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먹고 지비와 본 논쟁프로그램에 던져진 이슈가 'is squatting immoral?'였다.  squatting은 무단점거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주로 주거지역 무단점거를 이른다.  폴란드에서 온 지비나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무단점거의 이유를 떠나 법치의 범위안에서는 일단 무단점거는 불법으로 이해되며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곳에선 그것이 불법이냐 불법이 아니냐가 아니라 도덕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로 바꾸어 옳으냐 그렇지 않으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내 가 squatting이라는 단어를 알기 전에 한국에서 주택란 문제로 무단점거하는 파리의 홈리스와 활동가들에 관한 뉴스를 본 적 있다.  그때만해도 프랑스가 꽤나 관용적인 나라로 나에게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프랑스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떤 면에서 지나치게 관용적인 나라가 영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생각을 또 한번 굳혀주는 이슈가 바로 squatting right다.  물론 나는 더 관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의 영국은 덜 관용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다.  그에 관한 논의는 여기서 접고.


지난 8월 31일까지 영국에서는, 정확하게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squatting이 불법이 아니었다.  이는 1977년에 제정된 법에 의한 것이다.  이 법이 바뀌어 2012년 9월 1일부터는 squatting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6개월까지의 구형을 받을 수도 있고 £5000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범죄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squatter들이 개인소유의 집을 무단으로 들어와 살고 있어도 인권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길고 긴 절차를 거쳐서만 이들을 내쫓을 수 있었다.  물론 squatter들이 집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서.  하지만 지금은 즉시 경찰 신고를 통해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9월 1일로 법이 바뀌기는 했어도 squatter들의 권리가 어떻게 보호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지비와 나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폴란드는 물론 한국 같았어도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잡아갈 사안 아닌가.  하지만 영국에서는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squatter들이 들어와 피해를 주지 않는 전제 아래서 살고 있으면, 한국에서는 재산권에 피해를 주었다고 할 사안이다, 절차를 통해서만 그들을 내쫓을 수 있고, 주인이 있는 상태에서만 squatter들이 들어오면 주거침입 강도buglar로 신고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가 비슷한 법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이슈에 관한 사람들의 의견이다.  squatting이 범죄냐는 질문에 절반이 약간 넘는 52%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점.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poll/2012/aug/31/squatting-housing?newsfeed=true


물론 48%가 squatting을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squatter들이 이야기하는 주택문제에 동의하기 때문에 혹은 인권문제 때문에 범죄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 떤 사람들은 영국이 복지병과 파업병의 나라라서 그런 것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국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친자본적인 국가다.  그래서 개인의 재산권에 피해가 될 수 있는 squatter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인정했던 것이 개인적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영국은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적어도 프랑스보다는 관용적인 법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월스트릿의 반자본주의자들의 점거운동을 뒤따라 시작한 런던이지만 뉴욕보다 오래 도심에서 점거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영국의 법과 문화는 연구대상이다.


한편, 주택문제를 이야기하는 squatter들을 보면 왜 그들이 정부와 싸우지 않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재산권)과 다투는지는 좀 이해하기 어렵다.  좀더 정당성을 얻으려면 타겟은 주택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며 비이상적인 시장논리에 내맡긴채 높은 집값을 방관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squatter들이 또 그렇게 조직적으로 정책적인 면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하여간 영국 사람들도 연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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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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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_em 2012.12.07 0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squatting 검색하다 우연히 들르게 됐어요. 영국에서도 이제 squatting이 불법이 되었군요!

    • 토닥s 2012.12.07 21: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Squatter가 되시려는 건 아니지요? 외국살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한답니다, 비자때문에. ;)

    • _em 2012.12.08 08: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하하,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 ㅎㅎ 맞는 말씀입니다.
      추방될 수 있다는게...외국인 신세지요 흠.

Diamond Jubilee of Elizabeth II


지난 토요일부터 어제까지는 영국은 Diamond Jubilee Week이었다.  현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60주년 기념주간.

이를 기념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사는 3년전부터 준비되었고, 옆의 로고는 작년인가 정해진 것으로 한 어린이의 그림이다.  한국의 은혼식, 금혼식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래도 더 자세한 정보가 알고 싶다면 링크를 참조하기.


http://en.wikipedia.org/wiki/Diamond_Jubilee_of_Elizabeth_II


이 연휴를 지나면서 영국 사람들에게 '여왕'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아직 정확한 답은 없지만 대략 '애증'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번 쥬빌리 기간동안 날씨가 별로라서 사람들이 '신은 공화주의자'라고 할만큼 공화(국)주의자들은 여왕의 존재를 반대한다.  세금낭비라는 비판과 함께.  그래도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여왕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나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게 내 입장으로선 참 신기하다.


