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아이랑 남편만으로 족하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4.30 [+2050days] 반려OO 키우기 (4)

애들이 모두 그런 때가 있나보다.  누리는 요즘 애완동물/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예전에는 고양이만 귀여워하는 정도였다.  다가가서 만지지도 못하고, 사실 여기서는 키우는 사람의 허락 없이 만져서도 안된다만,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데 부활절 방학 기간에 다녀온 지비의 형네가 다이닝 룸에 큰 어항이 있는 걸보고 자기도 어항을 가지고 싶다고.  사실 누리가 생기기 전에 우리도 어항을 가져볼까, 집이 너무 건조해서, 생각했던 적도 있어서 '그래볼까' 생각도 했다.  놓을 자리가 없는 현실이지만, 누리의 장난감/물건 하나를 없애버릴 수 있는 좋은 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형네의 이웃이 아이들이 가든에서 놀고 있으니 햄스터를 데려나와 보여준 모양이다.  그 뒤로 매일매일 햄스터 타령이다.  하루쯤 잊는 날도 있는데 그날만 건너띄고 계속 햄스터 타령.

누리에게 그랬다.  우리집엔 햄스터 집을 놓을 공간도 없지만 우리가 할머니집에 가면 누가 햄스터 밥을 주냐고.  데려간단다.  나는 햄스터는 여권이 없어서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포기하는가 싶더니 그러면 이번에 할머니 집에 다녀와서 자기 여섯번째 생일이 되면 사달란다.  무척 구체적인 요구였지만 나도 물러설 수 없었다.  그러면 내년 여름에 할머니 집에 갈 때는 어떻게 하냐고.  내년엔 할머니 집에 안간단다.  헉!  할머니가 슬퍼하시겠다고 했더니 자기도 수긍이 되는지 더는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아이의 관심을 좀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요즘 기온이 10도도 안되는데 딸기 모종을 사왔다.  매일매일 물주고 보살펴주라고.  하지만 누리도 예전 같지 않아서 이젠 화제를 잘 잊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되지만 이젠 빈 말로 아이를 달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일단 딸기 모종으로 버틸 때까지 버텨볼 생각이다.  애 하나 돌보기도 어려운 실정인데 나는 돌봐야할 애 어른도 있고, 요즘은 내 몸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애완동물/반려동물이라니.  반려동물은 애 하나 애어른 하나로 족하다.


어제 장보러 갔다가 사온 튤립.  꽃도 저렴하고 이쁘기도 해서 사왔는데, 오늘 한국의 가족들에게서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고 문자가 왔다.  우리도 잊고 사는 결혼기념일.  그래서 어제 산 튤립은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것으로, 그러기로 했다.




집안이 따듯해서 하루만에 봉오리에서 활짝 핀 튤립 - 본전 생각이 안날래야 안날 수 없네.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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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lours 2018.05.07 19: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하하하 ^^ 포스팅 마지막 줄의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마음이 너무 공감가면서 웃겨서요. 히히히.
    그래도 꽃 너무 예쁘네요 :)
    저는 근처에 꽃집도 없고, 빈 꽃병에 뭔가 꽃고 싶어서 꼬마와 산책하다가 지천에 널린;; 유채꽃 몇가닥 가져와 두었는데 엄청나게 꽃잎을 떨어트리며 시들었어요. 그런데 꼬마가 그거 보더니 "엄마 우리 다음에 산책가면 또 꽃 가져와요" 해서 허억! 아아 또 모범적이지 못한 걸 가르쳤구나 싶어 ㅜㅡㅜ 반성하는 육아기입니다. 그나저나 뭔가 키우자고 하면 저도 너무너무 난감할 것 같아요 흑흑.

    • 토닥s 2018.05.10 11: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래서 다음주는 작은 장미 화분을 샀는데 제 손은 약손이 아닌탓에 말라 죽고 말았답니다.(ㅜㅜ )
      이러나저러나 본전 생각.. 그냥 꽃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여기는 꽃을 마트에 많이 팔아요.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에도 꽃집이 있고요. 카드 쓰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여전히 꽃을 사는 걸 좋아하는 올드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아침 누리는 크리스마스 때 하던 액티비티 북을 찾아 들었는데 거기에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쓰는 란이 있었답니다. a toy off mwus라고 썼더군요. mwus는 mouse를 쓴거라고 이해해 주겠는데 off 가 아니라 of라고 해도 끝까지 자기가 맞다고 힘주어 말하더군요.ㅎㅎ 살아있는 햄스터에서 장난감 쥐로 하향조정되었다는데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2. 2018.05.11 04: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8.05.16 13: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남편분이 그 정도로 서운해하시다니. 저는 남편이 감기에 걸리면 "저리가"합니다. 아이는 당연히 감기에 옮으면 안되고, 내가 아프면 아이를 돌볼 수 없으니 집안이 파탄납니다. 남편분이 좀 더 강해지셔야겠어요.ㅎㅎ

      저희는 작은 집, 그것도 플랏/아파트에 살아 키울 수 없지만 넓은 집 살면 저도 동물은 한 번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마음만 그렇고요.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털 없는 물고기만 가능하지 싶습니다. 물론 그것도 집이 넓어져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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