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이곳 대부분의 학교들은 2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에 들어갔다. 종교재단의 학교들이나 사립 학교들은 지난 주부터 방학에 들어간 곳도 제법된다. 종교재단의 학교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방학이 긴 건 이해를 하겠는데(이곳들은 부활절 방학도 길다), 수업료가 비싼 사립학교들이 긴 방학을 하는 건 이해가 안간다면서 지비와 웃었다.

누리가 가고 있는 어린이집 역시 학교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기에 오늘로 2주간의 방학에 들어갔다. 오늘은 이번 학기의 마지막으로 오전/오후 반 아이들 모두 모여 캐롤을 부르고 부모들이 준비해온 점심을 먹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갈까 말까를 끝까지 벼르다 마지막에 누리에게 좋은 경험이 되길 바라며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유일하게 있는 다른 한국 엄마가 파전을 준비해간다고 음식 리스트에 적었길래, 나는 베이컨과 각종 채소가 들어간 치즈 번을 구워갔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3~4살 아이들이니 통제불가. 그런 와중에도 틈틈히 스토리타임에 불러온 캐롤들을 부르고 야외 가든(놀이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요즘 이곳 날씨는 11~13도라 상쾌한 느낌이었다.
역시나 아이들은 먹는 건 뒷전이고 평소처럼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런 와중에 한 아이가 어제 누리가 장난감으로 때려서 머리에 상처가 났다며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가 내게 와서 말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서 나중에 선생에게 물어보니 그 사고는 누리가 아니라는 다른 아이였다고. 다친 아이가 헛갈린 모양이라는데, 이미 그 아이와 엄마는 내 시야에서 사라진 뒤. 그런데 극적으로 어린이집을 나서기 전 그 엄마를 다시 만나 이야기하니, 그러면 이번엔 누리에게 미안하다며 하.하.하. 웃으며 갔다. 그 동안 내 입술을 바짝 말랐네.

+

음식은 뒷전인 누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 동안 나는 사람구경을 했다. 정확한 비율은 아니지만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크게 4가지 그룹이다, 내 생각에.
첫번째 그룹은 영국 아이들, 두번째 그룹은 부모들이 스카프를 쓴 무슬림 아이들, 세번째는 폴란드 아이들, 네번째는 나머지. 앞의 세 그룹 아이들의 부모들은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니 별로 끼어들 틈이 없다. 누리는 아빠가 폴란드인이지만 내가 한국인인 관계로 네번째 그룹에 속한다. 특히나 내가 폴란드어를 못하니.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서 아이들 마치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일본 엄마들하고 안녕-안녕 인사 정도만 한다.

오늘 헤어지면서 그 중 한 엄마와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나마 자주 이야기하는 엄마였지만, 내가 좀 벽을 세우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은 방향 길을 가다 헤어지는데, 내 이름과 누리 이름을 종이에 적어 달라는 것이었다.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글자로 보면 외워질 것 같다고. 아주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였는데 그런 용기(혹은 적극성)에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름과 함께 연락처도 적어주었다.

+

여행 다녀온 기간을 빼면 4주 정도 어린이집을 다녔지만, 그 기간 동안 누리가 많이 자랐다. 잘 모르는 영어로 누리를 지비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내게 짧은 자유 시간이 생겼다는 것 외에도 누리가 저녁을 잘 먹는다는 점 그리고 쉽게 잠든다는 점이 장점이다. 예전엔 책 열 권쯤 읽어도 힘들게 재웠는데, 이젠 책 세 권만 읽으면 자기가 자겠다고 돌아눕는다.
누리가 어린이집에서 노는 걸 보면서 이 아이가 어떤 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도 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내 아이만 보면 안되는데, 아직은 그 시야가 넓혀지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좀 자라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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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5.12.26 0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조금씩 크는 모양입니다. 잠잔다고 돌아누울때 엄마가 조금 외롭게 느끼시는건 아니죠? 방학이라 조금 편한 나날이 되실거 같습니다.^^

    • 토닥s 2015.12.27 22: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하하.. 그럴리가요. 자겠다고 돌아누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방학이라 잠시도 쉴틈이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지만 누리는 매일매일이 즐겁습니다. 그게 정말 다행이지요. :)

누리가 어린이집에 처음 간 날 소개해준 선생이 자기 소개 카드를 써오라고 파란 A5 사이즈 종이를 줬다. 그 종이를 보고 지비는 왜 안써가냐고 묻곤 했는데 "어린이집 계속 다닐지 말지 결정을 못해서"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랬다. 얼마 전 체육수업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마음을 정했다. 일단 내년 7월까지는 이 어린이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금쪽 같은 2시간을 쪼개 자기 소개 카드를 만들었다.

