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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5 [+1447days] 누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10)
  2. 2015.12.28 [life] 일요일 (4)

요며칠 마음이 힘들고 복잡했다.  누구도 괘념치 않는 일을 두고 혼자서 마음 고생 중이었다.  어제 오전 놀이터에 갔다가 장 보기 전 점심을 먹으러 들른 크레페 까페에서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비와 이야기하는데 눈물 또록.


그런 나를 보고 누리가 "울지마"하고 오른팔을 톡톡.  여기까지는 지비가 시킨 행동이었다.  그런데 누리가 그런다.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어?", "놀이터 가고 싶어?"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 이런 것들이 누리를 슬프게 하는구나' 생각했다.


누리는 지비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걸 싫어한다.  다른 집도 그런가.  그리고 요즘들어 부쩍 놀이터를 떠나는 걸 싫어한다.  예전엔 집에 가자면 잘 따라 나섰는데, 요즘은 더 놀겠다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놀이터에 가고 싶어 한다.  비만 오지 않으면 매일매일 가는데도 불구하고.


어제 그 순간에는 누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나를 웃게 만들어줬다.


+


오늘 "일요일은 짜짜짜~파게X"를 점심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지비가 문득 어제 점심으로 먹은 크레페가 참 맛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가 "그럼 우리 제주도 가서 크레페 식당 열까?"하고 답해줬다.  한국 가서, 제주도 가서 살고 싶어도 먹고 살 방도가 없어 못가고 있어서 우리는 그럴싸한 아이템을 만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농담 아니고 진담이다.  단, 절반만.


요즘 들어 누리와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가게 되는 크레페까페.  매장 한 가운데 하트가 있어 누리는 '하트 까페'라고 부른다.  우리는 크레페라면 달달한 디저트/간식인데, 이 까페는 그런 것도 있고 짭쪼롬한 것도 있다.  누리와 내가 늘 먹는 건 햄치즈크레페다.




지비는 제주도 가서 크레페 만들려면 가서 일하면서 배워야 한단다.  꽤 진지하다.  문제는 재료다.  이 까페는 유기농 밀가루로 크레페를 만든다고 광고하는데 한국에서 구할 수는 있지만, 여기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유통되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다.  한국가서 사는 식재료, 버터 치즈가 어찌나 비싼지 손떨려서 살 수가 없다.  여기는 그런 식재료들이 기초생필품이고 시장이 크니 가격이 높지 않다.  이 크레페까페 계획은 폐기하는 걸로.



커피 마실 시간을 참아주시는 고마운 누리님이 잡수시는 것은 베이비치노.  카푸치노 유아버전인데 폼밀크 위에 초코파우더를 뿌려준다.  보통 까페에서 0.5~1.0파운드에 판매한다.  무료로 주는 까페들도 있는데 이 크레페까페도 그런 곳 중에 하나.  이런 서비스들이 엄마들로 하여금 나와서 밥(빵)먹게 만든다.  좀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페이스북에서 '맘충'이란 단어를 듣고 정말 놀라고 슬펐다.  다행인 것은 이곳은 그런 엄마들이 있어 동네까페들이 평일 낮에도 호황을 누리기에 엄마들은 고객으로 대우 받는다.  비싼 물가에도 이런 점들 때문에 이곳이 아이키우기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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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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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5 09: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9.05 17: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육아 때문이라기 보다는 '간극' 때문이었어요. 여기에 살다보니 점점 멀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거리, 생각과 생각의 차이. 당연한 것인데도 문득문득 그런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때가 요며칠이었네요.

      누리가 제게만은 힘든 것도 사실이고(아무리 다른 사람 눈엔 수월하게 보여도), 주변에 의지할 가족이 없어 힘들기도 하지만 저는 주로 지비에게 '버럭'하며 완급을 조절하고 있어 괜찮아요. 응원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제주도 크레페까페는 페이스북 지인들에게도 관심과 지지가 높네요. 다들 그 비슷한 생각 하나쯤 품고 사나봅니다.
      맛있는 생각, 행복한 생각하면서. :)

  2. 프라우지니 2016.09.05 21: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유기농밀가루는 한국에도 있는데, 가격이 비쌀테니 유기농밀을 농사짓는 가정에서 직거래로 사면 조금 더 저렴할거 같기도 하구요. 어떤 블로거는 정말 제주도에 내려가서 초밥&커피집을 하던데요. 지비님과 토닥스님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잼같은 달콤한것들뿐 아니라 토닥스님이 드시는대로 햄&치즈가들어간 짤짤한 크레페도 지비님이 직접 구우신다면 잘 될거 같기도 합니다. 물론 토닥스님이 지금부터 슬슬 마케팅을 하시구요.^

    • 토닥s 2016.09.06 02: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지비는 절더러 구우라는거죠. 자기는 한국어를 배우러다니겠다면서.ㅎㅎ

      저희는 둘다 다니길 좋아해서 매일 붙어있어야하는 자영업은 어렵지 싶어요.

