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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22 [+946days] 아이들의 밥상 (2)
어제 아동센터에서 만난 이웃과 오늘 오전 놀이터에서의 소풍을 약속했다. 소풍이라 별개 아니라 점심을 싸들고가서 놀이터 벤치에 앉아 먹는거다.
나는 누리가 밖에서 먹을 수 있을만한 치즈+완두콩+버섯+새우가 들어간 짭짤한 번을 구웠고 혹시 몰라 햄과 치즈만 식빵 사이에 넣은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보통 번엔 잘게 자른 베이컨이나 햄을 넣는데 독일인 이웃의 남편이 무슬림이라(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베이컨과 햄을 대신해 새우를 넣었다. 그리고 스푼과 포크 없이 집어 먹을 수 있는 사과와 포도를 준비했다.
가서보니 이웃 아이의 점심은 여기서 라이스케이크라고 불리는 손바닥만한 쌀뻥튀기와 프렛젤 과자 그리고 건포도였다. 아이가 먹는게 그거라고 그렇게 준비해온 이웃. 한 시간쯤 뛰어놀다 허겁지겁 번을 먹던 누리는 친구가 과자를 먹고 있으니 번을 반쯤먹다 말았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보길래 빵먹고 과자 먹자니 햄치즈 샌드위치를 먹겠단다. 그나마도 반에 반 먹다 말다 친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니 저도 샌드위치를 들고 일어서긴 했는데 놀기도 불편하고, 먹기도 불편하니 먹지 않겠단다. 번이나 샌드위치는 나중에 먹여도 될 음식이니 그냥 두었다.

이웃은 늘 잘먹는 누리가 부럽단다. 집에서 밥 하랴, 밥 먹이랴 타는 내 속도 모르고.

이웃의 아이는 과일을 먹지 않고 우유도 먹지 않아 변비로 고생을 한다. 이웃은 가족을 위해 농장직거래장터/가게를 찾아다니거나 독일빵/음식을 먹이기 위해 독일계 마트로 장을 보러다닌다. 리들과 알디인데, 그 매장들은 집 근처에는 없다. 차를 타고 최소 20-30분이다. 그렇게 날고 뛰어도 아이들은 먹지 않고, 파트타임 일터에서 돌아와보면 아이들은 집근처 구멍가게에서 구입한 단 사탕이나 짠 감자칩을 먹고 있으니 속이 상한단다. 아이들의 할머니와 육아를 나눠하니 그런 일이 생긴다.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엄마가 신념이 있어도 그대로 키우기 어려운 아이들인데. 내가 할 말이 있나. 그래도 육아를 나눌 가족이 바로 옆에 있는게 부럽다고 할 밖에. 정말 부럽긴하다, 그 부분은.

누리 또래, 아이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만나면 빠지지 않는게 아이들 먹는 이야기다. 나 또한 늘 묻곤 한다. 어떻게 먹이는지. 요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거기다 아이를 견뎌줄 인내심까지) 부족한 나로써는 해먹이는 일이 정말 큰 어려움이다. 그런 내가 부럽다니. 털썩.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가 어렸을 때를. 일년 내내 찌개와 김치로 밥 먹고 겨울이나 되어야 김을 밥 싸먹었던 어린 시절이었다. 가끔 달걀후라이에 (달걀 후라이는 후라이라고 써야 느낌이 산다, 프라이가 아니라) 참기름과 간장, 깨를 넣은 양념에 비벼 먹었는데 그런 날이 흔하지도 않았다. 입맛이 없을 때 노란 마아가린 한 숟가락을 간장과 비벼먹었다고 지비에게 말하니, 버터도 아니고 한낱 가공식품에 지나지 않는 마아가린에 밥을 비벼 먹는다고 막 (비)웃었다. 그래도 늘 배고프고 먹을 게 없던 시절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책으로 읽어도 책은 책일뿐 일상에 답을 주지 않는다. 책과 현실의 간극이 더 힘들게 할뿐.

정말 굶기는 게 답일까?