영국에서 여왕은 전통의 상징이면서, 역사 속에서 영국이 잘나가던 시절을 상징한다.  한국에선 연예인 뒷담화가 대표적인 가쉽이라면, 영국에선 왕실의 뒷담화가 대표적인 가쉽이기도 하고.  다이애나 왕비의 죽음 이후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던 영국 왕실은 작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와의 결혼으로 그 인기를 절정으로 회복하더니, 올해 다이아몬드 쥬빌리를 통해서는 인기가 절정을 넘어 하늘로 치솟은듯하다.  이렇게 영국의 경기가 어려운 와중에서도.


왜 사람들이 여왕을 좋아할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영국의 상징이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상징과 전통이 고집스럽지만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쥬빌리 기념 주간이 된 6월 5일은 사실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날이다.  그녀가 아버지 조지 6세 다음으로 여왕이 된 것은 1952년 2월 6일이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은 4월 21일이다.  그리고 그녀의 여왕 대관식은 1953년 6월 2일이다.  그런데 왜 6월 5일이 쥬빌리 기념일이 되었을까?

정확한 건 모르지만 지비랑 나의 추측은 6월 4일 월요일이 영국의 공휴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소한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4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쥬빌리를 보기 위해 영국의 각지에서 Commonwealth의 각지에서 사람들이 런던으로 몰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또 많은 영국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을 간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번주는 이곳 학교의 Half term으로 짧은 방학기간이다.  영국의 학부모들은 이 하프 텀에 휴가를 어떻게 내고,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큰 고민 중에 하나인데 휴가를 얼마 쓰지 않고도 이 기간을 보낼 수 있게 됐으니 여왕님이 왜 고맙지 아니할까.


내가 사는 동네, 정확하게 옆동네는, '감히' 중산층이 사는 동네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동네의 하이스트릿은 주말, 휴일과 상관없이 늘 가족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렇다고 시내처럼 번잡하지는 않고.  길거리에 까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영국에서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식육점과 생선가게도 있다.  유아관련 상품점이나 유기농 관련 상품점도 많고, 수제 초콜릿 가게 같은 것도 있다.  이곳에 있는 옥스팜은 보통의 옥스팜과 달리 샤넬 같은 이른바 명품을 취급한다.  그래서 시내도 한산한 주말 오전에 아침, 브런치를 위해 나온 사람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다. 

그런데 이 동네의 하이스트릿이 여느 때와 달리 텅비었다고 지비와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한들 살만한 사람들은 그래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게 아닐까가 하는 것이 지비와 나의 두번째 추측.


다이아몬드 쥬빌리 다음은 뭘까?


25주년이 실버 쥬빌리, 50주년이 골든 쥬빌리면 그 다음은 뭘까하고 어제 지비와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빈말로 "플래티넘 아닐까?"했는데 오늘 찾아보니 그게 정답.('_' );;

원래 다이아몬드 쥬빌리는 75주년 기념이어야 하지만, 여왕 즉위기념은 60주년을 다이아몬드 쥬빌리로 기념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다이아몬드 쥬빌리를 기념한 여왕은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이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두번째다. 

플래티넘 쥬빌리가 75년이 될꺼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여왕 즉위기념은 통상과 달리 70주년을 플래티넘 쥬빌리라고 한다.  지금의 엘리자베스 2세가 86살이니까 70주년이 되면 96세가 될테다.  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이 91세니까 플래티넘 쥬빌리가 아예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그때도 우린 하루 더 임시 공휴일을 가지게 되겠지? (^ ^ )


Royal River Pageant










지난 2년 간 5월와 8월에 있는 공휴일에 우리는 캠핑을 갔다.  그리고 그 외 연휴에도 꼭 여행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임신 때문에 부활절 연휴도 집콕했고 ,5월의 공휴일에도 아무런 계획을 잡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쥬빌리에 관한 아무런 생각과 계획이 없던 지비와 나는 당일 아침 즉흥적으로 다이아몬드 쥬빌리 기념 템즈강 보트행렬Royal River Pageant를 보러가기로 했다. 


이 패전트는 지난 일요일인 6월 3일에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집에 머물까 말까를 열번은 더 고민하다 나선 길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집을 나가 있는 동안은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우리는 짧은 시간(?)만 나가 있었기  때문에.


보트행렬은 여왕이 탄 배를 선두로 천 여개의 배가 챌시브릿지부터 타워브릿지까지 템즈강에서 행렬을 하는 것이다.  템즈강의 상류인 햄튼코트 팔래스Hampton Court Palace에서 시내까지 왕이 배를 타고 왔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데, 현대에는 일어난 일이 없는 행사라고 한다.


