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가 한 돌이 되기 전까지 가끔 어울려 차를 마시거나 서로의 집으로 초대해 밥을 먹곤 한 두 명의 엄마들이 있다. 비슷하게 딸들을 낳은 엄마들. 한 명은 가까이 사는 (그리고 블로그에 가끔 언급된) 독일인 엄마고 한 명은 한 동네라긴 어렵지만 걸어서 대략 15분 거리에 사는 영국인 엄마다. 이 영국인 엄마와 우리가 사는 곳의 중간 지점에 도서관이 있어 그 근처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곤 했다.

나를 빼고 이 두 엄마 모두 모유수유를 했는데, 두 엄마 모두 자연주의 육아에 관심도 많고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 모유수유의 때와 장소에 관해서 스스럼 없는 사람들이었다. 까페에 앉아 모유수유를 해도 가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간혹 그런 두 엄마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그럼 우리끼리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저 사람 왜 쳐다봐"하며 불만을 토로하긴 했다. 그래도 모유수유를 계속했다.

그런 굽히지 않는 마음이 부러웠다. 내가 모유수유를 할 수 있어 했더라면 그랬을까 하고 나를 대입해보면 나는 가림막을 구입했을 듯 싶다.

이들 두 엄마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모유수유가 권장되면서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영국인 엄마는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는 자연스럽지만 아이 기저귀를 가는 건 화장실에서 해결한다. 하루는 외출하였는데 간 곳에 기저귀 교환대도 없고 눕혀서 갈 수 있는 유모차도 없었던 때여서 화장실 바닥에서 기저귀를 갈았다고 한다. 한국서는 기저귀는 밖에서 갈고 모유수유는 화장실에서 한다는 경험담을 들었는데. 사실 그 이야기는, 화장실에서 모유수유를 했다는 이야기는 화장실 바닥에서 기저귀를 갈았다는 것보다 더 슬프다.

하여간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모유수유 풍경인데 요사이 나도 '띠옹~'한 순간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누리를 데리고 수영장에 가려고 노력한다. 한 2주 전에 수영장 풀에서 누리랑 첨벙첨벙하고 있는데 얕은 물가에 앉아 아이를 데리고 있던 두 엄마 중 한 명이 풀에 앉아서 모유수유를 한 것이다. 머리에서 그럴 수 있지 생각하고, 입으로도 그럴 수 있지 말해보지만 그뿐이다. 정말 띠옹~했다.

오늘도 수영장에 갔다 평소와 같이 점심을 먹으러 인근 쇼핑 상가(?)에 들렀다. 창가에 앉아 누리와 토스트를 먹었다. 창밖을 보면서. 그런데 한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걸어가며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가림막 같은 거 없이. 또 띠옹~했다.

사실 그 상가라는 게 주택가에 위치해서 엄마들이 필요한 브랜드들이 죄다 입점해 있다. 아가방 같이 아이들 용품을 파는 곳에서부터 슈퍼형 약국, 마트. 그래서 곳곳에 기저귀 교환 시설은 물론 수유공간이 있다. 까페도 있고. 그런데-. 나쁘다거나 싫다는 게 아니라 그저 놀라운 풍경이었다는.

내가 띠옹~한 두 풍경은 평범한 것은 아니지만, 모유수유의 풍경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익숙함이 있기 전에 엄마들의 굽히지 않는 마음(용기라 하고 싶지는 않다)이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 엄마들이 고맙다.

+


오늘 간 까페의 화장실이다. 코스타라는 영국 브랜드 커피 전문점이다. 이곳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 매장의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있다. 그래서 자주 찾게 된다. 심지어 런던을 벗어나도.

보통은 하나의 넓은 화장실에 남녀아기장애인 모두 사용토록 되어 있는데, 기저귀 교환대 시설이나 장애인 시설이 공간부족 때문에 만들기 어렵다면 모든 이용자시설을 다 넣을 수 있는 하나의 화장실을 만드는 게 방법인 것 같다. 기저귀 교환대 옆 문에 달린 두 개의 가방걸이는 짐이 많은 우리 (?) 같은 사람에게 반가운 배려다. 언제쯤 이런 배려가 표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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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5.07.11 04: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가슴을 내놓는다는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 내아이에게 지금 음식을 먹이고있다는 인식이 배여서 그런것이 아닐까요? 본인이 당당하니 내놔도 절대 부끄럽지 않는거 같구요.

    • 토닥s 2015.07.11 07: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주변을 보니 당당함 보다는 아직도 의지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가. 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아저씨들) 불편함이 있는 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가림막 같은 수단이 동원되지요. 가슴과 아이 얼굴을 가리는 정도의 긴 스카프. 드물게 그 어느 시선도 신경쓰지 않는 엄마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2. aquaplanet 2015.07.14 11: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엄마들은 밖에서 모유수유하는 것 때문에 신경 많이 쓰이실 것 같아요 ㅠ
    어린 아기와 엄마를 위한 시설 보급이 정말 시급합니다.