나는 애들 숙제 부모가 하는 거 싫어한다. 반칙이니까. 그런데 동시에 내가 그런 부모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ㅜㅜ )
(그런데 이 카드는 아이들 목소리로 부모들이 만드는 거란)

이런 거 잘해가는 것도 다른 엄마들에게 민폐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오리고 붙이고(한마디로 단순작업)를 열심히하는 건 성격이라서 어쩔 수 없다.

대신, 어린이집에 이런 노동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는 걸로 나의 죄를 스스로 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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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4 07:2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5.12.14 17: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진만 그렇게 보입니다. 실물보고 사진보다 어려보인다며(?) 놀라는 이도 종종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 프라우지니 2015.12.26 00: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토닥스님의 손재주가 눈에 보입니다.^^

    • 토닥s 2015.12.27 22: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재주라기보다 성격인 것 같아요. 줄맞추고 똑바로 자르고 붙이고를 무척 열심히하는 성격. 단순노동형이죠.ㅎㅎ

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먼저 보낸 사람들에게 했던 질문이고, 요즘 내가 많이 듣기도 하는 질문은 "누리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이다.

내가 들었던 대답은 대부분 청소, 장보기, 일처리(?) 이런 것들이었다. 앞서 어린이집을 보낸 경우는 주 3일 하루 반나절 보내면서 한 달에 500여 파운드를 내야하는 경우여서 나는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너무 비싸고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는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나도 장을 보거나 청소하는 데 시간을 쓰기는 썼다. 나머지는 시간들은, 최근 2~3주 정도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열심히 썼다. 집에서 까페에서. 사실 카드를 쓰는 시간보다 바뀐 주소체계에 맞추어 새로운 도로명 주소와 새로운 우편번호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필요한 물건을 사러 하이스트릿에 갈 것인가, 그 길에 장도 보고 올 것인가 등을 고민했다. 그런데 물건을 살 곳과 장을 볼 곳이 멀어서 차를 가지고 가도 이른바 '각도'가 안나왔다. 내일 오후에 누군가를 만날 생각을 하니 오늘 장을 봐야할 것 같고, 갈등하던 차 약속이 다음주로 미뤄지면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사진은 예전에..

누리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걸어와 나를 위한 점심을 만들었다. 알고보면 남은 음식들을 처리하기 위한 치킨 샐러드. 닭다리 살도 발라내고, 허니머스타드 소스도 만들고, 누리가 먹고 반씩 남은 토마토와 사과도 잘라넣고, 상추도 잘라넣고, 마지막에 잣도 올리고. 여느 때보다 잘 & 천천히 먹은 점심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엔 누리를 어린이집에 보내고서 하지 않는다던 청소도 했다. 누리가 모래놀이를 하고서 돌아와 모래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무용지물이겠지만, 오랜만에 창문 발코니문까지 활짝 열고 청소한 지금만은 참 상쾌하다.
그리고 저녁 준비도 조금 해뒀다. 고기는 양념에 넣어두고, 쌀을 씻어 예약을 해두었다. 이만큼만해도 절반은 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누리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모차에 앉아 먹을 간식을 준비했다. 주로 아기 과자와 포도를 먹는다. 돌아와서 바로 먹을 토마토와 오이도 썰어두었다.
이제 5분 뒤엔 옷을 챙겨입고 누리를 데리러가면 된다.

이런 건(집안일) 하지말자, 저렇게 하자 그런 강박들을 걷어내고 나니 조금 편안한 시간이 되었다. 청소 후라 상쾌하기까지. 오늘 같은 날이 많아서는 안되겠지만, 있어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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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0 22:0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프라우지니 2015.12.26 00: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조금 여유스런 모습이라 보기 좋습니다.

    • 토닥s 2015.12.27 22: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표정이 좋아졌다면서.. 숨쉴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데 3년만에 그럴 수 있게 되었으니..(누리야 미안해~)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나의 창의력으로 보여지는 것들은 남들보다 조금 꼼꼼한 성격에서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상상력이나 창의력은 아쉽게도 나이들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듯하다. 대체 나의 어떤 어린시절이 이렇게 재미없고, 추억없는 인간을 만들었는지. 그래서 누리만큼은 좀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이것만큼은 피하자 하는 것이, 실물에 가까운 장난감을 사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그런 장난감이 많은 어린시절을 보냈는가 - 하면 그것도 아닌데. 하여간 그런 이유로 누리에게 사주지 않은 장난감은 인형이다. 여기 아이들은, 한국도 그런가?, 걷게 되는 즈음 아기 인형을 많이들 들고 다닌다. 그 인형들은 유모차도 있고, 흔들침대도 있고 그런 식이다. 나는 누리가 토끼인형을 안고 아기라고 상상하길 바랬다. 사실 누리는 그렇게 그 시기를 넘겼다. 하지만 유모차는 사주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누리의 유모차에는 늘 토끼, 곰 그런 것들이 앉아 있었다는 정도.