지비와 나는 간단하게 먹고 산다. 집에서 파전을 구웠다 하면 사람들이 "와 대단해"한다. 사람들이 놀라운 건 파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파전을 굽는 게 놀라운 것이겠지. 하여간 그렇게 파전을 구우면 밥과 파전 그게 끝이다. 우리집엔 다른 밑반찬이 없으니. 가끔 김이나 김치가 있지만 흔하지 않은 일. 우리집 음식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한 접시에 다 담아먹는다.
이렇게 살림하는 내가 한국 아내들은 부럽다고 한다. 쪼대로 하니까.
그런데 누리밥은 또 다르다. 채썰고 지지고 볶고 난리법석 해도 먹는 둥 마는 둥. 이젠 이 짓(!)도 힘들어 우리밥과 누리밥을 따로하지 않는 쪽으로 머리를 굴린다. 그래서 사흘이 멀다 않고 우동, 리조또, 그리고 파스타를 먹는다. 우동은 한 번은 끓였다가 한 번은 볶았다가. 파스타는 한 번은 크림 소스 한 번은 토마토 소스. 그렇게 가짓수를 늘릴뿐이다. 그런데 정말 이것도 힘들다.

넋두리가 끝이 없네. 요기서 줄이고 낮잠든 누리나 깨워야겠다.

그래도 아이들의 밥상/입맛은 두고두고 생각해볼 꺼리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리도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해 과일만 다양하게 많이 먹는다뿐이지 그렇게 잘 먹는건 아니다. 그렇다고 내 어린시절과 비교하는 것도 답이 아니고.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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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호선 2015.04.27 22: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엄마, 안녕하세요. 저와 참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시네요. 저도 남편과 먹는 밥은 참 단순한데 (한국식으로 반찬을 따로 안 만드니까요) 에릭이 주는 밥은 채썰고, 볶고 신경 꽤 쓰는 편입니다. 그렇게 만들어 줘도 아이가 잘 먹는 편이 아니예요. 한국식으로 때때마다 새로운 반찬 만들어 줄 수도 없고, 아니 폴란드에는 한국식으로 만들수 있는 재료도 별로 없어요. 그러니 항상 만들어 주는게 볶음밥 (호박, 당근, 양송이 버섯, 고기나 연어 또는 칠면조 고기에 밥넣고 볶은것),스파게티, 돈까스, 미역국, 미소된장국, 닭국 등이예요.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아이가 빵을 잘 안 먹고 밥을 먹으려고만 하니 밖에 외출할때마다 보온 도시락을 챙겨야 하니 참 번거로워요.
    누리는 치즈, 햄, 피자 등도 잘 먹는것 같은데 저희아이는 치즈나 햄은 쳐다 보지도 않아요. 이유식을 한국식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아이 입맛이 너무 한국적이 된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때때마다 아이 밥 차리는것도 힘들지만 공들여 만들어 줬더니 안먹고 뱉으면 울화통 터지고 미쳐요...

    • 토닥s 2015.05.01 15: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들 월령이 비슷하니 고민도 비슷비슷하죠? 저도 이유식을 한국식으로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외출할 때 밥 국 싸다녀야 하니까. 이웃 아이들이 빵 파스타 먹을 때 참 부러웠죠. 그런데 크림 종류 파스타를 시도하면서(밀키하니 아이들이 좋아하죠) 자연스레 파스타, 리조또 그렇게 넘어온 것 같아요. 그래도 누리는 미역국이나 어묵탕 같은 맑은 국을 좋아해서 밥을 말아주긴해요. 요즘은 컸다고 밥따로 국따로 먹을려고 하는데 제가 바쁜 마음에 자꾸 말아 먹이게 되요. 저도 할 줄 아는 음식 레파토리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 늘 먹이는 게 고민이죠. 여긴 밖에 나가면 버거와 감자칩을 흔히 먹을 수 있어 누리가 패스트 푸드라도 감자칩(후렌치 프라이) 먹을 수 있음 좋겠다 했는데 어느날 배가 무척 고픈날 처음 먹게 됐어요. 맞아요. 런던은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없고 한식당 일식당도 시내에 많으니 그런 곳에 가서 갈비탕 시켜주거나 우동 시켜주지요. 예전엔 같은 음식을 자주 먹이면 죄책감+걱정 비슷한 게 들었는데 배불리만 먹어주면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한 뒤 제가 편해진 것 같아요. 그래도 안먹는 날은 한 끼 정도 건너 뛰어도 괜찮다고 느슨하게 맘 먹지 않으면 엄마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한국 엄마들이 너무 열심이라 그 이야기 듣고 보고 있음 조바심이 들지만 우린 타국이라 변명(?)하며 좀 느슨하게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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