삼칠일 같은 개념이 없는 이곳에선 아이를 낳고 며칠 만에 산모와 아기가 외출을 하기도 하고, 손님들도 산모와 아기를 보러 방문을 하기도 한다.  내가 이곳에 살아서가 아니라 그런 것에 원래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 오는 손님 막지 않았다.  지비로서는 나름대로 집에 하루 종일 누리와 있는 나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해서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기도 했다.  주말마다 친구들이 다녀갔다.  


지지난주 다녀간 친구들은 커플이긴 하지만 결혼과 같은 미래가 없는 커플이라 그저 집에 있는 우리를 만나러 온 정도였다.   아기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잠시 들른 해롤드와 함께 부동산 경기와 직업 전망을 이야기하다 돌아갔으니 누리의 밥때와 기저귀 갈때 조절이 불가능한 나로써는 약간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지난주는 지비의 친구 올림피아와 지비의 사촌형 가족이 다녀갔다.  올림피아는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기대하는 친구라 이곳에서 출산을 한 내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아기를 좋아하는 친구라 우리가 차 마시는 사이에 누리를 안아주기도 하고 우유를 주기도 해서 길지 않은 시간을 머무르기도 했지만 정말 부담없는 시간이었다.  지비의 사촌형 가족?  당연 올 9월에 학교를 들어간 딸을 둔 가족이라 나를 더 없이 편안하게 해주었고, 도움이 되는 많은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올림피아와 모유수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다 그녀가 이곳 폴란드 클리닉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이곳에서 조산사가 내게 주는 진단과 조언이라고는 아기를 굶기고 무조건 젖을 물리라는 것뿐이어서 그 제안에 솔깃했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폴란드 클리닉에서는 한국처럼 진단과 함께 맛사지와 같은 처치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았다.  1회 방문에 70~80파운드 정도가 들긴 하겠지만, 이대로 모유수유를 시도하는 것의 의미있는지 혹은 맛사지와 같은 처방이 모유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비랑 나는 폴란드 클리닉을 알아보고 휴가를 잡아 함께 가보기로 했다.


올림피아가 다녀가고 사촌형 부부 보이텍과 고샤가 왔을 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좋은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자신들도 한 번 폴란드 클리닉을 경험해본 일이 있지만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친구 중에 폴란드 클리닉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은 이가 있으니 그 친구가 다녀간 클리닉을 알아봐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고샤가 했던 말은, 폴란드의 부모들과 클리닉은 극성스러운 면이 있다고.  작은 것에도 부모들은 호들갑을 떨고 클리닉으로 달려가고, 클리닉은 그 호들갑을 이용해 돈을 벌 요량으로 처방과 처치를 남발한다는 의견이었다. 

그 에 비해 영국의 시스템은 처방과 처치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  사실 이 부분은 이곳의 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봤을 때 폴란드인과 한국인들은 참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러면서 날 더러 모유수유에 대해서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시간을 가져보라고 했다.  사실 모유수유뿐 아니라 누리의 얼굴에 발진이 있어 의사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조산사에게 한 번 물었더니, 보고선 없어질꺼라고 말했는데 그 뒤로 발진이 심해져 조산사의 말을 믿어야 하나 어째야하나 고민 중이었다.  고샤의 말을 듣고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모유수유도, 얼굴의 발진도.  두 가지 모두 시기를 놓치면 어쩌나 마음 한구석에는 조바심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자기들도 딸 수시아를 낳고서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고.  약간 긴 분만을 통해 딸 수시아를 얻고 집에 돌아왔는데, 수시아가 24시간 동안 깨지도 않고 잠만 자더란다.  병원에선 신생아가 너무 오래자는 것도 좋지 않다고 깨워 우유를 먹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잠만 자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고.  심지어는 수시아가 숨을 쉬는지 여러 번 코 앞에 손가락을 대고 확인을 해봤다 한다.  잠자는 시간이 너무 길어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엠블런스를 불러야 하나 하면서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그들 표현으론 전화로 다급하게 울부짖었다고, 전화 건너편 상담자가 소리쳤단다.