주방놀이 장난감도 기피 대상이었는데, 다른 집에가서 주방놀이만 보면 열심히인 누리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방놀이가 있는 엄마의 한마디 - 엄마는 실제 주방에서 아이는 장난감 주방에서 각각 요리를 한다는 - 에 내가 훅 갔다. 그러던 찰나 한국에서 맞은 누리의 생일에 가족이 콕 찍어 '주방놀이'를 사주라고 용돈을 주셨다. (그 돈은 한국서 다쓰고) 돌아와서 주방놀이를 샀다. 그런데 '엄마는 실제 주방에서 아이는 장난감 주방에서'와 같은 기적은 내겐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누리는 종종 내가 작은 통에 담아준 파스타로 요리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http://m.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495963≻_code=1395288615&page&total

+

한국에 다녀와서 누리가 지난 봄부터 하던 유아체육 수업에 더해 드라마댄스라는 수업을 함께 했다. 어차피 한 학기에 일정 금액을 쓰는데, 한국에 다녀오느라 그 금액이 반만 쓰게 되었으니 그 돈으로 하나 더하자는 마음이었다. 누리가 체육 수업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를 피곤하게 하는 게 마치 엄마의 의무처럼 느껴지기에 딱 적격이었다. 
드라마댄스라기에 노래에 맞춰 다 함께 춤이라도 추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이 수업은 만 3-4세 수업으로 이전 수업들과 달리 부모동반 없이 진행된다. 그런데 나와 떨어져본적이 없는 누리라서 어쩔 수 없이 첫 수업은 누리 뒤켠에서, 두번째 수업은 강당 한켠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세번째 수업에 갔더니 선생이 내 귀에 대고 "내가 감당할테니 가"라고 쏙딱쏙딱. 그래서 우는 누리를 뒤로하고 줄행랑쳤다. 뒤에 들으니 30초만 울었다고 한다. 그 뒤로부터는 손 흔들며 강당으로 가게 되었다.

수업을 지켜본 첫 날, '아..'하고 감동하고 말았다. 

드라마댄스라는 게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누리가 참여하고 있는 수업은 그랬다. 
처음 몇 주는 동화책 한 권을 같이 읽으며 그 속의 캐릭터가 되어 보는 것이었다. 모험을 떠난 캐릭터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씬에 이르러서는 아이들은 모두 푸른색 천으로 둘러싸인 두꺼운 매트리스 위에 올라가 빈손으로 노를 저었다. 풍랑을 만나 바다에 떨어질 땐 바닥에 깔려 있는 매트리스 위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온몸을 허우적거리며 힘들게 매트리스 위로 올라왔다.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책 한 권이 끝나고는 여러 가지 음악에 맞춰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 실제로는 빈 통을 굴려 하얀 천을 씌여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얀 폼폼(응원도구)를 던져 눈싸움을 했다.

이 수업을 요약하면 '그렇다 치고' 온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이런 수업이 연기라는 능력을 향상시켰다기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연기력과 상상력이 동시에 부족한 나는 책을 읽어줘도 '그렇다 치고' 늑대도 되어주고 양치기 소년도 되어줄 수 없는지라, 지인은 날더러 영혼없는 책읽기라고 했다, 이 수업을 계속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만 먹었다. 다행히 누리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

나는 누리가 모래알로 밥 지을 꺼라 기대하지 않는다. 나도 그래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이런 수업이라도 즐겨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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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여기저기서 틀었던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frozen 을 보지 않은 나도 알게 된 노래 - Let it go.

지난 주 누리가 드라마 댄스라는 체육수업을 하는 동안 아랫층에 앉아 기다리는데, 셋 밖에 안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문 밖으로 흘러나온다. 겨울답게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 나오더니 이어 나오는 Let it go.

가사를 처음으로 찾아봤다. 대략 성장기라는 스토리를 감안해서 옮기면 '그냥 두자/내려놓자' 정도의 뜻이 될 것 같은데, 누리가 쑥쑥 자라는 상황과 맞물려 울컥-.