옆에 있는 그림은 이번 행사의 모티브가 되었던 패전트의 기록화로 현재 이 그림은 그린위치에 있는 해양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패전트에 관해서 더 궁금하다면 링크와 동영상 참고하기.


http://www2.thamesdiamondjubileepageant.org




우리는 시내로 갈까, 집에서 가까운 챌시다리로 갈까 몇 번을 마음을 바꾸었다가 시내로 방향을 잡고 나섰다.  시내에 있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서, 템즈 강변쪽으로는 아예 갈 수가 없다는, 지하철 안에서 챌시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쪽에 있는 사치갤러리도 함께 가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사실 연말의 불꽃 놀이와는 달리 챌시다리부터 타워브릿지까지 긴 구간 패전트가 진행되니까 좋은 전망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볼 수는 있겠지하면서 약간 느슨하게 생각했다.  챌시브릿지에 도착하고서야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됐다.  시내보다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 챌시브릿지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나마 강물이 조금이라도 담긴 사진은 지비가 찍은 것들이고, 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보트는 커녕 템즈강도 못봤다.  템즈 강변에서 말이다.  연말 불꽃놀이처럼 발딛을 틈없이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뚱뚱한 배를 하고서 다닐만한 곳은 못되서 지비랑 일찍 포기를 하고 챌시브릿지를 벗어났다.




사치갤러리로 가는 길목에 발견한 케익가게. 


갤러리로 가기 전에 고픈 배를 채우려고 맥도널드에 갔다, 임신하고서 맥도널드가 땡긴다.  줄이 넘쳐나서 잠시도 머무르기 힘들어 포기하고 돌아나왔는데, 여느 가게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갤러리도 포기하고 어서 집에가서 밥먹자고 돌아와버렸다.

집에 도착해서 이틀전에 만든 카레와 밥을 급하게 전자렌지에 데우면서 TV를 켜보니 여왕이 막 타워브릿지에 도착해서 손을 흔들었다.  역시 TV로 보는 게 최고라고 지비랑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날 있었던 쥬빌리 콘서트는 아예 가볼 생각도 않고 처음부터 TV로 시청했다.


통 큰 여왕님


다른 사람들처럼 여왕에 열광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참 괜찮네'하고 생각했던 대목이 두 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6월 4일 월요일에 쥬빌리 콘서트.  영국을 대표하거나 혹은 세계적인 아티스들을 초대한 이 공연의 티켓은 무료로 배포되었다.  물론 치열한 경쟁이있었겠지만 신청하고, 로터리 방식으로 정해진 것 같다. 

쥬빌리 콘서트에 앞서서는 버킹엄 팔래스에서 왕실 주관인 피크닉도 있었다.  티켓은 피크닉과 쥬빌리 콘서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정확한 인원은 모르겠지만 대략 만 명의 보통 사람들이 초대되었다.  왕실에서는 이 만 명의 손님을 위해 햄퍼Hamper를 준비했다.  햄퍼는 피크닉 바구니.  그 안에는 대표적인 영국음식들이 들어있었고, 음료가 제공되었다.  확인해보니 이 햄퍼는 이베이ebay에 £130에 나와있다.  만 명을 위한 피크닉 도시락 바구니, 멋지다.


http://www.bbc.co.uk/news/in-pictures-18324097


두번째는 6월 3일 일요일에 있었던 패전트.  천 여대의 각종 보트가 동원됐다.  지나서 TV로 보니 장관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 대목은 다른 부분이다.  여왕의 보트가 먼저 도착해서 뒷따라 오는 배들을 맞았다.

여왕의 배가 도착하고서 한 시간이 넘도록 배들이 뒷따라 왔는데, 그녀는 계속 서서 뒷따라 오는 배들을 맞았다.  물론 의자가 준비되어있었지만, 왕실 가족 어느 누구도 앉지 않고 간간히 손을 흔들며 배를 맞았다.  좀 괜찮지 않나?


Street Party


이번 다이아몬드 쥬빌리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트릿 파티Street Party였다.  쉽게 말하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 거다.  개인적이어서 이런 문화가 없을 것 같은 영국에도 과거엔 이런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젠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살아가게 되면서 이런 문화가 많이 없어졌는데, 그래도 실버 쥬빌리와 골든 쥬빌리 그리고 작년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 동네 사람들은 이런 스트릿 파티를 했고, 이번 다이아몬드 쥬빌리에도 많은 스트릿 파티가 열렸다.


영국 전역에 9000여 개의 파티가 신고되었다고 하니까 모든 동네에서 열린 것은 아니다.  그나마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사는 동네 정도에서 열린셈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옆동네에서 지난 주말 동안 몇 번의 파티를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시골에서는 여전히 하고 있는 마을잔치인셈인데, 사실 한국의 도시에선 이젠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런던에, 영국에 벌어지고 있다는 게 참 새로웠다.  지비랑 나는 과연 런던이, 영국이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는 동네인가를 가끔 이야기하곤 하는데 스트릿 파티는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요렇게 다이아몬드 쥬빌리 Week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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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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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orom Lee 2012.06.07 23: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재미있게 읽었어요. 호주도 돌아오는 월요일 여왕 생일이라고 쉬던데 정작 태어난 날과는 관련이 없는거였군요!

