으로 9월엔 병설 유치원(여기서는 리셉션이라고 한다)로 옮기게되니 방학이 아니라 졸업인셈.
이번주 두 번의 체육수업 데모 수업이 있었고(발표회 격) 오늘은 어린이집의 여름파티가 있었다.  마지막까지 갈까말까 망설이다 다녀왔는데 한 시간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었고, 나머지 한 시간은 다른 부모들(여기서 태어난 폴란드인 이민 2세대인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와서 보람찼다는 지비의 총평.

여름파티가 저녁 6시라 저녁은 어떻게 하나 묻는 지비에게 나는 가서 맥주나 한 두 병 마시고 집에 와서 누리 재우고 라면 먹을꺼라고 미리 말했다.  늦도록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기회가 누리에게 특례라면, 나에게 라면 야식 특례 정도는 가능한 거 아닌가.  내 답에 "으익!"하던 지비 - 끓여놓고나니 한 젓가락 먹는단다.  "먹을래?"하고 예의상 물은 내 탓인가.  라면 끓일 때 안먹는다 하고서 꼭 끓이고나면 '한 젓가락' 먹는다는 사람, 그거 시어머니가 나무랄 때 말리는 시누이인데. 

하여간 행복하게 라면과 기네스 후룩후룩 홀짝홀짝.  여기에 따끈한 커피 한 잔 하면 딱 좋겠다.  그런데 밤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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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7.07.19 21: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 젓가락은 양호합니다. 안먹는다고 해놓고 내 라면냄비를 다 뺏어가는 남편도 있습니다.^^;

    • 토닥s 2017.07.22 07: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그럼 부부싸움 날 것 같은데요. 남편은 생긴 것답게(완전 빼빼) 먹는데 사심이 없어 다행이긴 합니다.

이곳에 살다 한국에 가면 '내 얼굴에 이렇게 잡티가 많았나', '내 얼굴이 이렇게 검었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두 가지 모두 사실이다.  얼굴에 잡티도 많이 생겼고, 얼굴도 검어졌다.  없던 사실도 아닌데 그 사실이 한국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한국의 밝은 실내조명 덕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도 요즘은 형광등을 넘어 이른바 LED등이라는 걸로 집집마다 바꾸니 더 밝아진 한국.  그 LED등에 비친 내 얼굴은 더 말할 수 없이 추레..하다. 

우리집에 온 언니는 집이 어둡다고 하지만, 영국에 사는 지인들은 집에 오면 한국처럼 밝다고 한다.  우리집도 절전 LED등이긴 한데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하얀 색이 아니라 warm white라는 색이다.  내가 고른 색이 아니라 집이 그렇게 지어졌다.  전구 하나가 12파운드가 넘는다.  그나마 방이나 거실 공간은 나은데, 욕실의 경우는 4~6개월 단위로 갈아줘야 하는 전구가 4개다.  습기 때문에 광고하는 것만큼 수명이 길지 못한듯.  전체가 잡설이지만, 여기서 잡설은 접고.

환하게 해놓고 사는 한국사람들은 그 환한 등 아래서 잘 본다.  보이는 것은 잘본다.  모양, 외모, 색깔.  장점이라면 장점인데 가끔은 그런 것'만' 잘보고 그 내면, 혹은 과정은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

얼굴 피부에 문제가 생겨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피부과에 다녔다.  일년도 넘은 문제인데, 지난 번에 한국에 다녀갈때만해도 비비크림 같은 걸 발라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은 것 같다.  봤는데도 말하지 않았는지도.  이번엔 마음먹고 피부과를 찾았다가 '구순주위염'이라는 병명을 들었다.  나이들면 생기는 병이라기에 내가 크게 "네?!"하고 짧게 답하고 물었다.  덧붙인 의사의 설명은 일명 화장독인데, 젊은 사람들은 회복이 빠른데 나이가 들어 회복이 더딘 것이라고.  치료가 짧게는 6개월 혹은 몇 년을 간다고.  이 말은 전해들은 가족들은 (기분이 상한 것인지) 당장 다른 병원을 가라고 했다.  하지만 털털하고 직설적인 피부과 의사가 맘에 들어 오기 전까지 계속해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라고 해봐야 증상이 심하면 항생제를 처방받고, 평상시엔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며 증상을 살펴보는 정도.  의사가 색조화장은 하지 말고 기초화장품도 아토피용 화장품으로 바꿀 것을 권했다.  순한 것으로 바르라는 것이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는 것이 좋지만, 현대인이 그럴 수 있겠냐며 최소화해서 바르고 모자를 쓰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큰머리 때문에 잘 쓰지 않는 모자도 한국을 떠나오며 하나 사왔다.