아이들이 수업하는 윗층으로 올라가 살며시 들여다보니, 스카프로 가려져 있지만, 세 명의 아이들이 푸른색 스카프를 흔들며 강당을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다.

이젠 정말 누리가 자라나는 대로 그냥 두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방치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

누리는 놀랍게도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다.

어린이집 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사진 촬영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기 전 찍은 유일한 사진

어린이집을 시작한 첫 주 기저귀 떼기와 병행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가.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애를 데려다 나르는 게 '일'이었다.
두번째주부터는 기저귀 없이 어린이집에 가는 실험을 시작했고, 나도 어린이집에 누리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와 인근 까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기저귀 없이도 한 번 실수도 하지 않고 한 주를 보냈다. 그래서 이번주부터, 어제부터는 누리를 내려놓고 집에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 다녀와서 부모 동반 없이 하는 체육수업을 다시 시작할 때만해도 40분 누리를 떼어놓은 것이 큰 실험이면서 도전이었다. 생각만큼 되지 않아 내가 배경처럼 2주 정도 강당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준비가 있어서 어린이집도 금새 적응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3살이 다되도록 나와만 시간을 보낸 누리가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꺼라고 했다. 게다가 누리는 이곳 3살 아이들만큼의 언어수준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나도 그런 걱정이 들긴 했지만, 다른 마음도 있었다.

놀이터나 도서관에 가면 꼭 지나는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담벼락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에 누리가 늘 궁금해했다. 그래서 '학교'와 '스쿨 school'이라는 단어를 벌써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지금 누리가 가고 있는 어린이집에 뷰잉을 갔을 때 선생이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를 놀려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 틈에 끼어서 이것저것 해보더니 마칠 때까지 남아서 과일간식까지 얻어먹고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누리도 이제 또래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지난 금요일 저녁 목욕을 하려고 보니 다리에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보이는 붉은 멍이 있었다. 3~4일이 지난 지금은 거뭇한 멍이 되었다. 그 때 누리에게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한다.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그래서 의자에 부딪혔느냐, 테이블에 부딪혔느냐, 블록에 부딪혔느냐, 다른 사람과 부딪혔느냐, 넘어졌느냐 차례로 물어봐도 "아니"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울었느냐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보통은 누리를 데려오면서 선생에게 별일 없었냐고 묻곤 하는데, 지금 물음의 의미는 대소변관계가 주요 목적이다, 별 언급이 없었던 걸로 봐서 울지도 않은 게 맞는 모양이다. 울었으면 선생이 말을 해줬을텐데.
누리가 신변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딱 수준이 그렇다.

+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누리에게 "재미있었어?", "화장실 갔었어?"하고 묻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하는지 궁금하네. 물론 "오늘은 뭐했어?"하고 묻지만 아직은 나름 여러 단어를 나열하지만 내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대화'가 되는 그런 날도 오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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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lours 2015.11.24 15: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먼곳에서 누리가 자라는 모습을 토닥님 글로 접하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저는 요즘 예전에 하다 중단한 수면교육을 다시 해보고 있고, 이번 주말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하려고 해요.(준비할게 엄청 많네요;;) 어제는 무슨 이유인지 그냥 다 힘들고 맥이 빠지더라구요. 아기가 특별히 힘들게 한 부분도 없는데.누리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제가 하나씩 뛰어 넘어야 할 허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닿기도 하고 ^^ 토닥님이 써내려가는 엄마의 마음을 가만가만 짐작해봅니다 :)

    • 토닥s 2015.11.25 09: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유식.. 저는 한국식과 이곳 방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한국식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그게 고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누리가 잘먹는다고 했지만, 한국식에 적응하니 밖에 나갈 땐 이곳 음식을 먹지못해서 도시락을 싸다녀야 했거든요. 저는 아이가 먹는 량에 중점을 두고 이유식을 했더니 안먹는 음식이 생기더라구요. 제 변명은 열심히 다지고 지지고 볶았는데 안먹으니 기운이 빠지더라..지만. 그래서 누리가 고기를 안먹어요.ㅜㅜ. 그런데 안먹던 채소들도 시간이 지나니 먹더라..가 제 결론입니다.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화이팅하세요. ;)
      고맙습니다.

