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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1.30 [book] 벙어리새 / 류춘도



류춘도(2005). ≪벙어리새 - 어느 의용군 군의관의 늦은 이야기≫. 당대.

영화 ≪송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왜 여성 장기수는 없을까?'.
언니에게 그 이야길 했더니 언니가 간단히 되물어 왔다, "왜 없는지 모르겠나?".
없는게 아니라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 표현해야 옳다는 의미였다.
남성으로도 겪어내기 힘든 폭력은 물론이고, 여성이기에 겪어내기 힘든 폭력도 겪었을 것이다.

역시 있었다. 감옥 속에서 38년하고도 몇 개월을 더 살았으나 우리에게 기억되지도 못한 사람이, 그렇게 역사와 감옥 속에 자기 생을 파묻고만 한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은 출소를 하였지만 빈 쭉정이로 남은 생을 살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여성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 여성처럼 30여 년을 감옥에서 보낼뻔 하였지만 간발의 차이로 다른 생을 산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다.
간발의 차이로 다른 생을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녀 역시 우리 역사를 살아낸 사람이다.

이 책을 쓴 류춘도씨는 일제 강점기 우리민족이 그랬듯 성격 곧은 아버지가 일본인과 멱살잡이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새벽 이슬을 맞으며 고향을 떠나게 된다.  일본에 건너가 오사카, 시코쿠, 히로시마 이와꾸니, 규슈로 전전하다 45년 9월 귀국했다.
고마운 사람의 도움으로 서울여자의과대학에 진학했고, 한국전쟁 때 인민군 의용군 군의관으로 참전한다.  북도 남도 상처 입을 수 밖에 없는 전쟁의 참상을 겪고, 전쟁 포로로 청주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후 청주교도소에서 가족이 있는 부산으로 오기까지 필자는 기억이 없다고 한다.  아직도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여자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었으나 이후 남편과 시가족이 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실형을 면하게 되어 의사 평생을 살아오다 이제야 입을 열어 그녀가 겪었던 역사를 책으로 기록하게 됐다.

한국전쟁을 겪고 그녀는 의사라는 이력으로 그나마 이 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예상되는 것은 그들의 고르지 못했을 삶이다.

역사는 전쟁을 기록했지만 그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을 기록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그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을 기록하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세상이 되어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 전에도 후에도 약자로 살아아 했던 사람들이다.  바로 가지지 못한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 그리고 여성과 아이들이다.

살아도 입을 열어 말할 수 없는 그런 세월을 산 여성이 이제야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 못했을꺼란 생각도 해본다.  그래도 이 책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갑기만 하다.
사실 책을 읽을땐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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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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