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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18 [+730days] 누리야, 힘내 (8)

누리가 아프다.  지난 주말 금토일 폴란드에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금요일 출발하는 아침 공항 진입로에 들어설 즈음 차안에서 누리가 마신 물을 토했다.  차는 달리고, 지비는 주차예약증을 달라고 했고, 누리는 토했다.  얼굴이 하얗게 된 누리를 데리고 경황없이 공항에 도착했는데, 최근 높아진 보안등급 때문인지 공항이 무척 복잡했다.  보안검색이 무척 까다로워서 통과하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결국은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 말자 지비는 누리를 안고, 나는 기내용 가방을 끌고 뛰었다.  또 비행기를 놓칠 수는 없다면서.  비행기 게이트가 닫히는 시간을 넘겨서, 비행기 출발 15분 전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사람들이 탑승 중이어서 이번엔 비행기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이번 비행기는 출발 시간을 30분이나 넘겨 출발했다).  잠시 화장실에 들러 토한 누리를 씻기지도 못하고, 내 손도 씻지 못한 채였다.  나중에 비행기 화장실에서 열심히 씻었다. 

누리가 걱정이 되었지만, 지비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정신 없이 주말을 보냈다.  누리가 밥을 잘 안먹기는 했지만, 그냥 환경이 바뀌어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또 집에서 처럼 먹을 수 없으니까.  어째어째 폴란드에서 지비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런던으로 돌아왔는데, 집으로 오는 차에서 보니 누리 코에서 콧물이 삐질.  


집에와서 바로 파라세타몰(해열제/진통제)를 먹였더니 월요일엔 콧물도 나지 않고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화요일 아침 일어나니 누리의 목이 꽉 잠겨 있었다.  다시 파라세타몰을 먹이고 혹시 몰라 GP(보건소)를 예약하러 갔는데, 최근 완전 예약제로 바뀐 동네 GP가 다음 주에나 예약이 가능하단다.  리셉션에서 "아기라서.."라며 불쌍한 표정을 지으니, 다음날 아침 일찍와서 당일 응급환자를 위해 남겨둔 시간을 예약하란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만해도 밤사이 누리가 나아지면 안가려고 했는데, 밤사이 누리가 아파서 매시간 깨서 울었다.  GP말고 바로 A&E(응급실)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A&E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담을 많이 들어서, 응급상황으로 갔는데 가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는, 아침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침 9시에 갔더니 11시로 예약해줘 GP를 두번 왕복했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의사를 만나도 파라세타몰 이외 잘 처방해주지 않지만, 상태가 나쁘면 항생제를 처방해주기도 한다.  보통은 두 개의 처방전을 동시에 주면서 항생제가 꼭 필요하면 받아쓰라고 하는데(영국에서 16세 미만은 약값이 무료다), 이제까지 한 번도 항생제까지 받아쓴적이 없다.


아기들이 상태가 나쁘다는 건, 먹는 양이 줄어드는 것보다 잘 놀지 않을 때라고 한다.  누리는 보통 아프기 전에 하루 이틀 잘 먹지 않아도, 아파도 잘 먹고 잘 노는 아이인데 이번엔 달랐다.  잘 먹지 않는 게 아니라 먹지 않고, 놀지도 않았다.  내게 붙어 앉아 본인도 어쩔줄을 몰라 짜증만 냈다.  수요일 오전 의사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오후 들어서는 토하고 나 혼자서 감당이 안됐다.  지비가 퇴근해 돌아와 늦게 까지 문을 여는 약국에 가서 항생제를 받아왔다.  어제 저녁부터 항생제와 해열제/진통제를 함께 먹고 있다. 

오늘 오전 다시 나아지는 것 같다가 오후가 되니 힘이 든지 두 시간쯤 잠들었다.  그리고 깨어나서 정말 몇 끼만에 밥을 조금 먹었다.  그리고 지비와 조금 놀다 목욕하고 잠이 들었다.  그나마 오늘은 지비가 오전은 재택근무, 오후는 반일휴일이라 견뎠는데 내일은 또 혼자서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실 오늘은 누리의 생일이라 지비가 반일휴일을 냈다, 밖에 나가서 밥이라도 먹으려고.  그런데 이렇게 됐다.  밥은 못먹어도 괜찮으니 누리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콧물을 줄줄 흘려도, 말을 안들어도/못알아들어도 '즐거운 아이'였는데, 웃지 않는 누리가 너무 낯설다. 


누리야 힘내.

얼른 생일 축하하러 가자.




※ 지난 주에 찍은 사진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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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경 2014.09.19 08: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 아프지마요~~ㅠㅠ

    • 토닥s 2014.09.19 1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마워요. 오늘 오전은 조금 나아보이네요. 오후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그나저나 친구 S님도 런던 오자말자 감기에, 다래끼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잘 좀 먹고 다니라고 꾸중을..

  2. 호기심과 여러가지 2014.09.20 10: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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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유리핀 2014.09.21 14: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는 이제 어때요? 좀 괜찮아졌나요? ㅇㅅㅇ;; 애가 먹지도 잘 놀지도 못하고 자는것마저 신통찮으면 참 보고있는 마음이 힘들죠...
    누리야. 얼른 나아. 그리고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내년엔 만날 수 있겠지?

    아기들은 생일 근처에 한번씩 아픈 것일까요? 지우도 지난달 중순쯤 일주일 내 이어진 고열로 식겁했어요. 해열제를 먹여가며 한 주를 버텼더니 열이 떨어지며 온 몸에 열꽃이 피더군요. 돌발진이란 병이었어요. 다행히 그 이후론 컨디션이 괜찮은데 새벽에 한번씩 깨어 크게 우네요. 백일 전부터 밤엔 쭉 붙여 자는 애였는데. 여튼 얘도 이제 태어난 지 1년이 넘었어요. 이제 어렵사리 이족보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 토닥s 2014.09.21 16: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말 이번 감기는 쉽지 않아. 해열제/진통제와 항생제를 동시에 먹고는 있는데 조금씩 나아지는듯해도 눈에 보이는 진전이 없이 아침이면 나아졌다 오후들면 다시 힘들어지곤 해. 한국서 온 손님이 잠시 우리집에 묵으셨는데 그분이 감기로 골골하셨는데, 그 감기가 한국서 와서 여기 약이 안듣나.. 지비랑 그런 이야기를 나눴지. 아직 평소 먹던 밥 양의 절반도 못멋어서 기운이 없어 더 회복이 더딘 것 같아. 그래도 어제부터 정말 조금씩 먹기 시작했으니 나아지겠지. 그래야지.
      이참에 아이 식생활 개조를 해볼까도 생각중.
      그런 말이 있긴하더라.. 생일 근처에 아프다고. 사실 아플 이유야 널렸지.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애타는 건 사실. 병이 길어지니 애는 떼쟁이가 되고 나는 버럭버럭 한다.
      아 아이들이 크긴하네. 걸으면 이젠 (엄마가) 몸이 힘들다. (특히 우린 저질체력이잖아) 너도 건강유의하렴. 지우는 누리보다 빨리 걷네. 말도 빠를듯.

  4. Adieu Kim 2014.09.24 23: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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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Ihope 2014.11.06 15: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연히 왔는데요. 아기 너무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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