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링구얼 아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1.25 [+1223days] 아이 눈높이 언어 (2)
  2. 2015.05.13 [+966days] 영어 모국어 (6)
  3. 2014.07.06 [+655days] 말문 (7)
예전에 한 선생님이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귀신에게서 배우지 않는한 모두 부모에게서 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

오늘 오후 런던 남쪽에 있는 한국마트에 다녀오면서 누리를 잠들게 하지 않으려고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떠들었다. 보통 오는 길에 잠이 드는데, 늘 깨고나면 문제다. 피곤한 만큼 잠을 채우지 못한 탓인지 한참을 운다.
어찌 낮잠을 건너뛰었는데 잠들 시간이 되어서도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잠들기를 거부한다. 겨우 책을 들고 침대에 눕는데까지 성공. 누워서도 침대 밖으로 나갈 껀수만 찾는 누리.
잠들기 전에 꼭 머리에 똑딱이 헤어핀을 꽂아야 한대서 "잘 때 머리 아프다고 안된다"고 했더니 "(머리핀을)위에 꼽으면 누워도 귀만 아프지 위는 괜찮다"고 해서 날 깜딱 놀라게 만들었다.
누워서 머리에 꼽았던 핀을 뽑아들고 만지작 만지작하길래 내가 한 마디 했다.

나: 그렇게 들고 있으면 잊어먹는다.
누리: 아니 안먹어.
나: ...

할말을 잃은 나는 '아 바른말/표준어를 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나: 잃어버린다.
누리: 아니 안버려.
나: ...

두 번 할말을 잃었다. 저 듣고 싶은 말만, 그리고 마지막 말만 기억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냉장고나라 코코몽의 로보콩이 "그렇게 하자콩"하고 말하는 것인가 싶었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주기 위해 마지막에 강조점을 주면 아이들은 그것만 기억할테니.

앞으로 이런 아이들의 특성에 유의해서 말해야겠다콩.

+

맥락없는 오늘의 사진.

한국마트에서 발견한 붕어빵틀. 예전에 이 붕어빵틀을 한국서 사올까 고심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왔으면 울뻔했다. 물론 이 붕어빵틀을 오늘 사지는 않았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들린 리치몬드 공원 까페.
셋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으며 지비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일년 전에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여전히 누리를 데리고 집을 나설 땐 누리의 끼니가 주요 고려 대상이지만, 예전만큼 준비하지 않고 집을 나설 수 있다. 간단한 아이용 샌드위치를 살 수 있는 까페만 가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정도는 먹일 수 있으니까.

갈 길이 여전히 먼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까지 많이 오긴 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탐구생활 > Cooin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31days] 첫 볼링  (6) 2016.02.02
[+1226days] 사진정리  (2) 2016.01.27
[+1223days] 아이 눈높이 언어  (2) 2016.01.25
[+1212days] 진행보고  (2) 2016.01.14
[+1211days] 그림 같은 풍경  (4) 2016.01.13
[+1210days] 아주 흔한 일  (0) 2016.01.12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6.02.18 09: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2.22 07: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어제는 남편이 다가온 누리에게 "what's up?"이라고 말했더니 눈앞에 걸려 있는 뿌카 인형을 보고 "뿌까..up there"이라고. 한참 웃었네요.

우리가 집에서 어떤 음식을 해먹고 사는지 만큼이나 궁금해하는 건 우리가 누리에게 어떤 언어를 쓰는가이다. 나는 한국어를 쓰고, 지비는 폴란드어를 쓰고, 둘이 함께 있을 땐 영어를 쓴다. 하지만 누리에게 하는 말은 각자의 언어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의 영향으로 누리는 영어를 더 많이 이해하는 편이다. 쓰는 말도 그러하고. 우리마저 영어로 대화하니 당연한 것일지도.

영국 영어 British English


누리가 예전에 하지 않던 말을 내뱉을 때 늘 나는 놀란다. 예전 같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앞에 두고 "누리가 누리가" 외칠 것을 얼마 전엔 "I will do it(내가 할래)", " I can do it(내가 할 수 있어)"라고 말해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가 주어로 I, You 배우고, 동사로 do 배우고, 조동사로 will, can 배우고, 목적어로 it 나눠 배웠던 것을 누리는 상황에 맞추어 통으로 익힌 것이다. 자기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에게서 배운 것이겠지만.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TV는 쉼없이 떠들어주고 엄마인 나는 과묵하니. 다시 한 번 놀란 건 누리의 발음이다.



