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구 만들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3.04 [+1263days]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것 (2)
누리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서 누리가 일방적으로 졸졸졸 따라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이쁘게 생긴 빨간곱슬머리 영국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누리보다는 작지만, 부모 모두 영국인이어서 그런지 말(당연히 영어)을 잘했다.  누리는 그 아이를 친구보다는 언니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누리는 "친구"라고 했지만.

9월에 시작되는 학교부설 유치원의 신청마감이 1월에 있었는데 그때 그 아이의 아빠가 런던 밖으로 이사를 가는데, 이사갈 곳 유치원에 신청하려니 현재 사는 동네에 신청을 해서 전학을 가는 형식으로 옮겨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며 다른 부모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 아이, 누리가 졸졸졸 따라다니는 빨간곱슬머리 아이가 떠나갈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봄학기 중간방학이 끝나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는데, 그 아이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물론 누리는 매일 같이 물어봤다.  그 반복된 질문을 견디지 못한 내가 누리가 보는 앞에서 어린이집 선생에게 물어봤다.  예상했던 대로 그 빨간곱슬머리 아이는 이사를 가서 더 이상은 오지 않는다고.  누리가 이해를 했는지 더 이상 묻지는 않는다.  다행히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잘 놀고 있고, 여전히 어린이집 가는 걸 좋아한다.

+

나는 사실 누리가 그 빨간곱슬머리 아이를 쫓아다닐 때 기분이 좀 그랬다.  아이는 정말 예뻤다.  정말 영국적인 외모가 그렇게 이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부모가 20대 중반쯤, 많아도 후반 정도였는데 역시 부모가 젊으니 아이도 이쁜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아이가 좀 산만했다.
누리가 어린이집을 시작하면서 내가 알게 된 누리의 장점은 누리가 한 가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었다.  마음에만 들면 같은 놀이를 30분도 지겨워하지 않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이것 조금하다 벌써 저만큼 가 있고, 누리가 놀이에 빠져 있으면 누리를 불렀다. 
어쨌든 그건 내가 본 그 아이의 일부였고, 다른 엄마들 말에 의하면 그 아이가 동생이 있어 다른 아이들도 잘 돌본단다, 더 좋은 점이 많아 누리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같이 어울려 놀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하지만 말없이 떠나간 그 집 부모에게는 조금 실망했다.  중간방학 전에 안녕하고 헤어질 때 아이들이 작은 허그라도 나눴으면 좋았을텐데.  절대로 내가 누리의 반복적인 질문에 힘들어서 그런건 아니다(^^ );;
지비도 "아직 애들이 어려서 기억 못할텐데"라고 했지만, 기억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만남과 이별 또한 숫자와 글자 못지 않게 중요한 배움의 내용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걸 배우지 못한 세대여서 서툴지만, 요즘엔 아이들의 감성과 이성에 주의를 기울이며 노력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말이다.  그저 그 부모들이 젊어서 그랬다고 나는 마음을 맺었고, 지비는 그 사람들이 영국인이어서 그렇다고 정리했다.

+

(또 전혀 다른 사진)

중간 방학때 어린이집 일본인 친구와 트램폴린 실내놀이터에 갔다.

어린이집에선 어쩌다보니 일본엄마들과 어울리게 된다.  정서가 비슷해서 그런 것도 같고.  알고보니 나이도 비슷하더란.

두 아이도 좀 잘 지내면 좋겠지만, 둘은 영어가 서툴다.  둘이 앉아서 하는 이야기 듣고 웃고 말았다.  서로가 아는 영어를 총동원해서 이야기하다 부족하니 원, 투, 쓰리..가 나오더란.  말 안통해도 잘 지내면 좋겠네. :)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JJS0406 2016.03.07 11: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기억을 못할수도 있겠지만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은 분명
    무의식속에 심어질 것이기 때문에..

    저도 호주에서 살때 일본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던게 기억나네요.
    아무래도 정서가 상대적으로 우리와 비슷해서 아닐까요?
    (그러다가도 east sea 얘기만 나오면 서로 소원해졌던 기억이...)

    그나저나 누리가 신났네요. 귀여워라. ㅎㅎ

    • 토닥s 2016.03.07 14: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 일이 있고 며칠 뒤 누리가 보는 프로그램에서, 만 5세 정도 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예요, 친구가 이사간다는 이야기에 서운해하는 장면이 나왔어요. 그걸 본 남편이 '아.. 애들도 서운함을 아는구나' 싶었답니다.ㅋㅋ

      작년 1월에 언니가 영국에 와서 함께 여행을 갔는데, 누리는 그 이후 그때 묵었던 호텔 체인 간판을 볼 때마다 언니와 여행갔던 이야기해요. 그런 걸 보면 만 5세는 커녕 그보다 어린 아이들도 기억이 오래 간다는 이야기지요. 빨간곱슬머리 친구의 이야기는 꽤 오래 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오늘도 물어봤답니다)

      네, 누리는 몸으로 하는 거의 모든 걸 좋아한답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럴테지만. 그래서 트램폴린 실내놀이터에 가서도 한시간 내내 뽀잉뽀잉.. 강철체력이예요. 밤엔 피곤해서 울지만.ㅋㅋ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