  2. 딸기엄마 2015.11.25 00: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어린이집에 적응해가는 모습 읽으며 왜 눈물이 나는지요...
    저는 두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 실패를 경험한 엄마거든요. 둘째는 어린이집 안 간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고, 큰아이는 어린이집 가기 싫은데 억지로 다니다가 마음의 병 얻어 결국은 제가 직장에 사표를 썼었지요.
    지금요?
    둘 다 엄마 버리고 기숙사 있는 고등학교에 가서 잘만 살고 있답니다.
    세월 지나 돌아보니, Let it go 진짜 맞는 말이네요~

    • 토닥s 2015.11.26 00: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들마다 때가 다른 것 같아요. 몇 개월 몇 살이 기준이 아니라. 누리는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고요. 저랑 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던지.ㅎㅎ
      개인적으론 굳이 서둘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할 필요가 없어서 천천히 보낸 어린이집 적응기가 '울고불고'의 경험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집 떠나 홀로 설 수 있도록 키우셨다니 부럽기도 하고, 절 더러 그러겠냐면 못할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이번에도 한국 갈 때 아시아나를 탔다. 그 말 많고, 탈 많았던 아시아나. 가격이 매력적이었고, 그 만큼이나 런던 출발 시간이 저녁 9시라는 점이 중요한 결정 포인트였다. 혼자서 누리를 데리고 가는 일정이라 장거리 비행에서 누리가 7~9시간 자준다면 그만한 장점이 없다.

좌석 예약

일찍 좌석 예약을 마쳐두었는데, 런던에서 아는 지인이 아이와 비행할 때 나란히 좌석을 예약하기보다 한 좌석 건너 예약해두면 그 사이 좌석이 빌 경우 편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비수기라면 사이 좌석이 빌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당장 예약 센터에 전화해 설명하니 이해해 준다. 그래서 같은 줄 A와 C 좌석을 예약했고 런던-인천 구간은 성공적으로 세 좌석에 둘이 앉아, 누리가 잘 때는 두 좌석에 누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인천-런던 구간은 실패했다. 그 때는 A, C 그리고 통로 건너 D를 좌석 예약했다. 가운데 좌석은 비인기 좌석이라 B에 앉게 된 승객에게 부탁했더니 바꿔주셔서 셋이 A, B, C에 앉아왔다. 기본적으로 인천에서 일요일에 출발하기도 했고, 한국 사람들의 여행 패턴이 런던으로 들어와 파리나 프랑크푸르트(또는 뮌헨)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 구관 빈 좌석 얻기는 어려울 것도 같다.

절반의 성공이지만, 혹시 나처럼 유아를 데리고 동반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남겨둔다.

자고 있는 아이, 안전밸트 해야 할까?

신나게 이륙하고 기내식을 먹고서 모니터를 보다 A, B 좌석에 누워 잠이 든 누리. 기체가 많이 흔들려서 안전밸트를 해달라는 방송이 나왔고, 승무원은 자고 있는 승객들에게도 깨워서 안전밸트를 해달라고 했다. 누리에게도 역시.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애써 잠든 아이를 깨울까 두려워서, 기체가 많이 흔들리기도 했고 아이가 움직이다 떨어질 수도 있으니 되려 안전밸트를 매는 게 좋았다. 그러고서 내가 편하게 잠들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한 잠도 자지 못했다. 그냥 성격 탓이려니 한다.

그런데 안전밸트의 버클이 맞지 않아 누리에게 안전밸트를 채우기가 어려웠다.

창문 / + 좌석 A - / - 좌석 B + / - 좌석 C+ / 통로

누리의 허리 부분에 좌석 A, B의 밸트가 같은 부분이라 억지로 좌석 A의 밸트를 끌어다가 밸트를 채웠다. 자는 아이가 약간 불편해 보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일관되게,

창문 / + 좌석 A - / + 좌석 B - / + 좌석 C - / 통로

였다면 좌석 A, B의 서로 다른 부분을 이용해서 허리 부분에 여유 있게 밸트를 채웠을텐데.
통로쪽 두 좌석에 눕히면 두 좌석의 서로 다른 부분을 이용해서 밸트를 채울 수 있었겠지만, 누리의 길이로 볼 때 통로 밖으로 발이 떨어져 통행에 지장을 줄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일관성 있게 밸트가 배치 되었다면 더 편했을듯. 반대편도 그럴까? 다음엔 그 쪽을 시도해봐야겠다.

국제선 승객을 위한 내항기

우리는 인천에 도착해 다시 부산으로 가야한다. 대한항공에 인천 - 부산 구간 내항기가 있어 이번에 이용했다. 인천공항에는 국내선 비행기가 없는데, 국제선을 이용하는 승객에 한해 대한항공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항공편이 내항기다. 늘 시간이 맞지 않았는데, 유럽의 써머타임 시행 때문에 이용할 수 있었다. 런던에서 짐을 보내고 부산에서 찾으니, 인천에서 김포로 가서 다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보다 한결 편했다. 그런데 돌아올 때 문제가 됐다.