    • 토닥s 2012.06.07 2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영국의 미디어에는 호주나 캐나다 시민들이 영국왕실에 환호하는 것으로 비추어지는데 실제로 그런지 저도 궁금하네요.
      별로 상관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휴일이니 즐겁죠? 좋은 휴일 되세요. :)

    • Chorom Lee 2012.06.07 23: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가 듣기론 시드니 어딘가에서 그런 행사가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사는 지역은 애들레이드 인데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어보여요. 호주친구들은 호주가 Commonwealth 밑에 있어서 영국 여왕이랑 아주 조금 연관있다고는 말하지만, 즉위니 생일이니 이런건 자기들과 상관 없는 일로 여기는 것 같아요. 저는 학생인 관계로 시험기간이라 휴일에도 쉬지 못한답니다 흑흑. 토닥씨도 좋은 휴일 되세요 :)

  2. gyul 2012.06.08 03: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영국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우리나라도 여전히 왕이 존재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TV드라마를 볼때도 그렇고...
    우리들을, 우리 나라를 상징할수 있는...
    작은 나라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금까지도 볼수 있다면
    좀더 스스로에대한, 나라에 대한 정체성과 존재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물론 너무 상투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고궁에 가보면 더욱 그런생각을 많이 하게되더라구요... ^^

    • 토닥s 2012.06.09 05: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세금이 꽤 많이 들꺼예요. 하지만 영국왕실은 문화상품으로써의 역할을 아주 잘하고도 있죠. 돈도 잘 번답니다. :)

지난 5월 3일 영국에도 투표가 있었다.  아직도 제대로 이해가지 않는 시스템이지만, 내 식대로 이해하면 런던시장과 시의회쯤으로 이해되는 투표가 있었다.  영어 명칭으론 London mayoral & London assembly eclection이다.  런던시장은 간단하니 패스.  이 assembly를 이해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일단 Greater London은 런던광역권쯤 되는데 그 안에 14개의 구역이 있다.  이 14개의 구역이 한국의 구에 해당하는 Borough와는 또 달라 이해하는데 어려웠다.  참고로 내가 사는 곳은 Hammersmith & Fulham Borough고 Assembly 구역으로는 Kensington & Chelsea와 Westminster와 함께 West Central이다.  한국식으론 중·대 선거구로 이해해야하나?( ' ')a


하여간 이 집에 이사오고나서 선거인으로 등록하라는 우편이 왔다.  물론 그때는 선거와는 상관없는 때였는데.  사는 사람 이름에 지비와 내 이름을 올리니, 지비는 되지만 나는 안된다는 공손한 답장이 도착했다.  알고 있었지만, 그냥 내 이름도 넣어봤다.  유럽인의 경우 국회의원선거격인 MP 선거를 제외하고 지역자치단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2~3월쯤 지역자치단체 선거를 위한 선거인 확인 메일이 한 번 날라오고, 4월 초에 투표를 우편으로 할껀지, 직접 5월 3일에 할껀지를 신청하는 우편이 한 번 더 왔다.  우편으로 하겠다는 신청서를 보내고나니 신청서를 잘받았다는 확인과 투표Kit이 언제쯤 도착할 것이라는 안내장이 다시 우편으로 날라왔다(이 나라는 우편시스템을 민영화하면 투표에도 꽤 많은 비용이 들겠구나 싶다).  그리고 드디어 4월 20일쯤 투표Kit이 도착했다.  지비는 별로 관심도 없는데, 내가 신청하라고 독촉하고 투표Kit도 내가 더 열심히 들여다봤다.  궁금해서.



내 입장에선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이번 4.11총선 때 재외국민선거를 하면서 해외 살아 투표하기도 어려운데, 이건 뭐 해외에서도 서울capital 아닌 지역에 살면 투표하기도 어렵겠다 싶었다.  미국 같은 곳이야 몇 군대의 투표소가 설치되었지만, 그래도 넓은 건 안다, 영국은 단 한 곳.  런던에만 투표소가 설치되었다.  투표기간이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이 넘기는 하였지만, 지역에 살면 하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경우 런던에 많은 수의 재외국민이 있고, 맨체스터지역에 또 상당한 학생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비싼 대중교통 비용을 생각할 때 투표하겠다는 마음 먹기가 쉽겠는가.  편도 3시간 기차타고 오는 것도 힘든데 비용까지 상당하니 말이다.