"Calm down, idiots! 진정해, 등신들아!"

idiot는 해석하면 바보쯤 되지만 상담자의 감정실린 소리침은 바보보다는 '등신'에 더 가깝겠다.  상담자는 아기도 분만에 지쳐 길게 잠들었을뿐 그렇게 호들갑을 떨 건은 아니라는.  정 걱정이 되면 날이 밝으면 병원으로 데려와보라고 했는데, 물론 그 다음부터 수시아는 깨기도 하고 우유도 잘 먹어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그 비슷한 경험을 몇 차례 더하면서 고샤는 호들갑 떨지 않는 이곳의 문화가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지금은 웃긴 에피소드가 된 고샤와 보이텍의 경험과 조언이 많은 힘이 됐다.  그 이야기를 듣고 폴란드 클리닉에 가보기로 했던 마음은 다시 바꾸었다.  한 두 시간만에 마음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내가 우습게 느껴졌다.  늘 집안 크고 작은 일에 시원하게 마음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의견따라 흔들리는 엄마더러 귀가 얇다고 언니와 내가 나무랬건만.  내 귀가 나도 모르게 얇아졌나보다.  갈무리의 가사처럼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다.






올 9월에 학교에 간 수시아.  어른들은 떠든다고 정신이 없는 가운데 누리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손님이다.  발도 보고 싶고, 손도 보고 싶은 수시아.


부담없이 유쾌한 시간이었는데 그런 고샤와 보이텍에게도 아직 '극성스러운 면'이 남아 있어 지비와 내가 그들이 돌아간 뒤 한참 웃었다.  늘 얼굴이 잊혀질만 하면 보는 수시아라서 늘 나를 대하는 태도가 낯설다.  그나마 지비는 폴란드어로 이런 말 저런 말을 걸어보곤 하고, 또 폴란드어를 한다는 사실이 수시아에게 동질감을 주는 것 같지만 영어만 하는, 게다가 인종적으로 확실하게 다른 나는 낯설만도 한다.

학교에 가게 된 수시아에게 학교는 재미있는지 물었더니 부끄러움에 몸을 비비꼬는 수시아 옆에서 고샤가 1초도 안기다리고 "힘들대"하면서 대신 대답해버렸다.  내가 다시 수시아에게 "왜?"라고 물었는데 이번엔 보이텍이 "하루 종일 놀기만 하던 프리스쿨pre-school과는 달리 숙제가 있어 힘들다"고 대답했다.

내가 계속해서 수시아를 보고 한 반엔 몇 명의 친구들이 있는지,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물었는데, 사실 나는 그런 내용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수시아가 직접 말하게 하고 싶었는데 고샤와 보이텍은 1초를 기다리지 않고 모두 대신 대답해버렸다.  정말 폴란드의 부모와 한국의 부모들은 똑같아 하면서 지비랑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웃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나는 한국에서 일할 때 그런 욕구와 많이 부딪혔다.  어린이나 장애인 또는 손이 더딘 노인들을 교육하면서 어떨 땐 그들의 느린 손놀림을 참지 못해 몇 번이고 '비켜봐 내가 할께'라고 할뻔한 순간을 얼마나 많이 넘겼던가.  그땐 혼자서 손을 꼭쥐다 못해 입술을 깨물 지경이었다.  그렇게 '기다림'이라는 것이, '지켜봐주기'라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내가 이 앎을 누리가 커가는 동안에도 잊지 않을지는 나도 확신이 안선다.  다만 그럴 수 있기를 바랄뿐.



요건 보너스!  좀 크기가 작아 입고 벗기가 힘들긴 하지만 너무 귀여워서 지비와 내가 좋아하는 옷.  사실 겨울외출복이 요거 하나뿐이긴 하다.




모유수유도 목을 겨우 축이는 수준에서 가끔 목울대로 뭔가 넘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얼굴에 발진이 있긴 하지만 고르게 체중을 늘려가며 누리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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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l 2012.10.17 05: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국에서는 꼭 이래야 한다 하는것들이 좀 많은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결정할수 있는 문제들을 다들 이런다더라 하는것때문에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경우가 많다고 하는것같아요...
    아가가 있는 친구들이 하는 얘기로는 모유수유가 좋다는 얘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엄마들도 가급적이면 반드시 어떻게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되고 그런 결정에는 엄마와 아가가 겪게 되는 스트레스가 고려되지 않기때문에 좋은결과를 위해 나쁜 결과를 떠앉게 되는 상황과도 같다더군요...
    그러니 좋은것이어도 그것이 나에게 맞는 상황인지 아닌지 생각하는것이 우선이라며
    너무 유난스럽지 않아도 되니 모든 결정은 단지 아이와 엄마가 서로 편하게 받아들일수 있는것이어야할것같다는 얘기를 주로 했던것같아요...
    경험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경험은 나의것이 아니므로 나에게 ㄱ적용할때에 어떨것인지 충분히 생각해보는것이 우선이 되어야겠죠... ㅎㅎ