부산에서 출발할 때 아시아나(국제선 1인당 50kg, 여행할 때 매번 같은 여행사를 이용하니 수화물을 추가해주었다), 대한항공(국내선 1인당 20kg) 수화물 규정이 달라 무게가 초과됐다. 결과적으로 세 사람이니 60여 kg라고 계산하여 추가금 없이 대한항공에서 짐을 인천 경유하여 런던으로 보내 주었다. 공항이 바빠 평소 수화물 데스크에서 근무하지 않는 직원이 나와 일이 더디게 진행되어 가족들과 인사 나눌 시간도 없이 급하게 보안검색 구간을 통과해야 했다.

나는 그 부분, 국제선과 국내선의 수화물 규정이 다른 부분,이 걱정이 되서 아시아나에 문의를 했었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사이에 협약이 있어 괜찮다는 답변을 받아둔 메일이 있어, 대한항공측에 초과한 수화물에 비용을 추가할테면 해라고 했다. 아시아나에 이후에 청구하겠다고. 그런데 굳이 선심쓰듯 결국 추가금액 없이 짐을 보내주었다.

인천공항 내 아시아나 데스크에서 좌석권을 발권하면서 김해공항에서 있었던 문제를 이야기하니 "그렇죠~"하며 동의만 해주신다.(- - );; 그러면서 이 문제를 건의하겠다 했지만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이건 국제선도, 국내선도 대한항공만 이용하라는 압력(혹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내항기는 국제선 발권 후 예약 번호를 가지고만 예약이 가능하니 여전히 같은 문제로 남는 건 아닐까 싶다. 특히 우리는 이곳 여행사를 통해서 한국행 할인항공권을 구입하니. 대항항공에 문의해봐야겠다.

그런데 다음 한국은 언제 가나..( i i)

+

뜬금없는 한국행 이야기지만 천천히 정리해볼까 싶다. 하다만 4년 전 파리 여행기는? (' ' )a
혹시라도 도움되는 이가 있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들의 추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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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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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간 날, 오후를 담당하고 있는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다른 규정은 없지만, 준비해야 할 것들(여벌의 옷과 하루 나눠 먹을 간식용 과일 하나)과 서명해야 할 서류들에 대해서.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누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필요한 경우 기저귀를 갈거나 하는 도움을 주는지.

여러 가지 말을 했지만(티스토리에서 내 글을 한 번 날려서 다시 구구절절 쓰기가 힘들다) 요지는 보통 의학적 사유가 없으면 만 1세 반에서 2세면 기저귀를 떼는 게 정상이고, 기저귀 가는 건 자기들 업무가 아니다였다. 기저귀를 빨리 떼야하고 그 전까지는 내가 어린이집으로 누리와 함께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엄마들과 함께 하는 적응기를 짧게는 1주, 길게는 4~6주로 보는데 나의 경우는 누리가 기저귀를 떼는 게 적응기를 결정하는 셈이다.

우리 누리는 정상이 아니던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어린이집 그 자체가 누리에겐 큰 변화인데(지금까지는 내가 같이 있어주지만), 기저귀까지 떼야하니 내게 더욱 부담이 되었다.

사실 올해 안에 기저귀를 떼어보자는 계획을 혼자 가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노력해서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12월 중순부터 집중적으로. 그땐 지비도 집에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어린이집 때문에 서두르게 되었다.

솔직히 그 어린이집을 계속 갈지 그 자체를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마음으론 가지 않게 될 경우 49%다. 갑자기 주 5일이 부담스러울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가니 다른 활동들을 다 접어야 할 판이다. 누리가 좋아하는 체육수업을 계속하려니 체육수업이 있는 이틀은 체육수업 뒤 밖에서 밥을 사먹이고 서둘러 가야한다.

그런데 영어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느낌이 있는지라 그날 교사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상했다. 내가 모자란 사람이거나(그렇기도 하지만), 누리가 모자란 아이처럼 이야기 되는듯하여. 그래서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그 전에 기저귀는 떼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2주 뒤에 예정된 여행이 큰 걸림돌이긴 하지만 일단 해보는 걸로.

+

다음날 바로 시작했다. 바닥에 몇 번 실례를 하고 보니 가지고 있는 4장의 속옷으론 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옷을 더 사기 위해 둘쨋날 어린이집을 한 시간 일찍 마쳤다.

캐릭터 속옷을 사들고 까페에 잠시 앉았다. 고작 어린이집 이틀 갔을뿐인데 한 시간 일찍 마친 '땡땡이'가 어찌나 달콤한지.

