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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레고


요즘 누리가 가장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레고다.  한국에서 산 레고 듀플레 10561.  이전에는 지비가 쌓아놓은 레고를 무너뜨리기가 일수였는데 한 달 전부터는 혼자서도 잘 쌓고 논다.  옆에서 봐주기만 하면 한 시간도 앉아논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너무 잘 가지고 놀아서 다른 모델을 더 살까 생각도 했지만 누리에겐 레고 블럭 35개나 60개나 별 차이가 없다.  결국은 나 좋자고 사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았다.  그래도 다른 게 사고 싶긴 한 게 솔직한 마음.  그러길래 레고는 마약.

아마도 우리가 어릴 때 가져보지 못한 장난 감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지비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어릴 땐 레고가 부의 상징이었다.




런던에서 가까운 윈저 레고 랜드도 가볼까 몇 번을 지비와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비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솔직히 생각해본 결과, 우리가 가고 싶은 것이지 누리가 가고 싶은 것은 아니여서 누리가 레고 랜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가격이 싸지는 않으니까.


종이접기


1월에 한국에 갔을 때 종이접기 책을 한 권 사왔다.  아이와 놀아줄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이런 도움이라도 필요하다.  가끔 하나씩 접어준다.  아직 누리가 어려서 함께 접을 수준은 못되니.  좀 자라면 함께 접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 한 마리, 정확하게는 고양이 얼굴만, 접어줬더니 정말 좋아한다.  접어준 날 깔깔대고 웃더니 요즘은 심심하면 그 고양이 들고 와서 다시 자기를 웃겨달란다.  첫 날의 상황을 재연하라고 재촉한다.  그럼 또 깔깔대고 웃는다.


퍼즐


예전에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가능하면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물려 받은 것, 선물 받은 것 그렇게 장난감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우리가 가진 장난감의 50%이상은 지비의 사촌형 부부가 사준 것이다.  우리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고, 이들 부부는 볼때마다 한 두 개씩 장난감을 사줘서 점점 이들에게서 온 장난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겐 7살짜리 딸이 있어 월령에 맞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안다.  그래서 이들 부부가 사준 장난감은 늘 유용하다.  최근에 이들에게서 선물 받은 건 나무로 된 퍼즐들이다.  작은 손잡이가 달려 있고 숫자 1-10까지 있는 것 하나, 동물 열 가지 있는 것 하나 그렇게 두개다.  그리고 실 꿰듯 나무 블록을 줄에 꿰는 것.  하여간 이 장난감을 본 순간부터 누리는 잘 가지고 논다.  36개월 용인데도 불구하고. 

그런데 이 장난감들이 퍼즐, 블록이니 하루가 끝나고 정리를 할 때면 늘 한 두 개가 없다.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고 뒤져서 결국 찾아내는 게 '나'님.  못찾으면 못잔다.  전생이 드라큘라였는지 하여간 그렇다.  그런데 어제부터 숫자 '10'이 보이지 않는다.


집 안을 열 번까지는 아니고 그에 가깝도록 구석구석 뒤져도 없다.  가끔 힘들게 숨겨진 퍼즐, 블록을 찾기는 했어도 이렇게 찾아지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제 오전에 채리티에 더이상 쓰지 않는 아기용품을 가져다 줬는데 그게 딱 걸린다.  거실에서 놀고 있는 걸 보고 가져다 줄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싸놓은 짐들을 풀어 뒤지고 있는 것이다.  급하게 싸서 나갔는데, 지금 생각하니 거기에 달려 갔을 가능성이 있지 싶다.

또 모른다.  어느 날 문득 어느 구석에서 나올지.  그때까지 퍼즐의 빈 자리를 볼 때마다 나는 채우지 못해서 괴롭다.  나만 그런가?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혹시 주변에 나 같은 사람 있으면, 절대로 아이 선물로 퍼즐은 사주지 마시길-.


'10'아 돌아와!  모든 걸 용서할께.


나머지

장난감은 아니지만 누리는 주로 이러고 논다.  장난감 유모차에 앉기.  앉아서 책을 보거나 TV를 본다.  가끔을 밀라고 재촉한다.



또는 장남감이 담겨 있는 통에 들어가 앉기.  장난감을 꺼내고 들어가 앉아 자기가 다시 꺼낸 장난감을 자기 몸에 올린다.  그러곤 좋단다.



아이라는 존재는 참 단순하다. 그런데 그 단순한 존재를 채워주지 못한다, 내가.  그래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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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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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l 2014.05.27 16: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 조차가 지금 5학년인데 종이접기를 꽤 좋아해요...
    남자아이인데 종이접기가 보통 학이나 종이배접는 수준을 넘어서 관절이 있는 로보트나
    동물, 공룡을 접는데 정말 신기해요...
    그것때문에 서점에 데려가면 일본에서 나온 전문 종이접기 책을 한권씩 산다고 하더라고요...
    가끔은 너무 쓸데없이 많이 무조건 접나 싶을때도 있지만...(ㅎㅎ)
    아이들의 손끝을 야무지게 만드는 좋은 교육방법과 놀이가 동시에 되니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하나씩 같이 해보거나 하는건 좋은것같아요...
    그게 심지어 시험봐서 종이접기 무슨 전문가 자격증같은것을 받을수도 있다고 하던데...
    제 조카가 그걸 할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 토닥s 2014.05.28 14: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자격증.. 그런게 있긴 하더군요.ㅋㅋ 참 한국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처럼 '정교함'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제가 되어야 같이 할 수 있는 날이 올런지. 지금은 제가 접어주면 저도 종이 한 장 달라고 뎀비고, 만들어주면 좋다고 하면서 꾸깃꾸깃 접어버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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