언니에게서 온 소포박스를 보고 "복스box"라는 거 아닌가. 거기다 누리가 가끔 "that's better(이제 좀 더 낫네)"라고 할때가 있는데, 이런 표현은 대체 어디서 들은 것인지, "댓츠 배터"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도 부끄러워서 "박스"라하고 "배럴"이라고 하거늘. 하루 아침은 아니지만 영국에 산다고 발음을 바꾸면 내가 우스워지는 느낌이라. 물론 나의 (완전하지 않은) 미국식 발음이나 단어 선택을 늘 지비는 비웃는다.

그래도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땐 늘 발음을 의식하는 편이라 미국과 영국 사이 어디 대서양쯤에서 절충하는 편이다. 그래봐야 콩글리쉬 한국식 영어다만. 그래도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건 can/can't이다. 나는 "캔/캔-ㅌ"라하고 여기서는 "캔/칸-ㅌ"라한다.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영국 몇 년 살았다고 발음을 바꿔 "칸-ㅌ"라 하기 부끄러워 "캔-ㅌ"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캔 낫"이라고 말해보아도 사람들은 "캔"만 듣기 때문에 역시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다.

하여간 이렇게 나는 나대로 콩글리쉬Konglish, 지비는 지비대로 퐁글리쉬 Ponglish 인데 누리는 영국 영어 발음을 하다니 나로써는 놀라운 일이었다. TV의 힘에 놀라워 해야하나.


아이들의 흡수력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천재'라는 생각을 한다고. 차마 '착각'이라 하지는 못하겠다만. 지비 같은 깍쟁이도 누리의 언어 흡수력과 사소한 기억력에 감탄하며 "smart baby(똑똑해)"를 연발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늘 찬물을 끼얹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지비로서는 누리만 보니 아이의 성장과 발달이 놀랍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밖에서 다른 아이들, 누리 또래와 견주어 볼 기회가 지비보다 많기 때문에 누리의 언어 발달이 놀라운 수준은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할 기회가 많은 것이다. 누리의 언어 발달은 또래보다 훨 뒤처져 있는 편이다. 누리 정도 나이면 영어만 쓰는 영국 아이들은 기본적인 동사를 알고 쓰며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그게 보통 두 살쯤. 누리는 세 살이 되어야 그 정도에 이르지 않을까 싶으니 한참 뒤쳐진 셈이다. 물론 누리는 영어 말고 한국어를 이해하고 폴란드어도 아주 조금 이해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이 부분에 조급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늘 내 정신을 붙들어매고, 지비가 우리 아이 똑똑해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찬물을 끼얹어 주는게 나의 역할이다.

누리와 비슷한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서 자기 아이가 참 똑똑하다며 이런저런 경험담, 주로 아이들의 단어 기억력에 관련된 일화들이다,을 자주 듣는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은 다 그런 거라고, 그 정도 되니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괜히 나만 이상한 사람될까 참는다. 더더군다나 나도 이제 그 또래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니 조언이라는 게 말이 안되기도 하고. 부모들이 행복한 환상, 우리 아이가 천재라는,을 가지는 건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그런 환상이 아이들에게 부담으로 지워질까 걱정이다.

아이고.. 나부터 잘하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5.05.14 11: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5.05.15 05: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인사까지 남겨주셔 고맙습니다. 늘 어떤 분들이 들어올까, 혼자 독백하는 건 아닐까 궁금했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임신 기간 내내 덤덤하고 바쁘다가 출산 전 한 2주부터 걱정이 되더군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얼렁뚱땅 여기까지 온걸 보면 어려움 없이 이쁜 아기 만나실꺼라 믿어요. 화이팅 하세요.

  2. 2015.05.15 14:0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gyul 2015.05.17 03: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영국발음... 나중에 누리에게 좀 배워야할까봐요...^^

    • 토닥s 2015.05.20 04: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에서는 대접받지 못하는 영국발음. 심지어 영국인도 미국발음으로 교정해야 하는 영국발음. 아주 드물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gyul님이 그 중 한 분이군요.ㅋㅋ

      요즘 누리의 언어 변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 영어는 저렇게 배워야 하는 것이로구나'하는거랍니다. 우리는, 최소한 저는, 영어 배워도 너무 잘못 배운 것 같아요.