어제 오늘 현재 스코어는 이렇다.
어제 3벌의 속옷(+바지)를 적셨고, 2번 훈련용 변기에 소변을 봤다.
오늘 3벌의 속옷(+바지)를 적셨지만, 5번 훈련용 변기에 소변을 봤다(!).
나아지고 있다고 누리를 믿기로 한다.

그런데 문득 대변은 어떻게 되는걸까 걱정이 들었다. 기저귀를 하고 있어도 대변은 은밀한 곳에 가야하는 아이인데 훈련용 변기에 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 전에는 열심히 내가 빨래를.. 하게 되겠지.(ㅜㅜ )

누리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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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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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13 03:1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5.11.13 10: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응원 고맙습니다. 훈련용 변기에 소변을 보면 전류가 흘러(?) 노래가 나오는데, 예전엔 그 소리에 놀랐는데 지금은 그 노래를 아주 즐긴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될 것 같은데, 밖으로 다닐 땐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잘 안나오네요. 익숙해지면 그도 잘 할 것이라 믿는 수 밖에요. 다시 고맙습니다.

  2. pilly 2015.11.13 03: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24개월을 넘긴 남자 조카가(3살) 있는데, 아직 기저귀를 못떼서 매일 손빨래 하는 언니가 애를 먹고 있어요. 어린이집 보낼 때 누리처럼 속옷과 하의를 몇 벌씩 챙겨 보낸답니다. 대소변 가리는데 유난히 무관심한 아이들이 있기도 한걸까요. 누리와, 저희 조카가 어서 엄마들을 손빨래에서 해방시켜 주기를 바래봐요^^

    • 토닥s 2015.11.13 10: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누리는 만 3살이 지났으니 38개월이 곧 되요. 한국에 비해선 많이 늦지만 여기선 열 명 중 3~4명은 아직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촉하지 않은 면도 있고 저는 언어능력과 맞물려 있다고 보기 때문에 더욱 시간을 주고 싶었지요. 마침 주변에서도 기저귀 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여긴 3살 근처 어린이집을 시작합니다, 저도 떠밀려 가고 있어요.

      저는 빨래는 세탁기에 맡겨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누리가 훈련용 변기에 앉을때마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려니 무릎이.. 아픈 나이네요.ㅜㅜ

  3. 프라우지니 2015.11.14 15: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스트레스없이 소변을 가렸으면 좋겠네요.

    • 토닥s 2015.11.15 22: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말은 못하지만 스트레스임은 분명한데, 누리는 또 즐기기도 한답니다. 훈련용 변기에서 성공할 때 흘러나오는 음악을 무척 좋아해요. 그리고 결과물을 꼭 보고 칭찬받기를 원한답니다. 어제 오늘 기저귀 없이 외출해서 각각 한 번씩 실수를 했지만, 대견하리만큼 잘 해내고 있어 놀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라는 것이겠죠. :)


영어에 마일스톤즈milestones라는 말이 있다. 한국말로 '표지석'쯤 되는데, 의미있는 변화/성장를 이르기도 한다. 그런탓에 육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가 기었다거나, 걸었다거나 그런 때 쓰인다.

오늘이 누리에게 있어서 그런 날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가게 됐다. 주 5일 하루 2시간 45분인데 누리는 오후반. 9월에 2011년 9월~2012년 8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난 다음 빈자리를 채우는 격이어서 오후반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는 누리로 봐선 나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 5일 밖에 안된다는 행정편의적 발상 때문에, 나는 주 2~3일 정도를 희망했다, 시작부터 주 5일을 하게 되었다.

+

(윗글은 누리가 체육수업을 하는 동안 썼고, 그 이후 집에 돌아와 급하게 점심을 먹고 오후에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

가서 다시 주 5일 밖에 안되는지 물었더니, 보조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친구 사귀기엔 들쑥날쑥한 일정보다는 주 5일이 낫단다.

적응기간 동안은 내가 함께 하는데, 누리가 가게된 어린이집의 적응기란 아이를 내려놓아도 울지 않는 때라고 한다. 내게 있어 충격적인 것은 그곳에서는 기저귀 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누리는 아직 기저귀를 한다). 그래서 누리에게 적응기란 기저귀를 떼는 시점이 될 것 같다.