그렇게 해서 기초화장품과 선크림만 바르기 시작한 게 3개월.  참 편하다.  그 전에도 그 이상이라고 해봐야 그 위에 비비크림+파우더 또는 선물받은 에어쿠션+파우더 정도였지만.  그런데 참 볼품은 없다.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열 명 중에 5~6명은 첫마디가 "얼굴이 왜 그래?"였다.  잘지냈냐는 인사도 없이.  그 나머지는 잘지냈냐는 인사 뒤에 바로 궁금해했다.  궁금해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 둘은 있었던 것 같은데, 주로 남자들. 
그러면 털털하고 직설적인 의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반복해줬다.  하도 여러번 말하다보니 나중엔 조리있게 줄여서 전달할 수 있게도 됐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아 한국은 이런 곳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오고 며칠이 지나 누리 어린이집에 있는 유일한 다른 한국엄마를 만났다.  그 한국엄마의 첫말이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요?"였다. 
한국이라는 땅이 그런 게 아니라 한국사람들이 그런가 싶다. 

+

지난 주 이 피부 문제로 보건소 격인 GP를 찾았다.  웬만한 병은 진통제/해열제인 파라세타몰 Paracetamol만 줘서 지비와 내가 늘 웃고 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다른 방에서 진료하고 있는 의사를 부르더니 같이 의논하고는 Lymecycline이라는 약을 처방해주었다.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여드름 치료에 쓰는 테트라사이클린 tetracycline이라는 약의 대체/대용 약이었다.  일종의 항생제인듯한데, 항생제 처방에 인색한 GP가 8주치나 처방해줘서 놀랐다.


GP에 갔다는 걸 안 지비가 "왜 이번에도 파라세타몰 주드나?"하고 물어서 "8주치 항생제를 주는데?"하고 답해줬더니 깜짝 놀라, 그 약 먹어도 안전한 거 맞냐고 걱정을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방받은 비스테로이드계 연고 사용을 중단하고(그런데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아토피 치료 연고) 이 약을 먹기 시작했다.
사실 이 약을 먹기 시작하는 무렵 날씨가 무척 더워 평소와 다르게 물을 엄청 마셨다.  그 때문인지 피부가 조금 편안해졌다고 느꼈다.  연고를 바르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던 시점이었고, 얼굴에 있던 붉은 점들도 사라진듯 보였다.  적어도 영국의 어두운 조명아래서는.  한국에서 받아온 연고사용을 중단하니 붉은 점들이 다시 생기기는 했지만, 일단 불편함이 없어 8주간 이 약을 계속해서 먹어볼 생각이다.

막을 수 없는 세월을 약이 이기나 한 번 해보는거지.

(이런 약 사용해보신 분 조언 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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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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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8 12:1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6.29 00: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흰머리는 저도 당연히. 그것도 한국가서 참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납니다.ㅎㅎ
      저도 여기선 추레..하게 살다가, 추레..한지도 모르고, 한국가면 미용실 먼저 가곤 했는데요. 비싸기도 하고, 여기서 계속 현상유지가 안되니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번엔 머리만 자르고 왔어요.
      처음엔 하나 둘 늘어나는 흰머리에 화들짝 놀라고, 그런 저를 보는 사람들도 화들짝 놀랐는데요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니 흰머리가 많이 안보이는 느낌적 느낌. 그러다가 한국가면 흰머리가 너무 잘 보이더란 불편한 진실.ㅠㅠ

      그렇게 하려구요. 사람들이 나한테 해줄 말이 참 없나보다, 나랑 할 이야기기 없다고 생각하니 보이는 것만 이야기 하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이는 것 말고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려구요. 외모 따윈 떠오를 겨를이 없게끔요.

      같이 힘내요! :)

  2. 2017.07.03 21: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7.03 23: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좀 그렇죠?

      참 잘가꾼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러울때도 있는데요, 그것만 중요시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사실 여기는 가꾸고 싶어도 비싸서 엄두가 안납니다. 시간은 핑계고요.

      그러니 내 안을 더 가꾸겠다는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기로 합니다. :)

  3. 유리핀 2017.07.04 13: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도 저 긴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근데 얼굴이 왜 그래?"라고 물었던가 아닌가가 생각이 안나;;; 의사가 아토피용 크림을 쓰라고 했대서 한국에서 만든 크림을 추천했더니 구하기 쉽게 영국에서 살 수 있는 것으로 찾겠다는 답까지 들었는데 말이죠.
    참... 저도 생각없이 말하는군요. 제가 한 말 중 쓸데없는 것은 ('네가 뭘 안다고. 참..' 이렇게) 콧방귀 뀌며 날려버려 주세요.