    • 토닥s 2012.10.17 06: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맞아요. 모유수유가 좋긴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 상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모유수유를 한 엄마가 그렇지 않은 엄마에 비해 더 높이 평가받는 면이 있죠. 평가라니 대단하게 들리고, 그냥 좋게 보이는 정도.
      오늘 저녁도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모유가 전부가 아니라 추가적인 영양섭취 수단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스트레스 없이 하는데까지만 하자는. 사실 스트레스가 줄고나니 조금씩 모유가 늘어가는 것 같기도 해요. 좋은 말씀 고마워요. :)

  2. ju 2012.10.18 10: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아, 옷이 너무 귀엽네요. 정말 아기 양을 뒤집어 쓴 것 같아요.(응?) 육아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뭔가 주절주절 쓰다가, 이렇게 말하기에는 쉽지만 직접 경험하고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니 과연 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전의 개그 콘서트의 생활의 달인에서 하던 말처럼,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야 하네요. :)

    • 토닥s 2012.10.18 16: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네요, 전 해보지 않아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 '할 때'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실천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테죠.
      이 옷 양이 아니라 곰인데, 옷 이름도 favorite bear 뭐 였던듯. 그러고보니 양 같기도 하네요, 질감이.(^ ^ )

  3. 일공일 2012.10.23 08: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내 생활신조가 '하는데까지 해보자'
    ㅋㅎㅎ
    결국 둘째 녀석도 두어달만에 모유수유를 포기하긴했지만. ㅋㅎㅎ
    아기가 먹는만큼 나온다던 모유가 내 경우엔 잘 나오지 않더이다.
    그래도 두어달도 열심히 버텼다고 생각해.
    네 말처럼 스트레스 받지않고 해보는데까지 해보는게 좋을것 같다.
    화이팅하고 누리도 화이팅!!! ^^

  4. 작토 2012.12.13 19: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영국에 몇년 살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유난을 안떠는 영국 의료시스템이 더 신뢰가 가더라구요.. 그들은 나름대로 긴축재정이라 그런걸진 모르겠지만요^^;;

    • 토닥s 2012.12.13 20: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예전에 가본적 있는 블로그의 주인님이시네요. 음악하시는. 계속 영국에 계신줄 알았는데 귀국하셨나보네요.
      한옥콘서트 관련된 글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반갑습니다. ;)

내 임신을 옆에서 지켜본 S님은 늘 '수월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수월한 임신'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비교적 문제없이 임신 기간을 지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지금까지 왔는데, 출산 후 정말 넘기 힘든 난관을 만났다.  바로 모유수유다.


모유수유만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다니까 해보겠다고 계획하고 시작했다.  모유수유를 해보겠다고 하니 임신 초기 만났던 K선생님이 "모유수유, 하면 될 것 같죠?  안쉬워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어려우면 Breastfeeding Drop In Clinic을 챙겨보라고 조언을 주셨다.  그 말씀을 듣고도 나도 모르게 모유수유를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모유수유가 그냥 되는 줄 알았나보다.  정말 안쉽다.


누리를 낳고 병원에서 바로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아니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조산사의 도움으로 누리를 안고 젖을 물렸다.  누리의 턱이 열심히 그리고 한참 동안 움직여서 모유수유가 그렇게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을 그러고 있었는데도, 그 뒤 누리는 울었다.  지비랑 내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조산사가 와서 보고 배가 고파서 그렇다고 했다.  "젖을 물렸는데"라고 했더니 아직 모유가 생기지 않았다고 우유를 줘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유가 생기기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하며 비록 모유가 없더라고 계속 젖을 물려야 모유가 더 빨리 생긴다고.  그래서 그 때부터 모유가 없어도 젖을 먼저 물리고, 그래도 울면 우유를 주는 패턴이 시작됐다.


