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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4.27 [article] 인터넷한겨레 :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손석춘 기자의 글을 참 좋아한다.  그의 시선엔 따듯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여성전사들과 한판 전투를 벌일 때에도 '이유가 있을꺼야'라는 식의 두둔이 앞섰다.
이번 칼럼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솔직히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곧 그의 더 큰 기대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더 큰 기대는 감동이기도 하였지만, 오늘이 있기까지를 잊지말자는 '매'였던 것이다.

'아직 우리 서럽지 않은가'
그는 '우리'였던 것이다.

아침햇발
미완의 혁명

미완의 혁명. 사월을 이른다. 그래서였다. 시인이 '갈아엎는 달'로 사월을 노래한 까닭은. 2004년 사월도 그렇다. 국회를 바꿨다. 40년 넘게 입법을 쥐락펴락 한 수구세력이 절반 아래로 밀려났다. 사월혁명이 무너진 뒤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국회에 진출했다.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찬가도 들린다.
축하할 일이다. 권영길과 단병호를 보라. 노동자·농민운동을 지며리 펼쳐온 국회의원들을 보라. 아름답지 않은가. 의원의 특권을 버리겠다는 다짐은 미덥다. 세비에서 노동자 평균임금만 받겠다는 결의는 눈부시다. 언젠가 이 땅에서 진보정당이 의석은 물론, 집권할 그날이 온다고 칼럼을 써온 '언론노동자'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제는 톺아볼 때다. 과연 민주노동당은 축배를 들어도 좋은가. 오해없기 바란다. 10석의 의석을 과소 평가할 뜻은 전혀 없다.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거뜬히 40명 몫을 하리라는 민중의 기대에 동의한다.

그러나, 아니, 그래서다. 진드근히 묻는다. 민주노동당은 총선 승리자인가. 답은 다 안다. 아니다. 승리는 열린우리당 몫이다.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43석에서 두 석을 얻었다. 아직 민중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하지만 지금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참으로 '복기'해 볼 문제는 다음이 아닐까.

"10석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보라.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얼마나 실망이 컸던가. 노동자·농민·빈민들이 얼마나 세상을 떴는가. '야당'인 한나라·민주·자민련은 탄핵으로 민심을 잃었다. 그런데도 하나뿐인 '참 야당'이 지역구서 얻은 것은 두 석이다. 한 석은 권영길, 한 석은 울산이었기에 그나마 가능했다.

게다가 다른 진보정당은 법적 해산을 피할 수 없다. 한국노총의 녹색사민당은 이미 해산했다. 사회당과 녹색사민당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에 회담을 제의했다. 민주노동당은 총선 뒤에 만나자고 거부했다. 그래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 10명의 당선자들에게 묻는다. 열 석을 얻은 민주노동당이 다른 진보정당에 웅숭깊은 눈길을 보내길 바란 것은 과연 '무리'인가.

오늘, 민주노동당이 들어선 길은 탄탄대로가 아니다. 차라리 가시밭길이다. 미처 가늠 못한 걸림돌이 곰비임비 불거질 수 있다. 그래서다. 겸손할 때다. 충정으로 당부하고 싶다. 덧셈을 마음 속셈으로만 하지말고 몸으로 익혀라. 민주와 진보 그리고 통일을 다르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는 뺄셈의 '딱지'를 붙이지 말라. 지역구 두 석과 비례대표 여덟 석에서 덧셈을 고심할 섟에 뺄셈에 머문다면 어쩌려는가. 목표가 집권이 아니던가.

'전투적 뺄셈'의 자세가 민주노동당 모두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는 아니다. 분명히 말하자. 민주노동당도 이제 국회에 들어섰다. 지금보다 더 개량화 하라고 주문할 생각은 결코 없다. 정반대다. 앞다퉈 개량을 요구하는 저 '부자신문'들을 보라. 진보정당을 보는 부자신문의 흘게눈은 앞으로 더 살천스럽고 언구럭도 더 잦을 터이다.

수구세력의 훌닦는 비난엔 단호한 뺄셈으로 답하되, 민주·진보세력의 우호적 비판엔 겸허한 덧셈으로 답해야 옳다. 민주노동당 당원이 날마다 늘어나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뜻이 같은 사람을 더 모으고 힘을 더해 가기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한 과제로 놓여있다. 본디 운동은 '사람사업' 아니던가.

그렇다. 진보정당은 오늘 요람에 있다. 커가야 하지 않은가. 누구와 맞서 싸우고 누구와 어깨동무할 지 성찰이 필요하다. 축배를 들되 소외당한 모든 이를 돌아볼 때다. 17대 국회 4년을 어떻게 구상하고 실천하느냐가 2008년 총선을 좌우한다. 민중의 마음을 얻는다면,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집권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장미가 아니라 진달래 열 송이 건네는 까닭이다. 아직 우리 서럽지 않은가.

그래서다. 사월을 속절없이 보내며 쓴다. 서러운 다짐으로 쓴다.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사월은 우리에게 다시 남겼다. 미완의 혁명을. 손석춘 논설위원 songil@hani.co.kr
(인터넷한겨레 200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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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완의 혁명'
  http://www.hani.co.kr/section-001006000/2004/04/001006000200404261812639.html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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