한국의 재외국민선거의 경우는 우편투표가 논의되었다가 부정투표 소지가 있어 논의로만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이라고 그런 소지가 없겠냐만, 그러면 투표소를 많이 설치 하던지.(-_- );;



투표Kit에는 모두 3장의 투표용지가 들어있었다.  한 장은 런던 시장 선거용, 한 장은 Assembly 지역구, 그리고 한 장은 역시 Assembly용이었지만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었다.  투표할 내용마다 용지의 색깔이 달라 참 좋다고 생각했다.


런던 시장 선거용은 간단하니 다시 패스.  Greater London의 지역은 14개로 나뉜다.  각 지역구에서 한 명씩 선출되고, 또 11명은 정당 투표율에 의해서 결정된다.  한 석이라도 얻으려면 5%이상의 정당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한다.


런던 시장과 Assembly 지역구 투표는 First vote와 Second vote를 하게 되어 있다.  우리식으로 풀이하자면 1순위, 2순위 선택쯤 되겠다.  First vote에서 50%를 얻지 못하면 당선자로 확정하지 않고 First vote에서 1위와 2위를 얻은 후보자만 Second vote의 표를 더해 최종 당선자 확정한다.  지비랑 나는 이거 이해하는데도 한참 설명문을 들여다 봐야했다.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것도 특이하지만 나는 투표용지에 기입된 후보자, 정당들의 기호표기도 새로웠다.  한국은 정당 의석수로 결정이 되지만, 여기선 그냥 알파벳 순이었다.  후보자의 이름 알파벳 순으로 정해진다.  정당의 이름도 마찬가지.  이거 참 괜찮다 싶다.  한국에선 무조건 1번이라는 식으로 선거운동도하고, 사람들도 그렇게 투표하기도 하니까.  알파벳 순으로 정해지면, 내가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자를 찾기 위해 한 번은 더 훑어 봐야하니 좋은 것 같다.



투표 후 담아야 할 봉투가 2개 들어 있다.  A봉투는 투표자의 서명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걸 보고, 그럼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꺼 아니야하고 단순한 지비랑 나는 일순간 놀랐다.  알고 보니 이 서명 부분은 밀봉될 부분 다음에 날개처럼 달려 있어, 관련 기관에 도착한 뒤 서명부분만 절취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밀봉된 A봉투는 개표를 위해 따로 보관되는 것이었다.  그 A봉투 자체를 다시 B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보내게 되어있다.

한국 같으면야 의심스러워서 잘 될까 의문인데, 나도 재외선거 후 내 투표용지가 제대로 가는건지 살짝 의심이 되긴 했다, 일단 여기선 이렇게 한다.


투표가 투표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비밀투표가 될 가능성은 적다.  지비만해도 누굴찍을까, 어느 정당을 찍을까 내게 물어왔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에선 부모-자식간에 다른 사람, 다른 정당을 찍는다고 등질 일도 아니라서 상관없겠다 싶다.  오히려 가족내 토론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도 긍정적인 생각도 든다. 


낯선 선거제도를 인터넷으로 검색해가면서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다시 보내고나니 이번 선거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 후보자들의 내용이 담긴 공보물이 날라와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공보물엔 선거 정보는 물론 Assembly,  First vote와 Second vote에 관한 설명도 있어 조금만 일찍 왔으면 유용했을 것 같다.




지비가 투표용지를 보내고서 일주일 뒤, 선거 2~3일 전부터 동네 곳곳에 투표소가 설치되고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영국에 와서 투표소에 관련된 사진 한 장을 봤는데 어느 시골 동네 미용실에 설치된 투표소였다.  왠지 그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런던 역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마다 크지 않은 투표소가 설치되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표를 관리하는 사람이 편한 것이 아니라 투표를 하는 사람이.


재외국민선거를 하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여러 나라의 상황을 보고 살펴 우려를 보완해 당장은 어렵더라도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 있게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영국의 지역자치단체 선거 결과?

런던을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 보수당이 의석을 잃고 그 자리를 노동당이 되찾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우리가, 내가 주의깊게 볼 부분은 보수당과 연정한 자유민주당 역시 큰 영향을 받을 많큼 많은 자리를 잃었다는 점.  일반적인 시민들의 지지를 잃은 것이기도 하지만, 기존 그 당이 고수해오던 많은 가치들을 보수당과의 연정을 위해 포기한 결과 전통적인 지지자들도 많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지켜야 할 가치를 간과하면 지지도, 결국은 존재자체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이걸 한국에서 중도 혹은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좀 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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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스와 토크쇼에 Military Wives Choir의 앨범이 3월 12일 Mother's Day에 맞추어 발매된다는 소식이 나왔다.  영국 군인들의 아내 합창단쯤 되겠다.  지역별로 몇 개의 합창단이 있었는데, 합쳐져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난해말 차트 상위권에도 올랐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1년 전쯤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다룬 영화를 봤는데 참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감독과 프로듀서가 말하기를 영국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전역한 10%의 전역군인들이 현재 폭력 등과 연루되어 감옥에 수감중이라고 한다.  폭력 범죄이전에 그들은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말이다.  그들 못지 않게 가족들에게도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족들은 고사하고 당사자인 전쟁에 참여했던 전역군인들도 아무런 처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합창단은 좋게 보이기도 하고, 위험하게 보이기도 한다.