집으로 돌아오고 첫번째 방문했던 조산사에게 아직 모유가 생기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니 가슴을 눌러보고, 힘껏 짜보고 곧 생길꺼라고 했다.  역시 모유가 없어도 20~30분 젖을 먼저 물리라는 조언과 함께.  누리가 태어난지 5일째 되던날 방문한 조산사에게도 모유가 생기지 않았고, 그때는 가슴마저 굳어져 아프다고 했더니 앞선 조산사와 같은 조언을 했다.  그리고 모유수유를 도와주는 조산사, Kelly의 번호를 주고 갔다.  그 번호로 며칠을 전화하고 메시지를 남겨도 답신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모유가 없는 젖을 20~30분 물리고 난 다음에 누리가 울면 우유를 줬다.  누리가 늘 울었고 먹는 우유량도 줄지 않고 있었으므로 우리도, 조산사도 아직 모유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리가 태어난지 열흘째 되던날 세번째 조산사가 방문했다.  별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모유수유가 문제라고 대답했고, 앞선 조산사가 준 번호로 연락해도 모유수유를 도와주는 조산사 Kelly의 답신이 없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Kelly에게 전화를 했다.  세번째 조산사가 다녀가고 한 시간이 안되서 Kelly가 집으로 왔다.  그 때까지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 땐 굳어진 가슴을 약간 풀렸지만 여전히 모유는 나오지 않는다고.  내가 '악' 소리가 날 정도로 힘껏 가슴을 눌러보면 한 방울도 안되는 모유가 맺힐 듯 말 듯 했다.  보통은 아기를 안는 자세에 문제가 있지만, 내 경우는 워낙 초반부터 시도왔던터라 자세에는 문제가 없었다.  Kelly는 20~30분이 아니라 한 시간을 젖을 물리라고 했고, 우유를 주지 말라고 했다.  한 시간동안 아기를 안고 있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칭얼대는 아기를 한 시간씩 안고 있는 것도 쉽지 않았고, 밤이 되면 그 칭얼거림이 심해져 우리는 우유를 주고 말았다.  이틀 동안 낮시간 열 시간 중 대여섯 시간을 누리를 안고 젖을 물렸다.  팔도 아프고 계속 물린 탓에 가슴도 아팠다. 

금요일, 토요일 거의 굶다시피 한 누리의 뱃속에서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나서 지비랑 나는 Kelly의 조언대로 우유를 주지 않는 방법은 안되겠다 생각하고 한 시간을 먼저 젖을 물리되 그 뒤엔 우유를 주기로 했다.  예전에 먹던 것보다 약간 적은 량의 우유를.


그 동안 한국의 가족들은 어린 아기를 굶기면 안된다고 걱정이 많았다.  그러고서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도, 언니도 모유가 안나와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엄마의 경우는 모유가 거의 안나와서 좋다는 돼지 다리, 생선 다 끓여먹어도 소용이 없어서 3개월쯤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 동안 울어댄 큰언니의 경우 분유도 먹지 않아 3개월부터 쌀미음을 먹일 수 밖에 없었다고.  그리고선 두려워서 둘째언니와 나 때는 그냥 처음부터 분유를 먹였다고 한다.  조카 둘을 놓은 큰언니의 경우는 모유도 나오지 않았고, 그때만해도 모유를 크게 권하지 않던 때라 짧은 시도 끝에 바로 분유를 먹였다고.  분만진통이 길지 않은 건 엄마와 큰언니가 마찬가지라서 그 덕을 봤나 했는데, 이런 것도 닮는 걸까?  엄마와 언니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특히 누리 배고프게 하지 말고 분유를 주는 걸 생각해보라고 했다. 


가족력이 그렇다고하면서 포기해야 할까 하다가 모유가 잘 생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 http://www.babycentre.co.uk/baby/breastfeeding/problemsandsolutions/lowsupply/


모유 공급이 원할하지 않는데는 다음과 같은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고.


- 갑상선 호르몬 저하와 같은 호르몬 문제

- 유방 수술 전력이나 관련 질병

- 분만 중 과다 출혈

- 자궁 내 태반 잔여물

- 특정 약물 복용


이 대목을 읽다가 다섯 가지 중 내가 확실하게 두 가지가 해당된다는 걸 알았다.  자궁 내 태반 잔여물은 알 수 없지만 갑상선 호르몬 저하와 분만 중 과다 출혈이 내가 해당됐다.


여전히 모유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지난 월요일 Health Visitor가 왔을 때 내가 해당하는 이 두 가지가 모유수유가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지비는 그것이 이유라는 전문가의 판단과 의견이 있으면 나도 힘들고, 누리도 힘든 모유수유 시도를 중단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Health Visitor는 또 다른 형태의 방문 조산사다.  그녀는 분만 중 과다 출혈이 초기 모유 생성이 어려운 일시적인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지금 현재 빈혈과 같은 문제가 없다면 나의 경우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갑상선 호르몬 기능 저하의 경우도 지금 현재 약물을 먹을 정도가 아니라면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한 시간씩 계속해서 젖을 물릴 것과 우유주는 것을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분만한 이 세상의 모든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모유수유라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면 된다"고.


'하면 된다'라는 말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따위의 말들과 함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상황을 무시한 강제로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안되겠다고 판단이 서기 전까지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러던 지난 수요일 커뮤니티 헬스 센터에 조산사를 만나러 갔다.  역시 아무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모유수유가 유일한 문제라고 했다.  나이든 조산사가 내게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물었다.  신생아가 있는 우리가 잘 잘리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밤중에 깨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고 이야기했고, 밥은 잘 먹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내가 잘 쉬고, 잘 먹어야 모유수유도 잘 된다고.  그 짧은 말 한 마디에 눈물 날뻔했다.