      그나저나 정말 이 크레페까페 지지가 상당하네요. ㅎㅎ

  3. colours 2016.09.06 21: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제 내내 맘이 안 좋았는데 이 글을 보고 심적공감을 크게 느꼈어요. :)
    전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느끼는 '간극'이 커서 종종 마음이 힘드네요.
    그래도 저도 제주도 크레페 카페 대 찬성? ;) 기왕이면 해안도로도 가까운 저희집 근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

    • 토닥s 2016.09.08 07: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주도민까지 지지해주시니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네요. 듣자하니 요즘 제주는 까페, 숙박업체가 넘쳐나서 망하는 지름길이라고도 하던데요.ㅎㅎ

      크레페까페보다 IT 종사자인 지비가 D기업에 취직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비가 일하는 영역으론 한국엔 일자리가 없다는 것도 같고.ㅠㅠ

      간극은.. 외국이든 국내든 떨어져 살면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제 경우는 간극..이라기보다는 점점 커지는 사고의 차이인데요. 한국의 기준으로 제 삶이 평가받는데서 오는 피로감이었어요. 물론 스스로도 만족스런 삶을 사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형편없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니다..그냥 소심쟁이 자격지심인가봅니다.ㅠㅠ

  4. 2016.09.07 12:0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Boiler 2016.09.08 00: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블로그 잘 보고 갑니다.
    따님 웃는 얼굴이 너무 이쁘네요 ^^
    베이비치노라는게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 토닥s 2016.09.08 07: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베이비치노.. 저도 아이가 없을땐 몰랐습니다. 아이가 생기니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배우게 되네요.

      하루를 몰래 보고 있었는데.. 댓글을 보니 들킨 기분입니다.^^;
      반갑습니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연휴는 내일까지 계속되지만 오늘은 정말 일요일 다운 일요일을 보냈다. 10시 반까지 지비와 내가 돌아가면서 늦잠을 잤다. 내가 10시까지 자고 6시 반에 일어난 누리를 그 때까지 지비가 돌보다가 아침을 먹기 전 반 시간 눈을 붙였다.

늦은 아침을 먹고 집안 청소를 열심히 했다. 지금와서 보니 표는 안나지만 평소에 미뤘던 자잘구레한 정리를 했다. 그러고 나니 벌써 2시. 나와 지비가 청소를 하는 사이 돌아다니며 참견하느라 배고픔을 잊은 누리와 다 함께 일요일은 짜~짜~파게X를 먹었다.

그렇게 우동을 좋아하는 누리지만 예전엔 색깔이 이상하다며 입도 대지 않았는데 그래도 오늘은 몇 가닥 먹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빵 같은 기본 식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보러 갔다가 까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얼마 전 어느 까페에 들렀더니 아이 손님 - 누리에게 베이비치노라는 메뉴를 공짜로 주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잔에 거품을 낸 따듯한 우유를 초코 파우더와 함께 준다. 베이비치노를 먹는 누리가 너무 귀여워서 그 이후로 가끔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시켜준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2파운드 정도고 베이비치노는 보통 0.5~0.7파운드 정도한다. 한국돈 천원. 다른 달달구리 음료보다 우유가 낫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보통은 우유만 주문하는데, 오늘 간 까페는 묻지도 않고 초코 파우더를 척 뿌려주었다. 그 베이비치노를 마시며 누리가 한국말로 하는 말,
"마미 누리 행복해~"

그 정도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내가 얼마든지 사줄께.( i i)

달달구리가 아이의 기분을 up 시키는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지비와 이야기했다.


초코 파우더 수염 ('ㅅ' )

저녁으로 짬뽕을 만들었다. 예전에 한 번 만들어봤는데, 누리가 태어나기 전이었던 것 같다, 고추기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재도전하지 않았다. 한참 전에 한국 마트에서 고추기름을 발견하고 사두었는데, 만들 일이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겨둔 관자와 새우를 먹을 방법을 생각하다 짬뽕을 떠올리고 오징어를 사와서 만들었다.

만들고서 맛이 짬뽕과 비슷해서 내가 놀란 짬뽕. 밥과 함께 먹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순두부 맛과도 비슷하고 해물탕과도 맛이 비슷한 해물잡탕맛. 그게 짬뽕인가.

두반장이라는 소스가 없어서 생략하고 만들었는데, 다음에 이 두반장을 구입해서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이렇게 요리 못하는/안하는 사람들은 음식 한 가지 만들 때마다 재료를 새롭게 구입해야 한다. 문제는 구입하고서 다시 그 재료를 쓰는 일이 잘 없다는. 하지만 이 짬뽕은 특기로 다듬어 볼 계획.

이렇게 일요일다운 일요일이 지나갔는데도 연휴가 하루 더 남았다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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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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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5.12.29 01: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행복하다는 표현을 썼다니... 정말 많이 맛있고 좋았던 모양입니다.^^
    내 언어를 쓰는 내딸을 키우는 재미가 정말 행복 하실거 같습니다.^^

    • 토닥s 2015.12.30 08: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나와 같은 언어를 쓰는 게 참 좋지만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도 점점 많아져 고민이 되기도 하답니다.

      정말 맛있었나봐요. ㅎㅎ 행복해.. 그런 말 잘 안하는데. 대신 먹고 싶으다, 힘들어.. 그런 말을 자주 합니다.ㅎㅎ

  2. meru 2016.01.25 23: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저도 짬뽕 만들어 먹은지 넘 오래됐어요...맛있겠다!!!! 아 쌀쌀한 날씨에 딱이겠어요.

    • 토닥s 2016.01.26 08: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두반장을 사서 제대로된 짬뽕을 만들어 보겠다는 잊었던 다짐을 meru님 답글 때문에 떠올렸는데, 어제 머나먼 한국마트를 다녀와버린. 다음달을 기약해얄듯해요.

      계신 동네는 추운가요? 요기도 한 1~2주 춥다가 주말부터 10~15도 그래요. 그래도 누리는 감기에 걸렸다 나았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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