좋게 보이는 건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함께 뭔가를 나눌 수 있고,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함께하는 시간과 노래라는 예술활동이 어느 정도 그들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상처를 정화하는데 도움이 될 꺼라고 생각한다.
위험하게 보이는 건 '애국심'이고 '자비심'이다.  이 두가지는 나쁜 덕목은 아니지만 애국심의 경우는 도가 지나칠 때, 자비심의 경우는 그저 자비심에만 그칠 때 위험하다.  애국심의 경우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내가 걱정하는 건 '그저 자비심 또는 동정심'이다.

매년 11월엔 Rememberance Day를 시작으로 전쟁과 관련된 각종 기념일과 행사들이 넘쳐난다.  모금도 동시에 진행되는데, 길거리에서 종이로 만든 양귀비 꽃을 파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고, 또 이 꽃을 단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사랑의 열매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랑의 열매가 연말 불우이웃 돕기라면 양귀비 꽃, 여기선 Poppy은 전역, 퇴역 군인들을 돕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영국의 이례없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최대모금액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접할 수 있는 전사자 소식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은 £1~2파운드 기부하고 가슴에 포피를 달고 전쟁에서 혹은 전쟁에서 돌아와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이다.  일주일에 한 두 명씩 죽어 돌아와도 포피를 사든지, 기부를 하면서 슬픈 표정을 지을뿐 군대를 철수하자거나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그리고 참 위험해 보인다.  그것이 이 Military Wives Choir를 좋게 보면서도 위험하게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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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런던에 오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홀비시티 Holby city라는 병원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  뉴스는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었지만 그나마 드라마는 그림만 봐도 이해가 되니까 즐겨 봤다.  주로 TV를 틀어놓고 얼굴은 노트북이 박고 있었지만.  그러던 어느날도 홀비시티를 보고 있었다.  보고 있었다기 보다는 듣고 있었는데, 켜놓은 TV에서 한국말이 흘러나왔다.  놀라서 고개돌려 자세히 보니 한국말이 맞았다.  한국말이긴 했는데 정확하게는 북한말이었다.  북한 난민인 부부가 샴 쌍둥이를 출산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였다.  난민 지위인지라 보통의 케이스와는 약간 달란던 것이다.  그래도 그들 부부는 영국의 의료혜택을 받았다는 그런 에피소드.  그걸 보고 당시 룸메이트였던 아이에게 이야길 했더니 런던에 북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마침 그 친구 주변에 난민 지위 신청을 한 알바니아 친구가 있어서 룸메이트도 난민에 관해 약간의 정보가 있었다, 북한 사람들을 포함해서.  그 때 그 친구의 말이 한인타운의 식당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식당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조선족인 것처럼.