그 날 오후에 집에 들른 알렉산드라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너도 나도 분유먹고 자랐지만 지금 문제 없지 않냐고.  너무 걱정말라"고. 

맞는 말이다.  그 날 마음 먹었다.  모유수유가 안되서 우유를 주게 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고.  물론 그렇게 마음먹었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지난 월요일 우연하게 지비와 본 프로그램.  Cherry Healey라는 프리젠터가 모유수유에 관한 고통담과 성공담을 보여준 프로그램.  이 프리젠터는 예전에 출산과 관련해서 다양한 옵션을 보여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스스로의 경험담과 어우려져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지비와 나는 깨달았다.  이 프로그램 안에는 모유수유로 어려움을 겪는 산모가 나온다.  성공담을 통해 모유수유의 유익함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 몇 가지 사례 중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건 없었다.  자세의 문제에서 오는 어려움을 커뮤니티 서포터/클리닉을 통해서 극복하는 사례나 사회적으로 모유수유 지원 시설이 많지 않은 점 등이 언급됐지만.

이 이야기를 언니에게 했더니 어쩌면 인종적으로 출산이나 모유수유가 아시아인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단다.  이 곳 병원이나 조산사는 그런 차이를 부정하지만, 글쎄 완전히 부정하긴 어려운 것 같다.


모유수유 안되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과 되면 참 좋겠다는 마음도 함께 일단 해본다.


누리야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보자.  나도 팔이 아파도 참아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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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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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ini 2012.10.09 14: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출산후 3일 즈음이면 조리원에 있을때 대부분 초유가 돌기시작하는데 사람에 따라 좀 다르지. 너무 스트레스 받지말고 마사지는 수시로 해주는게 좋을것같아. 여기 한국엔 오케타니식 마사지 법이 유명한데 아프지도 않고 모유가 나오는길을 뚫어주기도하지.. 아직 아이가 빠는 힘이 적어서 모유가 안나올수도 있으니까 유축기보다 손으로 조금씩 짜주는 방법을 무식하긴 하지만 그것도 방법일것같아. 그러다보면 조금 씩 양이 늘꺼야.. 누리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엄마를 도와줄꺼구. 힘내.. 지민이땐 모유수유땜에 이게 무슨짓인가..하다가 한달즈음되니까 모유수유가 편해지는 날이 오더라. 장점이 많아. 화이팅!

    • 토닥s 2012.10.12 16: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내가 정한 마지노선은 4~6주다. 그때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인데, 내가 모유수유가 쉽지 않은 5~10%의 산모에 안들어가기만 바랄뿐.(ㅡㅜ )

  2. 엄양 2012.10.16 12: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민양~ 모유수유의 최대의 적은 스트레스~~
    나는 초유랑 초기 모유는 엄청 나와서 남는거 냉동도 했었는데...세달째쯤 김서방하고 대판 싸우고 몇일만에 모유가 말라버렸다,,,자연적으로,,,스트레스가 정말 무서운거제...몸이 바로 반응하니...
    둘째도 역시 초유랑 모유랑 처음 두달은 엄청 나왔는데...육아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니 금세 말라버리더라,,,나는 모유수유자세도 너무 어렵고 목 어깨 팔 안아픈데가 없어서,,,모유 안나오니 오히려 맘이 편해지면서 분유로 갈아탔다. 지금도 후회는 없어,, 분유 먹어도 잘만 큰다.ㅋㅋ
    분유먹으면 아빠가 줄수 있으니, 아기랑 아빠랑 더 친해질수도 있는 기회제공, ㅋㅋ

    모유는 엄마가 잘먹고 잘 쉬고 할때 양질의 모유가 나오는거지..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분유보다 나을게 없을거 같더라,,나는 하루 두끼도 겨우 먹으면서(밥해줄 사람도 없고, 시간없고, 식욕도 안생기고) 애 키우고 있던더라,,그렇게 위안을 삼았다.

    너는 가족력도 있으니 너무 애쓰지 마숑,,,모유 먹고 큰 아이들은 키가 좀 작고, 분유먹고 큰 아이들은 키도 크더라,ㅋㅋ 두뇌발달은 차이가 난다지만,,,모유수유 하나만으로 큰 차이가 나는건 아닐거야..엄마가 편해야 아기도 편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맘대로 안되는거중에 첫번째를 경험하고 있는거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내 생각 내맘대로 안될거다,,,그럴땐 너무 애쓰지 말고,,,흘러가는데로 두렴..시간 지나고 보면,,,아무것도 아닌일들이란다,,

    그럼 즐 육아~~~

    • 토닥s 2012.10.17 06: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모유수유의 적은 스트레스, 나도 동감해. 안되면 우유먹지..라는 마음자세로 바꾸고 나서 조금이지만 나아진듯도 해. 아니면 그저 내 경우는 모유가 늦게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지. 남들은 하루 또는 열흘이면 된다는 게 나는 3주가 걸린 것일지도.
      그나저나 '김서방'이 그랬단 말이지! 이런!
      근데, 육아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런지. 까마득..해.

