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10 [life] 마지막 선물 (6)
  2. 2010.08.02 [book] 엄마를 부탁해 (5)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매서워 나고자란 두뫼산골을 등지고 부산이라는 도시로 시집을 갔다.  시집은 대가족이었다.  먹고 살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집을 왔지만, 그도 듣던바와 달랐다.  남편과 시가족은 다들 그러하듯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남편과 대가족이 다닿은 곳은 일본의 오사카와 가까운 고베.  고베는 강제든 그렇지 않든 일하러온 조선사람들이 많았다.  항구여서 공장, 군수공장이 많았다.  집안의 일할 수 있는 남자들은 공장으로 일하러 갔고, 여자들은 조선 사람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밥장사를 하였다.  그곳에서 두 딸을 낳았다.  열아홉살, 스무살 때 일이다.

날이 갈수록 먹고 살만해졌지만, 날이 갈수록 연합군의 비행기 공습도 잦아졌다.  밥을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겨우 걸음마를 뗀 큰 딸의 손목을 잡고, 작은 딸은 등에 업고 반공호로 달려가야했다.
비행기 공습이 매일되고, 고베와 반대편인 서쪽 도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엄청나게 크고 뜨거운 폭탄이 떨어진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했다.  그 말은 조선이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이웃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편과 시가족도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 사이 불어난 가족을 모두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가 날마다 미어터졌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한 명도 빠짐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딸 셋과 아들 넷을 더 낳았다.
다자란 딸 둘에게 나머지 아이들을 맡기고 여러 가지 장사를 하였다.

비록 시의 땅이긴 하지만, 이를 임대해 집을 지었다.  그리고 남편이 죽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계속 장사를 했다.  자식들이 하나둘 결혼해서 집을 떠나갔다.  같은 자리에, 여전히 시의 땅을 임대해 새롭게 2층짜리 집을 지었다.  막내 딸이 결혼해 집을 떠나고 그 2층 집에 혼자 남았다.

먼 도시에 살던 큰 아들이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함께 살기를 바랐으나 떨어져 살았다.  그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큰 아들이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진 것 모두를 큰 아들에게 주고, 2층 집은 세를 주고 큰 아들과 살기로 하였다.  바람대로 아들, 손자들과 살게 되었으나 아무래도 편하지 않았다.  큰 아들이 사업에 실패하고 작은 집으로 옮겨가야해서 큰 아들 집을 나와야 했다.  그래서 2층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전 남편을 잃은 큰 딸에게 아랫층을 세주고 함께 살기로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건강하던 큰 아들이 죽었다.  동네 병원에서 감기주사를 맞고 심장쇼크로 죽었단다.  믿어지지 않았다.  믿어지지 않아도 사실이었다.

2층 집에 홀로 앉아 드문드문 찾아오는 딸들과 나머지 아들들을 기다렸다.  기다림이 유일한 생활이 되었다.  근래들어 조금전 무엇을 했는지 잊는 일이 잦아졌다.  딸들과 나머지 아들들이 의논한 끝에 노인들을 돌보는 시설로 가기로 하였다.  아랫층에서 식사와 살림을 돌보던 큰 딸이 몸이 불편해져 더 이상 돌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자고는 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노인들과 함께, 하지만 홀로 병실에 앉아 여전히 드문드문 찾아오는 딸들과 나머지 아들들을 기다렸다.  2010년 8월 6일 계속 된 기다림을 그만두게 되었다. 

지난 금요일 아침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작은 언니였다.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고 생일축하 인사를 기다렸다.  하지만 언니의 첫마디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였다.

그렇지 않아도 금요일 하기로 했던 자원봉사 인터뷰의 시간 약속이 담긴 메일을 받지 못해 마음이 초조하던 날이었다.  저녁엔 두 달전 예매했던 공연을 보러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데, 그 시간과 인터뷰 시간이 겹칠까봐 초조했던 차였다.  조마조마하게 전화를 기다렸고, 기다린 전화는 아니었지만 언니의 전화라 반가운 마음에 받았던 것이다.

일단 엄마와 통화를 해야할 것 같아, 집으로 엄마 아빠의 휴대전화로 부지런히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곳도 받지 않았다.  겨우 아빠와 통화를 했는데, 엄마는 할머니가 숨을 거둔 후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가 집에 잠시 다니러 갔다고 했다.  다시 집으로 엄마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았다.

언니와 조의금 따위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분주한 가운데 인터뷰 시간 연락을 받아 나는 인터뷰를 위해 집을 나섰다.  인터뷰를 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기로 하였지만, 공연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한국으로 전화해볼까 생각도 하였지만, 시간이 늦어 다음날 하기로 하였다.