#02.
이후에 스스로를 북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를 보고 일본 사람 또는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더듬더듬 영어로 말을 걸어온 분이었는데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한국말을 나누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한국 사람이냐고.  그렇다고 하니 본인은 북한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직업군인이었다고.  50세가 훌쩍 넘은 분답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왔다.  부산이라 하니 친구들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에서 일한다고 했다.  속으로 '북한 사람인데 부산 영도는 어떻게 알고, 한진중공업은 어떻게 알아. 간첩아냐?' 했는데, 그랬단다.  북한에서 직업군인이니 그런셈이다.  그 분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탈북한 군인인가보다, 친구들은 남한으로 본인은 제3국으로 왔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서 안 일이지만 영국에 있는 북한 사람들은 탈북해서 남한으로 가지 않고 곧 바고 제3국인 영국으로 온 사람의 수도 적지 않지만, 남한으로 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남한의 여권으로 영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안타깝지만, 그런 경우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불법체류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03.
W에 일하면서 북한말을 하는 청년 셋을 만났다.  만났다기보다는 봤다라고 해야 맞는 표현, 통성명을 하지 않았으니.  그냥 조선족이라고 생각했다.  조선족인 경우 국적은 중국인 셈.  그런 경우 여기서 일을 하고 있다면 대부분 학생비자 소지자.  어느날 그 청년 셋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한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떻게?'라고 혼자서 생각하다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탈북자란다.  그 이야기 들으면서 '헉'했다.
매니저가 덧붙인 말이 애들이 고생이 많다고.  그 친구들 경우는 남한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제3국인 영국으로 와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난민들에겐 생활보조금과 주택이 주어지는데, 그 친구들의 경우는 버밍엄 지역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매니저 말이 생활보조금으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이 그냥 시간을 죽이는 일,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친구들은 그 혜택을 포기하고 런던으로 왔다고 한다.  일하면서 제 힘으로 살기 위해.  W에서 했던 일은 힘은 들지만 배워두면 나중에 일본레스토랑에서라도 일할 수 있으니 열심히하라고 매니저는 그 친구들을 다잡곤 했다, 마치 동생들처럼.  그 이야길 들으면서는 '흑'했다.
그 친구들의 경우는 십대 초반에 탈북해 영국에 오기 전까지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해 영어가 남한의 또래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했다.  영어 수업도 들으려고 하지만 W에서 하는 일이 고되다보니 그도 쉽지 않다는.  그런 아이들이 월급 날에 월급받았다고 스타벅스에 가서 까페라떼를 사들고 온거다.  마음이 씨려서 목구멍에 라떼가 넘어가질 않았다.
뭘 해줄 수 있을까, 뭘 도울 수 있을까 생각만하면서 그 청년들을 훔쳐봤다.  그러다 트레이닝 기간이 끝나서 나는 더 이상 그 W에서 일하지 않게 됐다.  더 연을 이을 기회가 사라졌지만 그 청년들을 계기로 이곳의 북한 사람들에게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겁도 없이 그 북한 사람들을 다큐먼트리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꼭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04.
일년이 훌쩍 지나 내가 집에서 가까운 W에서 일하게 됐는데, 그 브런치로 이전에 봤던 청년이 옮겨 온거다.  일손이 모자라 매니저가 땡겨온 모양이었다.  몇 주쯤 지켜보다 한국말로 인사를 건냈다.  "아 한국 사람이세요?" 반갑게 말을 받는다.  내가 일년 전쯤 다른 브런치에서 봤다고 하니까, 자기는 기억을 못하는데 어떻게 자기를 기억하냐고 그런다.  다른 두 친구는 잘 있냐고 하니, 그건 또 어떻게 아냐며 화들짝 놀란다.  서로 뻔한 이야기지만, 당황스러운 소재일 것 같아서 '탈북자'같은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단지 검은 마음을 품고 좀 친해져야겠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그 뒤로 볼때마다 반갑해 인사를 해왔고, 나는 틈틈이 그 친구를 관찰했다.  나름대로 외국인 스태프들과 영어 한 마디라도 써볼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여자 스태프들에겐 흑기사마냥 나서서 도움도 준다는 것도 눈에 보였고.  내게도 틈틈이 말을 걸어 왔지만, 어느날 나는 내가 겁없는 마음을 먹었다는 걸 진심으로 깨닫게 됐다.  그 친구는 나름 자신을 포장하고 있었지만, 그 친구는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거칠었다.  참 표현하기 힘들지만, 그 친구의 삶이 너무 거칠어서 감히 내가 다큐먼트리 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지었다.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거칠고, 내가 책임감 없이 그 친구들의 삶에 뛰어 들어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뛰어들 수는 있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는거다.  그래서 이 주제는 그냥 엎기로 했다.  더 이상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주제는 이름도 정해지지 않고 엎어졌다.

#05.
한국에서 사진하는 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영국의 탈북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겠다'고.  런던에 왔던 서선배도 그런 반응이었지만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도 이 소재가 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서선배에게 넘기고 나는 현지조사로 껴달라고 할까?  왠지 서선배라면 그 사람들을 꺼리로 써먹지 않고 나보다 더 따듯하게 감싸줄 수 있을 것 같다.  FTA 건으로 농촌에 취재가서 농민회 분들과 친구가 된 사람이니까.  정말 서선배에게 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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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0 21: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1.09.13 18: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되려 맨투맨 친구 하기는 자신이 있지만, 그 이상이 어려울 것 같아 어려워. 또 사진 뒤 ' and then?'에도 답을 찾기 어렵고. 뭐 또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 난민지위로 대중에 노출되는데 제약, 그리고 북한과 남한의 관계 등등 좀 복잡해. 새로운 세기에 간첩이 되고 싶진 않아.

[life] 빨래

런던일기/2011년 2011.06.09 22:52 |

영국에 살면서 날씨에 의존해 뭔가를 계획한다는 건 부질없는 일이라고 일찍이 생각해 왔지만, 빨래를 발코니에 널었다 다시 접어 옮겼다 하면서 '참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고 침대 커버, 이불 커버 세탁을 결심했다.  아침을 먹자 말자 파란 하늘이 사라질까 무섭게 세탁기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세탁이 끝나기도 전에 파란 하늘은 온데 간데 없고 구름 낀 하늘이다.  그래도 '뭐 비만 안오면 그게 어딘가'하면서 발코니에 의자를 펼치고 커버 하나를 내다 놓고, 나머진 건조대에 걸쳐 실내에 두었다.  물론 발코니의 문은 활짝 열어둔 채로.