누리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이라기 보다 몇 개의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말하는 단어보다 이해하는 단어는 더 많다.  그 전에는 엄마/아빠도 못하면서 사람들만 보면 손 흔들며 하이/바이만 주구장창했을 뿐이었는데.


지난 주에 누리가 처음 내뱉은 말은 볼ball이었다.  뭐 그렇다고 아주 정확하게 [볼] 한 것은 아니고 [보-ㄹ] 정도로.  이 말을 듣고 좀 놀란 이유는 나는 누리에게 볼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공'이라고 한다.  가끔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자기 공을 뺏기고 슬퍼할 때가 있는데 그 때나되야 나누라고 말하며 영어를 쓰기는 하지만, 의식적으로 영어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처음 내뱉은 말이 '볼'이라니.


지비와 이야기해본 결과 TV에서 들었거나,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거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K선생님 말씀처럼 아이가 귀신이 아니고서야 듣지 않은 말을 할 수가 없으니까.


그 다음 한 말은 버블bubble이다.  이것 역시 정확하게 [버블]하지 않고 [버브] 정도.  그런데 이 말은 내가 '버블'이라고 한 것 같다.  비누방을 불어주면서 "비누방울비누방울"하기보다 "버블버블"이 짧으니까.  뒤늦게 '비누방울'로 정정하려니 쉽지 않다.


그 뒤로도 바나나를 [바나]로, 치즈를 [치으]로, 렛츠고를 [레쯔고]로, 헬로를 [헤로]로 말한다.  이제 아기들이나 할법한 하이/바이는 하지 않는다.


왜 모두 영어일까 혼자서 생각 많이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쓴말이 영어였거나, 지비와 나 사이에 오가는 말이 영어이기 때문일테다.  그리고 TV 역시 그러하고.  그럼 '내 탓'인가하고 반성하려니 좀 억울하긴 하다.  한국서도 바나나는 바나나라고, 치즈는 치즈라고 하니까.  우리 말에 외국어/외래어 참 많다.



까꿍 책(장을 넘기며) 읽는 (시늉을 하는) 누리


그런데 대체 터진다는 말문은 언제 터지나.( ' ')a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탐구생활 > Cooin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667days] 산 넘어 산  (4) 2014.07.18
[+658days] 버블아줌마  (0) 2014.07.09
[+655days] 말문  (7) 2014.07.06
[+643days] 딘 시티 팜 Deen City Farm  (6) 2014.06.24
[+639days] 누리집  (2) 2014.06.20
[+637days] 아빠의 시간  (0) 2014.06.18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버크하우스 2014.07.06 05: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세요. ^^

  2. 프린시아 2014.07.07 22: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댓글을 짧게 쓸 수 있겠네요.
    으악♥

  3. 환몽 2014.07.08 21: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말하기 시작했군요~ 축하해요!! 첫 말문은 어떤 언어로 말하려나 저도 궁금했었는데 영어였군요~ 아가들 하나둘 말하기 시작하면 그게 또 그렇게 귀엽다는데! ㅎㅎ 저희 아가는 이제 퇴원해서 잘지내요~ 에어컨 빵빵한 병원에서 나오니 밖이 너무너무 덥고 습하고.. 조만간 너구리라는 태풍이 온다고 하네요. (태풍이름이 너무 귀엽;;) 영국 날씨는 괜찮나요?

    • 토닥s 2014.07.09 06: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하듯, 누리는 이곳에서 태어났으니 그게 당연한 것 같은데도 아쉽네요. 한국어는 어쩌지..걱정도 많이 되구요.
      아기가 퇴원했다니 다행이예요. 환몽님 블로그엔 제가 글을 못남겨서 어떻게 응원하지 고민을 했답니다.(네이X 비번이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영국은 21~22도 그래요. 햇볕은 뜨겁고, 그늘은 서늘하고. 한국의 가을 날씨 같아요.
      태풍 너구리는 이름만 귀엽고 매우 매섭나 봅니다. 이곳 뉴스에도 오키나와가 강타당하는 모습이 나왔거든요. 아무쪼록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 환몽 2014.07.13 04: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앗 제가 회원만 댓글달게 설정해놨군요~ ^^; 괜찮아요, 제 블로그는 가끔 기록하는 용도인데다가 이웃님들 블로그를 더 자주 와요^^; 요기서 놀께요~ ㅎㅎ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