공연장 근처에서 만난 지비는 먼저 "sorry about your grandma.."라고 말했고, "why today"라고 말했다.  그건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할머니도, 어느 누구도 정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어느 누구도 나에게 한국에서 생일을 축하한다고 해준 사람은 없었다.
그때서야 나도 '왜 오늘'하고 생각했다.

나는 돌 사진이 없다.  돌잔치도 치르지 않았다.  살림이 더 어려웠어도 언니들의 돌잔치는 치러졌고 돌 사진도 찍혀졌지만 나의 돌잔치는 치러지지 않았다.  계획된 돌잔치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먼 곳에서 지비와 맞는 첫 생일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친가쪽 할아버지 할머니는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외할머니의 부음에 엄마는 나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외할머니의 부음에 이천에 사는 큰 언니 부부가 부산으로 왔다.

그날 외할머니는 비록 엄마에게 큰 슬픔을 주었지만, 내 생일로 적적해할 그날을 잊을 수 있도록해주었고 또 멀리 사는 큰 딸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어쩌면 외할머니가 엄마와 나에게 남긴 마지말 선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할머니의 고단한 몸이 이제 평안해지시기를 바란다.
신고

'런던일기 > 201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fe] 라마단과 만두  (2) 2010.08.12
[book] 렙소디 인 베를린  (0) 2010.08.11
[life] 마지막 선물  (6) 2010.08.10
[book] 다문화이해의 다섯빛깔  (0) 2010.08.07
[life] 한국, 미국, 영국 그리고 폴국  (2) 2010.08.05
[coolture] BBC Proms  (0) 2010.08.03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일공일 2010.08.11 09: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
    그리고 할머니 편안하게 가시길 빌께~

    나 어릴적, 친할아버지 제삿날이라 엄마가 장을 보러간 사이 대구에 계신 외할머니 부고를 들었던게 생생하다. 엄마만 대구로 가고 우리 남매는 집에서 제사 지냈던 기억이... 펑펑 울면서 제사 지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 혼자 대구로 올라가시면서 얼마나 더 슬프셨을까 싶다.
    혼자서... 환갑도 못채우시고 떠나신 할머니를 혼자 뵈러 가시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왜 혼자 가게 했을까... 우리 모두 가고 싶어했는데...

    뭐 나 역시 돌사진 하나 없다. 아무도 돌아가시지 않았지만 없다.^^
    돌잔치는 당연히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들들의 돌잔치도 없다.
    돌사진이야 찍겠지만 돌잔치는 없을거다.
    위로야 되겠냐마는...

  2. 토닥 2010.08.11 16: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고마워요.

    근데 왜 우성이, 성현이 돌잔치가 없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탓하면 어쩌려구. 요즘 세태가 돌잔치 없는 아이가 없잖아요. 물론 막상 돌잔치에 가보면 아이를 위한 거란 생각은 별로 안들더라만.
    뭐 그래도 우성이, 성현이는 사진이 많으니까 나중에 며늘님들과 웃으며 볼꺼리들이 많을껍니다.

  3. 일공일 2010.08.13 09: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돌잔치가 아이를 위한게 아니어서~
    다들 너무 하니까, 나까지 할 필요있겠어? ^^
    가족들끼리 간단한 식사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4. 토닥 2010.08.13 17: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실 사람들은 경조사에 '뿌린만큼 거둔다'는 걸 확인하려고 하드라구요.
    말씀에 동의하고, 주위에 휩쓸리지 않는 선배님 부부를 존경한다는. :)

YES24 - [국내도서]엄마를 부탁해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신경숙(2008). <엄마를 부탁해>.  창작과비평.

두 해 전에 친구 수진이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한 책이다.  평소에 내가 읽어본 책을 주변에 선물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사주었다.  그러고선 나도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는데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첫번째 이유는 왠지 소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무겁다.  '내가 한가롭게 소설이나'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책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하지만, 소설읽는 나를 힐난했던 작은언니 때문에 소설은 늘 읽고 싶지만 멀리하게 되는 존재다.  그래도 늘 선망하는 존재라고 할까나.  두번째 이유는 신경숙의 책이 너무 재미없는 기억으로 남아서다.  내식으로 표현하자면 건조한 리얼리즘계의 책을 써내는 작가인데,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목이 마르다 못해 속이 탄다.  리얼리즘계열의 책을 좋아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신파'다 뭐다 하는 수식어가 있지만, 사람 사는게 다 신파 아닌가.