월요일 아침 병원에서 마련하는 모유수유 교육에 다녀왔다.  요즘에야 한국에서도 이곳에서도 모유수유가 많이 권장되고 조금은 보편화되고 있지만,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경우는 얼마되지 않았다.  집안의 언니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젖을 삭힌다'는 약을 먹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15~20년 전에.  나만해도 분유먹고 자랐다.  언니는 나의 아토피성 건조 피부가 소우유 먹고 자라서 그렇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어쨌든.


모유수유가 아기 건강에도 좋고, 물론 엄마가 식단 관리를 잘 한다면, 산모에게도 좋다는 건 알지만 알면 알수록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일년이 넘도록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수유를 하는 한국의 엄마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물론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곳은 한국에 비해서 모유수유를 더 많이 권하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 길게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주변에 일년을 한 분도 계시지만, 그 외 몇 안되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4~6개월 정도에서 그치는 것 같다.  직장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건 한국이 더 어렵지 않나, 아주 많은 수고로움을 동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같다.  아기 사랑이야 동서양이 다르겠냐만은, 아기와 엄마와의 관계에서 한국처럼 아주 많은 희생을 감수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뭐, 개인적으론 그도 나쁘지 않은 정서라고 생각한다.  '희생'이라는 것이 동반되면 자식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높아지기 마련이므로.


친구가 모유수유를 했다더라, 아는 분이 모유수유를 했다더라 그런 이야기와 경험담은 내가 겪은 것이 아니라서 모유수유 교육이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했다.  물론 교육은 교육일뿐 실전(?)은 아니지만. 


월요일 아침 나름대로 서두른다고 서둘러 갔는데도 빠듯하게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교육을 한다는 장소에 열 명 정도의 산모가 있었고 그 중의 절반은 남편 또는 가족과 함께 왔다.  내가 교육을 예약할 때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을 물었는데, 예약을 받는 쪽에서 그런 교육은 일정이 맞지 않다고 해서 only women교육을 갔다.  그런데 가서보니 정보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떤 산모는 10시 교육을 9시 반이라고 또는 10시 반이라고 공지 받았고, 나처럼 남편 동반이 되지 않아 혼자 왔다고 하는 산모도 있었다.  나도 남편 동반이 되는 줄 알았다면 지비와 함께 갔을텐데.


10 시가 되고 교육이 시작됐는데 남자 스태프 한 명이 비디오 테입을 들고 들어왔다.  나는 그냥 비디오 틀어주러 온 사람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교육담당자였다.  물론 그의 설명에 의하면 예정은 다른 사람이었는데, 오늘 그 사람이 할 수 없게 되어 자신이 대신 왔다고.  하지만 모유수유와 관련해서 교육참가자들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은 커버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이 대목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그런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커버해야 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데 그는 산모들이 알아야 할 것과 궁금해 하는 것 모두를 커버할 자신이있다고 말해서.  조금 알아듣기 어려운 인도식 영어였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산모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을 커버해주긴 했다.  하지만 알아야 할 모든 정보를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뭘 알아야 하는지 모르니까.




모유수유의 장단점 그런 정보적인 것 왜 그가 중점적으로 설명한 건 모유수유의 자세다.  마음가짐 같은 태도 말고 포즈.  엄마의 건강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 없다면 포즈가 모유수유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포즈가 제대로라 아기가 모유를 잘 먹게 되면, 모유도 적정량 생산(?)되고 아기도 잘 자란다.  반대로 포즈가 문제가 있다면 아기도 모유를 잘 못먹고, 엄마도 가슴이 아프고, 아기도 잘 자라지 않는다는 그의 지론.


모유수유를 위해 펌프를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긴 했는데, 모든 물건은 필요할 때 사라는 K선생님의 조언도 한 몫했지만 지비의 친구 와이프는 펌프를 사두고 모유수유를 2~3개월 밖에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산 이후에 사기로 마음먹었다.  강사도 그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모유는 먹는만큼 생산되기 때문에 일단은 펌프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모유량이 작다면 그때가서 손으로 추출(?)하거나 펌프에 의존하라고 했다.


