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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07 [life] 육아와 가사의 딜레마 (6)
(참 뻔한 제목)

요즘 한국 가기 전부터 미뤄둔 집안일을 몰아 하고 있다.  별 일들은 아니고 누리 방을 만드는 일이 주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그 방에서 짐을 빼 다른 곳에 넣어야 하고, 그 다른 곳의 짐은 또 다른 곳에 자리를 찾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짐이 한 번씩 자리만 옮길 뿐 모두들 자리를 차지하고 정리된 느낌은 없다.

틈틈이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 누리가 TV를 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누리에게도 책을 옮기라, 장난감을 정리하라는 일거리 정도는 줄 수 있지만 일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내가 같이 해줘야 하는 판이라 TV앞에 방치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벨기에-프랑스 여행을 가기전 절반만 한 수건 삶기를 하는 동안 누리가 열심히 TV를 열심히 보았다.  보통 땐 이 시간에 체육수업이다 뭐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없어 TV에서 뭘 하는지 몰랐는데, 있어보니 누리가 평소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줄줄이.  TV앞에서 떠나지를 못하고 있다. 
빨래 삶기에 열심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좀더 나아져보자고 하는 일들에 시간을 빼앗겨 아이가 방치되면 이게 나은 것이 맞는 건가, 아닌건가.  그런 고민들을 누리 이유식 만들 때 했다.  이유식을 만든다고 주방에서 뒤돌아 도마에 코 박고 있으면 아이는 한참 동안 방치되는 사실에, 이게 과연 아이를 위하는 상황인가 고민하곤 했다.

속내를 따져보면 육아와 가사의 딜레마가 아니라 육아와 육아의 딜레마, 가사와 가사의 딜레마다.

과연 '중간점'은 어딜런지.

+

아무리 세제를 바꿔가며 빨래를 해도 점점 더러워만 지는 빨래.  특히 수건.  드럼식 세탁기라 아무리 빨래 후 문을 열어놓고 건조시켜도 곰팡이 같은 냄새가 있다.  드럼세탁기 청소 세제를 2~3개월에 한 번씩 돌려도 그렇다.  세탁기에서 하수로 연결된 호스에 고인 물이 호스에 곰팡이를 만든게 아닐까 싶은데.  빌트 인 세탁기라 뜯거나 꺼내보는 일은 감당이 안된다.
더군다나 수건은 두꺼워 가장 천천히 마르니 아무리 새로 지어져 습기가 없는 우리집이라도 집안에서 말린 빨래는 냄새가 난다.  한국에 가니 뽀송뽀송한 부모님집 수건.  오래되서 뻣뻣한 느낌이 있지만 간간히 삶고 햇볕에 말리니 뽀송뽀송.  영국에 돌아와 바로 수건을 모아 빨래하고, 가루 세제를 넣어 삶고, 다시 뜨거운 물로 빨래했더니 확실히 다르다.  같은 세탁기, 같은 곳에서 건조해도.

그런데 우리집엔 빨래를 삶을만한 것이 없어 가장 큰 냄비를 희생시켰다.  수건을 삶아보니 2개만 겨우 들어가는 냄비.  처음 3개 넣었다가 바로 넘쳐버렸다.  그러니 수건 12~14장 정도 한 번에 삶으려니 불 앞에서 한 시간.  그래도 달라진 수건을 기대하며 땀을 흘린다.

이렇게 아줌마가 되는구나.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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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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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1 09:5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7.12 05: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누리가 어릴 때 가제 수건만 삶아 쓰곤했어요. 요즘 옷들은 안삶아도 된다고 세뇌하면서. 사실 어릴 땐 옷이 2~3개월 단위로 바뀌니 삶아쓰고 할 게 없었던듯해요.

      아이가 어릴 땐 그나마 체력이 나아 재워놓고 집안일을 하기도 했는데요, 블로그도 하고. 이젠 그나마 체력도 바닥나 '아이를 재워놓고'는 불가능이예요. 저질체력의 표본인 사람이라. 아이 재워놓고 휴식을 취하다 잠듭니다.ㅎㅎ

      의외로 요즘은 TV 없는 집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저한테는 TV가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TV는 편성이라는 게 있어 같은 걸 무한반복할 수 없는데 휴대전화, 타블랫 PC 로 보여주면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다행히 영국 어린이 채널은 7시면 끝이 나요. 그 이상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데, 요즘 누리가 더 보고 싶어하면 폴란드어로 더빙된 페파피그라는 인기만화를 남편이 보여주곤 해요. 누리의 폴란드어 향상에 아주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요.ㅎㅎ
      저희는 영어원어민이 아니라 TV가 누리의 영어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요. 확실히 발음이 우리하곤 다릅니다.ㅎㅎ

      장단점을 아이의 성격을 감안해 활용하면 TV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 :)

    • 2016.07.12 11:13 Address Modify/Delete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07.12 22: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페파피그가 영국만화인데 폴란드는 물론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예요. 누리는 폴란드에서 방영된 폴란드어 더빙된 페파피그를 봅니다. 딱 누리 수준에 맞는 대화들이 오가는지 어휘를 많이 늘려가고 있지요.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헬로티비 보시는 부모님 집에서도 볼 수 있는 맥스 앤 루비라는 만화도 폴란드어 더빙으로 봅니다. 캐나다 만화인데 한국에서는 원어와 한국어 더빙을 볼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개인적으론 쪼꼬미 나이에 아직 페파피그는 이르다고 봐요. 전에 말씀드린 In the night Garden이나 twirlywoo라는 프로그램 추천해드려요. 막 엄마 아빠 단어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twirlywoo 보면서 누리도 크다 작다 그런 개념들을 배웠어요. 아니면 새로 시작한 텔레토비. 이건 누리도 아주 열심히 봅니다. 한 번 찾아보세요. :)

  2. 일본의 케이 2016.07.22 21: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가사일이 끝이 없더라구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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