별다른 비용도 규칙도 없는 곳이지만, 주 5일 일정과 기저귀는 나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그 외 자유분방한 아이들, 배경 같이 있는 선생들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겨울만 어떻게 넘기고,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 2~3일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알아볼까, 그냥 어찌되든 누리랑 나랑 둘이서 지지고 볶아볼까 생각이 갈래갈래다. 일단은 1~2주 다녀보고 정하겠지만,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면 자유시간을 가져보겠다는 생각은 단단히 접어 어디 멀리 버려야 할듯하다.

이곳 어린이집, 보통 너서리nursery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외국인인 나에게 너무 낯설었다. 의무교육과정이 아닌탓에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곳도 없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누리의 향방은 물론 나의 분노(?)가 좀 잦아들면 정리해볼 생각이다. 나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부모가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

요즘 누리는 한국에서 선물받은 색연필로 코코몽 캐릭터 색칠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문득보니 누리가 색연필을 그럴싸하게, 나쁘지 않은 모양새로 쥐고 색칠을 하고 있었다. 원래 연필을 그러쥐는 모양이 가장 힘 덜들고, 힘 조절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니 정해진 방법이란 게 있을 수 없지만 권장되는 혹은 가르쳐지는 방법이 있다. 그 모양/방법에 가깝도록 쥔 것이 놀라웠다. 물론 본 것과 경험이 어우러져 나온 결과겠지만.
나는 그 연필 쥔 모양을 보면서 모든 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기저귀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기저귀를 떼는 건 언어능력과 맞물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누리의 경우는 만 3살이 이제 지났지만, 언어능력에 있어서는 이곳 영국아이들과 비교해도, 한국아이들과 비교해도 딱 만 2살의 수준이다. 다만 그 아이들과는 2개국어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봄 기저귀 떼기를 시도했을 때 훈련용 변기에 참지 못한 소변을 보고 울었다면, 요즘은 훈련용 변기에 어쩌다가 소변을 보고 노래가 흘러나오면 기뻐한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보다는 한참 늦지만 천천히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집에 아이를 구겨넣는 것 같아 내내 씁쓸하다.

나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누리에게 좀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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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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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을 앞두고 지비는 "먹을 목록"을 작성했냐고 묻곤 했다. 예전엔 "할 목록"이었는데 지비도 이젠 나를 알게 된 것인지.

런던으로 돌아오고 일주일. 어느 정도 한국행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차도 적응했고(나를 빼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놀이터에 가고. 특히 지난 한 주는 내년 1월부터 누리가 가게 될 어린이집을 알아보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 비록 반나절씩 2~3일이 될테지만 걱정과 기대는 한가득. 사실 아직 우리에게 자리를 준다는 곳은 없다, 어린이집 투어에 참가하고 신청을 했다는 것뿐이지. 한국에서 만난 지인들은 왜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지를 궁금해했다. 돈 때문인데, 우리가 이곳에 사니 보다 나은 복지 환경에 살 것이란 기대들을 했었나보다. 그래서 어린이집 비용을 말해주면 다들 "헉!"하는 반응을 보이곤 했는데, 누리의 거취(?)가 정리되면 다음에 자세히 올려봐야겠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이번 한국행 이후 누리에겐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 다녀오고 일주일, 현재까지 누리는 한국말만 한다.

조금 전에도 아침식사 토스트 두 조각을 다 먹어서 토마토와 우유를 주었더니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답한다. 예전 같으면 "thank you", 영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할 일인데.

한국에 있는 6주 동안 누리의 한국어는 놀랍게 향상되었다. 그 이전에는 내가 하는 말을 이해만 할뿐 한국어를 말하지 않았다. 한국행 첫주와 마지막주 두 번을 본 친구가 놀랄 정도였다. 물론 누리가 한국어만 하니 지비가 이해하지 못해서 누리의 모든 요구를 내가 들어줘야 하는, 최소한 지비에게 통역해주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참 놀랍고 신나는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년에 한국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누리의 이런 변화를 보니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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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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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리핀 2015.10.21 10: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내년에 두 아이가 만나면 즤들끼리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일까요? ^^ 부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 토닥s 2015.10.21 12: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랑에도 국경이 없지만, 아이들 놀이에도 국경은 없어.ㅎㅎ

      내년이면 네 딸이 더 말 잘할 가능성 100퍼센트. 지금도 그런 기미가 보여. 누리의 언어는 한국어도 영어도 나이보다 일년은 뒷쳐진 상태라.

  2. aquaplanet 2015.10.23 06: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나 보네요 ^^
    앞으로도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 토닥s 2015.10.23 07: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지금부터는 한국어를 잊어가고 다시 영어를 익혀가겠지요. 그러다 어느날은 다시 한국가면 한국어를 익히고. 두 언어 다 더디 가는 느낌이지만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즐거움이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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