    • 토닥s 2017.07.05 04: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첫 말은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는 인사 아니었을까. 동굴파지 마시게.ㅎㅎ

      이곳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바꾸고 한 일주일은 아파서 고생했는데, 지금은 약을 먹기 시작하던 즈음 정도로 호전됐어. 약을 끊으면 어떻게 될까 싶고, 여름이라 햇빛에 과민반응하게 된다는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지. 나아지겠지. 그래야지.

지난 토요일 나는 시내에 볼 일을 보러가고, 지비는 누리를 폴란드 스카우트에 데려갔다.  데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입구에서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근처 공원에서 둘이 시간을 보냈다.  지비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알지만, 누리를 설득하거나 달래거나 타협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사실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누리의 폴란드어와 그와 관련된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곧 방학에 들어가 두 달간 공백이 있기 때문에 방학 전에 바짝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방학 이후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개인적으론 지비가 지난 주 자기의 점심과 휴식을 포기하고 누리 곁에 길게 머물러줬더라면 누리도 있겠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지비는 누리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수줍음이 많아서 남겨두기가 어렵다고 한다.  수줍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누리만 유별난 것이 아니라 그 나이 때 많은/다른 아이들도 그러하다고 나는 말했다.  지비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누리가 처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할 때 일주일 동안의 적응기간을 거쳤다.  처음 이틀 정도는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 누리와 함께 배경처럼 있었고, 그 다음 이틀 정도는 누리가 나를 찾아 올 수 있는 공간에 앉아 있었다.  그러면 누리는 놀다가 나에게 오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다섯번째 날은 누리가 보이지는 않지만, 입구 리셉션에 앉아 있겠다고 설명해주고 거기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서 누리는 어린이집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한국에 3주, 6주 다녀오고서 같은 적응기를 다시 반복했다.  물론 처음보다는 하루 이틀씩 짧게.  남편은 그 과정을 모른다.  아니, 말로는 들었지만 그 과정에 있어보지 않고 겪어보지 않으니 모른다.  휴대전화도 쓸 수 없는 공간에서 멍하게 아이 뒤만 시선으로 쫓으며 보내야 했던 시간을.
아이의 성장도 그렇다.  어느 날 설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숫자를 셀 수 있게 된 것이 그 나이가 되서 그런 줄 안다.  일어서기를 시도할 때 수없이 옆에서 잡아주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면 다시 응원하고 독려하며 반복했던 과정을, 1에서 10까지 쓰여진 책을 열 번 백 번 혹은 그 이상을 하고서야 아이가 자기 입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던 과정을 말로는 안다고 하지만 잘 모르는 것 같다.

오늘 지비는 운동 때문에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떠나면서 미안한지, 거기에 누리를 폴란드 스카우트에 데려가달라고 그런 시도를 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다.  뭐 할꺼냐고 물어서 마트에 장이나 보러 간다고 했다.
지비가 떠나고 누리에게 물었다.  스카우트 하는 동안 내가 옆에 있으면 갈래? 간단다.  그럼 네가 스카우트 하는 동안 운동장에서 뛰어 놀 때 나는 벤치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어도 되냐고도 물었다.  된단다.  그 대화를 세 번쯤 반복하고 스카우트 장소로 갔는데, 벤치를 보고서 날더러 거기에 앉아서 기다리란다.  그래서 처음부터 벤치에 앉아 싸간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비가 내려 건물 처마 밑에 장바구니를 깔고 앉아 이북을 읽었다.  도중에 누리가 단체로 화장실을 갈 때 나와선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운동장에 나와 10분쯤 뛰어노는 시간에도 나와 열심히 손을 흔들다 들어갔다.

남편은 이 과정도 모르겠지.   비가 떨어져 먼지 냄새가 솔솔 피어 오르는 운동장 바닥에 앉아 2시간을 보낸.

운동장에 뛰어노는 사진을 보내주니 어떻게 데려갔냐고 묻는다.  "매직"이라고 말해줬다.

+

육아도 관계다.  아이와 나와의 관계.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 타협 - 희생이라고는 하고 싶지 않다 - 을 통해 유지되는 관계.  부모가 좀 그릇이 되서 그 관계가 수평적이면 더 없이 좋고.  사실 나도 그렇게까지 그릇은 못된다.  엄마들은 일상에서 무수히 반복하면서 그 관계를 말과 글로 정리하지는 못해도 몸으로 알게 되는데, 남편들은 알기가 어렵겠지.  아쉽게도, 적어도 지비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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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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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7 06: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7.06.27 07: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 글에 대한 지인의 답글에 따르면(지인도 어느 누군가의 남편되는) 세상에 남편은 두 종류랍니다.

      육아를 모르는 남편과
      육아를 잘 모르는 남편.

      ㅎㅎ

      그래도 끊임없이 반복하면 남편도 사람인데 알아먹지 않겠냐고 나를 다독이는 것인지, 자기 아느님을 다독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답글이었죠.

      힘내세요! 멀리서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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