책은 엄마를 잃어버리면서 글쓰는 딸, 엄마의 기둥인 큰아들, 일생으로 밖으로만 떠돈 남편, 엄마 본인, 그리고 다시 글쓰는 딸의 관점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기억속에서 꺼내고 잊고 있었던 그 존재감을 되새긴다.  엄마는 늘 그들에게 엄마 또는 아내였지만, 엄마 본인의 시점에 가서는 엄마, 아내인 동시에 여자이기도 했다는 그런 이야기다.

당연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나쁜짓하고 돌아다니는 건 아니라는 당당함이 있었지만, 그런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의 의무를 많이 져버리고 살았다.  그럼에도 보통사람의 삶을 재촉하지 않고 나를 신뢰해준 엄마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이곳에 살면서 그런 고마움과 미안함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중인데 것도 참 쉽지가 않다.  뒤늦은 후회랄까.  다행히 너무 늦지 않았음에 감사할뿐.
자기가 철없다고 느낄 정도면 이 책 안읽어도 된다.  그런데 그런 인지조차 없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는게 좋겠다.

이곳에 와서 '가족없이' 지내다보니 가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말을 지비는 싫어한다.  내가 가족이 없다고 징징 거리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나도 가족'이라고 그런다.  그렇기는 하지만서도.
여기서 읽을 책을 한보따리 주문할때마다 어떤 책을 엄마에게 보내줄까를 늘 생각하게 된다.  사실 엄마는 시간이 없기도하고, 나이도 있어 글 읽기가 쉽지 않다.  내가 열권을 읽어내는 동안 얇고 커다란 글씨의 책을 한 권이나 읽을까 말까하는 정도.  그래도 우리엄마는 <태백산맥> 열권 다 읽으셨다.  옆에서 종알거리는 내가 없으니 책이라도 읽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늘 엄마에게 보낼 책을 고민하게 되는데, 마땅한 책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러고보니 보낸 강풀만화는 재미있게 읽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네)  이 책을 구입하면서는 내가 읽어보고, 엄마에게 보내야지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결론은 이 책은 보내지 말아야겠다이다.

자잘한 이유로는 변하는 화자의 인칭이 엄마에겐 복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중요한 이유로는 엄마를 슬프게 만들 것 같아서다.  그 동안 잘못한 것도 많은데, 더는 엄마를 슬프게해선 안될 것 같다.  나이도 있으시고.
엄마에게 보낼 좋은 책 없을까?  우리 엄마를 부탁할 수 있는 그런 책.

2005년 어느 여름날, 바느질하는 우리 엄마

신고

'런던일기 > 201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fe] 한국, 미국, 영국 그리고 폴국  (2) 2010.08.05
[coolture] BBC Proms  (0) 2010.08.03
[book] 엄마를 부탁해  (5) 2010.08.02
[life] 꿀벌  (0) 2010.07.30
[book] 소수자와 한국 사회  (0) 2010.07.29
[life] 폭력에 관한 짧은 생각  (0) 2010.07.28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일공일 2010.08.03 16: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보자~' 하시던 엄마한테 절대 안된다고 해버렸다.
    보여드릴 수가 없었다. ㅎㅎㅎ
    잘지내지? 덥긴 더운 여름이다~ ^^

  2. 토닥 2010.08.03 18: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러게 말이예요. 지은 죄가 많아서. 혹시라도 엄마에게 좋은 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나중에라도.

    여긴 30도가 넘어가면 뉴스가 들썩합니다. 그 정도면 참으로, 뉴스에 나올 정도로 덥다는 말이지요. 그말은 곧 한국처럼 덥지는 않다는 말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해운대의 여름바다가 그립네요.
    습한 여수날씨도 기억나네요. 정말 부산은 쨉이안되게 습하더만요.

    주부로, 백수로, 취업준비생으로 가끔은 자영업 창업준비자로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3. jini 2010.08.04 23: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머니 오랜만에 이렇게 사진으로 뵙네..
    그날이 되면 뵐라나?

  4. jini 2010.08.05 00: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대학교 1학년때 국어와 작문 시간에 공지영과 신경숙 책을 열심히 읽고
    비교해서 리포트를 완전 밤새 써서 그학기 유일한 A+를 받았더랬는데
    그게 인연이었는지 왠만하면 신경숙 공지영 책은 다 읽는데 두 사람이
    자라온 환경에서부터 달라 그 책의 맛도 달르지만
    난 머 가리지 않고 다 좋다..
    나보다 더 훨 잼나게 리얼하게 글잘쓰는 사람들이 늘 부럽듯이 ^^

  5. 토닥 2010.08.05 18: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도 '그날'만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중.( i i)

    요즘 정말 글 잘쓰는 것에 대해 욕심이 많이 간다. 뭐, 가지지 못한 능력이라서 더 그런거지. 너도 쉬는 동안 책 많이 읽으렴. 되면 글도 쓰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