자전거 등록 때문에 오기로 약속했던 경찰관이 와서 자전거를 보관해두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유리창 밖으로 비가 오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사실 우리집 발코니에는 윗층 발코니가 있어 비가 바로 들이칠 염려는 없는데, 당시는 그 생각을 못하고 "1초만 잠시만"하고 집으로 뛰어 들어와 발코니에 널었던 커버를 걷었다.  경찰이 돌아가고 실내에 의자 4개를 세워두고 그 위에 커버를 펼쳐 널고 나니, 건조대가 하나뿐이라, 10분도 안되서 햇볕이 나는 것이다.  '뭐야!'하고 혼자서 분탕질하다 소심하게 혹시 또 비올까 빨래는 실내에 그냥 두기로 하였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조그만 햇볕 위에 화분을 내어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뒤부터 하늘은 지금까지 계속 구름으로 무겁다.

멍하니 발코니에 기대 하늘을 쳐다보다 들어오니 세탁기의 건조기 버튼이 나를 유혹한다.  '안돼, 그래도 지구를 지켜야지.'


일본 후쿠시마 쓰나미 이후 날씨에 관한 불만은 하지 않기로 다짐 했는데, 쓰다보니 투덜거리고 있네.

그나저나 나는 요즘 빨래를 삶고 싶은 욕구를 주체할 수 없다.  달리 길이 없어 감행은 못하고 있지만. 
참 이것도 우리 엄마가 들으면 자다가 웃을 일이다, 내가 빨래를 삶고 싶어 하다니.(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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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g 2011.06.10 07: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하하..빨래 삶고 싶은 욕망!! 바르셀로나에서 산지 2년만에 인생에서 처음 느껴봤었지.
    울 엄마가 들으셨어도 자다가 웃었을 일이다. 결국 교회 집사님들께 조언을 구해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1유로가게 가서 2유로짜리 스텐그릇이랑 빨래비누 사서 맨날 저녁마다 헹주 열심히 삶았었다.
    한동안 열심히 삶고 나니까 좀 괜찮아 지더라.ㅋㅋ
    1파운드 숍 가서 한 번 찾아보쇼. tg

    • 토닥s 2011.06.10 16: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바르셀로나 같이 햇볕 좋은 곳에서도 그런 욕망이 생긴단 말이야? 이번 주말에 파운드숍 나들이를 가야겠군. 그나저나 빨래를 삶는 걸 보면 지비가 의아해 하겠군.

  2. 봄눈 2011.06.10 21: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 유명한 영국 날씨군요!
    며칠 전에는 결혼한 친구와 만났는데,
    행주 삶는 기계를 구입했다고 하네요.
    저도 모르는 사이, 빨래 삶는 일이 유행이 된 건가요? (웃음)

    • 토닥s 2011.06.14 01: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행주 삶는 기계요? 그런 걸 다 가지려면 집이 넓어야겠군요. 유행이라기보다 생활의 발견, 아니 생활의 욕망 정도요. 나도 몰랐던 생활의 욕망. :)

  3. tg 2011.06.12 07: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영화같은데서 말이야,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 하얀 빨래 널고 있는 씬 있잖아..
    바람에 펄럭이면서..그런거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뭐 그런효과 아닐까?
    테라사 있는 옥탑방 얻으면, 내가 직접 영화 찍어야지.ㅋㅋtg

  4. 금화 2011.06.28 09: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런식으로 살림이 자꾸 느는게지...
    네가 다녀가고, '딸 빼고 없는게 없는 우리집'에 대해 잠시 고민하고 한동안 살림살이를 늘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만 그 생활의 욕망이라는게 슬금슬금 올라온다. ㅋㅎㅎ
    그래도 회사에 나오니 그 살림이라는걸 좀 덜 하다 보니, 안보이니 덜 사게 되긴 하네. ㅋㅎ
    그래도 얼마전에 요구르트 메이커를 샀다지. ㅠㅠ;
    빨래는 그냥 저렴한 냄비하나 구해서 아무 비누나 넣어서 그냥 푹 끓여봄이~
    비누 많이 넣으면 거품이 넘칠것이야.
    보글거리며 비누가 사방으로 튈것이야.
    행주삶는 기계가 좋긴한데... 사이즈도 전기주전자 정도 사이즈인데. ㅋㅎ
    그런줄 알았으면 하나 들려 보냈을것을...

    • 토닥s 2011.06.28 18: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친구가 사준 밥솥 들고온다고 식겁했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빨아도 빨아도 냄새가 쉬나는 행주 때문에 조만간 스테인리스 그릇하나 장만할 예정입니다. 행주 삶기 전용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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