지비의 고민은 그거였다.  모유량이 작으면 아기가 울텐데 분유를 좀 사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  혹시 어떤 이유로 모유수유가 어려우면 어떻게 하냐는 것.  결론은 지비는 비상분으로 분유를 사두고 싶어 했다.  물론 나는 반대했지만 내게는 지비를 설득시킬만한 권위가 없었다.  사실 한국 같으면 한 밤중에 나가 편의점에서 사오면 되지만, 이곳은 밤에 그런 걸 살만한 곳이 없으니 내가 생각해도 어떤 대책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모유수유 교육에서 꼭 강사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강사에게 물었더니 단호하게 'never'라고 이야기했다.  일단 모유 공급(?)에 문제가 없어도 포즈나 여러가지 문제로 모유수유하는데 아주 짧게는 3일 보통은 일주일간 모든 부모들과 아기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누구나 겪는 것이므로 견디라고 말했다.  일주일이 되는 동안 조산사가 방문을 하니 그때 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던지, 포즈에 문제가 없는지, 혹은 펌프와 같은 보조 수단이 필요한지 상담하라는 것이었다. 

조산사는 출산 후 집으로 2~3회 방문해서 일정기간 동안 아기의 몸무게와 영양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고 얼핏 TV에서 보니 아기가 자라는 환경도 감시(?)하는 것 같다.  일단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 모유수유에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펌프를 권하거나 그도 효과가 없다면 분유를 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사는 그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분유는 경우의 수에서 없애버리라고 했다.  제왕절개 수술 후에도 산모가 아기를 안을 힘이 없어 보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모유수유는 여전히 가능하며, HIV를 제외한 모든 의료처지 아래서도 모유수유는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다.


궁금했던 또 한 가지는 적당한 모유량을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모유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경우.  '분유야 시간당 몇 백ml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모유는?'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비슷한 수준의 산모들이라 그 질문도 나왔다.  강사는 아기가 배부를 때까지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의 블로거 가라사되, 신생아의 경우 3시간마다 한번씩 먹이되 아기가 깨지 않으면 깨워서 먹어야 한다다.  지비의 형수 이자도 시간을 정해두고 모유를 먹었다.  이 집은 알람까지 3시간마다 맞춰놓고 먹였다.  그런데 강사는 아기가 원하면 두시간이든 3시간이든, 4시간이든 아기가 원할 때 먹이라고 했다.  그게 아기맘대로지 엄마맘대로는 아니라면서. 

그런가 하면서도, 갑자기 위가 커지면 비만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 같이 창의력과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에겐 차라리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량을 먹이는게 더 나은데.  지비를 닮았으면 먹는 간격이 무척 짧을 것도 같고.


일전에 자연적인 방법으로 육아하는 엄마모임이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흥미롭게 들었던 내용 중에 하나는 모유를 먹이되 젖병으로 먹여 수유 노동을 남편과 나누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기가 모유를 먹는 건 초반이고, 이후는 그냥 물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문에 엄마들은 허리 골병이 든다는.  그래서 젖병으로 먹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였는데, 모유수유 교육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도 그렇지가 않아보였다.  직접 모유수유를 할 때는 아기가 턱 운동을 하게 되지만, 젖병으로 먹게 되면 아기가 얼굴 근육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후에 직접 모유수유를 할 때 엄마가 아프다는 것.  그런 이유로 젖꼭지라고 불리는 soother 또는 dummy의 사용도 좋지 않다고 했다.  보통 부모들이 아기가 울면 수유준비를 하는 동안 젖꼭지를 물려두는데, 그 젖꼭지가 얼굴 근육 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직접 수유시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아기 치아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같다.  그때 "애가 우는데 어떻게 해?"라는 요지의 질문을 한 산모가 있었는데, 강사는 아기는 자고 먹고 우는 게 일이라며 부모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라고 했다. 

사실 이곳에서 놀라운 것 중에 하나는 공공장소에서 아기가 유모차 안에서 울어도 아기를 안아주는 경우가 없다.  주변 사람들도 그려러니 하는 것으로 봐서 이런 장면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건 우리 같은 사람뿐이다.  아기가 없던 나도 이상하게 보이는 그 장면이 여기선 당연한 것이다. 


모유수유 교육 말미에 강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올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사실 오늘 오고간 이야기 대부분이 새로울 것이 없고, 이미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아마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모유수유가 확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마음만이라도 다져본 시간이 됐다.  어찌될지는 인샬라.. 아니, 아기 뜻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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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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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램블 2012.09.15 17: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기는 자고 먹고 우는 게 일이라며 부모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라고.."
    이 대목 읽는데, 갑자기 Let it be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여유가 필요한데요, 살면서 왜 그렇게 잘 안되는지.. ㅡ.ㅡ

    서울은 찌뿌린 하늘에, 신바라는 태풍이 온다고 하네요.
    좋은 주말 보내셔요.

    • 토닥s 2012.09.16 19: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옳은 이야기라는 것도 알고, 내가 그러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알지요. :P
      큰 태풍이라고 하던데, 집관리 몸관리 마음관리 다 잘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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